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실질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의 지름길

by 센터 posted Jul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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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경제주권, 재벌 국유화, 평화경제에 앞장서자!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지난 5월 28일 국회에서 강행 처리된 최저임금삭감법이 6월 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2019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사용자가 노동자나 노조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상여금 쪼개 매달 지급, 기본급 낮추기, 현물 지급 복리후생비 현금 지급 전환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게 되었다. 오는 6월 말 2019년도 최저임금 책정에서 작년에 이어 두 자리 수 인상률을 기록하더라도 그 실질적 효과는 대폭 약화된다는 말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도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일정한 고용안정을 대가로 임금 및 노동 조건 격차를 방치하는 공공부문 일부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정규직으로의 전환 이외에 대다수 비정규직을 차지하는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사업지원서비스업, 제조업, 건설업 등 민간부문에서의 정규직화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여 고용 인원과 소정 노동 시간을 줄이는 역효과도 없지 않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최저임금 시급 1만 원과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실상이다. 촛불항쟁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왜 이렇게밖에 하지 못하는가. 노동자 민중의 정권이 아니기 때문이란 규정만으로는 답을 찾는데 부족하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임금 삭감 없는 노동 시간 단축 등 노동 대개혁을 가로막는 세력과 구조를 혁파하여 그 실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갈 확고한 철학과 계급적 기반이 취약하여 현실적 제약에 막혀 후퇴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GM 같은 외자 형태의 제국주의 독점자본 횡포와 국내 10대 재벌의 갑질을 단호히 제압하고 대외 의존적 재벌 중심 한국 경제 구조를 과감히 개혁하지 않고서는 노동존중사회 건설은커녕, 최저임금 인상-비정규직 정규직화 하나도 온전하게 실현할 수 없음을 최저임금법 개악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본질과 한계를 빠르게 확인한 것뿐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처럼 외자-재벌의 노골적인 앞잡이도 아니고 결코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대변자도 아니지만, 이해관계의 충돌지점에서 외자-재벌에 맞서 중소영세기업 및 자영업자를 보호하고 그로 인해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안정시킬 정책 추진 의지마저 매우 취약함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 경제가 어렵다. 이를 핑계 삼고 과장하여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담시키는 게 문제이지 어려운 민생 경제는 팩트이다. 세계 경제 위축과 보호무역주의, 환율 하락 등으로 수출이 더 곤란해졌다. 현지 공장의 수출 비중 증가로 국내 고용 창출 효과도 떨어지는 터에 말이다. 10:90의 극단적 사회양극화로 내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이란 이름으로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높여 내수를 신장시키고자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꺼낸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안팎의 독점자본이 자본·원료·기술 시장 등 제반 경제 요인을 모두 장악하고 고용의 약 90퍼센트를 책임지는 중소영세기업 및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대외 의존적 재벌 중심 한국 경제 구조와 불공정한 다단계 하도급 거래를 그대로 놔두고서는 애당초 벽에 부딪힐 일이었다. 구조적으로 영세사업자의 지불 능력을 키우지 않고 최저임금 대상 노동자 1인당 최대 13만 원 지원 등 정부의 일시적 혈세 처방만으로는 명백한 한계를 가졌다. 상여금, 식대 등 임금 체계 변경, 소정 노동 시간 축소, 알바 인원 감축 등 온갖 편법의 자구책을 막을 수 없었고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이런 꼼수를 합법화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최저임금 1만 원 실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서라도 제국주의 독점자본으로부터 경제주권을 회복하고 국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제거하여 사회적 특혜·지원을 노동자와 영세기업-자영업자에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재벌에 대한 국가지원금은 연 20조 원 정도이고 재벌기업과 금융기관의 소유 구조에서 외국인 지분이 과도하게 높아 배당금, 시세 차익 등으로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령 촛불 정부가 되고 싶다면 경제주권을 회복하고 재벌 총수일가의 소수 지분에 의한 지배력 행사를 차단해야 한다. 원-하청 불공정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고 고환율 정책, 세금 감면, 연구개발비 지원, 공공조달, 정책금융, 산업전기료 등 각종 특혜를 중단해야 한다.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의 납품단가 협상권, 노동자들의 산별교섭권, 단체협약 효력 확장을 뒷받침하여 힘의 균형을 통한 경제민주화와 이로 인한 지불능력 향상을 촉진해야 마땅하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재벌기업을 공기업화하여 국가 경제의 강력한 물적 토대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없는 사회 건설의 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권력의 민주적 개조’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도 주요 재벌기업의 최대주주인 연기금을 활용하면 재벌기업의 공기업화 단행은 정권의 성격과 지지기반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기업은 공익성만이 아니라 효율성, 생산성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는 점은, 국유기업이 주도하는 시장경제의 생활력으로 외국투기자본과 민간자본의 농간을 차단하면서 고도성장과 적정분배에 기여하는 중국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공기업의 효율성, 생산성은 경영 주체의 문제이지 공기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 경제 대개혁만으로 노동자 민중의 먹고 입고 자고 즐기는 새로운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가. 신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지 않고 ‘분배를 통한 성장’, 더구나 세금을 인상하여 복지를 증진하는 것만으로는 노동자의 일자리와 생계비조차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 여기에 한반도 평화의 봄을 앞당겨 남북경협에 기초한 민족경제의 균형발전과 40억 인구의 유라시아대륙으로의 북방경제 개척이 절박한 이유가 있다. 

한반도는 태평양-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교통과 물류의 요충지이고 북은 철, 희토류, 석유, 마그네사이트 등 지하자원의 보고이다. 금강산, 백두산, 묘향산, 개마고원 등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철도,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구축으로 대륙철도 연결, 교통 및 물류 시간과 비용 절감, 가스관 연결이 가능하다. 예컨대 개성공단 100개로 확대하면 남에도 상당한 고용 창출을 가져다준다. 게다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실현으로 군비 축소를 단행하면 국방비 364억 달러(38조 원), GDP의 2.6퍼센트(2015년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 자료)로 노동 격차 해소와 사회복지에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도 환동해-환황해-DMZ 경제벨트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네준 USB자료에는 세부 계획과 기대 효과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조봉현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한반도 신경제구상 추진 효과로 인해 남쪽의 1인당 GDP가 2020년 33,987달러, 2030년 50,450달러, 2040년 74,887달러가 되며, 추진 시작으로부터 5년 만에 156,564명의 고용 증대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런데도 현재 노동 운동과 대다수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과 고용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는 횡포 외자와 갑질 재벌에조차 솜방망이로 대응한 채 국민혈세 처방과 기만적 노사정 합의 추진, 한미동맹의 틀에 갇힌 제한적 평화경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대로 가면 노동 운동은 800만 자영업자를 포함한 다수 국민들로부터 고립되고 문재인 정부는 분단 70여 년 기득권층은 물론 노동자와 중산층, 양쪽으로부터도 협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민주 노동 운동은 노동 현안과 재벌 개혁과 경제 주권과 평화 번영의 연관을 깊이 인식하여 노동자 민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문재인 정부를 올바르게 견인하는 반제 반재벌 경제민주화, 사회양극화 해소와 평화 번영을 위한 입체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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