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 아르바이트 노동자 최미희씨
“아무렇지 않게 버려질 때, 존재 부정당하는 느낌 받아요” (매일노동뉴스 2021.05.03.)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670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쉬운 해고’를 경험하면서 공통적으로 ‘노동자로서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20대 여성노동자 최미희씨도 그랬다. 그는 지난해 11월 영유아 교육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한 수도권 지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잘렸다. 코로나19로 갈 곳 없는 그에게 실업의 고통은 더 크게 느껴졌다.
“다시는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사업장에서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겠구나, 안전하지 않겠구나, 아무렇게나 쓰이다가 아무렇게나 잘리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지점과 1년 계약을 맺고 일을 시작했다. 다른 알바보다 50%가량 시급이 높아 좋은 일자리라고 여겼다. 지점장은 구직면접 자리에서 최씨에게 “아이들을 교육하고 센터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고 안내했다. 일하는 시간과 요일이 매주 달라 다른 알바는 모두 그만둬야 했지만 이 일을 하기 위해 과감히 포기했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자 최씨는 지점장 설명과는 달리 학부모 상담까지 하게 됐다.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였던 최씨에게 적지 않은 업무 부담이 떨어졌다. 지점장은 전화 한 통으로 계약 한 달 만에 “학부모 상담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최씨를 해고했다. 1년 동안 안정적인 알바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최씨는 일회용품 취급을 받으며 일을 그만둬야 했다.
억울한 마음에 무료로 노동문제를 상담하는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 봤지만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장이라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최씨는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그저 ‘다시는 5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알바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만 새길 뿐이다.
“처음 해고 당시에는 내가 부족해 해고당했고,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컸었다”고 말한 최씨는 해고통보에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고용주도 알바노동자도 모두 사람이라면 적어도 사람 대 사람으로 평등한 관계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소희 기자 ubersophie@gmail.com
○ 물리치료사 박지안씨
“나도 부당함에 저항할 수 있다는 사실 증명하고 싶다” (매일노동뉴스 2021.05.03.)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667
물리치료사 박지안(54)씨에게 올해 5월1일 노동절은 해고된 첫날로 기록됐다.
“처음 입사할 때 최소한 1년만 일하게 해 달라고 했어요. 의사는 ‘1년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하자’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8개월 만에 해고통보를 받았어요.”
박씨는 1992년부터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소규모의 동네의원들을 여러 번 거쳤다. 지난해 박씨는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으로 뽑혀 외국에 갈 예정이었다. 해외봉사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박씨는 지난해 8월 경기도 고양시에 개업 예정인 의원에서 물리치료사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박씨는 적어도 1년을 일하기를 원했다. 1년 뒤면 해외봉사 기회가 다시 열릴 것이라고 믿었다. 박씨가 입사할 때 가장 신경 썼던 것은 5명 미만 사업장 해당 여부였다. 2014년 이미 겪었던 해고 경험 때문이다. 말 한마디에 해고당해도 5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경영상 해고 요건을 준수하지 않아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도 해고할 수 있다.
과잉진료 의사에 ‘바른말’했더니
의사 말에 복종 확인서 요구
거부하자 병원에서 없는 사람 취급
박씨는 80평 넘는 공간에 제2원장실과 치료실 세 곳이 있는 병원 규모를 보고 ‘5명 이상 사업장’이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구두로 1년은 일하게 해 달라고 했다. 의사는 ‘해외봉사를 다녀와도 계속 같이하자’며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간호조무사 2명, 방사선사 1명, 물리치료사 2명이 근무한 개업 초창기, 나쁠 것이 없었다. 박씨는 수십년간 현장 경험을 토대로 개업한 소규모 의원이 빠르게 체계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월·화·목요일은 오전 9시~오후 7시 근무, 수·금요일은 오전 9시~오후 9시 근무, 토요일은 오전 9시~오후 2시 근무를 했다. 의사 도움 요청에 환자 진료와 상담도 지원했다. 간호조무사와 방사선사가 퇴사한 뒤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이에 필요한 행정 업무도 박씨 몫이었다. 의사와 박씨는 매일 밥을 함께 먹을 정도로 가까웠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의사와 사이가 틀어졌다. 환자가 하기 싫다는 비급여 진료를 의사가 강제하는 것에 박씨가 과잉진료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 게 이유였다. 의사는 그 자리에서 박씨에게 펜을 던지며 “네가 의사 해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의사는 직원들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동의서를 걷었다. 박씨는 서명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사람들이 박씨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 시작했다.
직장내 괴롭힘은 결국 해고통보로 이어졌다. 지난 1월 동료 물리치료사가 나가고 병원이 추가 인력을 뽑지 않았다. 의사의 말 한마디면 해고될 수 있는 5명 미만 사업장이 된 것이다. 박씨는 지난달 28일 해고통보를 받고 이틀 뒤 해고됐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꼼짝 마’법”
박씨는 근로기준법 11조가 노동자들이 부당함에 저항할 목소리를 빼앗는 것으로 본다. 박씨는 자신을 해고한 의사와 법적으로 맞서는 방법을 찾고 있다.
“물리치료사협회에서 법률자문을 주는 변호사에게도, 법률구조공단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냐고 물었는데 부당해고라고 말할 수가 없대요. 5명 미만 노동자는 ‘꼼짝 마’인 거죠. 제가 작성한 근무일지하고 일기를 보면서 임금체불 소송이나 명예훼손 소송을 할 생각이에요. 소송에서 이기는 것보다 제가 부당함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임을 확인하고, 부당한 행위를 당했다고 목소리를 내는 게 목적입니다.”
올해 박씨의 노동절은 지난한 싸움을 위한 마지막 휴식시간이다. “쉰넷 먹은 여성 물리치료사는 정규직 물리치료사가 휴가를 쓰느라 생긴 빈자리를 메우는 ‘알바’로도 잘 안 받아 줘요. 지난해도 실직자 신세로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봤는데, 올해도 마찬가지겠네요.”
임세웅 기자 sewoongim@naver.com
○ SKB 협력업체 ‘일사천리’ 탄력근로제 도입
“공짜노동, 독박 야간노동 우려 … 신규채용 없이 쥐어짜기만 계속” (매일노동뉴스 2021.05.10.)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759
티브로드와 합병한 SK브로드밴드의 가장 큰 기술센터가 탄력근로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해 노동자들 반발이 거세다.
9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인 원케이블솔루션은 지난달 14일 지부와 면담 자리에서 ‘2주 단위 탄력근로제 도입’을 통보했다. 노조는 이후 공문을 통해 반대 의견을 전달했으나 업체는 취업규칙을 개정해 탄력근로제 도입을 강행했다. 지부는 이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아니라 사측이 지부에 동의를 구할 의무는 없다.
지부는 탄력근로제 시행에 따라 ‘공짜 노동’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술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현재 주 6일·주 52시간씩 일하고 있다. 단체협약을 통해 월 35시간의 연장근로를 상시적인 것으로 인정해 포괄임금제처럼 운영하고 있다. 탄력근로제가 시행되면 2주 단위로 주 48시간 한도 내에서 법정 근로시간(1주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해야 한다. 주 40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해도 이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단체협약을 통해 인정한 연장근로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혼자서 야간근무를 할 위험도 높다. 전송망 직군의 노동자들은 전봇대에 올라가 작업을 한다. 이들은 저녁에 긴급출동할 일이 많은데, 탄력근로제를 하게 되면 하루 8시간 이상을 초과해도 야간노동이 문제되지 않는다.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면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기존 인력에게 야간노동을 부과할 수 있다.
최성근 지부 미조직부장은 “안산 기술센터는 지난해 7명의 직원이 그만뒀지만 신규채용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다른 직군으로 채용된 직원들을 모자란 직군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직원을 돌려가며 써먹더니 탄력근로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노동자를 착취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케이블솔루션은 서울·경기 일부와 대구·부산에서 SK브로드밴드 기술센터를 운영해 전체 900여명의 노동자 중 6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가장 큰 규모의 업체다. 지부는 다른 3개 협력업체로 탄력근로제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한다. <매일노동뉴스>는 원케이블솔루션 관계자에게 탄력근로제 시행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통화를 시도하고 메시지를 남겼지만 회신받지 못했다.
한편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SK그린빌딩 앞에서 탄력근로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간접고용
○ 노동부 르노삼성에 하청노동자 189명 직접고용 명령
18일 시정 기한 내 불응 … 1인당 1천만원 과태료 (매일노동뉴스 2021.05.21.)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921
고용노동부가 르노삼성자동차에 사내협력업체 노동자 189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북부지청과 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부산북부지청은 르노삼성차에 부산공장에서 일하는 9개 사내협력업체 소속 189명을 직접고용하라는 취지의 시정지시를 내렸다. 지회는 2019년 9월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하며 부산북부지청에 근로감독 청원을 접수했다.
부산북부지청 관계자는 “(직접고용 대상은) 부품공급을 하는 간접생산공정에 해당한다”며 “르노삼성차에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가 시정 기한인 이달 18일까지 이행을 하지 않아 1인당 1천만원의 과태료 부과와 사법처리 등 후속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와 지회는 이날 오전 르노삼성차 남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르노삼성은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189명을 즉각 채용하라”고 촉구했다.
지회에 따르면 2011년 5천700여명이던 정규직 노동자는 현재 3천7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지회는 “줄어든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며 정규직이 해야 할 일들을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인원들이 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지회는 △불법파견 중단 및 189명 즉각 직접고용 △구조조정과 공격적 직장폐쇄 중단 △노조 조합원에 대한 부당징계 철회를 회사에 요구했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 [회사 쪼개고, 용역업체 바꾸고] 반복되는 간접고용 해고 막을 브레이크 생길까
17일 발의 송옥주 의원안 입수해 보니 승계의무 명시 … 유럽에서는 이미 보호 제도 마련 (매일노동뉴스 2021.05.11.)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764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에 돌입한 지 136일째였던 지난달 30일 노사합의로 집단해고 사태가 일단락됐다. 회사는 정년연장과 해고 기간 임금보전을 약속했다. 다만 원래 일하던 곳이 아닌 LG마포빌딩에서 근무하기로 정리하며 ‘미완의 성과’란 평가가 나온다. 이들처럼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사실상 해고된 오비맥주 경인직매장 물류노동자들도 278일 투쟁 끝에 지난 3월 사측과 합의를 이뤘지만 ‘결원 발생시 우선 고용’한다는 내용에 그쳤다.
노조활동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며 ‘거리의 투사’가 되기도 하고, 정치권 개입이나 정부 중재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그런데 투쟁과 중재로 기업을 교섭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원직복직이나 고용승계와 관련해선 어디까지나 기업의 선의에 의존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새로 도급계약을 맺는 업체가 이전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을 고용해야 할 의무가 없어서다. 용역업체 변경이 곧 해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간접고용 노동자를 보호할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고용승계·단체협약 승계 의무화
사업이전시 노동자 선택권 부여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이달 17일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다. 법안을 입수해 살펴보니 용역업체 변경뿐만 아니라 영업양도·회사분할을 포함한 기업변동 과정에서 고용승계·단체협약 승계 의무를 담았다. 사업이전시 근로관계 승계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은 ‘사업이전’이 발생했을 때 사업을 이전받는 “승계사업주는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업이전이란 합병·회사분할·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전을 비롯해 용역업체 변경까지 포괄한다. 이 법은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한다. 고용뿐만 아니라 단협에 따른 권리와 의무도 승계된다.
법안에는 기업변동시 노동자와 노조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다. 사전적으로 기업변동 절차에 노동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사후적으로 근로관계 승계를 원치 않는 노동자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법안은 “이전 사업주는 사업이전을 하는 경우 근로자대표와 협의해 승계 대상 근로자의 이해와 협력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승계거부권과 이의신청권 내용도 포함돼 있다.
법안이 그대로 적용되면 ‘사업이전’을 이유로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게 된다.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손쉽게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교체하는 것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특히 하청 사업장에 노조가 생겼을 때 계약해지를 일종의 노조와해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한 업체에 위탁하던 업무를 여러 회사에 분할해 주는 방식으로 ‘노조 쪼개기’를 하는 것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조합원 자격과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비롯해 단협이 승계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포스코 구내운송 사내하청업체 성암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 145명이 ‘집단해고’된 사태가 여기에 해당한다. 당시 성암산업이 운송작업권을 원청사인 포스코에 반납한 뒤 이 작업권이 5개 협력사에 분할되면서 성암산업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은 물론 ‘노조 쪼개기’ 위기에 처했다.
20대 국회 도전 실패, 21대 국회는 다를까
현행 노동관계법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의무화한 규정은 없다. 정부가 ‘사내하도급 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과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두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상법상 영업양도 개념을 적용해 근로관계가 원칙적으로 승계된다는 판례가 확립돼 있지만 영업을 양도하는 업체와 양수하는 업체 간 ‘계약이 존재해야’ 이 판례 법리가 적용된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양도인과 양수인의 계약 여부와 무관하게 사업이전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관계 승계의 법률효과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1977년 제정한 ‘사업이전지침’을 통해 사업이전시 근로관계 승계를 인정하고 있다. 사업이전지침은 유럽연합 개별 국가에 구속력을 갖는 입법지침이다. 사업주가 바뀌더라도 사업체가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고용과 단협을 비롯한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입법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기업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제도화한 법안이 제출됐는데 당시 국회 검토보고서에 명기된 내용을 통해 이를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민중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환노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입법 취지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수급인에게 근로자에 대한 고용 및 근로조건을 유지하도록 강제할 경우 계약의 자유 또는 영업의 자유 원칙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며 “이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적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법안들은 당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 현대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 해결’ 원청 직접교섭 요구
“올해 안에 교섭 응할 것 촉구” … 대법원 근로자지위확인소송 4년 넘게 계류 (매일노동뉴스 2021.05.27.)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015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원청인 현대차에 직접교섭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현대차 울산·전주비정규직지회,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는 26일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2010년 현대차 울산공장, 2015년 현대차 아산공장, 2020년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대한 세 번의 대법원 판결과 기아까지 포함하면 32차례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있었다”며 “현대차는 경력직 특별채용 방식으로 ‘범죄행위 덮기’에 나설 게 아니라 올해 안에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3개 공장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2021년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1차 교섭 요청’ 공문을 현대차에 보냈지만 이날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공문을 통해 지회는 “회사는 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 중재에 따른 교섭요청에도 ‘신규특별채용 후속협의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당사자를 포함한 교섭을 요청하니 문제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8년 10월 노동부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당사자 간 협의를 위한 중재에 나섰지만 사측이 특별채용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교섭은 진전되지 못했다.
대법원이 2010년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에 대해 현대차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뒤 같은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기아자동차(현 기아)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2011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사건은 1·2심 승소 이후 4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사측이 정규직노조와 합의해 사내하도급 노동자 대상 특별채용을 진행하면서 소송인원이 줄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현대자동차·기아 비정규 노동자는 570여명이다.
