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과 신약 개발, 누구의 먹을거리인가?

by 센터 posted Jun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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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욱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조직사무국장



작년 한해 주식하는 모든 개미들의 입에 오르내린 한 회사가 있다. 무려 8조 원에 달하는 기술 수출 계약을 맺어 주식이 폭등한 한미약품이다. 한편 삼성은 2011년부터 송도에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짓고 바이오산업을 이끌겠다며 정부에게 팍팍 밀어달라며 애교를 떨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삼성 바이오로직스 기공식에 참가해 과감한 규제 개선과 지원을 약속했다. ‘21세기의 먹을거리’로 떠오른 바이오의약품과 신약 개발. 한국의 바이오 및 제약산업은 어디까지 성장했으며 정부와 국민들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첨단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떠한지 알아보자.


약제비 지출과 제약산업의 상관관계


2000년대 건강 보험 출범과 함께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던 약제비는 건강 보험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큰 요인이었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에게 이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였다. 건강보험 출범 이후 바이오의약품의 급여 혜택을 제일 많이 받은 이는 국민이 아니라 제약회사들이었다. 약국에서 직접 조제되던 비급여, 일반 바이오의약품이 주였던 기존의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급여, 처방 바이오의약품으로 변화되면서 제약산업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간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글리벡(백혈병 치료제), 리피토(고지혈증 치료제), 노바스크(고혈압 치료제) 등으로 대표되는 블록버스터들로 건강보험료를 매년 몇 천억 원씩 수금해 갔다.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된 블록버스터의 제네릭(복제약)을 높은 가격으로 출시해 이 가격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건네는 방식으로 영업해오며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를 부정하게 이용하며 성장해 왔다.


폭발하던 약제비를 어떻게든 억제하기 위해 정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등을 도입했지만 이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치솟던 약제비가 가까스로 진정된 것은 2012년경.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약제비 적정화 방안과 약가 인하 여력, 블록버스터 신약이 점점 줄고 있으며 기존 블록버스터들의 특허가 만료되었고,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져 예전만큼 병의원과 약국에 들르지 않았다는 세 가지 큰 요인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의료비 가운데 바이오의약품 지출 비율은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제약산업의 돌파구, 신약 개발과 바이오의약품


기존 제네릭 바이오의약품만으로는 예전만큼 시장에서 재미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국내 제약업계들은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며 각자 팔을 걷어붙였다. 다국적 제약회사만큼 충분한 자본력이 없는 이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기존 약을 일부 개량한 개량신약을 개발하거나, 둘째, 천연물신약을 개발하거나, 셋째, 임상 1, 2상을 통과한 바이오의약품 후보 물질 특허권을 다른 제약회사가 판매하는 이른바 ‘기술 수출’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량신약의 경우 기존 바이오의약품보다 월등하다고 인정받을 만한 신약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천연물신약은 기존 화학 바이오의약품의 ‘신약’ 허가 절차 기준보다 좀 더 느슨하고 주관적인 ‘자료제출 바이오의약품’으로 허가되기 때문에 안전성, 유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제약회사들은 기존의 화학 바이오의약품(합성 바이오의약품) 외에 바이오의약품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에서 기존의 화학 합성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합성 바이오의약품 신약 숫자가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바이오신약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현실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합성 바이오의약품에 비하여 질환별 표적 치료제로 활용되기 쉽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암이나 각종 난치, 희귀 질환에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바이오의약품은 그 특성상 합성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매우 복잡하고 정밀한 제조공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합성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후발주자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다. 상대적으로 제조비용이 많이 들고 경쟁이 적다 보니 가격 또한 매우 비싼 편이다. 삼성을 포함하여 셀트리온, 동아메이지 등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삼성은 바이오 사업에 1조 2천억 원을 투자했다. 10년 뒤에 연 매출 2조, 영업이익 1조 원이 목표다. 이미 1, 2공장을 증설했고 세 번째 공장도 공사가 완료되면 삼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가질 것이다. 삼성은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삼성 바이오로직스와 자체적으로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바이오시밀러는 쉽게 이해하면 제네릭 바이오의약품, 바이오베터는 개량신약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소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각각 분리하여 설립했다.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춰 초반에는 로슈 등 다국적 제약사들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하고, 상대적으로 도전하기 쉬운 바이오시밀러, 바이오베터를 내놓겠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 전략이다.


