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본권 사각지대] 모든 노동자가 보장받아야 할 노동기본권

by 센터 posted Oct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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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전태일 3법 운동

 

민주노총은 전태일 50주기인 2020년, 헌법이 부여한 노동기본권을 2천만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하기 위한 대대적인 운동을 전개 중이다.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운동이다. 9월 한 달 전태일 3법 입법을 위한 10만 명 서명을 완료했다. 전태일 3법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최소의 노동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기준법을,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실제 사용자와 단체교섭할 권리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조합법 개정,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다. 

 

1970년 11월 13일 청년 노동자 전태일이 명령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우리 사회의 핵심주체가 노동자라는 것을 확고하게 선언하고 노동자의 권리가 민주주의의 요체임을 밝힌 것이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는 전태일 노동자의 사자후는 1970~80년대 폭압의 시간을 거쳐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승화하여 1995년 11월 11일 민주노총 창립으로 노동자 단결 투쟁의 시대를 열어냈다. 100만 명이 넘는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 전태일 열사를 가슴에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노조 혐오의 나라에서 민주노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생존권을 건 싸움에서 쟁취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전태일 열사의 선언이 없었다면 노조 탄압과 폭력의 무게를 뚫고 민주노조 깃발을 휘날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96, 97년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노동 개악을 막아내고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시킬 틈도 없이 외환위기에 직면한다. 해고의 공포와 함께 들이닥친 외환위기는 고용 안전망도 없이 노동자들을 일자리 밖으로 내쫓으며 노동시장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한편 자본가는 더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고용 불안 노동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외환위기 이후 노사관계는 불평등을 넘어 노동자의 생존권이 전적으로 맡겨지는 사용자에게 노동 착취의 무한 자유가 주어진 신자유주의 자본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노동자의 희생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최대 피해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특수고용, 기간제, 파견용역,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일상화되었으며 고용 및 노동조건은 지속해서 악화했다. 비정규직은 사용자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왔기 때문에 노동기본권 행사는 언감생심이다. 따라서 전태일 50주기, 민주노총 25주년인 2020년의 전태일 3법 운동은 시대적 과제이고 반드시 우리 사회가 만들어내야 할 민주주의 과업이다. 

 

3.전태일3법.jpg

민주노총은 전태일 3법을 위한 대국회 투쟁으로 10월 7일부터 국회 앞에서 ‘333 시위’를 시작했다.(@노동과세계)

 

사용자의 힘만 강화한 노동법

 

사용자는 정부와 국회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노동자가 필요할 때 형식적으로 빌려 쓰되 노동법적 책임은 전혀 지지 않아도 되는 파견 노동 확대를 위해 1998년에 파견법을 제정하고, 노동자가 필요할 때 고용하고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기간제 노동 확대를 위해 2006년 기간제법을 제정한다. 게다가 2006년 12월엔 노사관계 선진화를 명분으로 ‘노사관계 로드맵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노동위원회법 등이 개악되고 그 내용은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부당 해고 벌칙 삭제, 부당 해고에 대한 금전 보상제도 도입, 경영상 해고에 대한 사전 통보 기간 단축(60일→50일) 등이다. 이로써 사용자들은 노동자를 언제든 해고하고, 기업별 교섭 구조를 고착시켜 노동자 연대를 확장할 산별 노사관계를 봉쇄하였으며 비정규직 노조와 같은 소수 노조는 단체교섭이 불가능하도록 노동법을 유린하였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조건과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헌법적 권리를 구체화한 노동법이 사용자의 힘만 강화하는 역설이 지속하고 있다. 한국에서 노동법은 노사관계의 평등성 실현은 삭제되고 규범력 위기로 박제화되어 가는 중이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하나의 사용자와 고용의 지속성이 담보된 노동자에게만 그 효력이 미칠 뿐 1천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은 관심 밖이다. 물론 정규직 노동자라고 노동법적 권리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노동조합이 있어야만 보장된다. 현재 노동법은 노동자의 권리 강화가 아닌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으로 본말이 전도되면서 대규모 비정규직은 노동법적 권리에서 배제된다. 