지회는 회사에 △불법파견 문제 근본 해결을 위한 직접교섭에 나설 것 △법원 판결 이행 △전기차 양산에 따른 외주화·자동화 중단 등을 요구했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공공부문
○ 경상대병원 비정규직 파업 돌입
전환방식·임금·정년 입장차 커 (매일노동뉴스 2021.05.04.)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676
경상대병원에서 청소와 시설관리 업무를 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경상대병원 노사는 지난해부터 18차례에 걸쳐 정규직 전환을 논의해 왔다.
공공연대노조 경상대병원지부는 3일 오전 진주 경상대병원 본관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병원쪽이 변화한 안을 제시하지 않고 4일 노·사·전문가 협의회를 개최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비정규 노동자의 합당한 요구안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경상대병원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정년이다. 지부는 청소·시설관리 등 고령친화직종에 대해서는 정년을 만 65세로 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병원은 병원 정규직 정원인 만 60세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부가 단계적으로 정년을 줄이는 단계적 정년 감축안을 다시 제시했으나 병원은 원안을 고수했다.
전환 방식도 갈등을 야기했다. 지부는 탈락자가 없는 전원 고용승계를 주장하고 있다. 병원은 경쟁채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임금과 관련해 병원은 월 기본급 약 107만원에 각종 수당을 합쳐 약 187만원을 제시했다. 지부는 기본급 약 180만원에 각종 수당 39만원을 더한 약 227만원에 상여금 250% 지급을 요구했다.
이낭근 노조 조직국장은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 다른 12개 국립대병원의 안을 주장했는데 병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과도한 요구가 아님에도 병원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상대병원은 입장문을 내고 “기존 정규직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안이며, 임금의 경우 명절상여금과 복지포인트 등을 지급받으면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병원은 “현실성 있는 범위 내에서 정규직 전환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14개 국립대병원 중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협의를 완료하지 못한 곳은 경상대병원과 부산대병원 두 곳뿐이다.
임세웅 기자 imsw@labortoday.co.kr
○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 “직영화 촉구” 파업 예고
54개 단체 참여 시민대책위 구성 … “지체 없이 정규직 전환하라” (매일노동뉴스 2021.05.04.)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680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을 위해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시작조차 못한 정규직화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인권운동사랑방·비정규직 이제그만 1천100만 공동투쟁 등 54개 단체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건강보험 공공성 강화와 고객센터 직영화·노동권 보장을 위한 시민대책위 구성을 알렸다. 대책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체 없이 고객센터를 직영화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천623명이다. 이들은 민간위탁 노동자로 11개 민간위탁업체에 소속돼 전국 12개 센터에 흩어져 일한다. 근로복지공단·국민연금공단 등 공공기관 산하 고객센터가 대부분 정규직 전환을 마쳤지만, 건강보험공단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논의를 미루고 있다.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의료를 공공이 맡아야지 민간에 맡겨 놓으면 안 된다고 했고, 민간에게 공공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건강보험이 어떤 체제인지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고 영리만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김수억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소집권자는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등 4대 보험 관련 공단이 고객센터를 직영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보험만 직영화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만들지 않고서 민간기업에서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숙영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은 “지난달 28일 지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공단에 직영화를 촉구하는 투쟁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5~6월 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민간위탁사무 심층논의 협의기구) 위원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들어 회의가 개최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2019년 10월 고객센터 민간위탁사무 심층논의 협의기구를 구성, 고객센터 노동자의 정규직화 여부를 결정하려 했지만 올해 들어 회의를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정부는 인권위 권고에 답하라”
인권위 3월 ‘임금격차·차별해소’ 권고 … 공공운수노조 “15년 일해도 임금 같아, 차별 여전” (매일노동뉴스 2021.05.06.)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706
중앙행정기관 공무직 노동자와 공무원의 임금 격차와 차별을 해소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나온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무직 노동자들이 노동부·기재부 장관에게 권고 이행계획 제출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 장은 권고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답변해야 한다.
인권위의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는 지난 3월2일 발표됐다. 권고의 핵심 내용은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직무 분류, 분석·평가를 바탕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맞는 합리적인 임금기준 마련과 재원 확보 노력 △직무와 무관하게 지급되는 복리후생비의 공무원·공무직 격차 해소 등이다.
남은아 노조 국방병영생활전문상담관지부장은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장병의 생명·안전과 복무 적응을 지원하고 있지만 군인·군무원과 비교해 임금에서 현격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장기근속 또는 업무숙련도에 따른 차등적 대우가 없어 초임 상담관과 15년 이상 상담관의 급여가 동일한 데다 복지포인트는 1년 이상 복무해야 최소 금액으로 지급받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강해원 노조 서울지부 국립중앙박물관분회 수석부분회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동일직종 노동자의 인건비가 5개 사업비에 쪼개져 있다”며 “공무직 인건비를 사업비에서 바꿔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공무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박물관이 휴관하면서 생긴 인건비 불용액을 공무직 처우개선·차별해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권위는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임금을 사업비가 아닌 인건비 혹은 기본 경비에 편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 한수원 청소노동자 임단협 4개월 만에 다시 갈등 조짐
자회사 수의계약 낙찰률 94%라더니 올해 ‘또’ 낙찰률 88% 제시 (매일노동뉴스 2021.05.06.)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703
한국수력원자력 자회사 소속으로 한수원 본사와 월성·한빛·고리·새울·한울 5개 원자력발전소, 사택을 비롯한 시설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임금·단체협상을 맺은 지 4개월 만에 또다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퍼스트키퍼스 노동자 800여명이 소속된 공공연대노조 발전분과위원회는 5일 한수원에 낙찰률 94%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지난달 1일 자회사 퍼스트키퍼스·시큐텍과 낙찰률 88%로 수의계약을 맺었다.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낙찰률 94%를 주장하며 월성·한빛·고리·새울·한울 원자력발전소 퇴근 거부, 화장실 청소 거부, 한수원 본사 로비 점거농성을 했다. 퍼스트키퍼스는 자회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고 한수원은 이미 처우가 동종업계 최고 수준인 만큼 경영사정을 고려해 낙찰률을 정했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지난 1월 맺은 2020년 임단협에서도 낙찰률 확답을 받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 협상에서 한수원이 밝힌 대로 낙찰률 94%를 요구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전문가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에서 “우리 회사의 수의계약 낙찰률 평균을 조사한 결과 94%였고, 우리 회사의 계약규정시행세칙이 개정돼 94% 이상의 낙찰률이 보장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수원은 “(낙찰률을) 합의서에 명시하는 것은 배임죄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여기서 확답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직접고용이 아니더라도 높은 낙찰률로 처우개선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노·사·전문가가 2019년 3월5일 체결한 협의회 합의서에도 ‘협의 내용’이라는 이름으로 첨부됐다.
노조는 한수원·퍼스트키퍼스가 한자리에 모이는 3자 합의 테이블 구성을 제안할 계획이다. 3자 합의를 통해 낙찰률을 합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한국중부발전서비스에서 일하는 청소와 경비노동자들이 속한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지역노조는 지난 3월 원청·자회사와 3자 합의를 통해 88%였던 낙찰률을 91%로 올렸다.
임세웅 기자 imsw@labortoday.co.kr
○ CCTV 관제요원, 정규직 전환 방식 ‘들쭉날쭉’
논의 없거나, 임기제 공무원 전환방식 제시하기도 (매일노동뉴스 2021.05.06.)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699
지자체 CCTV통합관제센터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관제요원들이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4년이 돼 가지만 전환 1단계에 해당하는 CCTV 관제요원 일부는 여전히 용역업체 소속이거나 기간제 노동자로 정규직 전환 논의 없이 일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도 고용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CCTV통합관제센터는 시·군·구에 설치된 방범, 교통·주차단속, 재난·재해 감시 등 다양한 목적의 CCTV 관제기능을 하나로 통합·연계한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24시간 CCTV를 모니터링하며 재난과 사고 대응, 범죄자 검거, 자살예방 등의 업무를 지원한다.
서울 자치단체 25곳 중 2곳만 공무직 전환
5일 공공연대노조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서울시에서 받은 ‘자치구별 CCTV 운영주체 현황’을 공개했다.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CCTV 관제요원을 직접고용한 자치구는 11개다.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9곳(강북구·강서구·구로구·노원구·마포구·성북구·양천구·용산구·종로구)은 민간위탁으로, 5곳(동대문구·동작구·서대문구·서초구·영등포구)은 기간제 노동자로 채용했다. CCTV 관제요원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는 곳은 서대문구·성북구·영등포구·용산구·종로구 5곳뿐이다. 나머지 자치구는 논의조차 없다.
강남구·강동구·관악구·광진구·도봉구·성동구·송파구·은평구·중구·중랑구는 관제요원을 직접고용했다. 직접고용 전환이 완료됐지만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은평구와 중구만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나머지 9개구 CCTV 관제요원은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CCTV 관제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은 지역별로도 편차가 크다. 대구와 대전, 광주시는 기초지자체의 CCTV 관제요원을 모두 공무직으로 전환했다. 울산시는 지난해부터 공공연대노조 울산본부가 동구청 앞 천막농성과 구청 점거농성을 하며 5개 구·군 CCTV 관제요원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한 끝에 정규직 전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임기제 공무원은 고용불안 잔존
노조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이 아니라 공무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간선택제 임기제는 5년 계약직이나 다름없다.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장점은 있다. 공무원임용령에 따라 공무원과 같이 명절상여금 복지포인트 등을 받고, 같은 호봉테이블도 적용받는다. 다만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공무직과 달리 정년이 없다. 매년 계약을 반복·갱신하고, 최장 5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5년이 지나면 일을 하기 위해 경쟁채용을 거쳐 신규채용 형식으로 입사한다. 이전 경력은 인정받지 못한다.
강광철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조직국장은 “CCTV 관제센터 업무는 모니터링 영상추적, 사건포착 등 숙련도가 필요한 필수업무”라며 “여러 구청의 미화·시설관리 등 필수 분야를 공무직으로 전환한 것처럼 CCTV 관제요원 역시 공무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세웅 기자 imsw@labortoday.co.kr
○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교육부 앞 농성 돌입
4년째 정규직 전환 논의 공전 ... “교육부가 의지 보여달라” (매일노동뉴스 2021.05.12.)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795
부산대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교육부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1일 오후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용역계약 만료일인 6월 말까지 정규직 전환 논의를 완료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 부산대병원지부와 부산대병원비정규직지부는 기자회견 뒤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부산대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은 2017년부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 왔지만 병원측은 지난달 29일에야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정주 부산대병원장과 노조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지부의 각 지회 대표들이 간담회를 진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 병원장은 간담회에서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직접고용 형태의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리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병원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고용방안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대화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29일 간담회를 연 것은 맞지만 간담회 내용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 노사는 2017년 교섭을 통해 그해 말까지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병원의 합의 불이행과 노사 재합의를 반복하면서 정규직 전환 방안 논의는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
안상순 부산대병원지부 부지부장은 “몇 년간 논의를 끌어왔지만 같은 말만 이어지며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며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2019년 국립대병원에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낸 적이 있다. 다만 당시에도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해서는 ‘직접고용 등’ 이라고 표기했다. 자회사 형식의 정규직 전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12개 국립대병원은 모두 직접고용 방식을 채택했다.
임세웅 기자 imsw@labortoday.co.kr
○ [도로공사 직접고용 1년] 최저임금도 겨우 받는 전 톨게이트 노동자들
임금피크제·노조간부 징계 문제 해결 못해 … “김진숙 사장이 나서라” (매일노동뉴스 2021.05.14.)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37
14일이면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1천500명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 소속으로 일한 지 1년이 된다.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이 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잇따라 노동자 손을 들어주고, 노동자들의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와 도로공사 김천 본사 로비 점거농성에 못 이겨 직접고용을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기존 요금수납원들은 ‘현장 지원직’이라는 이름으로 고속도로 청소를 하며 자회사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 대화 채널은 정상 가동하지 않고 있다.
임금피크제로 최저임금도 못 받을 뻔
대화 채널 구성 문제로 갈등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것은 정규직노조와 공사 간 단협을 그대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정년퇴직 전 2년간 임금이 삭감된다. 정년은 만 60세다.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인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가 생겼다. 이명금 공공연대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최저임금법 위반이 되자 각종 수당을 붙여 겨우 최저임금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 영천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의 3월 기본급은 140만250원이었다. 도로공사는 기본급 전월이월금이란 명목으로 40만원을 더해 최저임금인 182만2천480원보다 520원 높은 182만3천원을 지급했다.
노사 간 공식 협의체가 있지만 제대로 가동되진 않는다. 공사는 지난해 11월 노사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열어 구체적인 협의체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공사는 복수노조 사업장으로 공공노련 소속 정규직노조인 도로공사노조를 비롯해 공사톨게이트노조·공사순찰노조, 민주일반연맹 소속인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공공연대노조 톨게이트지부·경남일반노조 톨게이트지회, 상급단체가 없는 인천지역일반노조 톨게이트지부가 있다.
공사는 협의체에 정규직·순찰원·톨게이트 요금수납원으로 구성된 직종별 노조가 참석하고, 공사에 직접고용된 노동자만 협의체에 참여하는 안을 제시했다. 직종별이 아닌 지역별로 노조를 구성하고, 공사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 노조 전임자가 사업을 주도하는 민주일반연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정수 연맹 조직실장은 “각 노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 철회도 쟁점이다. 지난 1월 공사는 요금수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김천 도로공사 앞에서 농성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노조 간부 16명을 직위해제했다. 기소된 자는 직위해제를 할 수 있고, 기소된 이가 금고 이상의 판결을 받으면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사 인사규정에 따른 것이다.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과 박선복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조 위원장, 이명금 공공연대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이 각각 벌금형을 받고 직위해제 징계가 철회됐다.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13명은 직위해제 징계가 풀리지 않았다.
직접고용 노동자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장
민주일반연맹은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연맹은 △현장 지원직에 대한 임금피크제 해제 △모든 노조 간부에 대한 직위해제 징계 철회 △상생협의체 구성요건 변화 △청소 업무가 아닌 톨게이트 입구에서 할 수 있는 과적차량 단속 업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남정수 실장은 “김진숙 사장은 처음으로 나온 여성 도로공사 사장이라 고령 여성노동자가 많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아니었다”며 “사장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맹은 지난 12일에도 김 사장에게 요구서한을 보냈다. 김 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노동자들의 면담 요청에 응한 적은 없다.
임세웅 기자 imsw@labortoday.co.kr
○ [조류독감 잡는 가축위생방역 노동자] “연장노동 해도 수당 못 받고, 2인1조 근무 안 지켜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정원 1천268명 중 정규직은 단 4% (매일노동뉴스 2021.05.14.)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38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저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지냈어요. 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고병원성조류독감(AI) 시료를 채취하고, 초동방역 현장에서는 낮에는 통제, 밤에는 차량에서 교대로 새우잠을 잤습니다.”
박찬연씨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방역업무를 7년째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6일부터 지난 4월6일까지 고병원성 AI가 109건 발생하면서 박씨는 숨 고를 새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일한 만큼의 대가는 받을 수 없었다. 고병원성 AI 발병이 확인된 농가에 24시간 혹은 48시간씩에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초동방역업무를 수행하지만 대가로 돌아오는 것은 최저임금이다. 초과근로수당도 없다.