삼성의 바이오 전략이 경제적으로 성공할 것인지 말 것인지 예측하긴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삼성이 반도체 제조 공정 운영 경험이 많기 때문에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도 어렵지 않게 운영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삼성 바이오에피스가 다른 제약회사들에게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수출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술 수준은 갖춰져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삼성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서 그들이 (바이오시밀러나 바이오베터가 아닌) 신물질 바이오신약을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신약 개발은 합성, 바이오의약품 여부를 떠나 해당 질병의 병인을 발견하고 대상 후보 물질을 탐색, 임상실험에서 유효성, 안전성을 확인하기까지 매우 긴 기간의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글리벡의 경우 1960년에 발견한 필라델피아 염색체에서 치료제가 개발되고 출시되기까지 40여 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국가 차원으로 몇 십 년간 병리학, 화학, 생화학 등의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만 이런 성과들을 기대할 수 있다. BK21 사업 등 한국에서도 최근 십여 년간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동안 삼성은 다국적 제약사의 생산공장 역할 혹은 바이오시밀러/베터의 개발에만 만족해야 할 것이다.   


총액 8조 원에 가깝다고 알려진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과 관련한 내용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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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내용을 합성 의약품 부문과 바이오의약품 부문으로 나누어서 보겠다. 일단 합성 의약품(포지오티닙, HM71224, HM61713) 부문은 기존 다른 국내 제약사들에서도 틈틈이 수출하던 부분이고 딱히 특출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임상 4상까지 통과해서 최종 제품까지 이어지더라도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다.


이에 반해 바이오 부문은 총액 6조 원에 이를 정도로 계약 규모가 크다. 성공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것이다. 한미약품 바이오 기술의 핵심은 LAPSCOVERY(Long Acting Protein / Peptide Discovery Platform Technology)이다. 기존의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성분들이 체내에서 목표하는 조직으로 투여되지 않고 중간에 소실되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한 제제 기술이다.

분명 뛰어난 기술임에는 틀림없고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지만, 이는 기존에 존재하는 단백질(ex:인슐린)을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일 뿐이다.1) 인슐린을 매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을 주 1~2회 투여로 줄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기술이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이렇듯 제약회사가 환자의 편의성을 생각하며 기술 개발을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기존 약보다 더 나은 약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의 끝없는 요구들, 그리고 첨단산업 노동자들의 현실


국내 제약사는 물론이고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렇다 할 만한 블록버스터 신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바이오시밀러/베터를 넘어 큰 성과를 얻기에는 여전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획기적인 신약을 내놓을 수 없는 제약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약가 제도를 무력화시켜 받아야 할 가격보다 높은 값을 받거나, 임상시험/허가 기준을 완화시켜 자신들의 약을 최대한 빠르게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신약의 보험약가를 높여달라는 제약회사의 요구는 항상 존재했지만 주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요구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을 내놓으면서 약가 인상 요구는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건강 보험 재정이 보장성 강화에 쓰이지 않아 누적된 틈을 타서 박근혜 정부는 제약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주된 타깃은 바로 경제성 평가이다. 경제성 평가를 통해 정부는 해당 의약품의 효능, 효과가 기존 약들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 평가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기존 약가를 기준으로 신약 가격을 설정하고 있다. 이런 평가를 꼼꼼히 받게 되면 이름뿐인 신약들이 좋은 가격을 못 받는 건 당연지사. 따라서 정부는 2013년에는 RSA 제도를 도입해 기존 약가제도의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우회로를 터준 데 이어, 작년에는 별 볼일 없는 신약들의 약가를 높여주거나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의 약가를 A7기준으로 상향시키고, 심지어 수출 신약의 경우 사용량-약가 연동제도 조차 환급제로 바꿔 환자들에게 본인부담금 인하 혜택을 빼앗겠다는 황당한 규정까지 신설했다. 모두 다 제약회사들의 줄기찬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이미 수많은 약가 규제가 무장해제 당했음에도 제약회사들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또다시 이들의 끝없는 욕심을 다시 채워줄 예정이다. 최근 정부 관료와 제약회사 간부들과의 간담회 내용을 보면 신약의 적정 가치 반영, 즉 신약의 약가를 더 높여달라는 요구와 세제 혜택을 늘려 달라,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를 환급제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 임상 및 허가 간소화 등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국정운영을 볼 때 이 요구들을 또다시 그대로 다 받아 안을 가능성이 높다.3)


