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0원이거나 혹은 4,860원이 안되거나] 최저임금,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_최저임금, 당사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by 편집국 posted Apr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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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번 꼭지에서는 최저임금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최저임금의 당사자라 하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생계와 직결되어 있는 노동자들까지 다양할 것이다. <비정규노동>에서는 당사자들을 연령대별로 나누어 청소년과 청년, 그리고 노년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였다. 청소년노동조합 준비모임의 이응이 활동가와 청년유니온의 정준영 사무국장, 노년유니온의 고현종 사무처장님이 소중한 글을 보내주셨다.

 

 

 “이거 횡재한 기분이야”

 

김00어르신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나를 보자마자 던진 첫마디다.


“올 1월부터 급여가 올랐어. 오른 금액만 5만 원 정도 돼!”


급여가 인상된 것은 2013년도 최저임금이 올라서 자동으로 급여가 상승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김00어르신의 얼굴엔 웃음이 가실 줄 모른다.
사실 김 어르신은 최저임금하고 자기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여겼다. 젊어서는 최저임금이 자신의 급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분이 최저임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정년퇴직 이후다.

 

김 어르신은 두 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큰 아들은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났다. 둘째 아들은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생활이 고만고만하다. 김 어르신의 부인은 김 어르신이 보증을 잘못서서 집과 재산을 날리자 그 충격으로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김 어르신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자리를 찾았다. 나이든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 노무직 말고는 없었다. 첫 직장이 건물경비였다. 24시간 맞교대를 하고 급여는 70만원을 받았다. 노동시간에 비해 급여가 너무 낮아서 관리자에게 몇 번 요구했지만 그 때 마다 돌아온 대답은 “싫으면 관두세요. 일 할 사람 많아요.”였다. 

 

김어르신은 기가 죽어 아무 소리도 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우리 월급이 오른다.”는 소릴 들어도 나이든 사람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해 왔다. 그런데 자신이 요구하지 않아도 임금이 조금씩 오르는 경우가 있었다. 알아보니 최저임금이 올라서였다. 그때부터 김 어르신은 최저임금 인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최저임금하면 보통 청년층 의제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가만히 현실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은 사회취약계층이다. 특히 노년노동은 '정년퇴직 후 소일거리로 하는 일'이라는 인식들이 강했기에 사회적으로 이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해왔다. 그렇기에 이들의 노동권이나 최저임금에 대해선 제대로 된 인식이나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교 야간경비를 하시는 어르신의 경우엔 하루에 16시간 일해도 시급으로는 8시간 밖에 급여를 받지 못한다. 나머지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학교가 주 5일 수업을 하면서 학교 야간경비를 하는 어르신들의 노동강도는 더 높아졌다. 금요일 오후 4시30분에 근무를 들어가면 월요일 아침 8시 30분에 퇴근을 한다. 그렇다고 휴일근로수당, 연장근로 수당이 있는 것도 아니다. 휴일도 월 1회 밖에 없다. 더 가관인 것은 명절연휴와 주말이 붙어 연휴가 길어지면 어르신들은 일주일 만에 퇴근하기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왜 이런 노동이 가능한 걸까?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최저임금만 줘도 일 할 노인은 많다.’ 는 사회적 인식 때문일 것이다. 노년의 급여는 항상 최저임금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

 


김 어르신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사회적 기업에서 지하철 택배를 하신다. 급여는 정부에서 지원이 된다고 한다. 물론 지원금 액수는 딱 최저임금 만큼이다. 그래도 김 어르신은 전에 하던 학교경비보다는 한결 몸이 편하다고 한다.

 

“주 5일 근무에 8시간 일을 하니 내 시간도 가질 수 있고, 몸이 편해.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최저임금이 나 같이 생계형 노인들에게도 기본적인 생활이 될수 있는 현실성 있는 금액 이였으면 좋겠어.”


어르신이 내게 마지막으로 묻는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은 언제 하지. 이번에는 나도 청년들하고 1인시위도 하고 캠페인도 하려고 해”


올해 최저임금 인상 투쟁은 노년과 청년,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투쟁이 될 거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글 │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고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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