박씨만 이런 처우를 받는 게 아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일하는 방역직·위생직·예찰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처우를 호소한다. 기관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댄다.
“히터 틀고 차에서 새우잠”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지부장 김필성)가 13일 오전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는 산더미인데 월급은 형편없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논란은 초동방역업무에서 시작됐다. AI나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가축질병이 발생했을 때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방역직 노동자가 투입된다. 이들은 초인적인 노동시간을 버티고 버틴다.
방역직 노동자 한정수(26·가명)씨는 “질병 전파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라서 규정상 48시간 동안 그 장소에 들어오는 차량·사람을 통제한다”며 “살처분업무나 통제업무는 밤에도 계속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밖을 나갈 수 없으니, 가기 전 개별적으로 도시락을 사 가거나 사무소 동료들끼리 모은 돈으로 산 간식을 가지고 간다”고 증언했다. 제대로 쉴 휴게공간도 마땅찮다. 지부에 따르면 과거 텐트를 지급하기도 했지만, 겨울에 주로 발생하는 AI 특성상 텐트만으로 야외취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 노동자는 차량에서 히터를 틀어 놓고 돌아가며 잠을 청한다.
수당 지급체계는 엉망이다. 연장근로수당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48시간 현장근무를 한 다음날은 하루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평일인 경우 유급으로 처리되지만 주말에는 별도 보상이 없다.
인력이 부족해 2인1조 근무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필성 지부장은 “2019년 안전 문제를 제기한 뒤 2인1조 근무 수행을 위한 안전직을 충원했지만 이들이 인력이 부족한 행정지원 업무를 보느라 정작 2인1조 근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는 “일반적인 시간외근로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는데, 초동방역의 경우 휴게도 취하면서 근무도 하다 보니 근무시간을 특정 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노사합의로 2018년에는 8천원으로 정해 지급했고, 2020년에는 해당 연도 최저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말근무에도 예산부족 이유로 수당 안 줘”
2018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으로 기간제로 일하던 248명의 예찰직 노동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예찰직은 농가에 전화를 걸어 사육현황과 질병현황을 수집한다.
예찰직 노동자 김지선(가명)씨는 “휴일에 근무하지만 휴일 수당을 받지 못하는 예찰직이 수두룩하다”며 “매일 실적을 보고하지만 업무성과로 인정되지 않고 10년을 일해도 승진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예찰직은 기존 무기계약직에게 지급하는 교통비·가족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가축질병이 크게 늘어 주말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본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대체휴무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부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 1천268명 중 행정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49명을 제외한 노동자 96%가 모두 무기계약직인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고 국비 100%로 초동방역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김필성 지부장은 “업무의 중요성이나 강도에 비해 임금이 너무 적다”며 “온전한 정규직화를 요구해도 본부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부 관계자는 “노조 요구에 따라 초동방역예산 증액을 상급기관에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요구사항에 대해 이제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농림부 관계자에게 요구사항을 담은 정책질의서를 전달했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 부산항 보안 개편 논의에 노동자만 쏙 빠져
부산항만공사 연구용역 중간보고에 노조 배제 … 노조 “인력효율화한다며 일방적 보안체계 개편” (매일노동뉴스 2021.05.14.)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44
부산항 신보안체계 기초연구 단계에서 노동자가 배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부산항보안공사노조(위원장 심준오)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와 부산항보안공사는 지난 12일 오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4차 산업 기반 부산항 보안체계 개편 연구용역 중간보고를 진행하면서 노조 참여를 배제했다. 이 연구용역은 IT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안인력 운영 효율화 방안을 제시하는 목적으로 부산항만공사가 1월18일 발주했다.
노조는 “보안노동자 의견 없는 일방적 보안체계 개편은 히틀러나 할 짓”이라고 비판했다. 12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여객터미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최명헌 노조 사무국장은 “부산항만공사와 부산항보안공사는 노동자 동의 없이 보안체계 개편 용역을 하고 있고, 중간보고 때 노조에 참석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용역은 발주 단계부터 노동자를 제외해 논란이 많았다. 노조가 연구용역 발주를 인지한 것도 연구용역 진행을 위해 연구단이 부산항보안공사 소속 노동자를 인터뷰하겠다고 나선 3월께다. 노조는 당시 “부산항 보안노동자의 고용과 처우에 큰 영향을 미칠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노조에 통보조차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사한 상황이 또다시 되풀이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항보안공사에 노조 참여도 가능하다고 전달했고, 중간보고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노조를 보고 다시 ‘오셔도 좋다’고 의견을 냈다”며 “연구용역을 주관하는 입장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런 내용에 대해 부산항보안공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부산항보안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에 따라 최소 인원으로 중간보고를 진행한다고 노조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합의 혹은 협의를 한 것인지, 참석이 어렵다는 내용을 전달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달했다”고 답변했다. 그렇지만 노조는 이에 대해서도 “공문 혹은 구두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항의했다. 결국 중간보고에 부산항보안공사는 공사 담당자 1명만 참여했다.
이번 용역은 오는 6월께 마무리할 전망이다. 현재 부산항은 신항 개항 이후 구항쪽 부두 폐쇄가 잇따르는 상황이고, 신항쪽 보안을 담당하는 부산신항보안공사는 청원경찰이 아닌 민간 경비노동자를 채용하고 있어 처우가 부산항보안공사보다 열악하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 [예술노동자 평정해고 논란] 40년 경력·대통령상 받은 ‘명창’에 점수 낮아 해고?
주기적 실기 평가 실시, 점수 미달하면 해고 … “평가 기준 추상적, 노조탄압에 악용” (매일노동뉴스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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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부터 경기아트센터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는 이정진(56·가명)씨는 지난 3일 해고예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사유는 “2년마다 실시하는 종합평정에서 2회 연속 기준점수를 미달했고 3개월 후 실시하는 재평정에서도 기준점수에 미달됐다”는 것이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10차례 넘는 평정(시험)을 무사히 넘겼던 그가 기준 미달 점수를 받게 된 시기는 경기문화의전당에 노조를 만들고 활동한 이후부터다. 노조활동을 못 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했지만, 정량적 평가기준보다 평가자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예술단 평정제도 특성상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6월4일 해고일를 앞두고 현재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준비 중이다.
업무능력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평가지표를 근거로 예술노동자를 해고하는 평정제도가 논란이다. 국공립예술단은 대부분 매년·격년 단위로 평정(오디션)을 실시해 일반해고를 가능하도록 하는 내부 규정을 가지고 있다. 예술노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여기는 평정해고를 막을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부 점수 확인도 못했는데, 해고”
17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이정진씨가 일하는 경기아트센터 평정제도는 상시평정과 정기평정으로 나뉜다. 1년에 두 차례 실시되는 상시평정은 성실도·참여도·예능도, 세 개 지표로 부지휘자와 악장이 평가한다. 악장은 1바이올린 리더로 오케스트라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2년에 한 번 시행되는 정기평정은 실기평가로 상임지휘자 한 명과 외부전문가 3명이 평가한다. 경기아트센터는 2년에 한 번 상시평정(60점)·정기평정(40점) 점수를 합산해 종합평정 점수를 낸다. ‘경기도예술단 운영규정’에 따라 종합평정에서 2회 연속 75점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재평정을 한 차례 받을 수 있고 이 시험에서도 기준 점수를 미달하면 경기아트센터는 노동자 해고가 가능하다.
언뜻 객관적인 평가절차가 마련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고노동자 당사자는 상시·정기평정 점수를 확인하지 못한다.
이정진씨는 “평가자에게 상시평정 점수가 나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연습시간에 휴대전화를 보지 않았느냐, 하품을 하지 않았느냐 같은 이유를 댔다”며 “정기평정 평가자가 자신과 음악스타일이 맞지 않아 점수를 낮게 준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사측이 마음만 먹으면 자를 수 있는 평정제도를 고쳐야 한다”며 “과거에 손가락 관절염에 걸렸던 바이올리니스트도 평정 기준점수에 미달돼 해고된 적이 있는데 열심히 해 온 사람을 내쫓는 것이 옳은 제도냐”고 되물었다.
경기아트센터쪽은 “부당해고라는 주장은 노동자 개인 의견으로 286명의 모든 경기도 예술단원의 평정 기준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고 밝혔다. 또 “종합평정 내규에 따라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 최종 평정 내역의 총점만 열람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에 따라 총점을 열람해 줬고, 이 모든 규정은 노사합의에 의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전남도립국악단 부당노동행위 의혹”
평정해고로 논란을 빚고 있는 곳은 경기아트센터뿐만이 아니다. 전남도립국악단 소속으로 2006년 광주임방울국악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철(57·가명)씨도 지난 3월31일자로 해고됐다. 2년 연속 정기평정 결과 ‘가’등급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전남도립국악단 복무규정 21조는 정기평정 점수 60점 미만(정원 5% 이내)의 경우 가등급을 부여하고 ‘가’등급을 연속 2회 이상 받으면 재위촉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했다.
김철씨는 “2006년 대통령상을 받고, 지금까지 40년 동안 국악 생활을 해 왔다”며 “아직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제가 왜 이런 일(해고)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박씨의 해고 과정을 살펴보면 부당노동행위 정황이 적잖다. 박씨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대리하는 홍관희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사무소)는 “연속 가등급이 나온 발단은 2019년 평정제도에 항의하는 쟁의행위로 오디션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당시 오디션을 거부한 조합원의 경우는 승급보류에 해당하는 점수(양·가)를 줬지만, 비조합원은 승급보류를 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홍 노무사는 “또 당시 병가·휴가 등 사유로 오디션에 참가하지 못한 이들은 오디션 기회를 추가로 제공했지만, 쟁위행위를 철회한 조합원들이 오디션 기회를 달라고 요구해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씨 징계는 전남도립국악단 복무규정에도 위배된다. ‘가’등급을 주려면 60점 미만(5%)이어야 하지만, 김씨는 85.1점을 받았다. 국악단원과 고용계약을 맺는 당사자인 전라남도쪽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이 돼 있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부가 지침 마련하라”
공공운수노조는 “10년, 20년 근속한 단원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평정제도는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물론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노동법에도 어긋나는 제도”라며 문화체육관광부에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예술단 중 노사합의로 평정제도에 따른 해고 조항을 삭제한 곳도 있지만, 적잖은 곳이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서용진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예술인의 실기평정은 대개 평가항목이 추상적이고 세부항목이 없어 평정자의 주관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법원은 예술단 기량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평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예술단과 교향악단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도 평정제도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정제도는 단원이 평정권한을 가진 이들에게 잘 보이려 줄서기를 강요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비판했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 공공부문 콜센터 노동자, 정규직화 논의에서 ‘패싱’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만 있는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매일노동뉴스 2021.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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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취임사로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말했잖아요. 노동자가 참여하지 못해 기회와 과정이 공정하지 못한 정규직 전환 논의가 어떻게 정의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나요.”
염희정 서비스일반노조 한국장학재단지회장이 “노·사·전문가 협의회 논의 결과를 당장 바꾸자는 게 아니다”며 한 말이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는 당사자인 콜센터 노동자들이 적어도 자기 고용에 관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삶은 여전히 불안하다. 출범 직후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지만 아직 노동현장 곳곳에는 불안정한 신분을 유지한 채 정규직 전환을 외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기관이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논의기구에조차 참여하지 못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 등으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강조했지만 기관들은 ‘노동자 패싱’으로 일관한다.
“정규직 전환 논의는 간접고용 노동자 처우 문제”
27일 오전 한국장학재단 대표번호 콜센터 노동자들로 구성된 한국장학재단지회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회는 이달 말 콜센터 용역업체 계약갱신을 앞두고 재단에 노·사·전 협의회 재구성을 촉구했다. 고용안정을 꾀하고, 업계 최저수준인 임금을 높이려면 원청인 한국장학재단과 정규직 전환 논의를 해야 한다고 봤다.
지회는 지난해 3개월간의 파업·천막농성 끝에 천막을 거두는 조건으로 재단과 합의서를 썼다. 재단은 “처우개선을 위한 구조적 대책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콜센터 위탁업체와 지난해부터 시작한 임금협상은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위탁업체는 원청 예산을 이유로 임금인상 대신 다른 복리후생제도를 깎겠다고 제안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라 교섭은 한계에 부딪혔다. 고용불안도 문제다. 염 지회장은 “2년마다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이삿짐 싸는 데도 이골이 났다”며 “10년 일해도 다시 신입 수준이 된다”고 토로했다.
2019년 12월 결성한 지회는 지난해 9월 파업 중에 재단이 이미 1년 전에 민간위탁 유지 논의를 끝냈음을 알게 됐다. 2019년 3월 열린 노·사·전 협의회에는 센터장 바로 아래 직급인 용역업체 관리자가 참가했다.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는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협의기구 구성을 “이해관계자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구성하고, 사업장 내 전체 직원에게 협의기구 구성 계획을 공지하라”고 했지만 콜센터 노동자들은 노사전협의회 구성 여부도 알지 못했다.
협의회에 참석한 17명 중에는 재단 정규직이 8명, 재단이 인사노무 자문을 구하는 노무법인의 노무사 1명, 7개 직종 근로자대표 각 1명씩이었다. 지역 체육학과 교수도 1명 있었다. 결국 7개 직종 중 4개 직종만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300명의 콜센터 노동자들은 민간위탁이 유지됐다.
노조 있어도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배제
장학재단 위탁업체에는 노·사·전 협의회 구성 당시 노조나 노사협의회조차 없었다. 노조가 만들어지고 나서야 문제가 불거진 것은 그만큼 협의회가 폐쇄적으로 운영됐다는 증거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달랐을까. 실제 간접고용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배제되는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는 최근 심층사무논의협의회 재구성 과정에서 “지부는 협의회 참여를 요구했지만 공단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노동자 패싱’은 일어난다. 경북도청은 지난 3월 ‘행복콜센터 운영 민간위탁 검토보고서’를 통해 2016년부터 실시한 도내 콜센터 민간위탁을 유지하기로 했다. 심층논의 필요사무였던 콜센터 운영과 관련해서 도청은 지난 3월15일 내·외부 관계자 간 회의를 개최했다. 검토보고서에는 “하루 콜수가 가장 적은 상황에서 직영 운영이 시기적으로 이르기 때문에 민간위탁이 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행복콜센터 노동자들은 회의 결과는커녕 개최 여부마저 알지 못했다. 심지어 행복콜센터 노동자들은 지난 1월부터 도청 앞에서 8개 의제를 놓고 천막농성 중이었다. 의제 중에는 콜센터 노동자 정규직 전환 요구도 있었다. 노조 경북지역지부(지부장 송무근)는 농성 중에도 도청과 대화를 계속했지만 민간위탁 유지 결정에 관해서는 듣지 못했다.
