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壹 커다란 하나] 봉제인공제회, 우리 시대의 작은 연대기

by 센터 posted Aug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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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수  화섬식품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



서울봉제인지회, 봉제인공제회는 봉제인 당사자 조직이지만 결성과정을 알게 되면 사회적 연대의 생산물, 그 자체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 글은 그 실천적 연대의 과정에 함께했던, 함께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연대기連帶記’로 여겨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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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공제회 창립대회 및 축하마당(@봉제인공제회)


반세기가 흘렀지만 봉제 노동의 현실은 사실 그다지 변한 게 없습니다. 30년 전 코트 공임 7천 원은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 혹사당했던 ‘어린 시다’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종종걸음 쳐서 지하실 비좁은 작업 의자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합니다. 봉제산업과 봉제 노동 현장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 부부 노동, 노령화, 객공 시스템이 만연한 현장은 하청의 하청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단가 인하 경쟁으로 저임금을 강요받는 사슬구조를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4대 보험 사각지대의 봉제 현장에 신규 진입하는 청년 노동자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봉제인공제회는 봉제인 당사자들의 자주적이고 자립적인 노력을 통해, 봉제인들의 필요에 따른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10인 미만 사업장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지역 봉제업종의 현실은 개별 교섭을 통한 개별 기업 차원의 복지제도를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봉제인공제회는 열악한 봉제업종의 노동복지 한계를 넘어서고자 합니다. 서울봉제인노동조합과 봉제인공제회는 기존 국가 차원의 선별적 복지제도가 포괄하지 못한 당사자 중심의 자조자립 복지 시스템과 공정한 소비자의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공정한 생산과 복지를 위한 ‘노동공제회’ 추진은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이유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서울시와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영세사업주,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함께하는 봉제인공제회의 도전은 전태일의 풀빵연대 정신을 또 다른 측면에서 잇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연대기連帶記 개요 : 1200여 일의 대장정


2018년 11월 27일 청계천(파고다 종로 내일캠퍼스)에서는 청계피복노조 48주년을 기념하여 서울봉제인노동조합이 창립을 선언했습니다. 2017년 3월 31일 전태일다리에서 9만 봉제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한 공동사업단 출범 기자회견 이후 1년 8개월여의 시간이 지나갔고, 2016년 봉제사업단 구성을 위한 간담회 개최 이후 꼬박 2년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1년이 지난 2019년 11월 17일 청계천(청년재단)에서 화섬식품노조 봉제인공제회 창립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또다시 9개월 뒤 2020년 7월 30일 조합원들에게 첫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개시했습니다. 2017년 3월 31일 봉제공동사업단 출범 기자회견으로부터 3년 4개월, 약 1200여 일의 대장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서울봉제인지회, 화섬식품노조 봉제인공제회는 걸어가야 할 여정이 남아있습니다.


연대기連帶記 1장 : ‘봉제노동조합 건설이 가능하겠냐᾿는 회의적 입장을 뒤로 하고 낯선 봉제 현장을 향해 뚜벅뚜벅 함께 걸어 들어간  ‘봉제공동사업단᾿


9만 봉제 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한 공동사업단(약칭 봉제공동사업단)을 시작으로 서울봉제인노동조합을 창립했습니다. 

‘봉제공동사업단’은 화섬식품노조, 전태일재단, 서울노동권익센터, 구로구근로자복지센터, 광진구노동복지센터, 성북구노동권익센터, 중랑구노동권익센터,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카페봄봄. 청계피복노조 이후의 도심 제조 영세 노동자. 봉제 종사자들의 조직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그 조직화의 길을 내기 위해 공동캠페인, FGI 등 수고로운 노동을 함께한 단위들입니다.


연대기連帶記 2장 : 노동공제회, 봉제인공제회를 최초로 설계하다


서울봉제인지회가 창립선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봉제인공제회를 창립했습니다. 봉제인공제회 TF를 시작으로 봉제인공제회 조직 구성, 즉 이사 및 회계 감사 구성, 봉제인공제회 운영위원회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연대의 주역은 전태일재단, 서울노동권익센터, 노회찬 재단 김형탁 사무총장, 그리고 김형미 교수입니다. 아직도 낯선 단어인 공제회(Mutual Society,Credit Union), 공제사업, 공제상품, 조직체계 등을 구상하고 실현하기 위해 일본연수 및 학습토론, 수십 차례의 회의를 마다하지 않았던 분들입니다.


