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력1)

by 센터 posted Apr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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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센터 정책연구위원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을 하는 불안정 노동자의 확산은 이들을 위한 보호 방안 마련의 시급성을 더하고 있다. 법·제도적 보호의 사각지대 해소, 임금/소득 안정성, 공정한 대우, 노동자 주권 및 대표권 확보 등을 위한 정책 대안 마련과 이를 위한 노사정 간 협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대응은 아직 문제의식 공유와 대응책 마련을 위한 현황 파악에 집중되어 있고, 플랫폼 노동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을 중심으로 조직화와 보호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각국의 사례를 살펴본다.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


플랫폼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는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노동자성 논란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관계법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동자인지 여부 문제를 말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특수고용형태노동자(특고) 중에서도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이 노동력 거래를 매개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특고’로 불리고 있는데, 업무상 지휘·명령, 인사 평가, 3자 고용, 전속성 등을 이유로 노동관계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들이 다수 확인된다. 둘째, 사용자 책임의 문제다. 노동력을 거래하는 주체가 플랫폼 그 자체이거나 플랫폼에 업체가 매개된 경우가 있다. 임금 지급 주체, 안전보건 책임, 사회보험 가입 주체, 단체교섭 상대방으로서 당사자격 등의 측면에서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하는 자가 누구인지 논란이 있다. 셋째, 임금과 노동시간 산정 방식의 문제다. 임금의 수준, 결정 방식, 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노동시간과 대기시간 구분, 휴일·휴가 부여 방안 등의 문제다. 또한 업무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따른 노동 강도 역시 쟁점이 될 수 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플랫폼으로부터 제공받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공급자와 수요자(노동자) 간에 비대칭적 관계 때문에 정해진 업무 외에 부가노동이 증가할 우려도 있다. 넷째, 노동의 개별화·분절화에 따른 집단적 이해대변 기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공간적, 시간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노동은 개별화되고 분절화될 수밖에 없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 조직화가 고양이몰이(herding cats)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Doellgast et al., 2018).


플랫폼 노동 확산에 따른 해외 노조의 대응


서구 노동조합들 중에는 독일 노조들이 산업4.0과 디지털 기술 혁신 관련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이문호, 2017).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을 대비하기 위하여 국가·산업·기업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와 단체교섭 등을 통해 노동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전적 규제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 금속노조(IG-Metall)가 운영하는 웹사이트(FairCrowdWork.org)를 들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와 의무, 이들을 위한 노조의 자원(resources)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업무 내용, 노동 과정, 보수, 의사소통 등에 관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자체 평가와 플랫폼 약관 평가 결과들을 제공하는 ‘플랫폼 프로파일’을 운영하고 있다(장희은, 2018). 플랫폼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문제인 정보의 불투명성과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공정한 노동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다. 산업4.0에 대응하는 노동4.0의 대안적 노동체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 노조의 대응은 ‘형성’ 전략으로 분류되는데, 상대적으로 영미권 노조들은 ‘보호’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이병훈, 2018).


아래에서는 이병훈(2018)의 구분법에 따라 영미권 노조의 대응을 세 가지로 유형화하여 살펴보겠다. 

첫째, 노동관계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노조를 결성·가입할 수 있는 노동자 범위에 관한 법적 쟁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노총(AFL-CIO)과 영국 일반노조(GMB)는 우버(Uber) 기사들의 노동법상 노동자 지위 인정 투쟁을 해왔다. 몇몇 사례에서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지만,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질서 전반에 대한 변화를 규율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Ibid., 2018).

둘째, 노동자성 인정과 별개로 기존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사례다. 이런 유형에는 우버 기사들에 대해 독립사업자의 지위를 인정하되 노조 교섭권을 근거로 우버 기사들을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던 미국운수노조(팀스터·Teamster) 117지부, 독립사업자의 독자적 교섭단위 구성을 인정받기 위해 뉴욕시와 우버 협약을 체결한 미국기계공노조(International Association of the Machin-ists and Aerospace Workers) 등이 포함된다(Ibid., 2018). 영국의 음악가노조(MU-Musician Union)는 런던극장협회 및 개별 관현악단 등과의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노동 조건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Doellgast et al., 2018). 