송무근 지부장은 “천막농성을 하며 도청과 실무협의를 해 왔지만 회의 등은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보고서 존재 조차 다른 노조를 통해 알았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경북도청에 타당성 검토를 다시 하라고 전달한 상태다. 지난달 30일 노동부가 경북도청에 보낸 공문에는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에 따라 콜센터 등 심층논의가 필요한 사무는 이해관계자(위수탁기관 노동자, 사업주 등)의견 수렴을 거쳐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절차를 거쳐 타당성 검토를 완료하고, 경북도청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는 민원이 제기된 상황을 고려해 충분한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도록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명시됐다.
정부 가이드라인의 한계, 기관 의지 부족이 원인
‘노동자 패싱’은 정부 가이드라인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희철 희망연대노조 조직국장은 “가이드라인은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의견수렴을 보장하지만, 근로자대표단 구성 관련 세부 지침이 없다 보니 전환 대상자인 콜센터 노동자 대표들의 참여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도 이 같은 한계를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상 이해관계자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의견수렴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실상 기관이 ‘수탁기관의 의견을 들었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민간위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구속력 있게 추진하지 못한 한계가 있지만,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는 기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며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노조가 기관의 협의기구 추진을 잘 감독하고, 동일·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비교해 기관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직영화 논의 진전될까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 정규직·비정규직노조에 참여 제안 … 고객센터 노동자 800명 28일 파업 (매일노동뉴스 2021.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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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 꾸린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가 고객센터 노동자에 최근 협의회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규직노조에도 동일한 제안을 했고 이달 31일까지 두 노조에 답신을 요구했다.
27일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위원을 대폭 교체한 뒤 처음 열린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에서 직접고용 논란의 두 당사자의 동반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일치가 이뤄졌다.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는 지난 25일 “귀 노동조합의 참여를 정중히 요청드린다”며 노조에 공문을 보내 31일까지 회신을 요구했다.
지부는 그동안 직접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에 노조가 추천하는 위원이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전된 변화다.
고객센터 노동자 800명은 28일 파업에 돌입한다. 파업은 7개 지역 12개(서울 3곳·경인 3곳·대전·광주·부산 2곳) 센터 노동자가 동참한다. 대구지회도 지난 24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도 가결됐다.
지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과 4대 보험 관련 공공기관 고객센터 모두 직영화됐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만 직접고용을 미루고 있다”며 “28일을 기점으로 고객센터 직영화 쟁취를 위해 더 가열차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지부는 파업 당일 강원도 원주 공단 정문 앞과 세종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특수고용
○ 화물운송업 노동자 김관우씨
임금삭감, 폭행, 강제휴직 … 고통은 계속된다 (매일노동뉴스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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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회사 노동자 김관우(57·가명)씨는 운전대를 잡지 못하고 있다. 벌써 석 달째 김씨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회사는 2월부터 김씨에게 무기한 유급휴직을 명령했다. 코로나19 때문은 아니다. 그는 회사를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한 게 원인이라고 믿고 있다.
‘탕뛰기’ 전환해 최저임금도 안 줘
운송시 온도 조작 거부했다가 폭행 피해
법인 등기부등본 떼보니 ‘사업장 쪼개기’
노동부 진정 후 징계성 무기한 휴직 통보
김씨는 2008년부터 지금 회사에서 5톤 트럭 화물운송 업무를 맡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세후 200만원 정도 월급을 받았다. 하루 식대 1만원, 통신비 3만원, 일요일 휴일근무수당 5만원을 욱여넣은 돈이다.
그러다 2012년 이른바 ‘탕뛰기’로 전환하면서 월급이 폭삭 내려앉았다. 탕뛰기는 일당·기본급이 아니라 차량 운행횟수에 따라 임금을 주는 방식이다. 회사는 그에게 공동업무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월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140만원, 150만원, 어떨 때는 130만원.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이 들어왔다. 억울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더 열심히 일하면 될 줄 알았다.
2013년 그는 회사에서 강요한 ‘똑딱이 조작’을 거부했다. 직장내 괴롭힘이 시작됐다. 똑딱이 조작은 신선식품과 의약품 운송 과정에서 온도를 조작하는 행위다. 업체 관계자에게 적발된 뒤 “더는 못 하겠다”고 하자 맞았다. 동료 기사가 그를 폭행한 것이다. 합의는 했지만 이후에도 ‘왕따’는 지속됐다.
“가짜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감독관 서류만 보고 문제 없다”
견디다 못한 그는 2019년 회사에 따졌다. 왜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주느냐, 이럴 수 있느냐고.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당신은 노동자가 아니야. 최저임금 안 줘도 돼.”
그는 노동부를 찾아갔다. 근로자 지위 확인에 대한 진정을 제기했다. 근로감독관이 회사에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하고 나서야 김씨는 기본급(최저임금)을 겨우 받게 됐다.
그렇지만 해피엔딩은 오지 않았다. 진정 과정에서 그는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회사는 2억원대 5톤 트럭 9대를 소유·운용하면서 운송기사도 7명이나 뒀지만 ‘5명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돼 근기법을 지키지 않아도 됐다. 김씨를 포함한 운송기사 7명은 서류상으로 회사 4곳에 각각 흩어져 있었다. 그중에는 회사 사장과 이혼한 전 부인 명의로 등록된 회사도 있었다. 같은 일을 하는 화물기사 신분도 일부는 탕뛰기 계약으로, 일부는 ‘알바’로, 일부는 정규직으로 제각각이었다. 그들은 김씨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괜히 문제를 키워서 이 일이라도 못하게 되면 어쩌려고 그러냐.”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가짜 5명 미만 사업장’ 고발을 시작했다. 등기부등본까지 제 손으로 떼어가며 들춰 낸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임을 증명하려 애썼다. 그러다 덜컥 강제휴직 명령이 내려왔다. 회사는 2월15일 카카오톡 메시지로 김씨에게 “거래처에서 불친절, 불성실 사유로 민원이 발생해 기존 거래처와 거래가 끊기고 회사 운영이 어렵다”며 “별도 고지시까지 휴업조치 한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징계나 다름없었다.
김씨는 노동부를 찾아갔지만 근로감독관은 현장실사 한 번 안 하고 그저 서류상으로 5명 미만이라는 것만 확인한 뒤 이 일을 문제 삼지 않았다. 김씨는 “알아 보니 5명 미만 사업장으로 해서 떼먹은 월급만 3천만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5명 미만 사업장이니 이러다 잘려도 항의도 못하겠죠. 얻어맞았을 때나 왕따 같은 괴롭힘 당할 때, 어디 가서 항의하죠? 제발 제도 좀 바꿔 주세요.”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
○ 택배노조 “아파트 저탑차량 배송 대책 촉구” 부분파업 경고
정부중재 따라 파업 돌입 여부 결정 … 확인된 저탑차량 노동자 ‘골병’ (매일노동뉴스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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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가 아파트 택배차량 지상출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택배노동자에게 신체적 부담이 높은 저탑차량 운행을 중지하기 위해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조는 6일 조합원 6천404명을 대상으로(유효 투표권자 5천835명)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다. 투표율 90.8%, 찬성률 77%로 가결됐다. 노조는 이번 파업의 수위와 참가 인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선식품 위주로 배송을 거부하는 부분파업 방식을 택했다. 파업 시작일은 진경호 위원장에게 결정을 위임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정부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중재 의지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해 파업 돌입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파업 참가 인원은 올해 초 단체협약을 체결한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들을 제외해 조합원 2천명 정도다.
“저탑차량 노동자 47%가 근골격계질환 의심”
노조는 이날 ‘저탑차량 택배노동자 근골격계 부담작업 노출 실태 및 증상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노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은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5개 택배사(우체국·CJ대한통운·롯데·한진·로젠) 조합원 3천772명(저탑차량 이용자 3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저탑차량을 쓰는 배송노동자들이 근골격계에 부담을 느끼는 작업 위험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조사했다. 위험 평가 기준은 고용노동부의 ‘근골격계부담작업의 범위 및 유해요인조사 방법에 관한 고시’ 등을 참고했다.
조사 결과 저탑차량 배송노동자 319명 중 즉시 병원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근골격계 질환 의심자는 46.7%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탑차량을 이용해 배송하는 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근골격계 통증을 1개월에 한 번 이상 느끼고 한 번 아플 때마다 7일 이상, 중간 통증보다 더 심하게 경험하는 것이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저탑차량을 운행하는 택배노동자 319명은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른 근골격계 부담작업 9개 항목을 최소 69%부터 최대 93%까지 모두 경험했다고 답했다”며 “(저탑차량 배송은) 해서는 안 될 작업들로, 즉시 개선해야 하고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업에 대한 조사와 개선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택배사·노동부, 저탑차량 배송중지 명령 내려야”
노조는 택배사와 정부에 저탑차량 배송을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 택배사에는 일반 택배차 출입을 금지하는 곳은 배송 불가 지역으로 지정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아파트에 추가 택배요금을 부과해 일반차량으로 아파트 입구까지 배송하고 추가 배달원을 고용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에는 저탑차량 배송에 대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에 착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택배차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 안에서는 안전속도 기준을 정해 택배노동자가 기준 이하로 운행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며 “지자체와 행정관청이 나서 주민과 대화의 장을 만들어 사회적 타협을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 방문노동자 급여 ‘줬다 뺏는’ SK매직
고객이 제품 반환, 렌털비 연체하면 수수료 환수 … “회사의 갑질” (매일노동뉴스 2021.05.13.)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15
신현화(45)씨는 SK매직 서울양천지국에서 5년째 일하는 가전제품 방문점검 노동자(MC·Magic Care)다. 고객 집을 방문해 비데·정수기·공기청정기 등을 점검한다. 신씨의 근무시간은 대중없다.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이르게는 아침 8시부터 늦게는 저녁 8시까지도 고객과의 약속 시간에 맞춰 일을 한다. 20킬로그램이 넘는 점검 가방을 짊어지다 보니 동료들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한 동료는 팔꿈치 관절이 파열돼 퇴사했다. 어깨근육이 파열된 동료, 무릎과 손목·손가락이 뒤틀려 일을 그만둔 동료도 있었다. 신씨도 일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8년에 병원에서 관절염과 섬유근육통 진단을 받았다. 일을 시작하며 병을 얻었지만, 관리자인 조직장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서) 아마 산재가 안 될 것”이라고 해 여태껏 사비를 들여 치료해 왔다. 이전에 다친 동료들도 산재신청을 했다가 포기했다.
신씨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나날이 처우가 열악해지고 있다”며 “특수고용 노동자로서 회사의 여러 부당한 대우를 견디며 노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기본급도 없는데 영업수수료 ‘되물림’
가전제품 생산·렌탈업체 SK매직은 지난해 매출 1조원 돌파하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십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가전렌탈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만큼 성장했지만, 고객과 직접 만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MC들은 열악한 처우를 토로한다.
MC는 매달 부여받는 계정(고객)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기본급은 없다. 월 영업건수 3건을 넘기면 통신·유류·식비 명목으로 월 15만원을 받을 수 있다. 수입은 계정수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가장 큰 문제는 ‘영업수수료 되물림’이다. 회사가 MC에게 지급한 수수료를 환수하는 제도다. 고객이 제품을 반환하거나, 렌털비가 연체되면 MC에게 지급한 영업수수료를 다음달에 빼간다. 회사는 고객에게 위약금도 받고, MC에게 지급한 수수료도 챙겨 손해 볼 일이 없다. 이렇게 회사가 ‘줬다 뺏는’ 영업수수료는 구간별 수당과도 연계돼 매달 최소 4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에 달할 때도 있다. 코웨이는 2019년 노조가 설립되면서 이를 문제 삼아 지난해 ‘되물림’제도가 대폭 개선됐다.
신현화씨는 “최일선에서 어렵게, 또 열심히 영업을 하지만 우리 노력과 상관없이 제품 반환을 이유로 수수료가 환수된다”며 “이 같은 되물림제도는 회사의 갑질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노동자들 노조설립 “되물림제도 없앨 것”
현재 SK매직에는 3천200여명의 MC가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노조를 설립해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에 가입했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 SK매직MC지부(지부장 이영진)는 12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조설립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서울노동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접수했다.
특수고용직 노조인 만큼 설립신고증을 받는 데까지 걸릴 시간과 교섭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동종업계 코웨이 방문점검노동자로 구성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는 설립신고 103일 만인 지난해 5월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코디·코닥은 아직 교섭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이영진 SK매직MC지부장은 “MC가 매달 받는 영업수수료 편차를 줄일 수 있게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고 주말·휴일의 법정 근로시간 외 근로를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며 “수수료 되물림제도 폐지와 같은 처우 개선을 회사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매직 관계자는 “MC들의 노조설립은 정당한 노동권리이므로 회사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 [또 쓰러진 홈플러스 배송기사] 정부, 마트 배송기사 산재보험 적용 “긍정 검토”
노동부 “지난해부터 요구 많아” … 노조 “산재보험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매일노동뉴스 2021.05.17.)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57
홈플러스 온라인 배송노동자가 지난 11일 출근 중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진 가운데 정부가 코로나19로 노동강도가 급격히 증가한 마트 배송노동자들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택배기사와 비슷한 일 하는데 산재보험은 적용 제외
1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마트 배송기사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김규석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전속성 폐지와 함께 마트 배송기사에 대해서도 산재보험 적용을 논의 중이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마트 배송기사를 포함한 여러 직종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산재보험 적용 확대는 매년 검토하는 사항으로 올해도 진행 중”이라며 “다만 마트 배송기사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요구가 많았고,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직종”이라고 말했다.
2012년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산재보험이 당연적용되는 택배기사와 달리 대형마트 배송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원청인 마트, 하청사인 운송사와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한다.
유통업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하면서 대형마트도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안전장치는 부족하다. 자영업자로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산재사고나, 부당계약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마트 배송노동자들의 노동강도도 높아져 산재 위험은 더욱 높아졌다.
서비스연맹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유통·물류산업 노동의 변화와 대응’ 보고서에는 대형마트(홈플러스·이마트·쓱닷컴) 배송기사 64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가 나와 있다. 응답자 중 95%는 “코로나19 이후 배송물량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하루 평균 1.9시간을 더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이 악화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50.8%가 “다소 악화됐다”고, 15.3%가 “매우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11일 쓰러진 홈플러스 배송기사, 과로 추정”
마트 배송노동자들은 원·하청에게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현실에서 산재보험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지회장 이수암)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마트 배송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산재 의심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11일 홈플러스 강서점 온라인 배송기사로 2년째 일한 40대 A씨가 출근 중 뇌출혈로 쓰러져 중태에 빠졌다. 노조는 A씨가 과로로 쓰러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허영호 노조 조직국장은 “A씨 가족은 의사로부터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인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A씨가 최근 가족에게도 ‘일이 많이 힘들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해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특별한 기저질환이 발견되지 않았다.
A씨 동료인 B씨가 이날 편지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점포가 3월부터 휴무제를 변경해 평일 운행 차량이 줄어 배송노동자의 노동강도가 더 높아졌다. 4월부터는 주변 점포 영향으로 배송권역도 넓어졌다. B씨는 “형이 내색하던 사람이 아닌데 최근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3·4월 근무환경이 변해도 우리는 직전에 통보만 받았고, 계약해지를 당할까 봐 거부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의 산재보험 가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는 A씨와 계약을 맺고 일한 운송사 ㈜이편한물류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남겼으나 회신받지 못했다.
