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과 사람들] <비정규노동>‘기록’에서 ‘영향력’으로 -조진원 2대 소장

by 편집국 posted Jul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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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원(2대 소장: 2003-2004)

 

격월간 <비정규노동>이 통권 100호를 발간을 맞이한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격월간 <비정규노동>의 창간과정과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일들을 회고해 보겠습니다.

 

2000년 센터 창립 직후 주력했던 사업은 한편으로는 홈페이지(워킹보이스)를 통해 비정규노동자의 현실을 생생히 드러내는 일과,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실태에 관한 조사연구 사업이었습니다. 이는 그 당시로서는 선구적인 작업이었고, 호응또한 매우 좋았습니다. 그러나 연구보고서는 그 내용과 분량에 있어 현장의 노동자는 물론이요, 일반 활동가들조차도 읽기에 너무 길고 전문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창립 1년 후 태어난 것이 월간 <비정규노동>이었습니다.(당시에는 월간으로 발행되었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읽기에 적당한 분량의 전문적 글들을 담는 일종의 종합지였습니다. 물론 회비를 내는 회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겸해서 말입니다. 창간을 주도적으로 이끈 분은 박승흡 초대 소장이었습니다. 구성원들이 주저하고 망설일 때 박승흡 소장의 과감한 드라이브가 없었다면 아마도 월간 <비정규노동>은 태어나지 못했거나, 이 글을 몇 년 후에나 쓰게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창간호에는 당시 사무국장이었던 저의 글도 실렸습니다. 비정규노동문제가 갖는 사회적 성격-양극화, 차별, 인권침해 등을 언급했지만 대안은 법 제도적인 개선 방향 정도만을 제시한 용두사미였던 글이었습니다. 운동의 방향과 내용을 가설적으로라도 제시할 능력까지는 안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습니다. 당시 제가 놓쳤던 부분, 제가 부족했던 부분은 이후 많은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참여와 기고로 풍부하게 채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

 

초기 편집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비정규노동현장에서 올라온 글을 다듬을 때 였습니다. 현장의 애환과 분노가 담긴 생생한 글이지만, 띄어쓰기와 어법에 맞지않는 부분을 부득이 손을 봐야만 했습니다. 전화로 글쓴이에 양해를 구하면 흔쾌히 승낙하면서도 목소리에 부끄러움이 묻어나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라리 전화를 하지 말걸···.’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지요. 그래도 저는 여전히 현장 노동자들의 글이 훨씬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주봉희 위원장의 시였습니다. 주봉희 위원장은 가끔 홈페이지 ‘워킹보이스’에 시를 올렸습니다. 아마도 술을 드시고 난 뒤 쓴 것 같았습니다. 시를 읽을 때마다 이 시를 가슴으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 주봉희 위원장의 시를 월간 <비정규노동>에 정기적으로 싣게 되었고 이것을 모아 시집까지 발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가끔 주봉희 위원장의 시를 읽습니다. 혼자 읽기에는 아까워 제 아내에게도 읽어 줍니다. 계속해서 빼어난 시로 우리의 마음을 울려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회고조의 글이 된 것 같습니다. 저의 소망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격월간 <비정규노동>은 누군가는 해야 할 비정규 노동운동의 역사, 투쟁의 역사를 충실하게 기록해 왔습니다. 이제 통권 100호 발간이 ‘기록’을 넘어, 일반인들에게 쉽고 널리 읽히는 ‘영향력’있는 잡지로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100호가 발행되기까지 기획과 편집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 특히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을 써 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정기구독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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