셋째, 노동자성 인정, 단체교섭과 별개로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노조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례다. 노동조합이 연금, 건강보험 등 상담과 복지플랜 마련, 임금 지급과 산업안전 관련 소송 대행 및 지원 등을 하는 유형을 말한다. 영국에서는 주로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과 오토바이 배달, 우버 드라이버 등 긱 이코노미(gig economy) 노동자, 돌봄 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대표되지 못했던(under-represented) 노동자들의 이해대변을 위한 조직인 독립노동자노조(Independent Workers Union of Great Britain)가 캠페인, 법률 지원 등의 방법으로 이들 노동자의 노동자성 여부와 관계없이 조직화, 지원 및 보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직종노동단체인 프리랜서노조(Freelancers’ Union)와 독립영화TV노동자연합(Independent Film and Television Alliance)의 활동도 이 유형에 포함시킬 수 있다(이병훈, 2018). 


한편 사용자 주도로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덴마크 청소부 알선 플랫폼 힐퍼(Hilfr) 사례2)를 꼽을 수 있다. ‘가정 청소계의 에어비앤비’를 지향하는 덴마크 가정 청소부 연결 플랫폼 힐퍼(Hilfr.dk)3)는 2018년 4월, 덴마크 최대 산별노조인 3F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공유경제 플랫폼 운영업체가 산별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특기할 만한 사례다. 단체협약에서는 플랫폼에 등록한 청소 노동자 가운데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경우,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하여 플랫폼(힐퍼)이 직접 고용을 하고 일반 플랫폼 등록자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연금, 휴가비, 병가 등의 보호 조치를 강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표 1] 참조). 

특집-표1.jpg


힐퍼의 공동 창업자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처한 유동성을 보완할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이를 노동자 권익 보장, 적정임금 지급 등의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였다. 이들은 노동 조건을 개선하면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고, 이는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지고 자연히 고객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플랫폼을 활용한 대응 방안 모색


플랫폼 그 자체를 활용하여 정보 공유 및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사례도 있다. 크라우드 작업자들이 크라우드소싱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게시판인 터크옵티콘(Turkopticon)에서는 크라우드 작업자들이 스스로가 경험한 부당한 대우와 그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Wallraff, 2018). 


2013년 설립된 새로운 집합행동 모델인 Coworker.org도 있다. 미국서비스노조(SEIU) 활동을 하다가 만난 두 명의 활동가(Michelle Miller, Jess Kutch)가 전통적인 노동조합 조직률 하락에 맞서 새롭고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 사이트를 공동 설립하였다. 이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전문지식/기술과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기업들 안에서 네트워크(networks inside companies)가 작동되도록 돕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미래 모습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이러한 실험들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집단적(집합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새로운 길을 닦고 있다.”라고 설립취지를 밝히고 있다.


주된 활동은 이 사이트를 통한 캠페인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캠페인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1) 제안자가 청원 제목, 누구를 상대로 한 청원인지, 그 상대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 등을 적어 제출하고2) 온라인에서 해당 청원에 지지서명을 한 5,000명 이상을 확보하면3) 공식 캠페인에 착수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coworker.org 사이트에서 진행된다. 캠페인의 대표적인 성과로 스타벅스 노동자 문신 노출 허용 사건을 꼽을 수 있다. 2014년 8월, 미국 스타벅스 노동자 1만 2천 명을 포함해 2만 1천 명이 coworker.org 사이트에 문신금지 규정 해제를 청원하면서 스타벅스의 복장 규정이 주목을 받았다. 청원 결과로 회사는 “외설스럽거나 흉하지 않은 적당한 문신은 허용한다”며 절대불가 방침에서 물러섰고([그림 1] 참조), 다른 기업에도 엄격한 복장 규정 완화가 확산되고 있다.


