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노조' 받아들인 서울시...고용노동부는?
이혜인 기자 (경향신문 / 2018. 11. 13)
서울시가 대리운전 기사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며 서울 지역 대리운전 노동조합의 설립신고를 수용했다.
서울지역 대리운전 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서울시로부터 노조설립 신고 필증을 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지역의 대리운전 기사들은 합법적으로 ‘노조할 권리’를 얻게 됐다.
대리기사 노조는 1995년 대구에서 처음 생겼다. 2012년 전국 단위 노조를 만들었지만 고용노동부가 허용하지 않아 법외노조 상태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대구 노조가 가입대상을 전국으로 넓히고 명칭을 ‘전국대리운전노조’로 바꾸겠다며 설립신고사항 변경신고를 냈으나 노동부가 반려했다.
대리기사는 한 업체에 소속돼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는 형태로 고용되지 않고, 여러 업체로부터 일감을 중개받는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명목상 자영업자와 같은 ‘개인사업자’다. 전국대리운전노조가 지난해 수도권 대리기사 실태를 조사해보니 하루 9시간 월 25일씩 일해도 평균수입은 175만원에 그쳤다. 10km씩 걸어서 이동하며 버는 돈이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실제론 대리운전 업체에 종속돼 일하지만 4대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퇴직금도 없다. 열악한 노동여건을 개선하려면 노조를 만들어 대리운전 업체와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노조는 “20%가 넘는 수수료에 프로그램비, 출근비 등으로 40% 가까이를 업체에게 뜯기고 있다”며 “그런데도 대리기사가 노동자임을 부정하는 것은 현실에 눈을 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노조 설립 신고를 수용한 사실을 밝히면서 “우리 사회에서 대리운전이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대리운전 기사는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했다”며 “(노조는) 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대리운전기사들이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할 수 있는 권리”라고 설명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서울시의 노조 인정을 환영한다”며 “촛불정부를 자임해온 문재인 정부도 대리운전 기사를 포함한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하루빨리 보장하길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