제약회사들은 제약산업이 ‘미래 먹을거리’이므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큰 지원을 해야 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먹을거리’가 누구의 먹을거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과연 제약산업이 벌어들이는 돈은 사회 전반적으로 공평하게 분배될까?


일단 제약산업의 고용 유발계수(5.92)는 다른 보건의료 부문 평균(8.42)은 물론이고 심지어 제조업 평균(6.14)보다 고용 유발계수가 적다.4) 생산설비 등이 자동화되어 생산직 노동자를 많이 고용할 필요가 없다. 일단 삼성의 경우 인력을 계속 충원 중이긴 하나 매출 수조 원을 목표로 삼고 있는 삼성 바이오로직스, 에피스의 직원 숫자는 다 합쳐 봐야 현재 1,500명이 채 안 된다.


한미약품의 경우도 직원 1,800여 명 중 이번 기술 수출의 주인공인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300명이 채 안 된다. 그중 바이오 분야의 핵심 인력은 30명 수준이다. 반면 한미약품 1,800여 명의 사원 중 절반 가까이가 영업사원이다. 연구소에서 대박이 나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준다고 언론이 떠들썩했던 것도 잠시, 작년 말부터 영업사원들이 하나둘씩 구조조정 당하기 시작했다. 반면 임성기 회장의 손자 7명이 국내 미성년 주식부호 1~7위인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7명의 주식을 모두 합치면 무려 5천억 원이다. 회장의 손자가 수천억짜리 대박을 치고 노동자들은 길거리에 나앉아 쪽박을 차야 하는 회사가 아무리 이런저런 먹을거리를 키워봤자 일반 국민들에게 동전 한 푼 돌아올 것이 없는 것은 뻔하다.


한편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바이오 분야의 연구진들이 받는 처우는 어떨까? 올해 BRIC에서 발표한 ‘2015 Bio Job 채용 공고 분석’을 보면 구인 공고 중 64퍼센트가 비정규직이었으며 학사급 계약직 연구자의 평균 연봉은 2천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몇몇 대기업이나 정부연구기관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이를 빼놓고는 대부분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처우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야기다. 그러나 앞선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제약 및 바이오산업이 성장한다 해도 그 고용 및 파급 효과가 높지 않을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결국 제약회사와 박근혜 정부가 번지르르하게 내놓는 수사들을 걷어내면 간단한 사실만 남는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을 하건, 삼성이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짓건, 결국 약 가격은 그들이 내놓는 약의 효능과 효과를 토대로 기존처럼 평가하면 그만이다. 신약을 내놓는다고 빨리 허가 도장을 찍어줄 필요도, 약값을 올려줄 필요도, 세금을 깎아줄 필요도 없다. 제약회사들은 더 이상 떼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제약회사를 위해 검증 안 된 의약품에 목숨을 맡길 이유도 없으며,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는 회장 손자 용돈이 아니라 오늘도 돈이 없어 병의원 약국을 지나치는 환자들을 위해 써야 할 재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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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www.hanmi.co.kr/hanmi/handler/Rnd-ProjectBio

3) 글을 쓰는 사이에 이미 받은 듯하다. http://www.dailypharm.com/News/209145

4) http://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142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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