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3일 ‘함께일하는재단’ 노동자들이 ‘재단 정상화 및 성실 교섭 촉구’를 요구하며 함께일하는재단 건물 주차장에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함께일하는재단’은 IMF 당시 국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비영리재단이다. 비영리재단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들이 어쩌다가 재단 앞에 천막까지 치게 되었을까? 센터에서는 함께일하는재단 노동조합 김창주 위원장에게 천막농성에 들어가게 된 경위와 과정을 들어보았다. |
천막농성에 들어가셨는데 어떤 요구를 가지고 천막농성에 들어가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저희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은 지난해 2월입니다. 저희는 노동조합을 만들면서부터 ‘공익재단으로서의 공익성 강화’를 요구했고, 이런 내용이 담긴 단체협약을 체결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7월부터 5차례의 교섭이 진행되었어요. 저희는 이 자리에서 시민사회 인사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예산감시의 효과도 갖는 기구를 만들 것을 요구했었습니다. 그런데 재단에서는 이것이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거절했어요. 이와 같이 재단의 공익성 강화를 요구하면서 교섭을 하던 상황에 예상치도 않은 비정규직 문제가 발생이 된 것입니다.
저희 재단은 일을 한다는 생각도 하시지만 ‘활동’을 한다고 생각을 하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렇기에 비정규직이셨던 분들도 소신 있게 할 말은 하시면서 일을 해 오셨지요. 그런데 그 분들의 계약만료일이 도래하니 재단 사무국장이 그 분들 입단속을 하고, 길들이려는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어요. 계약만료를 무기로요. 그래서 7월부터 해서 현재 세 분의 노동자가 해고가 되셨구요. 저희 노동조합에서는 이런 일들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걸고 싸우게 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걸고 계신건가요.
저희가 주장하는 것은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라는 것이 아니에요. 비정규직인 분들도 재단 활동가로서 자신의 소신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그 분들이 입사할 때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달았기에 계약만료 시에는 정규직 전환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죠. 그런 인사절차를 만들자는 것이 저희의 주장이었는데 이것 역시 인사권이라는 이유로 진행을 못했어요. 지난 11월까지 쟁의조정이 결렬되고, 이 후 저희가 70여 일 동안 1인 시위를 진행했지만 사측은 변함이 없는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에 저희가 하나의 방법으로 천막농성까지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함께일하는재단 이사진 면모를 보니 뜻밖인 분들도 있네요. 재단에 대한 소개를 좀 해주셔요.
저희 재단은 IMF때 98년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재단입니다. 실업문제 해결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만든 재단이에요. 재단을 처음 설립하신 분들은 각계 시민단체들, 노동계, 경영계의 각계각층의 어르신들입니다. 주요 인사로는 김수환 추기경님, 강원용 목사님, 송월주 스님. 이렇게 종교계의 세 어르신들이 계시지요.
재단이 설립한지 10년이 초창기에 만드셨던 이사님들은 많이 빠져나가거나 교체되었어요. 현재는 송월주 스님이 이사장이시고, 총 15분의 이사님이 계셔요. 이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이사님들은 5~6분이구요. 이 중에는 최종태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이광택 한국사회법학회 회장님들이 계시구요. 현재 상임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계시는 이세중 이사님은 환경재단 이사장님도 겸임하고 계세요. 이렇게 쟁쟁한 분들이 계시지만 이사님들이 재단의 살림살이를 다 아시기가 어렵거든요. 그렇다보니 그 중간 가교역할을 해야 하는 사무국장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현재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정태길 국장이 이사들과 직원사이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현재 핵심적인 교섭사안은 재단의 공익성, 비정규직 문제해결이겠네요.
이제까지 저희가 제기했던 비정규직 문제라던가 불합리한 근무조건의 개선 부분들은 법정기준을 넘지 않는, 상식을 넘지 않는 것들이었어요.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도 인사절차만 지키면 해결이 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마저도 안 지키는 것이거든요. 현재 재단은 저희들의 정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주장하기 때문에 들어줄 수 없다는 태도로 나오고 있어요. 이는 저희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요. 올바른 대안을 제시했다면 받아들여야 하잖아요. 저희 직원들과 사무국장의 오래된 갈등과 불신의 관계 때문에 저희들의 제안들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현재 문제가 된 비정규직 문제를 주된 사안으로 싸우면서 궁극적으로 재단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천막농성에 들어가기 까지 1인시위를 하셨던 것으로 알고있는데요
11월 9일에 본격적인 쟁의에 돌입한 이후 매일 1인시위를 진행했어요. 평일에는 재단 앞에서 1인시위를 했고, 주말에는 영화사 앞에서 이사장님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했지요. 아, 저희 이사장님이신 송월주 스님이 영화사 회주이시거든요. 매주 1인시위를 했었습니다만 이사장님을 한 번도 뵙지를 못했어요. 주로 이사장님을 의전하고 있는 실무 직원들을 봤는데요. 이들은 저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강제로 몰아내려고 시도를 했어요.이사장님이 일상적으로 저희 재단 업무에 관여하시지는 못하더라도 재단에 문제가 있다면 보살펴주셔야 하잖아요. 또한 현재 사태 해결의 가장 중요한 키를 지니신 분이 이사장님 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희가 2개월 정도 넘게 영화사 앞을 찾아갔던 건데요. 아직 답변을 듣지를 못했네요.
이후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 오늘 사무국장님과 언쟁이 있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던 천막을 무사히 쳤습니다. 물론 사무국장님도 앞으로 마주보며 일할 동료이기 때문에 최대한 평화적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구요. 일단 대화의 물꼬가 트일 때까지는 천막농성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저희들의 목소리와 주장이 묵살되고 있는 것이니까 제대로 된 대화가 시작될 때까지 천막농성은 유지해야지요. 만일 이 천막농성마저 허용되지 않는다면, 혹시라도 이 천막이 철거된다면 더 강력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지역단체와 연대하는 것, 또한 현재 설치한 천막을 키우는 것, 이후 철야농성을 하는 것들을 고민 중입니다.
다음 달에 정기 이사회가 있어요. 일 년의 계획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이지요. 사측은 이사회에서 저희가 어떤 행동을 할까봐 이사회 날짜를 비밀사항으로 하고 있어요. 저희도 직원인데 말이죠. 아무튼 이사회에서 저희 입장들을 알리고, 이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사들의 마음을 움직여 보려고 합니다.
또한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제대로 소통되지 않는 의사구조에요. 현재 사무국장은 업무지시를 서면으로 제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요. 합의와 토론을 바탕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비영리재단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런 문화 속에서 재단이 발전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도 있기에 향후 징계를 내리거나 노동조합에 위해한 행위를 하려고 한다면 더 수위 높은 투쟁을 벌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