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높아지는 최저 임금 인상 운동

by 센터 posted Apr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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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정|아산시민연대 대표



한 달 전인가. 충남 최저임금공동대책위 회의에 참석해달란 전화를 받았다. 그렇지, 최저 임금 인상 캠페인을 할 때가 되었구나. 해마다 봄이면 저임금 노동자에겐 봄바람 같은 최저 임금 인상철이 온다. 몇 년 전만 해도 노동조합 간부들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요즘은 그저 남의 일처럼 반응하던 사람들이, 알바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학생들이, 청소일이나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알바당당 뭉쳐야 갑이당’, 알바몬 혜리의 알바당 광고도 최저 임금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지만, 2000년 이후 꾸준히 활동해온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노력이 밑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다. 아마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비정규센터들의 노력도 한몫 했으리라. 독자적 권력 감시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노조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데도, 가끔 최저 임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는 나아졌다.


풍부해지는 최저 임금 캠페인


얼마 전에 회의가 열렸다. 사업 내용은 기자 회견이나 노동부 앞 집회, 거리 캠페인과 실태조사를 하던 그전보다 훨씬 풍부해졌다. 학생과 일반인 대상으로 최저 임금 백일장을 지역 신문과 연계하여 개최하기로 했다. 경험을 담은 생활글, 시와 그림과 사진, 4행시에 이르기까지 장르나 형식에 구애를 두지 않기로 했다. 상금도 두둑할 뿐 아니라 참여자 누구에게나 소정의 기념품까지 주기로 했으니, 참여자가 많을 듯하다. 문제는 돈이었는데, 좀 큰 노조에서 후원을 받기로 했다. 평소 최저 임금과 관련 없어 캠페인에도 소극적이었던 대기업 노조에서 사회 연대 차원으로 후원을 많이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전국적 차원에서 지역과 연대하여 더 발전시키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으리라.


민주노총도 어려운 형편이지만 최저 임금 관련 배지나 버튼을 만든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그전에는 매년 요구하는 최저 임금이 다르다 보니, 유인물이나 행사시 사용했던 풍선이나 피켓이 남으면 처치곤란이기도 했다. ‘최저 시급 1만 원’으로 하니까 간편하고 재사용도 가능하니, 좀 넉넉히 만들어 일 년 내내 필요할 때마다 홍보하면 좋겠다. 세월호 상징처럼 지속적으로 패용이나 부착을 하면, 봄에만 반짝하고 마는 한계를 좀 더 극복할 수 있겠다.


더 반가운 일은 사회적 경제 관련 단체와 여성단체가 참여한 일이다. 최저 임금은 여러 단체가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이제까지 노동계와 뜻있는 시민단체 중심으로 연대해 왔다. 여기에서 나아가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나 협동조합 관련 단체들과 여성단체와 생협 들까지 참여하여, 그 구성원들까지 최저 임금의 취지를 함께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선거철과 최저 임금


선거철은 선거철인가 보다. 4.13 총선 막바지에 최저 임금 인상률이 선거 쟁점 중의 하나로 떠올랐다. ‘최저 임금 시급 1만 원 인상’에 대하여 양당이 공약으로 반응하였다. 경제 민주화를 선거 쟁점으로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 임기인 2020년까지 하겠다고 하자, 새누리당은 부랴부랴 8, 9천 원까지 제시하더니 근로장려세제 등으로 그런 효과를 달성하겠다는 식으로 후퇴했다. 며칠 후 선거가 끝나면 유야무야 되겠지만, 어쨌든 ‘최저 임금 1만 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띄워진 셈이다.


그동안 최저 임금 요구안을 ‘노동자 평균 정액 급여의 50퍼센트’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해마다 달라서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나 법제화를 위해서 어떤 기준이나 통계가 필요하겠지만, 간명한 요구가 대중성 확보에 좋은 것 같다. 아마 3년 전인가. 알바노조에서 처음 제기하고 작년부터 민주노총에서 받아 안아 노동계 요구로 삼은 건 참 잘한 일이다. 물론 최저 임금 1만 원도 몇 년 후에는 달라지겠지만.


올해가 지나면 최저 임금 요구 운동의 기준을 세웠으면 좋겠다. 총선이나 대선을 기준으로 정액 기준 최저 임금 요구액을 설정하면 어떨까. 요구액도 그냥 몇몇 단위에서 결정하지 말고, 한 일 년 정도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 정당뿐 아니라 노동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무슨 총투표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홍보와 수렴 체계를 만들어 결정하면 좋겠다. 그리고 4년이든 5년이든 선거 때 공약이나 후보 검증 수단으로 하면 효과가 있겠다. 지방 선거 때는 지자체마다 생활 임금 조례가 있으니, 위 같은 방식으로 지역마다 걸맞은 방식의 운동을 펼치는 것도 필요하겠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자


4월 7일, 내년 최저 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1차 회의가 시작되었다. 매년 그러했던 것처럼, 결정시한인 6월 말까지 노사 위원 간에 지리한 공방을 지속하다가, 마지막엔 공익위원의 저울추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왜 그럴까? 정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각 9명으로 구성되어, 형식적으론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사는 입장이 다르기에 공익위원의 판단대로 결정되고, 그 공익위원들은 대통령이 임명하기에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 소득분배율 개선을 위해 최저 임금을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지난 3년 동안의 인상률은 7.2퍼센트(2014년), 7.1퍼센트(2015년), 8.1퍼센트(2016년)에 그쳤다. 최저 임금 인상을 위한 캠페인과 최임위 회의 분위기에 따라 잠시 기대를 갖기도 하겠지만, 올해 또한 결과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아무리 노동자위원이 뛰어난 논리를 내세우고 사회적 합리성을 주장해도 결정의 영향력은 미비하다. 단지 마지막 전후 회의에서 실무적 판단에 의해 미세한 기술적 변화를 꾀할 수 있을 뿐. 사업장 임금단체협상에서 노동자 교섭위원이 아무리 똑똑해도, 결국 노사 간의 힘에 의해 결정되는 이치이다.


