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by 센터 posted Aug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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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센터 이사


삼성재벌 3세 ‘황제’로 등극한 이재용


뉴스타파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약 다섯 차례에 걸쳐 불법 성매매하면서 화대조로 한번에 500만 원씩을 지불한 것으로 보도하자, ‘삼성 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위한 반올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페이스북에서 삼성이 직업병 피해자인 고 황유미 씨 부친 황상기 씨에게 ‘이걸로 끝내자’며 딸의 병원비로 내민 돈이 500만 원이었음을 상기하면서, “성매매 추정 여성에게 건넨 500만 원···, 유미 아빠에게 삼성이 건넨 500만 원은 조롱의 돈이다”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현재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는 223명이고, 그중 사망자 수는 76명이나 되는데, 산재로 인정받은 사람은 1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구성을 제안하였는데, 정작 자신들의 제안으로 구성된 조정위의 조정안을 거부하고, 대신 개별 보상 방식으로 피해자와 가족들을 이간질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핵심 쟁점 중 재발방지대책에 대해서만 3자 합의하였지만, 보상과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삼성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이건희 회장이 사실상 식물상태에 빠지게 되자 종전보다 더 본격적인 무리수를 두면서,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세금 없이   또는 세금 최소화로) 3세 승계시키기 위해 폭주하고 있다. 삼성재벌 3세 ‘황제’로 등극하고 있는 이재용은 대표적인 금수저로 부정 출발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그는 27세 때인 1995년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60억 원을 증여받아서 증여세 16억 원 정도를 낸 나머지 45억 원 정도를 굴린 결과 현재 8조 원대의 자산을 갖게 되었지만, 그 재산 증식 과정은 전형적인 재벌 3~4세의 변칙상속 관련 불법과 탈법, 편법 사례로 기록될 뿐이고 그의 경영 능력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반면 그의 경영 실적은 “e-삼성 사업에서 대표적으로 확인될 수 있다. 그는 삼성재벌의 인터넷 사업 등 벤처사업을 한다는 명분으로 2000년 5월 e삼성(이재용 지분 60퍼센트)과 e삼성인터내셔널(이재용 지분 55퍼센트)을 설립하였지만, 설립 당시 자본금이 400억 원이었는데 2001년 173억 원이라는 경영적자를 기록하자 그해 7월 보유지분을 8곳의 삼성계열사로 떠넘기고 손을 떼고 만다. 이와 같이 그는 짧은 기간에 엄청난 적자를 내는 수준의 경영수완을 가졌지만, 요상하게도 그의 자산은 천문학적인 속도로 증식되어 갔다.


삼성의 불법·탈법·편법 자산 불리기


이런 식이다. 이재용은 종잣돈 45억 원으로 1995년 말 비상장 계열사 삼성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헐값에 매입한(23억+19억 원) 뒤 1997년 초 상장되면서 주가가 폭등하자 매각하여(373억+230억 원) 거액의 시세차익(563억 원)을 획득한다. 이렇게 늘어난 돈으로 이재용은 1997년 비상장 계열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48억여 원어치) 매입한 후 2014년 제일모직으로 회사명을 변경하여 상장시키면서 주식 가치는 무려 1,000배 이상 뛰어 4조 9천 595억여 원어치가 된다. 이 주식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그가 삼성재벌을 지배하는 핵심 지렛대가 되었다. 이어서 1997년에 이재용은 삼성전자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헐값에 450억 원어치 인수한다. 당시 참여연대가 불법이라며 ‘전환사채 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여 법원에서 받아들여졌지만, 삼성재벌은 법원 결정 전에 미리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버림으로써, 결국 이재용은 삼성전자 지분 0.78퍼센트를 획득하게 된다. 또 이재용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시세 절반 수준의 헐값에(62억 2천만 원어치) 취득했는데, 현재 그가 보유한 삼성SDS 주식 가치는 4조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한편 작년(2015년) 7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하는 과정을 거쳐 이재용은 삼성재벌 계열사 간 순환출자의 핵심고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합병 과정에서 삼성재벌은 삼성물산의 주가하락을 조작하여 삼성물산으로 하여금 엄청난 손해를 보게 하였는데, 정작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기이하게도 합병 전 2개월 동안 삼성물산 주식을 계속 매각하여 주가하락을 조장하였고, 또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산정되었다며 합병 반대를 권고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업체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도리어 합병을 찬성하는 ‘배임’ 행위를 자행하였다. 심지어는 서울고법 민사 제35부가 국민연금공단의 비합리적 주식매매와 합병 찬성 결정 등의 의혹과 문제점을 지적할 정도였다. 결국 국민연금공단 경영진의 배임 행위 덕분에 이재용은 합병에 턱걸이 방식으로 성공하였고 그 결과 엄청난 이득을 얻으면서 삼성재벌 3세 세습을 위한 확실한 고리를 잡게 된 반면, 국민연금공단의 가입자들, 즉 전 국민들은 엄청나게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한울림-재벌개혁.jpg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재벌개혁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