특집-그림1.jpg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행동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이미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는 배달 노동자들의 파업이 다수 진행되었다(박진욱, 2019). 2016년 8월, 영국판 배달의민족으로 알려져 있는 딜리버루(Deliveroo) 노동자들이 회사 일방의 노동시간 결정, 노동시간 경직성, 높은 보험료 등에 반발하며 파업을 하였다. 이후 플랫폼 기반 노동자들의 크고 작은 투쟁이 이어졌고, 2018년 10월에는 영국 7개 도시에서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들의 연대파업인 맥스트라이크(McStrike)가 진행되었다. 외식업체인 맥도날드, TGI프라이데이, 웨더스푼 종사 노동자, 우버이츠(UberEats), 딜리버루 등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주 요구사항은 임금 인상과 노동권 확보, 노동조합 인정 등이었다. 같은 해 10월 8일에는 우버 노동자들이 24시간 파업을 벌였다. 요금 인상, 수수료 인하,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는 불공정한 앱 비활성화 중단 등을 요구하였다.


또한 전 세계에 근무하는 구글(Google) 노동자들은 전·현직 임원들의 직장 내 성추행과 이를 옹호하는 회사 측 대응에 항의하며 2018년 11월 1일, 파업(walkout)을 벌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를 비롯해 뉴욕, 런던, 더블린, 싱가포르, 베를린, 취리히, 도쿄 등 전 세계 40여 개 지사에서 동시에 진행하였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노동력 제공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주체가 노동조합이 아닌 경우가 있고, 쟁의 행위 관련 법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기도 하며, 집단행동이 노동조합 공식 라인을 통하지 않고 한국의 ‘촛불’이 그러했던 것처럼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단체행동 주체가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 단체행동을 위한 수단과 방법에서도 더욱 다양한 방안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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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구용역사업으로 진행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방안 마련 연구’ 중 이정희(2018)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노사관계 과제’ 일부 내용을 발췌, 보완한 것이다.

2) 힐퍼 사례는 http://nakeddenmark.com/archives/9970 참고하였다.

3) 2017년 6월 창업한 가정 청소부 연결 플랫폼 업체인 힐퍼는 현재 청소부 500여 명이 코펜하겐과 오르후스, 올보르, 오덴세 등 주요 도시에 고객 1,700여 명에게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http://nakeddenmark.com/archives/9970)


참고문헌

-박진욱(2019) 「해외소식 : 긱 이코노미와 노동자 권리, 끝나지 않는 투쟁」, 『노동건강연대』, 2019년 봄호 

-이문호(2017) 「스마트공장과 노동의 대응 : 한국과 독일의 비교. 디지털시대 노동의 대응 : 4차 산업혁명 바로보기」, 금속노조 연구원 토론회 발표문

-이병훈(2018) 「4차 산업혁명과 노사관계 : 노사관계 갈등 이슈와 서구 노조들의 대응전략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정책』, 25(2)

-이정희(2018)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노사관계 과제」, 이승렬 외,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방안 마련 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구용역사업

-장희은(2018) 「플랫폼 노동 보호와 관련한 해외 정책 사례」, 이승렬 외,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방안 마련 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구용역사업

-Doellgast, V., Lillie, N. & Pulignano, V. (2018) Reconstructing Solidarity: Labour Unions, Precirous Work, and the Politics of Institutional Change in Europe, Oxford: OUP

-IndustriALL(2017). Industry 4.0: implications for trade unions and sustain-able industrial policy. Action Plan presented to IndustriALL Global Union's World Conference. 26-27 Oct. 2017. Geneva

-Wallraff, G. (2018), 이승희 옮김, 『버려진 노동(Die Lastenträger)』, 나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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