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임금] 2020년 최저임금 어떻게 결정됐나

by 센터 posted Aug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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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센터 상임활동가



2020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2019년 대비 240원(2.87퍼센트) 오른 8,590원이다. 2010년 2.8퍼센트 오른 이후 최저 인상률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역대 최악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사과했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중심축이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는 아니다.”라며 부정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중심축이 완전히 무너졌는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제대로 실행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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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


이미 예견된 거나 다름없었다. 보수언론과 보수정당들은 경제 불황의 원인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렸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이들은 2017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죽어간다며 최저임금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경제 불황과 고용률 저하와 맞물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최저임금 책임론’은 국민들 사이로 파고 들어갔다. 그로 인해 정부와 여당은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정책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2018년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을 시도했다. 그것도 모자라 ILO 협약을 무시하고 인권 차별적인 주장을 공공연하게 했다. 보수언론도 덩달아 최저임금 차등화에 힘을 싣는 주장을 했다. 정부는 버티지 못하고 올해 1월 최저임금제도 변경 안을 제시하며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누어 이분화시켰다.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심의구간을 설정하고, 결정위원회에서 노동계·경영계·공익위원들이 결정하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구간설정위원회 결정에 결정위원회가 종속되는 것으로 노동계와 경영계 당사자 중심으로 심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최저임금제도 변경은 최저임금 상승률을 낮추는 하나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사실상 요식 행위에 불과한 국민 여론조사와 노동계의 불참 속에 진행된 전문가 토론회 절차를 마치고 국회에 새로운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2월부터 현재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국회 마비로 이 법안은 아직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제도 변경에 반발해 공익위원들이 모두 사퇴해 새로운 공익위원으로 꾸려졌다. 정부는 형평성과 전문성에 맞게 임명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입김을 그대로 받는 공익위원들이 올바른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최저임금제도 변경에 대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황에서 이번 한 번으로 최저임금 위원 임기를 마칠 수 있기 때문에 책임 있는 결정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 그래도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는 시작되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영계의 노골적인 방해 움직임이 보였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세 가지 사항이 의결된다. 최저임금 결정단위,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 그리고 최저임금 수준이다. 최저임금 결정단위의 경우, 2015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미 시급 표기와 함께 월급을 병기하기로 노사가 합의했기 때문에 이후 큰 쟁점으로 대두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경영계에서 월급 병기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회의를 방해했다. 경영계는 경제가 어렵고,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계류된 특수한 상황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의도는 뻔했다. 최저임금 결정단위에서 월급 병기는 주휴시간 포함 209시간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월급 병기를 폐지하면 주휴수당을 제외한 174시간 시급만을 지급해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결국 주휴수당 무력화를 노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질적인 논쟁거리였던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이전에는 사업 ‘종류별’ 차등 적용을 고집했지만, 이제는 사업 ‘규모별’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노동생산성이나 회사 규모에 따라 법정 최저임금을 나누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노동자들을 차별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공익위원들이 주장한 “변경해야 할 중대한 사유”가 없고 논리도 부족했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표결할 때도 최저임금 월급 병기, 단일 적용으로 결정되었다. 이에 대해 경영계 위원들은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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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삭감안을 제출한 사용자단체를 규탄하며 서울역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및 거리 선전전


경영계는 두 번 불참하고 다시 참석했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경영계 측 간사인 류기정 경총 전무가 모두발언에서 마치 이번 결정 이후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골자로 한 제도개선위원회를 열기로 했다는 것을 통보하듯이 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 위원들은 공익위원과 경영계 간에, 이른바 제도개선위원회를 골자로 복귀를 협상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위원장은 아니라고 했지만 험한 말을 쏟아냈던 경영계가 갑자기 복귀할 명분은 없었다. 또한 최저임금 결정 이후 경영계가 제도개선을 주제로 한 전원회의 개최를 요구했기 때문에 공익위원과 경영계 협상에 대한 의심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경영계는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4.2퍼센트 삭감한 8,000원을 제시했다. 기업의 지급 능력 초과, 경제 상황, 취약업종 일자리 등에 최저임금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였다.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 32조 1항에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경영계에서 ‘기업의 지급 능력 초과, 현재의 경제 상황’ 등으로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명백히 헌법에 위배된다. 경영계는 복귀하자마자 차등 적용과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삭감안을 들고 와서 헌법 자체를 위반하며 최저임금제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노동계 위원들은 반발하면서 한 차례 회의를 불참하기까지 했지만, 경영계는 1차 수정안에서 2퍼센트 삭감안을 들고 왔다. 공익위원들도 공정성을 이유로 들면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1만 원의 사회적 합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노동계 측을 몰아세우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경영계의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와 공익위원들의 무책임한 모습이 겹치면서 2020년 최저임금은 최악의 수준으로 결정되고 말았다.


2020년 최저임금 결정 이후에 나온 기사인〈자영업 다 망한다는 사람들, 틀렸습니다〉(2019. 07. 31. 머니투데이)는 7월 26일 발표된 국세청의 ‘2019년 국세통계 1차 조기통계’ 결과를 설명하며, 문재인 정부 기간에 오히려 자영업의 신규/폐업 비율과 폐업률 지표가 계속 개선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죽는다며 삭감안을 내놓았던 경영계 위원들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폐업 쓰나미가 몰려들 것이라는 주장을 한 보수언론과 정당들의 주장은 그저 선동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결국 그들이 원한 것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 중심의 기득권을 지키고,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풀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경영계의 조직적인 조작과 선동에 정부는 올바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최저임금제도를 개악하고 사실상 최저임금 삭감에 동참함으로써 겨우 연명하고 있던 최저임금제도의 호흡기를 사실상 제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공약이 무너진 것은 물론이고, 사회보장과 노동자 권익 향상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닌 최저임금제도는 한국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도를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끌어올리자는 것은 2017년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공약했을 정도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저임금을 높이는 문제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법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최근 부산시의회는 공공기관장 보수를 최저임금의 7배로 제한하고, 기타 임원 보수를 6배로 제한하는 이른바 최고임금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는 경기도를 거쳐 지자체 조례로 확산되고 있다. 결국 최저임금을 올리는 데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살찐 고양이법’으로 일컬어지는 최고임금제도를 만들어 임금 체계 등을 근본적으로 고민해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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