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과 사람들] 유구무언,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는 이유 -박승흡 초대 소장

by 편집국 posted Jul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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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흡(초대 소장:2001-2003)


어둠 깔린 새벽, 기획사에서 갓 나온 월간 비정규노동 창간호를 받아들고 설레임과 함께 다가왔던 그 중압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비정규 문제를 공론화하고, 현장의 비정규노동자와 소통할 수 있는 매체를 만들었다는 뿌듯함과 매월 정기적 발행을 해야 하는 공적 책임감이 교차한 그 새벽…. 이후 12년이 흘렀고 100호를 맞이했다.

 

우리 사회의 다수가 되어 있는 비정규노동자는 여전히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면서도 해고 0순위로 자리하고 있다. 많은 비정규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수백일 고공농성과 길거리 농성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비정규노동>이 나온지 12년이 흐른 지금도 비정규노동자의 삶은 실업과 반실업상태를 오고가는 절망적 경계인으로 위치하고 있다. 최저임금에 놓여있는 비정규노동자가 200만인 사회, 비정규노동에 대한 사업장내의 차별과 사회제도적인 차별이라는 이중의 덫으로 비정규노동자를 옭아매고 있는 사회, 신자유주의 초국적 금융자본과 재벌독점체제가 착취를 고도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비정규노동자는 그 최대의 희생자이자 21세기 대한민국 자본주의 모순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피해자이다.

 

12년이 된 오늘 묻는다. 그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선배열사들이 죽음으로 쟁취한 노동권을 독점해 온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조운동은 그 중심을 유지조차 못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비정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전선에서 복무해야 할 진보정치는 갈갈이 분열되어 있다.

 

이에 발맞추어 보수집권 연장에 성공한 박근혜 정권은 ‘포위, 고립, 섬멸’이라는 자본의 계급전쟁 원칙에 더욱 다가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직 고임금 노동자에 대한 공격의 강화, 자본의 탐욕스런 구조조정의 엄호, 비정규노동의 양산을 통하여. 100호를 맞이하며 유구무언,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절망 속에서도 알바연대, 청년유니온, 노년유니온,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과 조직, 학교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 최저임금연대의 사회운동을 포함한 수많은 새로운 형식의 투쟁과 조직운동에서 고립을 넘어서고자 하는 희망을 발견한다. 이런 희망에 부응하듯 100호를 맞이한 <비정규노동>도 새로운 형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격월 발행과 종이매체 형식은 현실의 대다수 비정규노동자에게 다가가기엔 너무 점잖고 느리다. 스마트폰 모바일에 ‘기동전’이 가능한 소통의 질서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다.

 

재정적 부담이 문제이긴 하지만 팟캐스트, 모바일 앱 서비스를 통해서 소통하는 <비정규노동>을 통해 일상적으로 속도감 있게 <비정규노동>의 분노, 눈물, 정보를 전국화하기를 기대한다.

 

<비정규노동>은 창간호에서 실사구시를 약속했다. 그리고 그 길을 걸어왔고 변함없이 걸어갈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비정규노동자운동은 무엇인가.

 

“비정규노동자운동은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서 안으로는 노동내의 단절을 뛰어넘는 운동이며, 사회적인 불공정함과 불평등에 저항하여 사회의 전반적 개혁을 이루기 위한 운동이며 노동계급의 연대를 복원하고자 하는 모든 창조적 노동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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