법 위에 군림한 삼성재벌     


한편, 이러한 삼성재벌 총수일가의 배임 행위를 통한 이재용의 불법·탈법·편법 자산 불리기와 3세 세습 작전은 각 계기가 생길 때마다 공익 소송 방식으로 형사 고발과 민사 소송 등 사회적 저항에 부딪쳤다. 초기에는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법학교수들이 집단으로 배임 행위를 고발하였고 이어서 참여연대 등에서 형사 고발과 민사 소송을 연속해서 제기하였지만, 권력과 언론, 그리고 사법부를 좌지우지하는 삼성재벌의 막강한 로비력 때문인지, 이러한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법적 제동 장치는 그때마다 무력화되거나 최소화되고 있다. 에버랜드 전환 사채 발행과 관련한 위법 행위는 명백한 법적 근거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과정의 전전반측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선고되었다. 또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과 관련한 위법 행위와 관련해서는 이건희, 이재용 등 총수 일가는 피해가고 대신 하수인격인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만 유죄 판결 받는 것으로 되었다. 이제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에게 결정적인 부당 이득을 안겨준 국민연금공단 경영진의 배임 행위 관련 사안이다. 이 또한 공단 경영진은 배임 등으로 처벌받겠지만 이건희, 이재용 부자는 처벌을 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적나라한 법적 정의의 파탄 사례, 그 자체라 아니할 수 없다.


결국 현재까지의 상황만 보면, 삼성재벌과 이재용이 위와 같은 공익적 저항과 법제도적 장애물을 꾸역꾸역 타고 넘어가고 있고, 이재용으로의 총수 세습은 성공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한국 제 1위의 재벌인 삼성재벌이 정부부처와 언론, 공안기관과 사법부 등으로 짜여진 권력구조의 비호를 받아서 사회 정의를 훼손시키고 대한민국을 농단하고 있는 사이에, 그 제일 밑바닥에서 신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과 한(恨)은 농축되어 가고 있다.


정치권력은 유한한데 재벌권력은 무한하다


이와 관련해 금년 봄과 여름,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노조 등이 참가한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에서 ‘이재용 경영세습 찬반투표’를 진행한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노동자들이 재벌 세습 체제에 대한 저항을 시작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하겠다. 사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던 극단적인 반노조주의를 관철한 삼성재벌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방침에 실질적인 파열구를 낸 것은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노조의 출범이었다. 노조 출범 과정에서 벌써 두 사람 이상의 피가 뿌려졌고, 또 앞으로도 수많은 난관이 닥쳐올 것이 예상되기도 한다.  


재벌 세습은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 수많은 재벌들이 벌써 3세 세습 체제로 들어서고 있고, 두산재벌의 경우에는 4세 세습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세습되다 보니, ‘정치권력은 유한한데 재벌권력은 무한하다’는 상황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나라가 군사독재 시대에서 재벌독재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셈인데, 재벌공화국 아니 ‘재벌왕국’에서 흙수저 중의 흙수저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은 현재의 재벌 세습 체제를 혁파하고 노동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권력이 세습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 말이다.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 건설과 함께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와 일반 시민이 모두 함께 연대해서 ‘함께 행복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


일제 강점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이 절규했지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기 마련이다’는 자연법칙을 기억하자. 지금 비록 어렵고 고단하더라도 함께 어깨 걸고 봄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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