이수암 지회장은 “노동자가 허리가 나가고 골절돼도 우리가 마트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산재보험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하루빨리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해당 배송기사는 9일 휴무, 10일 19:45분 배송을 종료하고 다음날 아침 쓰러진 뒤 병원에 이송돼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며 “‘과로로 인한 의식불명’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연 노조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 드라마 현장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좌초’ 위기
노사단체 공동협의체, 출범 2년간 파행 … 기본합의 휴지 조각 될 수도 (매일노동뉴스 2021.05.20.)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903
드라마 제작현장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을 논의해 온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협의체’가 출범 2년 만에 해산 위기를 맞았다. 협의체는 지난 2019년 “방송사·제작사와 스태프는 계약 시, 표준근로계약서를 적용한다”는 기본 원칙에 합의한 뒤 세부적인 노동조건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참여단체 간 갈등으로 드라마 현장에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한다는 기본 원칙에 대한 논의도 원점으로 돌아갈 상황에 놓였다.
논의 내용 공개 놓고 제작사협회·지부 간 ‘책임공방’
19일 협의체에 따르면 협의체는 2019년 12월부터 약 4개월간 논의를 중단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다시 멈춘 상태다.
2019년 6월 출범한 협의체에는 지상파 방송사인 KBS·MBC·SBS와 언론노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기영)가 속해 있었다. 출범 한 달 뒤 SBS가 지상파 산별협약에서 탈퇴함에 따라 협의체에 불참했고, MBC도 올초부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두 지상파 방송사는 협의체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지상파 방송사를 대표한 KBS·언론노조·제작사협회와 방송스태프지부가 논의에 참여한다.
표면적인 갈등은 제작사협회와 지부 간 ‘파행 책임 공방’이다. 방송스태프지부가 조합원들에게 논의 중인 내용을 공개하자 제작사협회가 문제 삼았다.
제작사협회측은 “논의 중인 내용을 확정된 것처럼 공개한 희망연대노조에 귀책 사유가 있다”며 “지난달 지부는 (드라마 제작현장 장시간 노동에 대해 비판한) 기자회견에서도 협회에 책임을 물었지만 협회가 (협의체) 중단을 먼저 선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부는 제작사협회가 그간 주요한 논의 시점마다 시간만 끌어 왔다고 반박한다. 김기영 지부장은 “내부적으로 표준근로계약서 초안에 대해 의견접근을 이룬 상태였는데 (노조가 조합원과 내용을 공개했다고) 제작사 협회가 책임을 떠넘기며 논의를 보이콧했다”며 “협의체를 먼저 파기하는 데 부담을 느낀 제작사협회가 시간만 끌다가 기자회견 내용 등을 꼬투리 잡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근로계약 전면도입이 싫은 사측”
제작사협회 “기술스태프 사용자는 팀장”
언론노조와 방송스태프지부는 근본적인 갈등은 2019년 합의된 기본 원칙을 협회가 번복한 데 있다고 주장한다. 협의체는 2019년 △드라마 제작현장 노동시간단축 △방송사·제작사와 스태프가 계약시 표준근로계약서 적용 △제작 현장별로 종사자협의체 운영에 합의해 출범했다. 여기서 스태프는 제작·연출·촬영 스태프뿐 아니라 기술 스태프 등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제작사협회는 일부 스태프에 한해서만 제작사·방송사와 근로계약을 맺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작사협회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2019년 7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조명·그립·동시녹음 스태프들의 사용자는 팀장급 스태프라는 입장”이라며 “법적으로 하도급이 허용돼 있는데 기술 스태프까지 방송사와 제작사한테 근로계약을 맺자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협의체 간사 역할을 해 온 최정기 언론노조 총무국장은 “제작사협회가 본합의에 이를 상황이 되자 협의체 존속 이유인 ‘근로계약 전면 적용’ 원칙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협의체 논의를 무산시켰다”며 “팀장급 스태프는 제작사와 방송사의 요청에 따라 팀원을 꾸려 사용자가 돼 계약을 체결(턴키)하게 되는데, 이는 재벌 대기업이 인사노무관리 책임을 회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협의체 내 갈등은 잦아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1일부터 5명 이상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전면 도입됨에 따라 지부는 제작현장 내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에 대해 법적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김기영 지부장은 “드라마 제작을 많이 하는 주요 방송사와 제작사를 중심으로 근로계약 도입을 요구할 것”이라며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에 대해서도 법적인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 코웨이 정규직·특수고용직, 공동임금교섭 요구한다
3개 직군 공동투쟁본부 결성 … 특수고용직 코디·코닥 교섭 성사 여부에 관심 (매일노동뉴스 2021.05.24.)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961
박정은(50)씨는 15년차 베테랑 ‘코디’다. 생활가전업계 1위 기업인 코웨이에서 “고객들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방문점검·판매원으로 일해 왔다. 박씨는 지난 2019년 노조에 가입하게 된 계기를 “말이 안 되는 처우를 받고 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같은 지국에서 일하는 동료의 30%는 50대 여성으로, 15년 이상 함께 일했다. 이들은 평일 하루 11시간 가까이, 주 6일을 꼬박 일해도 적게는 180만원 남짓 번다. 영업을 많이 성공시킨 달에는 월 수입이 300만원 정도일 때도 있지만 “평균이 될 수 없는 사례”다. 영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을 뺀 순수입은 수수료의 70% 정도다. 무거운 짐을 들고 고객의 집을 찾느라 허리·무릎·손가락·팔목 아프지 않은 곳이 없지만 기본급 없는 수입은 그를 더 일하게 만든다.
고객들은 회사 로고가 적힌 옷을 입고, 회사 이름이 쓰여진 명함을 건네는 그를 당연히 코웨이 직원이라고 여긴다. “기름값은 당연히 주죠?”라고 묻는 고객의 물음에 말 끝을 흐린 적이 적지 않다. 회사와 업무위탁계약을 맺으며 일하는 그는 “15년 넘게 일하며 코웨이 직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고객과 직접 만나 제품을 설명하고 회사의 가치를 높인 우리에게 유류비 지원과 어느 정도의 기본급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개 노조만 단협 체결
임협으로 나머지 노조 교섭 유도
코웨이 방문·판매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지 1년이 되도록 회사와 단체교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공동투쟁본부는 24일 코웨이에 임금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지난 1일 결성한 투쟁본부는 노조 코웨이지부(CS닥터·설치수리기사)와 코디·코닥지부, 영업관리직인 CL지부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8월 단체협약을 체결한 코웨이지부는 올해 임금교섭을 할 차례다. CL지부는 단협을 체결하지 못했다. 사측이 지난해 정규직으로 이뤄진 코웨이지부와 단협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같은 정규직인 CL지부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쟁본부는 보충교섭 방식으로 CL지부의 임금교섭을 제안한다.
문제는 방문점검·판매원으로 구성된 코디·코닥지부다. 지부는 지금까지 18차례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들이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코디·코닥지부는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을 확인받았다. 방문판매 노동자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코웨이는 중노위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조가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코디·코닥지부 교섭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노동자성 인정 잇따르는데, 사측은 어깃장
코디·코닥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행정관청 결정은 계속 나오고 있다. 서울지노위는 이달 4일 코디·코닥지부가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사측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것이다. 코웨이는 “서울지노위의 이번 판정을 존중하며, 판정 취지와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 향후 단체교섭에 대한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관악지청은 지난 3월 코웨이를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시정지시’를 내렸다. 지부는 “코웨이가 선거를 거치지 않은 근로자대표를 노사협의회·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석시킨다”며 노조법·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제기한 바 있다.
이현철 가전통신서비스노조 공동위원장은 “코웨이는 정부도 인정한 코디·코닥의 노동자성을 계속해서 부정하고 단체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며 “사측의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공동투쟁본부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 현금영수증 무조건 발급 지시하더니 조합원만 중징계 (매일노동뉴스 2021.05.25.)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977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가 가스검침원에게 행한 징계가 과도하다는 행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동자들은 회사에 법원 판결 이행을 요구했다.
24일 경남일반노조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는 지난 13일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경남일반노조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지회는 이날 오전 창원 성산구 경남에너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는 행정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는 도시가스 관리대행업을 하는 회사다. 가스검침원들이 소속돼 일하고 있다.
부당해고 논란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는 2019년 5월 지회 조합원 4명을 징계했다. 1명은 해고, 나머지 3명은 강등과 감봉·승급정지 처분을 했다. 가스검침을 한 가구에서 대금을 받고 현금영수증을 발급했는데, 고객 명의가 아니라 노동자나 노동자 지인 명의로 현금영수증을 허위로 발급받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문제는 현금영수증 허위발급이 회사 지시와 묵인하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경남에너지중부고객센터는 노동자들에게 현금영수증을 100% 발급하라고 지시했다. 검침원들에 따르면 고객들은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고 현금영수증에 노동자들의 전화번호를 입력할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검침원들은 발급 업무의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관리자는 “본인 번호를 넣든지 아무 번호나 넣든지 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2016년 7월부터 2019년 1월께까지 2천318회에 걸쳐 2천500만원 상당의 현금영수증이 이 같은 방식으로 발급됐다. 회사는 같은 일을 저지른 비조합원 직원들에게는 견책 징계만 내렸다.
검침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경남지노위는 2019년 11월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절차도 적법하나 징계양정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부당징계 판정을 내렸다. 회사와 노동자들은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2020년 2월 중노위는 부당징계라는 초심 판정을 유지했다. 회사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회사 주장을 기각했다.
해고 당사자인 이관희 지회 사무장은 “2018년부터 회사 갑질과 군대식 문화를 바꿔 보겠다고 노조를 조직하자 교묘하게 괴롭혔다”며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행정소송 결과를 놓고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해 아직까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임세웅 기자 imsw@labortoday.co.kr
○ 방송작가 부당해고 MBC, 원직복직 대신 이행강제금 선택
방송작가 A씨 “MBC, 작가들 사지로 내몰았다” (매일노동뉴스 2021.05.26.)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992
MBC가 보도국 방송작가를 노동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무시하고 벌금이나 마찬가지인 이행강제금을 내는 쪽을 선택했다.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MBC는 중노위가 판정서에서 이행기한으로 명시한 지난 20일까지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MBC는 중노위가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노동자를 복직시켜 급여를 주는 대신 구제명령 미이행에 따른 벌금을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노동위는 이행기한까지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2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11월19일부터 강제금은 3천만원으로 인상된다.
중노위는 지난 3월 방송작가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초심 판정을 취소하고, MBC에 방송작가 2명을 원직복직하고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MBC는 지난달 30일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MBC쪽은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노동위원회 초심과 재심이 입장을 달리하고 있고, 중노위 재심판정의 경우 몇 가지 사실관계의 오인에 기반한 면이 있으며, 본 사건의 결과가 미칠 방송산업계에의 영향 등을 감안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MBC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과 별개로 구제명령을 이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방송작가의 첫 노동자성이 인정된 판정인 만큼 사회적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중노위 사건을 대리한 김유경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MBC 보도국 내에서만 50여명의 작가가 있어 사측이 이번 사건을 해고자 2명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고 여긴 듯하다”며 “MBC가 주변 작가와 노동자들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고 당사자인 작가들은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방송작가 A씨는 “프리랜서로 일했기 때문에 퇴직금이나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실업기간이 계속 길어지고 있다”며 “프리랜서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MBC의 이번 결정은 우리를 정신적·육체적·경제적 사지로 내몬 것”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MBC는 (최초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이번 중노위 결정을 단신으로도 보도하지 않았다”며 “고 이재학 PD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청주지법 판결과 방송작가에 대한 중노위 판정에도 반성하지 않는 언론의 태도에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MBC는 “임시로 복직시킨 후 향후 소송에서 중노위 판정이 취소되는 경우 또 다른 법률적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점, 중노위 판정문에는 단순히 두 재심 신청인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다’라고만 판단할 뿐 어떠한 형태의 근로자로 인정해야 하는지 명확히 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의 사정을 고려했다”며 “향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확정된 후 그에 따르고자 한다”고 답변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 “제가 왜 사업자인가요” ‘가짜 3.3’에 우는 노동자들 (한겨레 2021.05.12.)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994874.html
산업재해
○ 새 업무 투입 하루 만에 목숨 잃은 스물셋 청년
평택항서 300킬로그램 컨테이너에 깔려 숨져 … 유족 “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매일노동뉴스 2021.05.07.)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719
스물세 살 청년 하청노동자가 경기도 평택항에서 지난달 22일 300킬로그램에 달하는 컨테이너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전 안전교육이나 별도 안전장치 없이 접이식 컨테이너인 FR컨테이너 위를 정리하던 중 발생한 사고다. 유족과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원청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게차 작업 중에 나무 잔해 정리”
6일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평택항 신 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업 과정에서 전반적인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했다. 대책위는 경기공동행동·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를 비롯한 13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대학 3학년생인 이선호(23)씨는 2019년 12월부터 하역사 ㈜동방의 하청업체 ㅇ사 소속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평택항으로 출근한 그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날은 컨테이너 안 동·식물 검역을 주로 하던 그가 FR컨테이너 관련 업무에 처음 투입됐다.
FR컨테이너는 특수 컨테이너의 일종으로 6면이 닫힌 일반 컨테이너와 달리 윗면과 좌·우 벽면이 트여 있다. 일반 컨테이너에 싣지 못하는 대형기계장비 등의 수출선적에 주로 이용된다. 사용을 완료한 컨테이너는 하단 안전핀을 빼 앞뒤 벽을 접어 보관한다. 이씨는 재해를 당한 날 안전핀을 뺀 뒤 컨테이너 위 홈에 있던 나무 잔해를 제거하는 일을 했다.
문제는 지게차를 이용해 벽을 접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대책위는 “반대편 날개가 접히면서 발생한 진동 탓에 이씨 부근에 있던 날개가 함께 접혔다”며 재해 상황을 설명했다.
화물업계에 따르면 양쪽 벽면에 안전핀이 빠진 상태로 지게차가 충격을 줄 경우 반대쪽 벽면 또한 반동으로 접힐 수 있다는 위험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하지만 안전교육과 안전매뉴얼 부재가 화를 불렀다.
동방 관계자는 “아침마다 안전교육을 하고 서명을 하지만, 해당 작업과 관련해 위험성 평가를 하거나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작업이 이뤄졌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비용절감 위한 외주화, 인력 충분히 고용 못하는 구조”
예견된 재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FR컨테이너를 접거나 세척·검수·수리하는 업무는 컨테이너를 소유한 선사 몫이다. 그런데 대부분 선사는 용역업체에 이 컨테이너 관리업무를 맡긴다. 동방은 선사의 부탁으로 3~4년 전부터 이 업무를 수행해 왔고, 하청업체에 업무를 맡겼다.
