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개정안, 논란과 과제들

by 센터 posted Jul 02,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7,530원이란 감격의 여운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작년 여름에 16.4퍼센트로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가져다주는 의미보단, 사회전반의 골칫거리로서 부각되고만 있다. 이미 연초부터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해 기업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들이 언론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임금 지불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영세 상인들은 높아진 최저임금 탓에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임금이 늘어나 삶의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들보단, 사업주의 꼼수로 인하여 임금이 동결되거나 깎이는 현상들만 눈에 띌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악영향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는 프레임이 뒤덮기 시작하였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내 건 정부와 여당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6월 전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책을 내놓아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을 예년만큼 올렸으면 좋겠지만,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기에 기대치에 못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국회가 최저임금을 건드리겠다고 한다. 당연히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제도 개선이 되는 줄 알았는데, 국회의원들이 갑자기 법률로서 최저임금을 조정한다니 대중들 입장에선 생뚱맞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국회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재빠른 합의로 통과시켜버렸다. 


후폭풍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단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디테일한 쟁점들은 거두절미하고, 당사자들이 이 법을 받아보았을 때 이해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임금 체계를 단순화 한다는 목적 하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 가능하게 법을 바꿨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하루 먹고살기에도 바쁜 저임금 노동자들에겐 당장의 내 임금도 계산하기에도 벅찬 현실 속에서 법까지 공부할 마음의 여유를 낸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임금 교섭은 꿈도 못 꾸는 대다수 노동자들에겐 노동조합은 고사하고 근로기준법마저 내편이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치고 들어온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유일하게 존재했던 임금 인상 기회를 박탈해가는 것만 같다. 


온갖 수당들로 구성되어 있는 복잡한 임금 체계를 바로잡아 일터의 혼란을 없애고, 말 그대로 최저임금‘만’ 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제도로서 바로잡는 건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산입범위만 건드려선 안됐다. 여야는 연봉 2,500만 원 이하 노동자들에겐 피해를 최소화하는 개정안이라고 주장하지만, 기업의 일방적 권한으로 어떻게든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무노조 사업장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이미 직감한다. 노사 관계가 극심히 불평등한 한국의 노동 시장을 안다면, 이렇게 최저임금법 개정안 하나만을 딸랑 통과시켜 국회가 소임을 다했다고 말해선 안 된다. 


물론 개정안이 현장에 적용되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2019년도 기준 상여금 25퍼센트, 복리후생비 7퍼센트 제한을 시작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은 온전한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고, 임금 체계가 단순화 되어 일터의 불필요한 논쟁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각지대는 늘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그 규모 또한 확신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1을 취하려다 2의 손실이 발생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면, 법이 시행되는 내년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대책을 빠르게 수립해야 한다.


우선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한 국회와, 사실상 공조한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이에 핵심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통상임금을 반드시 법제화 시켜야 한다.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항목들이 통상임금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함이라면, 통상임금 또한 법제화 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경계가 모호한 조건에서 25퍼센트, 7퍼센트 각각의 산입 비율을 나누기에 대단히 혼란스러울 것이라 짐작된다. 더 이상 노동자 개인이 문제해결의 무거운 짐을 등에 업고 민사소송이란 막막함에 주저앉아선 안 된다. 또한 임금 체계를 바로잡겠다면서 포괄임금제를 그대로 방치해 놓겠다는 건 모순이다. 특히나 청년들이 다수 종사하고 있는 IT, 디자인, 마케팅 업계에서 장시간 노동을 유발시키는 대표적 제도로서 이를 강력히 규제시켜야 한다. 


올해 초에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 간 합의로 산입범위 논쟁을 종결시키지 못하고, 국회로 공을 넘겨버린 노동계 또한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상여금을 넘어 복리후생비까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었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결국 남은 과제로서 최저임금 인상 조절론에 대응하여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위한 운동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리고 미조직, 저임금 노동자들은 개정안으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든 최소화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를 펼쳐나가야 한다.  


근 한 달간 최저임금법 개정안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바라보며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내 임금을 비롯해 노동 정책들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의 폭이 너무나 좁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되었다.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불안정 노동이 정치와 노동조합으로부터 대변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자,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최저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 시간 단축, 고용보험 개혁, 산업안전 확충,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등 수많은 노동의제들이 쌓여 있는데, 사회적으로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되는 문제해결의 포문이 여전히 쉽게 열리지 않고 있는 노동 전체의 문제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별 탈 없이 이뤄지고, 야근수당을 요구할 수조차도 없으며, 심지어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일터가 여전히 널리고 널렸다. 정책으로부터도, 노동조합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불안정 일터에 변화의 가능성을 심어주기 위한 혜안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유니온도 이 절박함에 노동계와 함께 적극 나서겠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