 

비정규 노동자도 당연히 누려야 할 노동기본권

 

비정규직은 고용 불안으로 일할 권리를 침해받는다. 비정규직은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고 비정규 노동자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고용 불안을 해소할 문구가 없다. 기간제법에 2년 초과 시 무기계약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2년 이하 계약 후 해고하면 그만인 무기력한 문구다. 더 악의적인 것은 2년 초과 시 무기계약으로 간주할 수 없도록 광범위한 예외조항까지 두고 있다. 파견 노동 2년 초과 시 발생하는 직접고용 의무도 2년이 되는 시점에 해고하면 된다. 파견 노동 2년 초과 시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여 직접고용을 할 때도 무기계약을 명시하지 않아 기간제로 고용되는 사례가 빈발한다. 또한 파견, 사내하청, 용역 등 간접고용은 사용사업주의 파견사업주에 대한 계약해지 등이 빈번하고 그 과정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 불안은 가중된다. 아예 무법상태인 특수고용은 그날그날 일감이 없으면 쉬어야 하는 극단적인 고용 불안 형태다.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에서 비정규직이 압도적인 타격을 받았다. 

 

해고제한 규정은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노동법의 핵심 조항이다. 해고는 다른 생존 수단이 없는 노동자 처지에선 살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고제한은 노동자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출발이고 전부라 할 수 있다. 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노동조합을 통해 실현된다. 그러나 고용 불안 비정규직은 일상화된 해고의 공포 속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갑질에 저항하는 것은 봉쇄되고 노동조합 가입은 생존권 포기와 동일시된다. 기간제 노동과 간접고용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법상의 주요 노동자 보호 제도를 교묘히 빠져나가거나 무력화한다. 기간제 노동의 경우 계약갱신에 생계를 의존하는 처지를 이용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부당한 노동조건을 강요하고 노동조합 활동과 쟁의행위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 간접고용의 경우 용역단가 하락 등 용역 계약 내용에 노동자의 의사가 개입될 여지 없이 임금 등 노동조건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용역 계약 해지만으로 노동법의 해고제한 법리를 회피할 수 있다.

 

모든 비정규직은 해고제한 규정의 미적용으로 인한 고용 불안과 차별, 노동 3권 형해화가 중첩되면서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무권리 상태가 된다. 따라서 노동권이 박탈된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은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상시지속 업무엔 원칙으로 정규직 고용과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

 

파견, 용역 위탁 등 간접고용은 사용자가 노동자 사이에 중간업자를 고용 계약의 형식적인 당사자로 개입시킴으로써 노동법상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책임을 회피하는 방안으로 악용되고 있다. 노동법이 직접고용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만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원칙을 회피하기 위한 간접고용은 형식적 사용자인 인력파견 사용자가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노동조건을 개선할 권한이 없다. 실제 사용하는 사용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청회사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원사용자는 하청업체와 계약만 해지하면 자신이 사용한 노동자임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특수고용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하여 근로계약 대신 위탁·도급 등의 계약을 체결하고 일을 시키는 형태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하되 지위를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로 위장시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노동법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한 고용 형태이며 현재 근로기준법, 노조법, 최저임금 등 어느 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플랫폼 기업들이 고용을 특수고용과 일용노동으로 일반화하면서 노동권이 박탈된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성’ 이데올로기는 ‘고용 불안’을 기업의 생존력이라는 허구적 논리로 변주하면서 결국 헬조선을 만들어냈다. 청년 노동자들은 취업과 실업의 악순환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지칠 대로 지쳐서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하거나 김용균 노동자와 같이 가장 열악한 일자리에 배치되어 노동 안전 권리조차 박탈되어 희생을 강요당한다. 이렇듯 사용자의 탐욕 실현에만 골몰하는 헬조선은 청년, 여성, 고령 노동자를 고용 불안과 갑질 노동 현장으로 내몰면서 요령껏 살아남으라 한다. 

 

2020년 한국의 노동자는 노동조건의 최소기준인 근로기준법조차 온전히 적용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50여만 명, 초단시간 노동자 335만 명이 있다. 고용 불안으로 노동권이 박탈된 비정규직인 기간제 380만 명, 시간제 316만 명, 간접고용 350여만 명, 특수고용 250여만 명이 있다.

 

전태일 3법은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을 정상화하는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법은 빠졌지만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안전하게 일하고, 노동 3권 보장을 위해 지금 당장 해야 할 최소 요구만 담았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에게만 강요하는 법치를, 탈법의 특권을 누리는 사용자에게도 법치를 강제하는 노동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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