20년 넘게 화물노동자로 일해 온 김근영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인천지역본부장은 “선사가 최저입찰제로 입찰을 받다 보니, 충분한 인력 고용이 불가능하다”며 “한 사람이 현장에서 점검작업을 하고 있다면, 누군가는 안전관리 역할를 수행해야 하지만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FR컨테이너의 경우 일반 컨테이너보다 작업 과정에서 위험성이 커 안전교육을 시킨 뒤 2인1조로 작업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씨는 원래 동식물 검역을 맡았지만, 지난 3월1일부터 FR컨테이너 관련 업무도 추가로 떠안게 됐다.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통폐합이 있었다고 대책위는 판단했다.
동방 관계자는 “‘번들 작업’은 컨테이너 안 이물질 제거와 양쪽 벽면을 접어 3·4단으로 접어 올리는 모든 작업을 통칭한다”며 “(재해자에게) 해당 업무를 시킨 것이 사실이지만 원청 직원이 직접 현장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경찰 조사를 받고 사고 책임을 지겠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유족과 대책위는 △중대재해조사보고서 공개 △평택해양수산청 등 유관기관의 재발 방지 대책 △평택항 내 동일·유사 공정 작업중지와 특별근로감독 실시 등을 요구했다.
현재 고 이선호씨의 유족은 재해조사 과정에 유족과 유족 추천 전문가 참여를 보장하며 13일째 평택 안중 백병원장례식장에서 빈소를 유지하고 있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 [노동부 집중감독 3개월 만] 현대중 또 중대재해, 하청노동자 추락사
2006년부터 일했는데 생전 마지막 계약서는 한 달짜리 … “복잡한 하청구조 개선해야” (매일노동뉴스 2021.05.10.)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741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원유운반선 약 13미터 높이 작업현장에서 하청노동자 장아무개(40)씨가 추락해 숨졌다. 지난 2월 현대중공업 직원이 2.6톤짜리 철판과 받침대 사이에 머리가 끼여 숨지면서 고용노동부가 집중감독을 실시했는데도 3개월 만에 또다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9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8시40분께 현대중공업 9도크에서 건조 중이던 원유운반선 3번 COT탱크 상부에서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장씨가 13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용접용 도구를 가지러 가기 위해 탱크 위로 올라가다 미끄러져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 있던 화재감시자가 추락하는 장면을 보고 회사 안전과에 연락을 취했다. 장씨는 울산대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오전 9시30분께 숨을 거뒀다.
장씨는 2006년부터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여러 곳을 옮기며 일했다. 현 소속 업체인 ㄱ기업에는 지난 2월 말 입사했다. 장씨가 소속된 ㄱ기업은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현대중공업과 건조·용접·취부작업에 대한 단기계약을 맺은 것으로 지부는 확인했다. 이러한 단기계약 형태의 고용구조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업무에 숙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생산일정에 맞춰 급박하게 업무에 투입되면 안전사고가 날 위험도 클 수밖에 없다.
지부 관계자는 “2주에서 한 달 단위로 계약을 맺는 단기공사팀은 시설 긴급교체 같은 업무에 주로 배치됐는데 최근 용접이나 조립 같은 생산업무에도 이러한 형식의 계약형태가 발견되고 있다”며 “재하도급 방식의 물량팀을 우회하려는 목적으로 보이는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한다는 점에서 물량팀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노동부가 감독을 해도 결국 안전시설·장비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에 ‘뒷북’조치밖에 취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하청노동자의 고용구조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5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조립1공장에서 크레인 작업 중 무게 2.6톤짜리 철판이 흘러내리면서 용접작업을 준비하던 강아무개(42)씨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강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노동부는 울산지청 5개 팀 이상을 투입해 같은달 8일부터 19일까지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집중감독을 실시했다.
어고은 기자 ago@labortoday.co.kr
○ 고 이재학 PD, 청주방송 노동자로 인정받았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2심서 승소 … 방송업계 가짜 프리랜서 고용 제동 걸리나 (매일노동뉴스 2021.05.14.)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34
CJB청주방송에서 프리랜서로 14년간 일하다 해고된 고 이재학 PD가 법원에서 청주방송의 노동자로 인정됐다. 고용노동부에 이어 법원도 청주방송 프리랜서 PD를 직접고용 노동자로 간주하면서 방송업계의 프리랜서 고용 관행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청주지방법원 2-2민사부는 13일 오후 고 이재학 PD의 소송수계인인 유족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고인이 청주방송 노동자라는 점과 부당해고 당한 것을 인정했다. 피고인 청주방송에게는 해고 후 사망까지 고인이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21개월간의 임금상당액을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청주방송 프리랜서 PD인 고 이재학 PD는 비정규직 동료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다 2018년 4월 해고됐다. 이후 청주방송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고인은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CJB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진상규명·책임자처벌·명예회복·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승소를 알렸다.
고인의 동생인 이대로씨는 “안타깝게 형은 세상을 떠났지만, 형이 그토록 원하던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억울함이 밝혀졌다”며 “이번 판결이 선례가 돼 방송·미디어 노동자에게 힘이 되고, 방송산업의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쳤으면 한다”고 밝혔다.
원고를 대리한 이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는 “1심 소송 과정에서 사측은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했고, 또 법원은 그런 사측 행태에 편승해 판결을 선고했다”며 “2심 재판부는 사측의 행태와 1심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여전히 청주방송 이사진 일부는 고인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그와 같은 발언을) 중단하고, 상고심을 포기해 남은 미이행 합의안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유족·언론노조·대책위·청주방송은 지난해 7월 △고인 명예회복 △해고 책임자 조치 △사내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등을 합의한 바 있다.
청주방송이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사측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원고가 내민 증거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지난해 6월 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하고 고인이 청주방송의 노동자이고 부당해고 당했다는 점을 규명했다.
최근 노동부도 CJB청주방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청주방송 프리랜서 PD와 방송작가 상당수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결론내렸다. 지상파 방송 3사 보도·시사교양 담당 방송작가에 대해서도 근로감독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 ‘평택항 산재사망’ 5대 항만 합동 점검·감독
고 이선호씨 일 시킨 ㈜동방도 포함 … 실태조사 병행, 항만하역작업 제도개선 추진 (매일노동뉴스 2021.05.17.)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61
정부가 5대 항만과 평택항에서 일하다 숨진 이선호씨에게 일을 시킨 ㈜동방 사업장을 대상으로 합동 점검·감독에 들어간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와 해양수산부·경기도는 합동으로 17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부산항·인천항·여수광양항·울산항·평택항을 대상으로 점검·감독을 한다. 5대 항만에 동방 지사가 있으면 해당 사업장도 감독에 포함한다. 동방은 지난달 평택항에서 일하다 숨진 고 이선호씨를 인력공급업체로부터 공급받아 실제 사용한 업체다.
정부는 점검·감독에서 선박과 선창 사이의 통행설비 설치 여부 등 통행설비 설치 적정성과 하역운반기계 이동·작동에 따른 흔들림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와 위험기계기구 관련 안전·보건 조치 여부, 안전보건교육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의무이행을 확인한다. 위반 사항을 확인하면 사법처리 한다. 현장 실태를 파악해 안전한 항만하역작업을 위한 부처 합동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이씨와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보건공단과 경기도는 불시현장점검을 하고, 안전수칙을 잘 지키지 않은 현장을 발견하면 노동부 감독으로 연계한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노동부·해양수산부·경기도·평택시·경찰청·안전보건공단이 참여하는 평택항 사망사고 관계기관 합동TF를 설치·가동한다. 박화진 노동부 차관이 팀장을 맡아 활동을 책임진다.
제정남 기자 jjn@labortoday.co.kr
○ 20년 경력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 추락 사망
하청 사망사고 경고받은 지 3개월 만에 재발 … 노동부 특별감독 준비 (매일노동뉴스 2021.05.21.)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924
20년 경력의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해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조만간 삼성중공업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에 들어간다.
20일 노동계와 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3도크 컨테이너선 엔진룸에서 일하던 문아무개(50)씨가 10미터가량 높이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사고 후 인근 병원에 후송됐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이날 오전 끝내 숨졌다.
고인은 20년 경력의 배선 노동자로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인 ㄷ기업 소속이다. 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선박 공사현장에 대해 이날 작업중지를 명령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좀 더 살피고 작업중지 범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범위를 넓힐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별감독도 준비한다. 감독 대상은 고인이 소속된 ㄷ기업은 물론 원청인 삼성중공업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노동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0년 하청노동자 사고사망 비중이 높은 5개 원청사업장’ 명단에 포함된 기업이다. 지난해 원청노동자 산재 사망사고는 없었는데 하청노동자 1명이 산재로 숨졌다. 산재 발생 경각심을 높이고 산재예방 조치를 유도하기 위해 명단을 공표했는데 이날 사고가 또 발생했다.
제정남 기자 jjn@labortoday.co.kr
○ 콜센터 노동자 10명 중 8명은 우울증 위험군
공공운수노조 1천397명 실태조사 결과 발표 … “업무환경 개선하려면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매일노동뉴스 2021.05.26.)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996
콜센터 노동자 10명 중 8명이 우울증 위험군이라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6명(62.4%)은 1일 평균 20분 미만 휴게시간을 보장받고 있다고 답해, 코로나19 시기 필수노동자인 상담노동자에게 1시간마다 5분 또는 2시간마다 15분 휴식을 권고하는 정부 지침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공공운수노조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콜센터 노동자 1천397명을 실태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연금공단·건강보험공단·가축위생방역본부·정부민원콜센터·철도공사·국민은행 상담노동자가 설문에 참여했다.
우울증 위험도는 우울증 평가척도인 ‘PHQ-2’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우울증 위험군은 전체의 80.3%였다. 총점 6점 중 2점 이상을 받으면 우울증 위험군에 속한다. 반면 2점 미만을 받은 정상군은 19.7%에 그쳤다.
휴게시간이 적을수록 우울증 척도가 높게 나타났다. 5분 미만 휴식을 취한 노동자는 우울증 평가지표가 2.93이었던 반면, 20분 이상 30분 미만은 2.67로 우울증 지표가 다소 낮아졌다. 1일 평균 휴게시간은 10분 이상~20분 미만(25.2%), 5분 미만(20.7%), 20분 이상~30분 미만(20.1%), 30분 이상~1시간 미만(17.5%), 5분 이상~10분 미만(16.5%) 순으로 나타났다.
상담노동자들은 휴게시간과 원청의 직접고용을 통해 업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춘영 노조 국민연금서울콜센터지부장은 “폭주하는 전화량과 불만민원의 과중한 업무량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잠깐의 휴식시간이 절실하다”며 “시대는 변해 업무량은 현저히 늘었는데 응대율과 평가기준은 이전과 동일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숙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은 “직영화·직접고용을 통해 작업환경 개선, 인력충원, 휴식 보장 등 노동조건 개선을 해야 한다”며 “운영과 평가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고객센터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지인 전 건강한노동세상 사무국장은 “하루에 응대해야 하는 고객의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불만과 언어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감정노동의 강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작업환경의 개선은 전적으로 원청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공공기관이 고객센터를 직접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 ‘일용직 백화점’ 항만, 재해 빈발 이유 따로 있다
항만노동자들, 정부 합동점검 효과 ‘글쎄’ … 암행감찰? “봉고차 타고 한 바퀴 휙 돌고 갔다” (매일노동뉴스 2021.05.26.)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989
지난 23일 부산항운노조 소속 조합원 A씨가 부산신항에서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중 42톤 지게차에 깔려 숨을 거뒀다. 스물셋 청년 비정규 노동자 이선호씨가 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업무 중 재해로 숨진 지 한 달 만이다.
정부는 이선호씨의 황망한 죽음으로 비판여론이 일자 지난 17일 5대 항만 합동점검에 돌입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점검 방법과 범위를 두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논란에 등 떠밀려 시행되는 일회성 점검이 아닌 근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 노동자가 일용직으로 고용돼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업무에 투입되는 상황을 개선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14년째 일용직, 일당 10만원 남짓”
백열등에 의존 깜깜한 선박 안에서 일해
인천항에서 일하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모여 만든 인천항민주노조협의회가 25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항3부두 출입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만노동자 안전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야드트레일러(YT) 기사로 일하는 이태경 인천지역일반노조 YT지부장은 “문제는 무분별한 일용직 사용”이라며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YT 기사는 한진·선광 같은 하역사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로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고, 야적장으로 컨테이너를 옮기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태경 지부장은 “38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업체는 31명을 쓰고, 나머지는 일용직으로 충원한다”며 “일용직 노동자에게 하는 안전교육은 없다”고 말했다.
인천신항에서 일용직으로 14년째 일하고 있다는 전창환 인천일반노조 항만지부장에게 퇴직금은 언감생심이다. 매일매일 다른 하역사와 일일계약을 맺어 일한 뒤 10만원 남짓한 일단을 손에 쥔다. 전 지부장은 “위험한 곳에서 일하니 사고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하역사는 산재보험료율이 올라갈까 봐 산재를 신청하지 않고, 공상처리한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원목·고철·석탄·시멘트 등 선박이 싣고 온 물품을 컨테이너에서 빼내는 일을 한다. 포클레인·지게차 같은 대형중장비가 수시로 움직이는 깜깜한 선내에서 중장비 불빛과 높은 곳에 희미하게 빛을 내는 백열등에 의지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헤드랜턴이나 손전등은 지급되지 않는다.
이들은 정부의 합동점검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인천항 노·사·정 공동인력관리위원회 사무국은 지난 14일 “해양수산부에서 항만 암행순찰 강화로, 현장에서는 안전조끼·안전화·안전모를 착용해 주시고, 직원의 통제에 협조해 주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를 일용직 노동자에게 전송했다.
조정재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인천지역본부 사무국장은 “암행감찰이라고 하는데, 이미 다 알고 있는 듯했다”며 “사전에 정리를 싹 해 놓고, 봉고차 타고 항만을 한 바퀴 휙 돌고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 노동자, 사내하청 노동자, 거기에도 끼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지 물어봤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 인천북항 어두컴컴한 선박 안에서 일용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 인천일반노조 항만지부>
“중대재해 발생한 부산신항 배후단지는
정부 점검 대상에 미포함”
정부의 5대 항만 점검 계획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근영 화물연대본부 인천지역본부장은 “정부는 현재 항만 위주로 점검을 하는데, 항만만 점검해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부산신항 사고는 부두에서 거리가 떨어진 컨테이너 야적장(ODCY)에서 났다”고 말했다.
