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노동인권교육] 은평 지역 사례로 본 학교 밖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by 센터 posted Feb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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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부원장, 은평 청소년노동인권교육 토닥토닥 활동가



교육시간 130시간, 교육 참여 청소년 550여 명, 참여 강사 연인원 100여 명. 이 숫자는 2018년 은평 지역 학교 밖에서 진행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현황표이다. 물론 어림잡은 수치이다. 이렇게 많은 교육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은평 지역 학교 밖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은평에서 진행된 학교 밖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탈학교 청소년 동아리,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 등 세 영역에서 진행되었다.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대상 교육 시작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9월 지역 행사로 열린 은평상상컨퍼런스에 은평노동인권센터(이하 은평센터)가 ‘청소년 노동인권 사업연계망 찾기’라는 코너를 열어 참여했고, 이 자리에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분, 학교 선생님, 토닥토닥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의 필요성을 서로 공유하고, 지역에서 어떻게 연계해 진행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댔다. 이후 한 지역아동센터 요청으로 2017년 1년 동안 매주 한 번씩 청소년 인권과 노동을 주제로 모두 22회 교육을 진행했다. 이 교육을 함께한 청소년들은 청소년 노동인권 캠페인을 기획하고 자신들이 직접 피켓을 만들어 참여했고, 은평센터가 여름방학에 연 청소년캠프에도 참여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교육이 확대되기 시작한다. 이어서 은평의 두 개 지역아동센터에서 2017년 10~12월까지 5회기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러자 소외된 다른 지역아동센터에서 “왜 두 개 지역아동센터만 지원하고 진행하느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게 되었고, 2018년에 은평지역아동센터연합회 차원에서 지역 전체 지역아동센터를 몇 개씩 묶어 5개 권역으로 나눠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5.초록꿈터.jpg

꿈나무마을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현장


탈학교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은 청소년수련관 내 동아리 모임을 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고, 두 시간씩 두 차례 진행했다. 청소년들은 해마다 의무적으로 혹은 사고(?)를 칠 때마다 받는 인권 교육에 대해 식상해하고, 또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너무 동떨어졌다고 느껴지는 교육에 대해 냉소적으로 대했다. 가져간 교안은 아예 접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부당한 일을 겪지 않았는지, 어른이나 사회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로 풀어가니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경험과 처지를 드러냈다. 개인이 경험한 내용을 노동법과 연계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이어졌다. 교육 대상자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교육이었다.


청소년 보호시설 노동인권교육은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꿈나무마을’은 은평구에 마치 섬처럼 존재하는 청소년보호시설인데 지역사회와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간헐적이지만 작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시설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이전을 요구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생활관 안에서 남학생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7년에 비해 2018년은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장소도 시설 안이 아니라 지역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400명이 넘는 인원을 여학생과 남학생으로 나누고, 학년에 따라 15명 안팎으로 나누니 27~28개 반이 되었다. 부득이하게 정해진 날짜에 참석이 어려운 사람은 주말에 모아서 교육을 했다. 두 시간씩 2회기로 진행된 교육에서 청소년들이 경험한 인권 침해 사례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고, 지역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은평인권센터와 간담회로 이어졌다. 간담회 이후 ‘꿈나무 마을 인권 지원을 위한 대책회의’를 몇 차례 운영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여서 아쉬움이 크다. 


참여형 교육으로 학습 참여도 높여


청소년 노동인권 활동가 모임인 토닥토닥은 참여형 교육 진행을 위해 교육 콘텐츠 개발과 교안 마련을 위한 기획팀을 꾸리고, 수개월 동안 머리를 쥐어짰다. 청소년들에게 자신과 인권, 자신과 노동을 어떻게 연결시키게 할지, 딱딱한 법 조항을 게임하듯 공부하게 할 방법은 무엇일지, 교육 진행을 원활하게 할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교육 내용뿐 아니라 교육 참여 과정에서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고, 인권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지,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토론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였고, 그 결과를 교안에 담아냈다. 차별 경험에 응원 댓글 달기, 우리 동네 노동자 찾기 빙고게임, 집 노동 체크리스트 작성하기, 노동인권 쑥쑥 보드게임, 청소년 노동인권 실천 약속 정하기 등이 교안에 주요한 콘텐츠로 담겼다.


또 참여형 교육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강사 외에 4~5명의 보조강사를 한 팀으로 구성해 각 권역에 배치했다. 각 권역을 맡은 진행강사(주강사, 보조강사)는 교육 전에 만나 그날 교육 진행 내용과 주의할 점 등을 공유하고 역할을 나눴으며, 교육이 끝난 후에는 간단하게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함께 공부한 청소년들은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에너지와 참여도를 보여주었다. 모둠별로 들어간 보조강사들의 역할이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치솟는 열기를 잘 조정하는 역할에 맞춰질 정도였다.


교육 만족도 조사 결과에도 참여 청소년들의 반응이 잘 드러난다. ‘이 교육이 꼭 필요하고 유익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가 75퍼센트, 그렇다가 11퍼센트였고, ‘노동인권 감수성 향상과 노동법 이해에 도움이 되었나’라는 질문에도 86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다. 90퍼센트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교육을 추천하겠다고 했으며, ‘다음에도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86퍼센트가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5.보드게임.jpg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들이 노동인권 쑥쑥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


학교 밖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의 가장 큰 애로점은 재원 마련이다. 교구 비용이나 강사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은평센터의 몫이었다. 은평센터 자체 예산으로는 가당치도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 은평인권센터,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은평구 교육청소년과, 은평구 혁신교육지원단, 은평 청소년수련관, 서대문근로자복지센터 등 많은 단위들의 재원을 긁어모았다. 이 단위들을 연계하여 설득하고 조직한 은평센터가 없었다면 아마 진행이 어려웠을 것이다. 또 하나, 그동안 지역 안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일궈 낸 노동인권센터에 대한 신뢰와 지역네트워크는 이 사업을 추진하고 이어가는데 핵심적 힘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일회적 교육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당사자들이 지역 안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고, 담을 그릇을 마련하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또 청소년 노동인권 향상이 청소년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전체 문제일 수밖에 없기에 교육 활동 확대와 지역사업도 연계하여 고민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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