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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려면 사용사유 제한해야"
19대 국회 개원 뒤 야당 첫 입법과제는 비정규직법
한계희 기자(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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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기훈 기자 |
비정규직 문제는 요새 정치권에서 뜨거운 이슈다. 새누리당이 지난해와 올해 비정규직 대책을 두 차례 발표했고, 총선 공약에는 어김없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21일 <매일노동뉴스>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지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준)가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는 이들 정치권이 내세운 비정규직 공약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첫 자리가 됐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을 대표해 나온 김성태 의원(비정규직특위 위원장)과 정동영 의원·심상정 공동대표가 각자 가져온 보따리를 풀었지만 발제자들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사용사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데에는 발제자들과 대다수 토론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야당 토론자들은 19대 국회가 개회하면 첫 입법과제로 비정규직법을 꼽았다. 이날 토론회를 지상으로 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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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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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원 |
우선순위 과제는 사용사유 제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순위를 중심으로 2012년 총선·대선 국면에서 중단기적 과제를 중심으로 의제로 세우자는 의견이다. 목표는 직접고용 이외의 비정규직 사용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다. 일·생활 양립을 위한 자발적 단시간 노동을 제외한 비정규직 노동을 없애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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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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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의원 |
조 교수는 비정규직의 사용사유 제한을 목표의 첫머리에 올렸다. 그는 이에 대해 “비정규직 규모 감축을 위해 가장 먼저 비타협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산업구조 변화에서 찾았다. 비정규직이 많은 서비스산업의 상대적 비중이 증대되고, 비정규직 비율이 낮은 제조업 비중이 위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라면 인위적 개입이 필요하고, 따라서 비정규직 고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특히 "비정규직 관련 규제는 전면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각의 고용형태에 따라 일부 고용형태만 규제하면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풍선효과는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한쪽에서 비정규직을 규제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실제 기간제 같은 직접고용과 간접고용 중 파견노동을 규제하자 도급이나 용역이 위장된 형태로 급격하게 증가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조 교수는 사용사유 제한과 관련해 "상시업무에는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특별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 한해 비정규직 사용을 허용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사용할 때는 노조와 노동조건을 협의하고, 간접고용이나 특수고용노동자를 사용할 때는 노조와 합의하도록 법에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사용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해야
비정규직 문제와 궤를 같이하는 문제는 사회 양극화 현상이다. 양극화로 인해 열악한 노동조건에 노출돼 있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73.2% 증가했는데, 비정규직 임금인상률은 57.1%에 그쳤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52.7%에서 48.5%로 하락했다.
조 교수는 "노동조건을 향상하려면 고용불안정성을 최소화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불안정 최소화는 고용보험을 확충하는 데서 찾았다. 비정규직 다수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받더라도 수급기간이 짧거나 소득 대체율이 낮은 형편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부담을 늘리고 초기업단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제를 더하면 기업들이 싼값에 비정규직을 쓰는 관행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현실을 못 따라가는 법
현행 법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직접고용 정규직 고용형태가 보편화돼 있던 전통적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맞춰 노동관계법이 제정돼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파견·용역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특수고용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조 교수는 “변화된 노동환경에 상응하도록 노동자 개념과 사용자 개념을 보다 확대해 포괄적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접고용은 파견과 도급을 엄격히 구분해 불법파견을 엄격히 규제하고, 파견·용역 같은 간접고용 노동력을 사용하려면 노사가 합의하도록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합법적인 간접고용에 대해서는 "사용사업주와 파견·용역업체가 노동조건과 노동3권 보장 등 사용자 책임을 함께 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비정규직 대책 ‘미흡’
사회 양극화와 복지가 사회의제로 떠오르면서 정치권도 비정규직 문제에 주목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비정규직 대책을 잇따라 쏟아 놓은 것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철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참터)는 여야 각 당이 제출한 총선 공약을 분석했다. <표 참조>
결론은 이렇다. “새누리당은 기업의 경영자율성의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정책을 마련한 흔적이 보인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정리해고제의 제한에 일정한 무게를 둔 점이 눈에 띈다. 통합진보당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언급한 부분이 두드러지고 비정규직 정책에서 ‘기간제 사유제한’, ‘파견법 폐지’와 같은 강력한 정책이 특징적이다.”
그러나 김 노무사는 “정책 한두 가지를 시행하는 ‘원포인트’ 방식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몸으로 비유하자면 병의 근원을 치료하지 않고 한두 군데 수술한다고 해서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노무사가 찾은 병의 근원은 무엇일까. 바로 노동기본권이다. 구체적으로는 노사자치주의의 실종이란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비정규직 스스로가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정규직은 노조를 만들기도, 교섭을 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서 비정규직은 과반수노조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해 교섭권을 얻기 더욱 힘들다고 봤다. 교섭단위 분리제도가 있으나 노동위원회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김 노무사는 “비정규직 의제에 대한 초기업적 교섭을 통해 국가협약으로 해결할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조법 차원에서 대안적 제도 변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공약으로 냈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대해서는 “수십 년간 연공제 임금에 따라 급여가 책정된 관행으로 봤을 때나 이런 원칙이 서구의 직무급에 기초하고 있는 것을 간과하면 선언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정 임금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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