정부 점검 대상은 5대 항만(부산항·인천항·여수광양항·울산항·평택항)과 그곳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하는 23개 운영사다. 지난 23일 부산신항에서 지게차에 깔려 숨진 부산항운노조 소속 조합원 A씨가 일한 곳은 정부 합동점검 대상이 아니다. A씨는 사고 당일 부산신항 웅동배후단지에 위치한 팬스타신항물류센터에서 일했다. A씨는 컨테이너 안 물품을 빼내는 작업을 했는데, 항만 내 일용직 노동자가 하는 업무와 동일하다. 위험한 작업공간이 분명한데도 부산신항 웅동지구에 위치한 탓에 이번 점검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나머지 항만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배후단지 물류업체의 고용구조는 일용직 노동자가 넘치는 항만과 판박이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사고가 난 배후단지 물류업체 대부분이 정규직 인원을 최소화하고 70~80% 인력을 일용직으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 물류업체가 배후단지에 들어오려면 입찰을 거쳐야 하는데, 입찰 당시 계획했던 고용창출 계획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후단지 물류·제조업체의 경우 항만공사에 임대료를 내고 해당 부지를 이용하는데, 입주하려면 건설기간과 전체 운영기간 중 정규직·비정규직 고용창출 계획을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번 재해가 발생한 팬스타신항물류센터는 2012년 5월부터 부산신항 웅동지구에 들어왔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부산항 같은 경우는 노사정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안전상설협의체가 있어서 현장점검을 한 번씩 나가는데 배후단지에는 이런 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중대재해 발생사업장(팬스타신항물류센터)에 대해서는 해당 지청에서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감독을 별도로 실시한다”며 “점검인력의 한계도 있어, 일단 점검을 해 보고 결과를 놓고 (추가점검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 화물노동자 300킬로그램 파지더미 깔려 의식 잃어
화물연대본부 “금지업무인 문 개폐 작업 중 사고” … “업무 외 작업 위험 우려 현실 됐다” (매일노동뉴스 2021.05.27.)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037
화물노동자 A씨가 컨테이너 문을 개방하던 중 300킬로그램에 달하는 파지더미에 깔려 의식을 잃었다. A씨는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위중한 상태다.
26일 조치원소방서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전남지역본부(본부장 조원영)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고는 이날 오전 9시20분께 세종시 조치원 쌍용제지 공장에서 파지 하차작업 중 발생했다. A씨가 문을 열자 컨테이너에 실려 있던 각 300킬로그램의 파지더미 2개가 떨어졌다. 하차 장소가 내리막길로 애초 컨테이너 안 물품이 기울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원영 본부장은 “파지더미에 밴딩처리가 돼 있지 않은 데다 하차작업 중 쌍용제지 안전담당자도 없었다”며 “혼자 작업하던 중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조 본부장은 “화물노동자는 컨테이너 문 개폐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관행적으로 이뤄진다”며 “잘못된 지시로 조합원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컨테이너 문 개폐 작업은 안전운임 부대조항에 따라 화물노동자가 수행해서는 안 되는 작업으로 취급된다. 국토교통부는 “컨테이너 문을 개방해 내부를 검사하거나 청소하는 작업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있다면, 화주 등은 차주에게 수행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유권해석을 했다.
화물연대본부는 문 개폐·세척작업 등 화물노동자의 업무 외 작업 강요를 막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 한국해운협회에 공문을 보내 교섭을 요구했지만 정부 부처와 관련 협회는 묵묵부답이다.
A씨의 경우 수출입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화물노동자로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 300킬로그램 파지더미 깔린 화물노동자 결국 숨져
화물연대본부 “운송 외 업무 강요로 화물노동자 사고 반복” … 올해만 한국보랄석고보드 사고 이후 두 번째 (매일노동뉴스 2021.05.28.)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3051
지난 26일 컨테이너 문을 열다 떨어진 300~500킬로그램 파지더미에 깔려 의식을 잃었던 화물노동자가 결국 숨을 거뒀다. 운송 업무 외 작업 중 사망사고는 지난 3월 한국보랄석고보드에서 하차작업을 돕던 화물노동자가 석고보드에 깔려 숨진 이후 2개월 만이다.
27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9시20분께 일어난 사고로 병원에 후송된 장아무개(52)씨가 이날 오전 12시15분께 사망했다.<본지 2021년 5월27일자 3면 “화물노동자 300킬로그램 파지더미 깔려 의식 잃어” 기사 참조> 화물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망한 화물노동자는 자신의 업무가 아님에도 회사의 요구로 하차 준비 작업을 수행하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본부에 따르면 사고로 숨진 장아무개씨는 자녀 셋을 둔 가장으로, 광양항에서 파지더미가 담긴 컨테이너를 싣고 세종시 조치원에 위치한 쌍용C&B(옛 쌍용제지)로 이동했다. 하차 작업을 위해 컨테이너 문을 열던 중 낙하한 폐지더미에 깔렸다. 장씨는 사고 직후 119에 의해 응급실로 후송돼 장기손상, 대퇴부 골절 등으로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사고 이후 현장훼손 논란도 일고 있다. 본부는 “사고가 난 이후 회사가 컨테이너 안 파지더미를 하차하고, 재해자 화물차량을 사고현장에서 이동시켰다”며 “CCTV가 2일 전부터 망가져 구급차량이 온 뒤 영상만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본부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고시에서는 컨테이너 문 개폐를 화물노동자에게 시킬 수 없는 운송 외 업무로 규정하지만 현장에서는 화물노동자에게 문 개방과 하차작업을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 “부처 이기주의로 건설노동자는 오늘도 죽는다”
건설연맹 “건설안전특별법 즉각 제정하라” 촉구 (매일노동뉴스 2021.05.21.)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933
건설연맹이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연맹은 2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이견으로 국회에서 9개월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며 “건설노동자 목숨보다 부처 간 업역을 우선하는 게 ‘노동존중’을 외치는 정부 모습이냐”고 따졌다.
발주자에 적정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을 보장하고 사업자를 선정할 때 가격뿐 아니라 안전관리 역량도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의 건설안전특별법은 지난해 9월 발의됐다.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같은 산재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원청이 안전관리를 책임지도록 하고 위반시 최고경영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그런데 국토부와 노동부가 이견을 보이면서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홍순관 건설기업노조 위원장은 “산재사고 대부분은 돈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1년 전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도 발주처는 물류창고를 빨리 지어 돈을 벌고자 했고, 그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원·하청 건설사들은 공사를 서두르게 되면서 결국 노동자만 희생됐다는 것이 홍 위원장 주장이다. 그는 “공사가 시간에 쫓기고 있는데 안전관리를 이유로 공사를 중지할 안전관리자가 어디 있겠냐”며 “자신의 회사에 피해를 주면서 공사를 중단할 수 있는 안전관리자는 대한민국에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발주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빠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건설 산재를 막기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연맹은 “건설노동자 안전은 ‘나 몰라라’ 하면서 부처 이기주의로 건설안전특별법 논의가 되지 않는다면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
○ [중대재해처벌법 사각지대] 50명 미만 사업장 주치의 ‘근로자건강센터 개편’ 힘 실린다
노동계 “안전보건공단 산하기관으로 설립 또는 근로복지공단으로 이관해야” (매일노동뉴스 2021.05.24.)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948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근로자건강센터 운영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0명 미만 사업장에는 3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그런 가운데 근로자건강센터는 보건 분야 소규모 사업장 산재예방정책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센터가 ‘산재예방 주치의’ 역할을 하려면 비정규직으로 운영하는 불안정한 운영시스템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빠듯한 예산에 주먹구구식 운영
의사 구하기 어렵고 비정규직이 70%
23일 한국노총과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근로자건강센터는 226명의 인력으로 전국 23개 센터, 21개 분소, 13개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력의 71.2%(161명)는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은 65명에 그친다. 근로자건강센터의 올해 예산은 206억6천100만원이다. 이중 170억원 이상이 위탁 운영비로 사용된다.
의사가 근무하는 센터 1곳당 운영비는 4억8천만원가량인데 연간 7천명 이상의 노동자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비용이다. 올해 필수노동자 건강검진 같은 지원사업을 근로자건강센터가 맡으면서 센터당 예산이 7천만원가량 증액됐다. 의사 없이 간호사 1명으로 운영하는 분소의 예산은 연간 1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직업트라우마센터는 총예산이 연간 1억2천만원인데 심리상담전문가 2명을 필수인력으로 둬야 한다.
빠듯한 예산으로 인건비 부담이 큰 의사를 둬야 하다 보니 센터 대부분 쥐어짜다시피 운영하는 실정이다. 일부 센터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나머지 인건비 예산을 의사 채용에 쏟아붓는다. 4억8천만원의 예산 중 4억원을 인건비로 쓰는 센터도 있다. 그런데도 주 40시간 상주 조건으로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센터가 다수 생기면서 지난해 3월 의사의 근무시간을 주당 20시간 이상(1일 4시간, 주 3일 이상 근무)으로 운영지침을 개정하기도 했다. 여기에 위탁 운영기관이 변경될 때마다 고용승계 문제가 대두되면서 소규모 사업장 건강관리 전문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근로자건강센터는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의 정책을 수행하는 손발 역할을 하는데 장기적인 투자나 명확한 가이드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소규모 사업장 산재예방 거점
“운영체계 개편 불가피”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근로자건강센터 활성화 방향’ 간담회에서는 센터의 운영체계 개편 방향으로 5가지 안이 제시됐다. 그중 근로자건강센터를 안전보건공단 별도 산하기관으로 신설하는 방안과 근로복지공단으로 이관하는 안이 유력하게 논의됐다.
이연섭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차장은 “안전보건공단에는 의사 직렬이 없어 병원을 가지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으로 이관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이런 방안을 각각 공단에 제안하고 앞으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는 올 초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면서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되,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사업에 소요되는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 범위에서 지원하는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5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산재예방 정책사업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의 운영체계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노동계와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
○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5년] “죽음에 빚져야 변하는 사회를 끝내 주세요” (매일노동뉴스 2021.05.25.)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973
“너의 잘못이 아니냐.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해. 앞으로 이런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게.”
2018년 업무 중 재해로 세상을 떠난 고 김용균 발전비정규 노동자의 동료 정세일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조직국장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쪽지를 구의역 김군 5주기를 맞아 마련한 추모의 벽에 붙였다. 추모의 뜻을 모은 사람들은 청년 비정규 노동자였던 김씨가 쓰러진 9-4 승강장에 국화꽃을 놓았다. 노동자의 명복을 더 이상 빌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였다.
공공운수노조와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궤도협의회) 등이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사에서 ‘구의역 참사 5주기 추모주간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6년 5월28일 위험의 외주화가 불러온 김씨의 죽음을 추모하고, 남은 노동자들의 안전한 노동환경 마련을 위한 투쟁을 약속했다.
김대훈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5년 전 이 사고의 원인이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밝혀냈지만, 죽음 행렬의 끝은 요원하다”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기만적인 국회에 의해 누더기법이 됐고, 아직 시행령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평택항에서 비정규 노동자로 일하다 세상을 떠난 스물셋 청년 이선호씨의 친구 김벼리씨도 김군의 죽음을 추모했다. 그는 “저와 나이가 같았던 구의역 김군의 이야기를 뉴스로 접하며 마음 아파했던 제가 5년 뒤 같은 이유로 친구를 잃고 이 자리에 와 있다”며 “매번 죽은 후에야 슬퍼하고 화내는 게 힘이 든다. 무력감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더 이상 죽이지 마세요. 죽음에 빚져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사회를 끝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용균이와 같은 곳에 일하고 있는 서른다섯 살 비정규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세일 조직국장은 “3년 동안 발전소 현장에서 바뀐 것은 그렇게 죽기 전에 요구했던 조명설치, 안전펜스 설치뿐”이라며 “2인1조 근무는 석탄설비취급 부서와 몇몇 부서만 시행되고, 민간발전에는 아예 2인1조 근무가 안 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김용균씨 죽음 이후 만들어진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정규직화를 권고했지만, 연료·환경설비 노동자들은 정규직화 지연으로 여전히 3개월 기간제, 비정규직 신세다.
이날 구의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이 끝난 뒤 노동·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구의역 9-4승강장을 찾아 헌화했다. “일하며 살고 싶다. 살아서 일하고 싶다”는 글자로 만든 조형물이 9-4 승강장 앞에 설치됐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
○ [빼앗긴 일터 건강권](상)39년 노동, 첫 폐 CT (경향신문 2021.05.0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022059015&code=940702
○ 산재-감독-사망-감독-산재…마침표 될까, 중대재해법 시행령 (한겨레 2021.05.10.)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994578.html
노사관계
○ 갈등의 불씨된 ‘비종사 조합원’
재계 노조활동 제한 강화한 가이드라인 배포 … “출입 통제하고 사업지장시 퇴거 조치”(매일노동뉴스 2021.05.17.)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60
기업 소속이 아닌 노조 조합원을 의미하는 비종사 조합원이 법률 용어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12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부터다. 정부·여당이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추진한 노조법 개정안은 해고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대신 비종사 조합원과 종사 조합원 간 노조활동 차별을 담았다.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안이 ILO 기본협약 위반이라며 반발했지만, 개정안은 7월부터 시행된다.
이런 가운데 재계가 한발 빠르게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노조활동 관련 가이드’를 16일 배포했다. 경총은 “관련 판례와 법률자문을 바탕으로 현실적 대응책을 제시했다”며 “기업의 사전준비와 분쟁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노조활동을 제약하는 내용이 많아 노사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경총을 포함한 4개 단체가 배포한 가이드라인은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통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이드는 사업장 내 노조활동 규칙을 미리 제정할 것을 주문하면서 ‘표준 규칙’을 제안했다. 표준 규칙에는 비종사 조합원의 출입신청서 작성·제출 의무 등 출입절차에 대한 사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와 절차, 출입신고내용 변동시 조치, 퇴거요청 절차, 규칙위반 책임 등이 담겼다. 비종사 조합원은 사전에 출입신고를 하고 사용자가 이를 근거로 출입 여부를 허락하며, 예상치 못한 사업지장 발생시 퇴거를 지시할 수 있다.
비종사 조합원에 대한 이런 조치는 노동 3권을 침해하고 노조활동을 방해할 소지가 커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ILO 협약을 비준한다며 만든 '비종사 조합원' 차별 조항이 노사갈등을 키우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노동계는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자 출입 제한은 “군사독재 시절 ‘3자 개입 금지 규정’ 부활”이라고 반발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사용자 허가가 없으면 산별노조 임원이나 조합원은 산하 단위사업장에 출입조차 할 수 없는 방식”이라며 “해고자와 실업자 단결권을 인정한다는 구실로 사용자 권한만 키워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ILO 135호 협약(기업에서 노동자대표 보호와 편의제공에 관한 협약)은 노동자 대표가 직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으로부터 적절한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편의 제공은 당해 기업의 능률적 운영을 방해하는 것은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와 편의를 제공받는 노동자대표는 ‘국내법령과 관행에 따라 노조에서 지명하거나 선출한 대표’로 규정할 뿐, 기업 종사와 비종사 조합원을 구분하지는 않는다.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
○ 문체부 노동자 1천400명 임금교섭 결렬 선언
17일 조정 신청, 21일 쟁위행위 찬반투표 … 기본급·수당 인상 요구(매일노동뉴스 2021.05.18.)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92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문체부와의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연대노조·대학노조·학교비정규직노조로 구성된 문체부교섭노조연대는 1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체부는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와 상식적인 임금체계 구조화라는 우리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대에는 시설관리·미화직을 포함해 사무·전산·연구보조직, 조리직 등 20여개 직종 노동자들이 있다. 4개 노조 전체 조합원 1천400명을 대상으로 21일부터 25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 노조는 이날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이들 노조와 문체부는 지난 1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협상했지만 기본급 인상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에 따르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21만원이다. 연대는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월 17만원의 기본급 인상과 기본급 190만원 미만인 노동자에 한해 처우개선비 4만원 추가 지급을 문체부에 요구했다. 문체부는 직종별로 기본급을 0.9~1.5% 인상하겠다는 차등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모든 직종에 1만7천500원 가량을 인상하겠다는 안이다. 그것도 이미 합의한 식대 1만원 인상을 임금인상안에 반영해 실질적으로는 7천500원 인상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공무직 상용임금 인상률을 공무원 임금인상률 0.9%보다 0.6%높은 1.5%로 적용하고, 급식비 1만원을 인상하겠다고 지난해 결정했다. 문체부의 안은 기재부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
수당에 대한 입장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연대는 문체부에 공무원에 준하는 수당 지급을 요구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3월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노동인권증진 제도개선 권고안을 통해 직무와 무관한 가족수당, 자녀학비 보조수당, 명절상여금, 정근수당과 가산금, 본인 학자금 지원수당 등은 공무원 보수규정을 준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대는 “월급 7천500원 인상안을 가지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라는 말을 쓰는 정부와 문체부, 예산구조를 개선하라는 현장 요구를 묵살하는 기재부의 행동을 더 이상 넘길 수 없다”고 밝혔다.