노동자위원들은 회의마다 고민이 많고 치열하겠지만, 어차피 구조가 그러하니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을 좀 더 모색하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노동계나 관련 단체들도 최임위 구조의 한계를 이해하고 너무 비판적인 시선은 거두는 것이 좋겠다. 아마 올해에도 경영계는 동결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가서야 최대 4~5퍼센트 인상안을 제시할 것이다.


노사 간에도 마찬가지로 교섭 석상에서는 명분이나 현실에서 어느 정도 양보안을 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를 두고 후퇴했다느니, 투쟁 의지가 부족하다느니 왈가왈부하기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사용자들에 대한 공세를 최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최임위 구조를 바꾸어 국회에서 결정한다 해도, 하다못해 정상적인 노사정 대타협 기구에서 결정한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친노동자, 최저 임금 대폭 인상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두는 권력이 집권하지 못하는 최저 임금 결정 구조는 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핵심은 최저 임금 인상을 위한 사회적 힘을 모아내는 데 있다. 최저 임금을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 복지의 핵심으로 초점을 모아야 한다. 우리 사회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노동자 국민의 의지를 모아내야 한다. 그 과정과 결과에 따라 최임위 인상 퍼센트가 결정될 뿐 아니라 그 이상의 변화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최저 임금 인상 투쟁을 전면으로


개악을 개혁으로, 민영화를 선진화라 이름 붙이는 집권당의 전략이 여론을 호도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동 문제이다.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을 삭감하고, 비정규직을 증대시키는 정책을 노동개혁이라 포장하여 국민의 눈을 속이는 방식이다. 노동 진영의 논리는 정확하고 분명하지만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형국이다. 방어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소위 노동개혁은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동유연성 확보’를 명분으로 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청년 일자리 창출로, 55세 이상 파견 허용은 장년 일자리 창출로 포장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위하여 기간제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겠다고 하고 저성과자 퇴출을 명분으로 일반해고 요건 완화를 추진한다. 입법이 여의치 않은 부분은 행정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반대하는 노동계에 대해 노동 귀족, 정규직 과보호, 기득권 세력으로 매도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 문제는 이러한 선동과 압박이 현실에서 먹혀드는 것이다. 이미 임금피크제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까지 대부분 관철되고 있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오래전부터 일반해고가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불법파견과 탈법적 기간제 사용은 일반화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개혁의 하나로 강력하게 추진하던, 기간제법 개정을 대통령이 스스로 제외시켰다. 순위에서 밀렸다고 볼 수도 있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 관점이 이미 사회적으로 학습된 상황에서, 명분이 부족했다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돌아보면, ‘비정규직’이란 말은 노동계에서 주도하여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것이 개념이다.


‘비정규직’과 함께 ‘최저 임금’은 오늘날 변화하는 노동 시장에 대응해야 하는 핵심 과제이다. 평균 근속 기간이 5년 남짓이고 연공서열 임금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현재 기준 최저 임금 언저리에 있는 노동자들이 320만 명이 넘고, 많은 사업장에서 초임은 최저 임금이다. 중소사업장 정규직은 거의 비정규직에 가까운 현실이다. 나아가 최저 임금 기준을 1만 원으로 상정하면 공무원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 사업장의 초임을 넘어선다. 


이제 ‘최저 임금’을 노동자 모두의 일로 각인시키고, 저들이 말하는 노동개혁의 앞자리에, 비정규직 보호의 핵심으로 최저 임금을 내세워야 한다. 노동 운동은 자기 밥그릇 챙기는 세력이 아니라 최저 임금 인상을 주도하는, 노동자 전체를 위해 싸우는 세력으로 재확인되어야 한다.


노동 문제에서 사회 복지 문제로


최저 임금 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최저 임금 수혜율이 높아지면 고용률이 떨어지지 않냐, 내수 진작도 좋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된다, 편의점이나 자영업자, 택시 등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망하란 말이냐’ 등등.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및 소득 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공익위원들은 절충하는 시늉인 교섭촉진구간이란 범위율을 엿장사처럼 내밀은 후, 별다른 근거 없이 최저 임금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물가 상승률+경제 성장률’을 참조하여 ‘소득 분배 조정분’이란 알파를 더하였다고 주장한 적도 있으나, 그 소리가 그 소리다.


재벌의 700조 원 넘는 유보금과 중소기업 상생,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최저 임금을 인상하는 외국 사례, 시혜적인 복지보다 일해서 먹고살자는 청년·여성·노인 복지, 소상공인을 위한 4대 보험 지원 등 사회 체제 전반을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자. 최저 임금을 방아쇠로 사회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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