<성명서>
지난 5월 31일부터 의료연대 대구지부 동산병원 영양실분회 조합원들이 해고 철회와 병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동산의료원 환자식당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면 우리사회에서 왜 비정규직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는지, 사용자가 간접고용을 사용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원래 동산병원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이었지만, 기간제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할 책임을 회피하고자 한 병원측에 의해 2007년 외주업체로 소속이 변경되었다. 당시 외주화에 반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병원측은 고용보장과 노동조건의 유지를 약속하였지만 그것은 지켜지지 않았다. 올해 5월 새로 외주업체로 선정된 풀무원은 조리종사원 전원에게 파견업체로 소속을 변경하든지 그만둘 것을 요구하였고, 이를 거부한 식당노동자들은 5월 31일자로 전원 계약해지되었다.
계약직에서 외주화, 다시 재하청으로 - 노동자매매로 돈버는 기업들
2008년~2009년 투쟁했던 강남성모병원 간호보조노동자들이 병원측에 의해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다시 파견업체 소속으로 고용이 악화되다가 끝내 계약해지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동산병원에서도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다시 외주화되었다가 이제는 그 외주업체에서마저도 직접고용을 회피하려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게다가 외주업체인 풀무원은 법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할 것을 강요하고 있기까지 하다. 원청인 동산의료원은 말할 것도 없고 하청업체인 풀무원마저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할 것을 거부하고 또다시 파견업체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현실, 십수년을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기업들에 의해 마치 일회용품과 같은 대접을 받는 현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번 식당노동자 해고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동산의료원 사측에게 있다. 돈벌이에만 급급하여 또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할 목적으로 십수년을 일한 노동자들을 외주업체 소속으로 강제전환한 행태는, 왜 우리나라 기업들이 간접고용을 활용하는지 그 이유를 똑똑히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인력을 전원 파견업체를 통해 사용한다”는 것을 ‘경영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는 풀무원은 오늘날 기업의 이윤이 어떻게 창출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약 7조 8천원 억 규모(08년 기준)로 추정되는 급식시장은 삼성에버랜드, 아워홈(구 LG유통), 현대푸드시스템, 신세계푸드, 한화, CJ, 풀무원, 동원 등 대기업 계열사가 주도하고 있는데, 발주와 일부 검품·검수업무를 제외하면 대부분 1~5차에 이르는 협력업체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이루고 있다. 대기업 계열 위탁급식업체가 노리는 것은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식자재유통시장의 장악 및 급식 위탁 및 재위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뿐이다. 여기서 실제 급식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파트타임으로 파견직으로, 최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파견법, 간접고용은 일자리를 파괴한다
동산의료원 식당노동자들의 농성이 32일째인 오늘 7월 1일은 또한 파견법이 시행된 지 13년째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세월동안 파견노동자들은 1~2년마다 잘리고 물건처럼 여기저기 팔려다니는 고통을 감내해왔다. 그것도 모자라 이명박 정부는 “파견제 확대가 고용을 창출한다”며 파견허용업무를 대폭 확대하려는 계획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강남성모병원, 동산의료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파견·외주화와 같은 간접고용이 어떻게 일자리를 파괴하는지, 어떻게 노동자들의 삶을 점점 더 벼랑끝으로 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우리는 동산병원 식당노동자들의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동산의료원이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대책위의 투쟁에 적극 연대할 것이다. “필요한 인력은 전원 파견직으로 활용한다”는 파렴치한 경영방침을 떳떳이 내놓고 있는 풀무원과 같은 기업의 반사회적 진면목을 고발할 것이다. 파견제 전면 확대 등을 일자리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는 정부의 ‘국가고용전략’을 분쇄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2010년 7월 1일
전국비정규노동조합연대회의
글을 올리실때 행간을 띄어주세요. 읽기가 불편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