임세웅 기자 imsw@labortoday.co.kr
○ 현대HCN 서비스센터 노동자 파업 돌입
서울·경북지역 협력업체와 교섭 결렬 … “도급노동자 정규직 전환, 임금인상안 이견 못 좁혀”(매일노동뉴스 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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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유선방송 사업자(MSO)인 현대HCN의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협력업체와 교섭이 결렬돼 파업에 돌입한다. 희망연대노조 함께살자HCN비정규직지부(지부장 강지남)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부는 지난 1월부터 서울·경북 지역에서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는 현대HCN 협력업체 8곳과 개별적으로 단체교섭을 했다. 교섭은 순탄치 않았다. 지부에 따르면 서울의 3개(서초·관악·동작) 센터는 노조쪽에 신분확인을 요구하거나 월 1회 교섭을 주장하며 시간을 끌었다. 대구의 한 센터는 노조의 임금·단체협약안에 ‘불가’ 혹은 ‘협의가능’이라는 단어만 적어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강지남 지부장은 “업체들은 교섭을 하며 ‘원청이 영업비를 안 올려 준다’거나 ‘노조위원장 신분을 믿지 못하겠으니 신분증이나 신분확인 서류를 제시하라’는 말을 했다”며 “임금안을 제시하니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노조의 핵심 요구안에는 도급계약을 맺은 설치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과 임금인상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지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0개 현대HCN서비스센터 중 15개 센터에서 ‘불법도급’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력업체가 건물 외벽이나 옥상에서 작업하는 케이블방송 설치·수리 기사들 일부와 ‘개인도급’ 형태로 계약을 맺어 업무를 할당한 것이다.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전봇대나 건물 옥상에서 케이블·인터넷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작업은 정보통신공사업법상 지자체에 등록한 사업자만 할 수 있는 업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업무를 하는 사업자는 사무실과 기술자를 일정 수준 이상 갖춰야 하는데, 현대HCN 협력업체 15곳은 설치노동자 개인에게 설치·수리 일을 도급했다.
지부는 원청인 현대HCN에 불법도급계약을 맺는 협력업체를 실태조사하고 계약해지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현대HCN은 “일부 개인이 도급 형태로 계약됐지만 실내 셋톱박스 설치 같은 경미한 수준의 공사를 수행하고 있어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 문제는 벌어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HCN 관계자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와 관련해 “원청과 노조가 직접 교섭을 한 바 없고, 원청은 협력사에 물량을 도급해 수수료 총액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며 “인력이나 고용 방식 등에 대해서는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협력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늘었는지에 대해서는 “센터와의 개별 계약으로 수수료가 지급돼 원칙적으로 계약 내용을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지부가 이달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투표율 98.72%, 찬성률 89.61%로 가결됐다. 전국 20곳 서비스센터 335명 노동자 중 12개 센터의 200여명이 지부 조합원이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이슈
○ 경기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정수당’ 도입
‘비정규직 고용개선 시행계획’ 수립 … 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추진 (매일노동뉴스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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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고용 불안정성에 비례해 지급하는 ‘공정수당’을 도입한다. 경기도는 5일 이런 내용의 ‘경기도 비정규직 고용개선 시행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그동안 생활임금 1만원 목표 달성, 이동노동자 휴식권 보장을 위한 쉼터 설치, 도내 대학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컨설팅 지원 등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권리보호를 추진했다. 올해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비정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휴식권 보장을 목표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여건 개선 △민간부문 고용구조 개선 △비정규직 정책추진기반 강화 등 3대 분야 7개 정책과제 38개 단위과제를 중점 추진한다.<표 참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여건 개선’ 분야에서는 비정규직 공정수당, 생활임금 확대, 고충처리담당자 지정운영, 간접고용 용역노동자 노동조건 준수점검, 휴게시설 개선,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등 6개 과제를 추진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고용 불안정성에 비례한 ‘보상수당’을 지급하는 공정수당은 전국 최초 도입이다. 올해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21%가량 높은 시급 1만540원으로 확정했다.
‘민간부문 고용구조 개선’ 분야에서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지원, 노동권익센터 확대, 노동·노무 상담소 운영, 취약노동자 자조모임 활성화, 대학 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 전환 지원, 감정노동자 심리치유, 배달노동자 안전교육 등 24개 과제를 추진한다. 올해는 전국 최초로 배달라이더 등 2천명에게 산재보험료 90%를 최대 1년간 지원하고, 비정규·특수고용 노동자 휴식권 보장을 위해 1천700명에게 휴가비 25만원을 지원한다.
‘비정규직 정책추진기반 강화’ 분야에서는 정책연구체계 구축, 노사민정협의회 운영, 비정규직 거버넌스 활성화, 노동 실태조사, 사회적 대화 추진 등 8개 과제를 시행한다. 이를 위해 산업단지 휴게시설 실태조사, 파견·용역 노동자 임금 중간착취 개선방안 실태조사부터 실시한다.
연윤정 기자 yjyon@labortoday.co.kr
○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거주 금지하니] 시세보다 5배 높은 월세 징수 ‘아파트 임대업자’로 돌변한 농장주
고액 숙식비, 급여에서 사전 공제 … 전문가들 “노동부 지침이 부추겨, 폐지해야”(매일노동뉴스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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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농장주는 5명의 노동자들에게서 1명당 월 28만원씩을 받습니다. 고용노동부 숙식비 지침 상한선 15%에 딱 맞춘 금액입니다. 고용주로서는 남는 장사입니다. 이전의 임시숙소에서 8% 받던 것을, 아파트로 옮기며 임금의 15%까지 징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노동부의 일이 부동산 소개업이 아니라면, 고용주가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때 현 시세보다 높게 징수할 악용 가능성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는 경남 밀양에서 이주노동자 5명을 고용한 농장의 사례를 소개하며 “노동자들이 시세보다 4~5배 높은 비용을 월세로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전세 보증금 최대 4천500만원 정도다. 17평의 아파트에 5명의 이주노동자가 묵는데, 이들은 모두 농장주에게 월 28만원씩 지불한다. 정부가 지난 1월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을 이주노동자 숙소로 제공하지 못하게 하자, 현장에서 고용주들이 숙소를 옮기고 노동자에게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하게 한다는 것이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근로기준법 63조 적용 제외 조항으로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대비) 최저임금도 받기 어려운 상황인데 통상임금의 정률로 숙소비를 공제하도록 하는 지침은 노동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기법은 상계 금지하는데, 지침이 허용
50여개 노동·사회단체가 속한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주최한 ‘이주노동자 숙소 대책 토론회’에서 이주노동계는 정부에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업무지침’ 폐기를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윤미향·안호영·임종성·김영진·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임금은 상계금지채권으로 규정돼 있어,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기숙사비를 달라고 하는 것’과 임금에서 원천 공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상호합의한다는 절차가 있지만 정보가 비대칭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가 대부분 합의할 수밖에 없어, 임금에서 기숙사비를 사전 공제하는 지침은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21조에는 “사용자는 전차금이나 그 밖에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전대채권과 임금을 상계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해야한다”는 근기법 43조도 있다. 이는 노동자가 회사에 빌린 돈이 있다고 해도 사용자가 임의로 임금이나 퇴직금에서 상계할 수 없는 법적 근거다. A로부터 200만원을 빌린 B씨가 다른 이유로 A에게 받을 돈 100만원이 있는 경우, B씨가 A에게 ‘상계’ 의사를 표시하면 B씨는 100만원만 갚으면 된다. A씨에게 200만원을 주고, 100만원을 돌려받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 번에 100만원만 주고 받게 하는 것이 상계다.
노동계는 숙식비 상계를 인정한 사전공제 제도를 폐지하거나 숙식비 지침 자체를 폐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정부는 2017년 사업주가 과도하게 숙식비를 징수할 수 없도록 상한액을 정한 ‘외국인 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발표했다. 고용주가 임의로 숙식비를 정할 수 없도록 임금의 일정 비율을 상한선으로 정한 것이다. 징수 방법은 사후 징수와 사전 공제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업장에서 서면 동의를 거쳐 사전 공제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5명의 노동자에게 각각 월세를 받는 식의 과다징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김이찬 대표는 “경남 밀양 사례에서 보듯, 노동부의 숙식비 지침은 임금착취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주노동자 숙소로 가설건축물 금지해야”
토론회에서는 이주노동자 숙소로 가설건축물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됐다. 현재 고용주는 지자체에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하고 필증을 발급받으면 이를 이주노동자 숙소로 제공할 수 있다. 지자체가 주거시설로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건축법·건축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가설건축물의 용도는 임시사무실·임시숙소 정도다.
최정규 변호사는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는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주거공간으로, 3년 동안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인데 정부가 가설건축물을 그대로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주 여성노동자에게 주거 문제와 성폭력은 상관관계가 크다”며 “노동자들에게 기숙사가 독립적인 공간으로 인정되지 않아 사업주나 중간관리자가 성폭력의 경계를 쉽게 넘어서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오 대표는 “고용허가제는 정부 간 협정을 통해 송출국이 한국 정부를 믿고 노동자를 보내도록 하는 제도”라며 “중앙정부가 나서서 이주노동자들이 안전하도록 주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 노동자 권리 안 보이는 정부 콜센터 방역지침
직장갑질119, 노동자 13명 심층조사 … 노동자 불안감에도 ‘정보 요구권·휴식 청구권 전무’ (매일노동뉴스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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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집단감염 사태를 막으려면 정부 방역지침을 노동자 권리 중심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필원에서 ‘코로나19 이후 콜센터 노동환경 심층 면접조사’ 발표회를 개최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4월 콜센터 상담사 13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은 은행·카드·항공사·공단·케이블방송 10개 업체로 노동자로, 7명은 노조에 가입돼 있었다.
연구진은 국내 콜센터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더욱 높인다고 지적했다.
“화장실 순번제” 기본권 박탈
조사를 통해 파악한 콜센터 노동실태는 임금을 비롯한 처우 전반에서 ‘최저’로 평가됐다. 면담 참여자들의 평균 기본급은 180만~190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렀다. 원청의 성과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화장실을 가지 못하거나 연차휴가 사용을 제한당하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카드 콜센터에서 일하는 A씨는 “이전에 있던 업체에서는 보고를 하고 화장실을 순번제로 가 스트레스가 컸다”며 “(현재 근무 중인 업체는) 메신저에 상태가 떠 10분만 안 넘기면 된다”고 증언했다.
권남표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콜센터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하청은 원청이 지시한 성과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동자를 채찍질한다”며 “일부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폭언 문제나 화장실 순번제·연차사용의 문제 등이 유의미하게 개선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거리 두기 무용지물”
코로나19는 콜센터 노동의 취약점이었던 △높은 업무강도 △저임금 △노동감시 및 통제 △휴게시간 통제 △밀집한 업무환경 △감정노동을 더욱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비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민원인들로 업무량과 강도가 늘어났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휴게공간이 폐쇄돼 간편식으로 끼니를 떼우기 일쑤였다.
정부가 지난해 3차례나 발표한 코로나19 방역지침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내용의 실효성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가 강하게 권고한 재택근무를 시행했다고 말한 이는 11명 중 3명이었다. ‘아프면 쉬기’라는 방역지침의 기본 정신이 무색하게 병가가 마련된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근무지를 옮겼는데 진드기가 나오는 허물어진 건물이었다”고 답한 은행 콜센터 노동자도 있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수시로 시행한 콜센터 대상 근로감독도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자동차보험 콜센터 노동자 B씨는 “근로감독관은 어떤 조사도 없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가더라”며 “회사가 근로감독 날에 마스크 착용에 대해 공지한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노동자 권리 담아 방역지침 개정해야
10명 이상 집단감염 중대재해 규정하자”
콜센터 노동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위험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월 실태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우울을 호소하는 콜센터 노동자는 98.7%였다. 이는 국민 평균치를 상회한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국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우울하다고 응답한 이는 47.5%였다. 김한울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는 “콜센터 노동자의 우울감과 불안감의 가장 큰 요인은 감염경로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가 노동자에게 공유되지 않는 데 있었다”며 “콜센터 방역지침에 노동자가 관여할 수 있는 절차나 기회 자체가 없었다는 것도 정부 지침이 실효성이 부족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통제하는 방역이 아닌 참여하는 방역”을 방역지침 개정 방향으로 제안했다. 노동자에게 방역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콜센터 방역지침(2020년 11월)의 사업장 점검표에는 점검항목 48개 중 노동자 권리 보장에 관한 항목은 없다. 연구진은 방역관리 책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정보 요구권), 아플 때 휴식을 취할 권리(업무형태 조정권·휴식 청구권)를 보장하도록 방역지침을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10명 이상 코로나19가 집단감염된 사업장은 중대재해 사업장으로 지정하자는 제안도 제기됐다. 전은주 공인노무사(고양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10명 이상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순차적으로 발생한 경우 단일한 원인에 의한 동시발병으로 봐 중대재해로 볼 필요가 있다”며 “사업주가 적절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했는지 감독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
○ “이주노동자는 아직도 가건물에 산다”
민주노총·이주노조, 가건물 기숙사 사용 금지·사업장 변경 자유 보장 요구 (매일노동뉴스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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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주노조·이주노동희망센터를 비롯한 70여개 이주·노동·사회단체가 26일 오후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노동자 기숙사로 가설건축물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주노동자 기숙사로 가설건축물 사용 전면 금지와,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전면 보장하라는 내용의 요구서한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이주·노동단체들은 지난달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여의도공원·서울노동청 등지에서 이주노동자 숙소 사진 전시회를 진행했다. 샌드위치패널로 지은 집, 나무판자로 만든 화장실 사진 등이 전시됐다. 오프라인 사진전은 끝났지만, 온라인 사진전은 계속 이어진다. 이주노동희망센터 페이지(ijunodong.org/house)로 접속하면 된다.
정소희 기자 sohee@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