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노동 정책 성패 가름할 노조 조직률 제고

by 센터 posted Feb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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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신 센터 이사, 상임활동가 


촛불시민혁명으로 맞이한 극적인 변화

촛불시민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도 10여 개월 지났다. 지금도 여전한 고공 지지율에서 확인되듯이 꽤 역할을 잘했다. 이명박근혜 정부 10여 년과 대비돼 더욱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객관적으로도 좋은 점수를 줄 만한 과정이었다. 우선 역대 최대 인상액을 달성한 최저임금 16.4퍼센트 인상이 가장 눈에 띈다. 대통령이 직접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진전돼 온 정규직화도 여러 문제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 민간부문에서도 고용노동부의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판정과 시정지시 등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두드러졌다. 여러 가지로 달라진 정치적 조건이 뒷받침되면서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 결정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3대 노동 정책 공약이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감축과 처우 개선, 노동존중사회 실현이었던 만큼 한동안 퇴행을 거듭해온 중앙정부가 커다란 궤적으로 정상화를 위한 항로 변경을 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는 재벌 중심 신자유주의 경제 구조로 급격하게 고착화돼 불평등 양극화가 심화돼왔는데, 극적으로 국정 농단을 응징하며 한국 현대사 최초로 성공한 무혈 시민혁명인 촛불 봉기를 분기점으로 공멸의 위기에서 공생의 길로 비로소 방향 전환에 돌입한 셈이다. 노동존중사회로 상징되는 이런 흐름은 이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예정인 개헌 국민투표에서 헌법 기본권의 핵심인 노동권 분야와 관련해 헌법에 표기된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꾸는 등 개선 과제가 실현되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노동 적폐로 불리는 만만찮은 난관과 걸림돌도 도처에 켜켜이 쌓여있고, 노사·노정 대립과 갈등도 여전해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실현을 아직 낙관하긴 힘든 상황이다. 결정적인 변화의 전기가 마련되긴 했지만 한국 사회 전반의 낡은 관행과 기득권이 채워놓은 족쇄를 해체하지 않고선 앞으로 전진하기 힘들다. 이제야말로 일희일비를 넘어 멀리 내다보면서 보다 세밀하고 효과적인 혁신 로드맵을 설계하고 이행해가야 할 때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노조 조직률 제고가 문재인 정부 노동 정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임을 강조하면서 몇 가지 초점을 중심으로 서술해보도록 하겠다.

변화의 바로미터인 노동 공약

공약은 헌법상 주권자인 국민과 맺은 공적인 약속이자 계약이다. 공약을 식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당선되지 않았으니 공약에 대해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오만불손하게 답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처럼 공약을 우습게 여기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비정규 노동 공약에 주목하는 이유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 3년 내 최저임금 시급 1만 원 달성 등 1천만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할 핵심 공약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노동 착취 한국 사회가 실질적으로 노동존중사회로 바뀔 수 있다. 무엇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하향평준화로 치달아온,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심화로 대표되는 불평등 양극화 사회 경제 구조 아래 고통받아온 수많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 최대 다수 국민이자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 노동자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일터의 변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요 노동 공약 이행이 차질 없이 임기 내에 완료되도록 각별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계의 오랜 숙원인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입법화 등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공약들이 갖는 무게는 무겁다. 식민과 분단, 군부 독재를 거쳐 양극화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에 가장 기여가 컸던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홀대받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배제된 채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소망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는 불평등 문제 개선과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가 주목받는 이유다. 거리와 광장의 촛불이 정작 바꾸어야 할 일터는 여전히 재벌을 비롯한 경제기득권층의 갑질과 불법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 인권 침해 이슈가 양산되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 수많은 비정규-여성-청년 노동자들의 염원이 깃든 촛불 노동 공약들이 용두사미가 되어선 안 된다.

정부가 좀 더 세밀하되 기득권층에 맞서 단호하고 대담해야 한다. 비정규직 고용 형태를 정규직으로 정상화하는 건 혁명적인 과제다. 묵은 노동 적폐 중의 적폐인 비정규직 문제는 이해당사자도 복잡다단하고 중첩돼 있어 문제해결이 더욱 어렵다. 게다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와 노동 시간을 둘러싼 노사, 노정 간 민감한 쟁점들도 동시에 잘 풀어가야 한다. 교섭력과 조직력을 갖춘 비정규직-여성-청년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꼭 필요한 이유다.

성패의 관건인 노조 조직률 제고

결국 노조 조직률 제고가 관건이다. 자본주의의 양대 계급 간 역관계가 지금처럼 기울어져선 문재인 정부의 노동 공약은 물론이고 사회적 갈등 해소와 통합을 위한 어떤 정책과 처방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자칫 불모의 흥분만 가중시키면서 노사 간, 노노 간, 노정 간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헌법 기본권인 노동3권을 빼앗긴 비정규직-여성-청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고 노조할 권리를 당연하게 누려야 한다.

계급계층 간 이해가 격돌하는 노동 문제는 이벤트성 의제로 다뤄선 곤란하다. 자본주의 이후 대안사회는 차치하고 최소한 인간다운 얼굴을 한 자본주의 사회가 가능하려면 계급 타협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승자독식과 약육강식의 비정한 정글에서 공생의 공동체로 거듭나려면 노동자들의 집단적 목소리에 기반한 조직적 힘이 얼마나 형성되느냐가 중요하다. 노동3권이 구두선으로 그치거나 공허한 메아리로만 치부돼선 안 된다. 2퍼센트 내외에 불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과 1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노동존중사회 건설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임기를 마치는 문재인 정부 성패를 가름할 핵심적인 지표는 바로 노조 조직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돼 가장 먼저 설치한 일자리위원회의 상황판처럼 노조 조직률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노동조합 바깥에 내몰려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여성 노동자들, 청년 노동자들이 노조를 꺼리거나 금기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조 가입 시 불이익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3권이 헌법과 법이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임을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동3권은 보장되고 보호돼야 할 헌법상 기본권임을 사회적으로 인식하게 해야 하고,  노조 결성을 탄압하거나 가로막는 사용자나 공무원에 대해선 단호한 처벌과 제재가 내려져야 마땅하다. 대통령과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조 가입 공익 캠페인부터 벌여야 한다. 이는 헌법 수호를 선언한 대통령으로서 마땅한 공적 의무이기도 하다. 특히 국회가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조건에서 행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노동존중사회는 헌법 기본권인 노동3권이 현실에서 얼마나 보장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불법인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가 2백만 명이 넘는 현실은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들이 대부분 노동조합 바깥에 있는 미조직 노동자들인 조건에서는 아무리 최저임금을 올려도 허사가 되기 십상이다. 일터 특성과 조건에 맞게 임금을 교섭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기구인 노동조합이 없다면 저임금 노동자들은 불법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서도 비정규직 당사자가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돼 있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요건인지 드러난 바 있다. 정규직 노조의 반발에서 비롯된 노노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교섭력을 가진 비정규 노조 존재 여부가 결정적인 변수였다.

여러 사례에서 확증된 것처럼 노동조합은 노동 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린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마지막 보호대이자 파수꾼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노동 정책 성패를 좌우할 관건이기도 하다. 단언하건대 노조 조직률은 한국 사회가 진정한 노동존중사회인지 인정 받는 핵심 지표이다. 지금 당장 노동3권. 지금 당장 노조할 권리.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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