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코로나19] 직장갑질119 제보와 통계로 본 코로나19

by 센터 posted Jun 29,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



경계에서 심각으로, 코로나 갑질


2월 23일,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수준이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이와 함께 직장갑질119로도 코로나와 관련된 문의와 제보가 이어졌다. 직장갑질119로 3월 한 달간 들어온 이메일과 카카오톡 제보는 총 3,410건. 이 중 코로나 갑질 제보는 1,219건으로 37.3%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110건의 제보 중 코로나 제보가 39.3건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무급휴가(무급휴직, 무급휴업)가 483건(39.6%), 불이익(기타) 253건(20.8%), 해고·권고사직이 214건(17.6%), 연차 강요 99건(13.9%), 임금 삭감 99건(8.1%) 순이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상황은 해고·권고사직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3월 1주에는 코로나 제보 중에서 해고·권고사직 비율이 8.5%였는데, 3월 2주 14.6%, 3월 3주 21.3%로 매주 증가하더니 3월 4주에 이르러서는 코로나 제보 중에서 해고·권고사직이 27.0%에 이르러 3.2배 증가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연차 강요에서 시작해 무급휴직을 거쳐 해고로 이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집1_1.jpg


노동조합 밖에서 일어나는 코로나 갑질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코로나 갑질은 더 심각했다. 무급휴직을 일방적으로 실시하고, 생계가 어려워 그만두려는 직원들에게 실업급여를 줄 수 없다며 자진 퇴사를 강요하는 회사도 부지기수였다. 여러 정부지원금을 받고 있는데 인위적인 인력 조정(해고나 권고사직 등)을 하면 정부지원금이 끊긴다는 이유였다. 


호텔에서 청소를 하는 용역업체의 직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로 회사가 무급휴가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순차적으로 휴가를 가야 하는데 매달 일주일씩 휴가를 가야 합니다. 회사의 귀책에 따른 휴가이므로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대로 70%의 임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급휴가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동의서에 사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항공사 아웃소싱업체 직원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연차를 소진하라고 했고, 계약직은 전원 계약해지시켰습니다. 남은 직원들에 대해서도 이제는 권고사직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회사 사정으로 복직시켜줄 거라고 약속하면서 권고사직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는 선택권이 없고 무급휴가를 가거나 권고사직을 해야 합니다. 권고사직을 하지 않은 직원들에게는 다음 달부터 몇 개월씩 무급휴가 처리를 하겠다고 합니다.  


코로나 여파로 퇴사하게 되는데 회사에서 실업급여를 챙겨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하여 모든 행사와 여행 업무가 취소되면서 나라에서 지원받는 걸 신청해 현재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지원금 때문에 저에게 실업급여를 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게 맞는 건지 실업급여를 정말 못 받는 건지 궁금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권고사직으로 퇴사하는 건데 실업급여도 못 받는다면 생활이 어려워집니다. 새로운 직장 구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서요.


무급휴직이냐 해고냐. 잔인한 선택지에 놓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세상으로 전달되기도 어려웠다. 소송보단 생계가 절박했고, 투쟁보단 포기가 가까웠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 위기 첫 두 달 취업자가 102만 명 감소했다고 한다. 제1노총인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는 2018년 기준 96만 8천 명. 제1노총 조합원 수에 육박하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밀려났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곳은 없었다. 직장갑질119는 주 2회 이상 보도자료를 내면서 노동조합 밖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비정규직이 정규직 두 배


직장갑질119는 2020년 4월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업무가 줄었다’가 43.6%로 나타났는데, 비정규직(60.8%)이 정규직(32.2%)에 비해, 서비스직(62.2%)이 사무직(31.8%)에 비해 두 배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도 마찬가지였다. 비정규직(66.3%)이 정규직(35.0%)에 비해, 서비스직(66.9%)이 사무직(35.4%)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직장에서 직접 경험한 부당한 일의 경험 비율은 대부분 15% 미만이었다. 그런데 특성별로 무급휴업 강요에서 비정규직이 19.5%로 정규직(8.0%)에 비해 두 배 이상, 권고사직·해고 역시 비정규직이 8.5%로 정규직(3.5%)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서비스직도 같은 질문에서 사무직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특집1_2.jpg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던 시기는 방역 대책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넘어가고 있던 시점이다. 방역지침의 1번은 ‘아프면 3~4일 쉬기’다. 직장생활하면서 아프면 3~4일 쉬기 위해서는 유급병가제도가 절실하다. 1년에 15개 남짓으로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만으로는 아프면 쉴 수 없다. 그러나 전체 직장인들의 절반(54.3%)은 회사에 유급병가제도가 없다고 응답했다. 


해고 금지, 상병수당, 모든 취업자 고용보험


최근 이슈가 되었던 쿠팡 발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는 불안정 노동이 코로나19 방역에도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보여준다. 낮에는 콜센터에서 일하고, 밤에는 쿠팡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 먹고 살기 위해 아파도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로 인해 ‘깜깜이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4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임시·일용직 취업자는 549만 5천 명이다. 일용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특수고용직·계약직·파견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 고용보험 밖 노동자들은 언제 해고되는지, 언제 채용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깜깜이 감염’과 ‘깜깜이 해고’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바이러스에는 계급이 없지만 재난에는 계급이 있다. ‘코로나 갑질’이란 재난은 유독 약자에게 강하다. 노동조합이 튼튼한 회사는 대화를 통해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나갈 방법을 찾지만, 노동조합 밖의 직장인, 비정규직에게 코로나 갑질은 특히 잔인하다. 직장갑질119는 코로나19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한 긴급과제로 ①해고 금지 ②상병수당 도입 ③모든 취업자 고용보험 적용을 제안한다. 


① 해고 금지. 고용유지지원금만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없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확인되고 있다. 일자리 밖으로 밀려나는 이들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은 장기적 과제가 아닌 당장 추진해야 할 긴급과제다. 


② 상병수당 도입. 쿠팡과 마켓컬리 등에서 일어난 집단감염 사태는 ‘아파도 쉴 수 없는’ 한국의 직장문화가 감염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줬다.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캠페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OECD국가 중 미국과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가입한 상병수당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③ 모든 취업자 고용보험 적용. 고용보험 밖 1,401만 취업자, 최소 727만에서 최대 848만 명으로 추산되는 취업자들을 고용보험 임시가입자로 편입해 이들의 노동소득을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