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6만명…교육기관이 가장 더뎌
김상범 기자 ( 경향신문 / 2017. 12. 28)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중간 성적표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28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6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결정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정책에 착수한 지 7개월 만에 2020년까지의 전체 목표치의 3분의 1을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바꾸는 큰 틀이 ‘무기계약직화·자회사 고용’ 쪽으로 잡히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놓고 벌어진 현장의 혼선, 전환 과정에서 불거진 정규직·비정규직 갈등 해소도 숙제로 떠올랐다.
이날 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6만170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기간제는 454개 기관에서 3만7259명, 파견·용역은 140개 기관에서 2만4449명이 정규직이 됐다. 중앙행정기관은 1만375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올해 목표인 1만1835명을 넘겼다. 전날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청소·시설관리·특수경비 등 용역노동자 2435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한 것이 컸다. 공공기관은 올해 목표치의 92.1%, 지자체는 80.1%, 지방공기업은 66.4%를 달성했다.
■ 걸음 느린 교육기관들
공공부문 비정규직들 중 상당수가 학교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그런데 교육기관은 전환 속도가 가장 더뎠다. 잠정 대상자 1만599명 중 23%인 2438명만 정규직이 됐다.
진도가 뒤처진 것은 현장의 비정규직들이 하는 일이 워낙 다양해서다. 조리사, 돌봄전담사, 행정실무사, 방과후강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어 교육청 전환심의위원회에서 노사의 의견을 좁히기 어려웠다. 지난 4일 대구교육청은 4500명 중 900명만 정규직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자체 심의위원회가 ‘전환 제외’로 빼는 비율도 유독 높다.
전체적으로 올해까지 정규직으로 바꾸기로 한 7만4000명 중 83.3%가 고용안정을 얻게 됐다. 2020년까지의 목표인 20만5000명의 30.1%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화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별도직군 신설, 무기계약직화, 자회사 설립’으로 요약된다.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표준인사관리규정에는 새로 정규직이 된 노동자에게 “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임금체계를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정규직들의 호봉제가 아니라 업무평가와 난이도에 따른 직무급제에 가깝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이번에 정규직(무기계약직)이 된 이들에게 직무급제를 도입했다. 기존 정규직은 일한 햇수만큼 임금이 오른다. 하지만 새로 정규직이 된 이들은 임금상승률이 낮을 것이기 때문에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게 뻔하다. 그래서 노동계는 무기계약직을 ‘진짜 정규직’이 아닌 ‘중규직’이라 부른다.
■ 자회사, 또 다른 간접고용 될라
파견·용역 노동자들은 직접고용보다 자회사 고용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가 모범 사례로 꼽은 여수광양항만공사는 경비용역노동자 102명을 자회사에서 고용하게 했다.
지난 26일 극적으로 노사 합의를 한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인천공항은 보안방재 등 3000명만 직접고용하고 7000명은 독립법인 두 개를 만들어 흡수하기로 했다. 자회사는 임금이나 처우, 근무규정을 본사와 다르게 운영할 수 있다. 본사와의 차별을 그대로 둔 ‘또 다른 간접고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가 합의문에 “별도 회사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고용안정 수준이 공사 직접고용 노동자보다 낮지 않도록 한다”는 조항을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동부는 아직 직접고용한 규모와 자회사 고용 규모가 얼마나 될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자회사 방식이 가능한 곳은 공공기관·지방공기업 정도이며, 그중에서도 철도·항만 등 덩치가 큰 사업장 위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공기업이나 지자체도 공단 같은 형태로 ‘고용의 외부화’를 그대로 두면서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중앙컨설팅팀에 참여했던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기타공공기관 같은 특수법인 형태가 아니라 일반 상법에 따라 만들어지는 자회사는 기관장의 재량이나 정책에 따라 구조조정 수단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7개월 남짓한 정규직화 과정에서 정부엔 여러 숙제가 던져졌다. 우선 가이드라인에 빈틈이 많았다. 정부가 잣대로 제시한 ‘생명안전업무’의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탓에 여러 곳에서 노사 간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인천공항처럼 길게는 10년 넘게 일해온 이들에게 ‘경쟁채용’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 노동부가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에 한해서 경쟁채용을 허용한다”고 한 것이, 고용을 피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변질된 것이다.
이성기 노동부 차관은 “아직 갈 길이 먼 만큼 내년에도 노사정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내년 상반기에 나머지 3만5000여명이 정규직이 되면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들의 전환작업은 끝난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중 남은 8만여명은 용역업체 계약기간 등을 고려해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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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2282150005&code=940702#csidxe594e698379509782fd846e1bec4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