연대기連帶記 3장 : 자원과 준비가 부족한 현실을 넘어서게 한 공제상품 출시의 호혜적 동력  


봉제인공제회 창립 이후 상호부조 노동공제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이 여정에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송경용 이사장, 소액 신용대출자금 지원)과 녹색병원(임상혁 원장, 건강검진 및 의료지원서비스 MOU체결), 한겨레두레협동조합(김상현 이사장, 행복한 천원상조 서비스 MOU 체결),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제주평화쉼터 등에서 중요한 도움을 주었습니다.


연대기連帶記의 주인공 : 그대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습니다


연대의 과정에 함께한 단위(조직)를 살펴보면 중간지원조직(서울노동권익센터, 자치구 단위 노동중간지원조직), 지역노동단체(우리동네노동권찾기, 일과건강, 노동자 마을카페 봄봄), 비영리법인(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회적경제조직(한겨레두레협동조합, 마을공동체연구협동조합), 재단법인(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전태일재단), 서울연구원(김묵한 박사), 마을공동체활동가(이도화 활동가, 문대영 활동가 등), 위즐소사이어티,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이향숙 박사) 등입니다. 특히 모든 과정에는 청계피복노조 출신 선후배들의 모임인 ‘청우회’, ‘전태일의 친구들’의 헌신적인 지지와 신뢰 역시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연대기連帶記의 과제 : 1천 조합원, 공동사업체 ‘태일피복’, 그리고 전국 노동공제회를 향해 


화섬식품노조 봉제인공제회와 서울봉제인노동조합 앞에 놓인 과제는 여전히 산적합니다. 봉제인공제회는 공제사업의 특성상 규모 문제, 당사자 참여, 조합원 참여를 양질로 높여야 합니다. 영세사업장이라는 한계로 인해 나타나는 대부분의 과제를 산별노조 지원과, 봉제 당사자의 헌신과 노동, 연대를 통해 해결해나갈 것입니다. 핵심적 과제는 바로 교육과 조직, 상근역량 확보에 있습니다.


봉제산업과 봉제 노동 현장을, 서울지역 9만 봉제 종사자들의, 봉제 종사자를 위한, 봉제 종사자들에 의한, 그야말로 ‘오래된 미래’로 만들고 싶습니다. 봉제인공제회는 도심 제조 영세 노동자들의 자주적 조직, 서울봉제인노동조합의 다양한 역할과 임무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서울봉제인노동조합과 봉제인공제회는 봉제 노동자들과 함께 네트워크형 공동사업체, 가칭 태일피복 설립에도 도전할 것입니다.


서울봉제인노조는 봉제인들의 권리 신장이 봉제산업의 활성화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공정 임금·공정 단가, 안정된 일자리와 물량, 마케팅, 그리고 노동 건강권과 근로 환경 개선 문제는 봉제업에서는 개별 사업주나 노동자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서울 도심제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봉제업을 활성화시키고, 봉제 종사자들의 일자리와 노동인권을 책임져야 할 단위는 어느 일방이 될 수 없습니다. 봉제업에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책임져야 할 단위는 바로 서울시/사업주/노동자 3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3자 상설협의회 구성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입니다. 공정 임금· 공정 단가, 4대 보험 일부 지원 제도, 주5일제, 비수기 실업수당 도입 등은 노동조합이 단위사업장을 넘어 사회적 합의 혹은 사회적 협약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할 과제입니다. 봉제, 주얼리, 제화, 인쇄 업종 당사자들이 서울도심제조노동조합연석회의를 함께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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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암동 봉제 밀집구역 집중 홍보 선전전(@봉제인공제회)


서울봉제인지회, 화섬식품노조 봉제인공제회는 노동공제회연합, 전국노동공제회를 향한 연대기連帶記의 다음 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50년 전 전태일의 삶과 도전, 그리고 그 시선 끝에서 오늘 우리는 ‘사회적 연대’라는 이름의 힘으로, ‘그 오래된 미래’를 되찾아 오기 위한 꿈과 열망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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