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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의 핵심은 재벌 총수 일족의 계열회사에 대한 소유경영독점체제를 청산하는 것이다.
이번 5대그룹 구조조정 내용은 전혀 재벌체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무늬만 개혁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1. 핵심주력사업 부문 선정은 실제로는 부실 계열사의 정리에 의한 업종단순화, 경영합
리화에 불과하다. 문제점으로 첫째, 핵심주력사업을 선정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지엽적인 사업만 포기한 것일 뿐, 기존의 핵심 업종 가운데 포기하는 것은 거의 없다. 포기한 업종을 보면 현대는 현대중공업의 발전설비 부문을 한국중공
업에 넘기는 것과 문화일보 경영철수 뿐이다. 삼성은 이천전기와 삼성시계, 한일전선, 대도제약을 청산하는 정도인데 모두 사업성이 떨어져 이미 정리할 수밖에 없는 부문이었다. 삼성자동차의 포기, 대우의 전자산업 포기는 의미있는 것이지만 두 재벌의 해당사업은 후발주자로 뛰어들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것들로 그냥 두어도 퇴출 등으로 스스로정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
둘째, 계열사 축소방식이 주로 합병에 의하고 있다. 현대 9개, 삼성 5개, 대우 1개, LG 6개, SK 8개 등. 이것은 부실기업을 우량주력기업이 떠안는 것에 불과하다. 퇴출시켜야 할 기업을 합병하는 것은 경영의 부실을 심화 확산시키는 것
에 불과하다.
셋째, 계열분리(독립기업화) 조치는 자식들간에 분할을 앞당기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의 경우 이러한 행태의 전형적 사례이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정공 등의 자동차 부문은 정몽구에게, 전자 등은 정몽헌에게, 중공업은 정몽준에게 등으로 상속시키고 있으며, 과거 삼성그룹에서 제일제당그룹, 한솔그룹, 신세계그룹이 계열분리되었고, 현대그룹에서 한라그룹, 금강그룹이 계열분리된 사례가 있듯이 계열분리는 실질적인 협력을 하면서 형식상으로는 독립적인 그룹인 것처럼 행동하는 그룹의 세포핵분열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빅딜에서도 반도체 등 전망이 밝은 부분은 각 재벌들이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고 합작단일법인을 만드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섯째, 향후 주력업종 이외의 더 이상의 업종 확장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 제철사업의 민영화에 대하여 현대그룹은 제철업을 정리한다는 방침을 밝혀야만 주력업종 선정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2. 재무구조의 개선방식도 정부 내지 국민의 부담에 의한 부채비율 축소에 불과하다. 그 문제점으로 첫째, 총수 경영권에 대한 보호를 전제로 금융기관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해준 것은 엄청난 특혜이고 재벌을 그야말로 살려주는 것이다. 그룹별로 1-2개 주력기업에 대해 대출금출자전환을 적극 유도한다는 원칙을 확정하였는데 출자전환으로 금융기관이 대주주가 되더라도 기존 대주주와 약정을 맺고 경영권은 보호하되사외이사 감사를 파견해 경영감시기능을 강화하기로 하는데 그쳐 총수의 경영권은 확실히 보장되었다. 금융기관들은 총수의 경영실패로 출자배당을 받지 못하면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둘째, 사업부문 매각으로 20조원을 조달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결여된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외자유치도 기대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셋째, 총수일족의 사재 출연에 의한 과다채무 해소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3. 총수의 경영전횡을 막을 장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첫째, 1999년 회계연도부터 시행되는 결합재무제표 작성은 총수경영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둘째, 사외이사 및 감사제도 도입, 소액주주 권한 강화 등도 상반기부터 시행하였지만 이제까지의 실적을 보면 총수일족의 경영전횡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셋째, 상호출자제도가 잔존해 있다. 계열사간 상호출자는 기업의 그룹 계열 회사화를 실현하고 자기자본의 10%에 불과한 지분율로서 총수가 계열회사 경영권을 독점하고 계열사간 독립기업화를 가로막는 중요한 걸림돌인데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철폐한 것은 재벌체제를 공고히 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넷째, "부당한 자금 지원 등 내부거래행위를 근절하여 경영역량을 핵심분야에 집중하고 공정경쟁원칙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부당내부거래의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4. 재벌의 구조조정 조치를 발표하면서 당연히 예상되는 실업대책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룹구조 조정에 따르는 대규모 인력감축문제 등에 대한 결정이 없다. 외국에서는 인수합병은 정리해고의 사유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당연시하고 법에 명시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를 개정한다는 합의결과가 없다.
5. 제반의 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절차상의 문제 또한 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