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이냐 '교섭'이냐] 파업 없는 교섭도 교섭이다_교섭위원들의 못다한 이야기

by 편집국 posted Apr 19,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편집자 주: 지난 1월 28일 서울시와 서울청년유니온이 ‘청년 일자리 정책협약서’를 체결하였다. 15개 정책에 대한 협약이 담겨있는 ‘정책협약서’는 협약서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협약’을 맺었다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이해를 어떻게 대변할 것이며, 이들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번 ‘사회적 협약’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정규노동>에서는 ‘청년 일자리 정책 협약서’의 의미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선 ‘청년 일자리 정책 협약서’를 체결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의미를 담은 글을 김민수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이 보내주었다. 또한 ‘교섭위원들의 못다한 이야기’에서는 교섭에 참여했던 청년유니온 당사자들의 평가와 문제의식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청년유니온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비정규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한 좌담회를 통해 ‘청년 일자리 정책 협약서’가 갖는 의미와 이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교섭의 무기는 무엇인가
청년유니온이 사회적 교섭을 시작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가장 큰 고민은 우리 교섭의 무기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사업장에 기반을 둔 많은 노동조합들이 사용자를 논의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파업과 같은 각종 수단을 사용한다. 하지만 청년유니온과 서울시와의 사회적 교섭은 그 태생부터 파업이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을 사용자로 교섭을 요청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년들을 찾았고, 노동조합법상 교섭을 요청하는 과정들이 있었지만 파업이라는 수단은 사회적 교섭에
억지스러웠다.

 

노동조합은 누구를 대변하는 조직인가

청년유니온 조합원 중에서 서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은 300여명에 불과하다. 청년유니온이 서울에 사는 320만 청년들을 위한 청년일자리 사회적 교섭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박원순 시장의 의지가 가장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많은 노동조합들이 사용자를 교섭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헌신과 희생을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업을 하지 못하는 교섭에서 청년유니온이 가질 수 있는 교섭력은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으로서가 아니라 전체 청년을 대변하는 길 밖에 없었다.

300여명의 조합원의 힘이 아니라 청년 노동, 청년 일자리의 절박함을 ‘이용’해서라도 서울시가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청년 노동에 투여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청년유니온의 무기였다. 일하는 현장에서 목소리 내지 못하고 혼자 숨죽이며 아파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그 무기로 교섭 현장에서 우리 내용을 얻어내기 위한 방식이었다. 그리고 합의되지 않는 내용들에 대해서는 서울시의 ‘청년노동’문제 해결 의지를 비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도 청년유니온의 무기였다.

 

청년이 만나는 최초의 교섭

아르바이트생, 비정규직, 창업에 뛰어든 청년 등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면서 교섭 의제를 확정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만든 거시적인 정책이 아니라 당장에 적용 가능하고,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교섭안을 확정했다. 시간적 제약, 청년유니온의 부족한 물적 기반 때문에 더 많은 청년들을 만나고 교섭의 의미를 조직적으로 끌어내는 것은 한계가 있었지만, 살아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가지고, 논의 테이블에 앉았다. 청년들이 사회에 던지는 최초의 교섭이 시작되었다.

 


공무원의 전문성과의 싸움

작년 8월말에 서울시장과의 첫 상견례 이후, 9월부터 시작된 실무협의는 공무원들의 전문성과의 싸움이었다. 25개 요구안 대부분이 기존의 서울시 정책 흐름과 너무 상이해서 공무원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추진이 어렵다’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청년유니온과의 교섭에 대해 ‘타결’이라는 결과물만이 공무원들의 관심인 듯 한 느낌이 들었고, 내용에 대해서는 지리한 논의와 토론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공무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공무원들을 실무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먼저였다.
그간의 과정은 교섭안들이 왜 지금 당장 필요한가를 이해시키는 과정이었다. 당장에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공무원들 입장에서 권한을 벗어난 일이나, 과도한 시장규제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될 수 없었다. 노동조합으로서 원칙적인 요구들을 하고 싶었지만 사회적 교섭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협약 수준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일이 필요했다

 

 

쟁점- 청년의무고용제

25개 요구안 중에서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청년의무고용제였다. 국회의 입법이나 논의 과정들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서울시는 입법 진행과정을 더 보고 싶어 했고, 청년유니온은 당장에 서울시가 추진하고 나가자고 했다. ‘왜 청년의무고용제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에서 공무원들은 서울메트로 노동조합에서 요구하고 있는 정년연장과 상치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청년유니온은 서울시의 추진 의지만 있다면 상치되지 않는다고 했다. 청년유니온은 서울시를 압박하기 위해서 ‘백수를 파업한다.’는 구호로 ‘취업투쟁’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에서는 청년들만 특화해서 혜택을 줄 수 없다고 했고, 청년유니온은 그 동안에 청년들이 경제위기, 고용 경직에서 가장 먼저 희생 대상이 되었다는 논리로 맞섰다. 작년 12월과 1월 교섭의 막바지에서 이 문제 때문에 언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교섭 테이블이 깨질 분위기도 있었다. 최초의 ‘정원 대비 29세 이하 청년 3% 신규 채용’ 요구안은 그래서 ‘단계적 3% 달성’과 청년고용할당제 법보다는 조금 확대된 ‘청년 기준 34세까지’를 합의하며 마무리 됐다. 욕심만큼은 아니었지만 중앙 정부에서 정원을 관리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상황을 이해한다면 합의 가능한 최고 수준이었다.

 

사용자 노동법 교육

요구안 중 사용자에 대한 노동법 교육도 서울시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방식이었다. 청년유니온은 사용자가 악덕인 경우도 있었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노동법등 기본적인 내용을 몰라서 법을 위반하는 경우도 있다고 판단했고, 관련 처벌 조항들을 숙지하고 있으면 법을 어기는 경우가 적을 것이라 판단했다. 서울시는 상상해보지 못한 요구안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막막해 했다.
청년유니온은 서울시가 서울시의 소매업장과 사용자에게 미칠 수 있는 규제력을 검토했고, 위생 등 보수교육과 각종 인허가권, 그리고 용역과 물품 계약상의 권리를 찾아냈다. 각종 상위법이나 다른 기관과의 권한 충돌 문제에서 서울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지만 이런 내용도 넣지 못한다면 교섭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냐며 주요하게 요구했다.

 

사회적 교섭 합의, 그리고 그 이후

그렇게 지난 1월 28일에 25개 요구안 중에서 15개 요구안에 대해서 합의하고 서울시장과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관련 내용에 대해서 발표했다. 조직되지 못한 청년들의 교섭합의 내용이 어떻게 강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시했다. 청년일자리 기본조례를 추진하면서 그 안에 청년유니온의 교섭안을 대부분 담아 장기적인 강제력을 담보하려 했지만 그 이행은 청년유니온과 청년들에게 남은 과제이다.
이후 교섭에서 그 내용을 확대하고, 교섭의 이행을 점검해야 하는 것은 청년유니온에 남은 과제가 되었다. 박원순 시장을 보고 교섭을 한 것이 아니라 320만 보통의 서울 청년들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으로서 진행한 사회적 교섭은 그 자체로 현재진행형이다. 사업장에서 일하는 ‘보통 청년’들에게, 노동권의 권리와 노동조합의 가능성, 교섭이라는 권리를 한 번도 누리지 못한 청년들에게 우리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시도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간과 영역에서 시도될 것이다. 그래서 청년유니온은 “청년에게 노동조합을”이라는 구호를 계속 외치고 있다.

 

글 │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양호경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