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0원이거나 혹은 4,860원이 안되거나]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다!_최저임금, 당사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by 편집국 posted Apr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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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번 꼭지에서는 최저임금과 관련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최저임금의 당사자라 하면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생계와 직결되어 있는 노동자들까지 다양할 것이다. <비정규노동>에서는 당사자들을 연령대별로 나누어 청소년과 청년, 그리고 노년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였다. 청소년노동조합 준비모임의 이응이 활동가와 청년유니온의 정준영 사무국장, 노년유니온의 고현종 사무처장님이 소중한 글을 보내주셨다.

 

지난 3월 9일에 열렸던 청년유니온의 2013년도 정기총회[대의원대회]는 정말로 중요한 사항들을 결정했다. 그 중 하나가 조합비의 최소금액을 ‘당해년도 최저시급’으로 설정하도록 규약을 개정한 것이다. 매년 총회에서 끊임없이 상정되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을 2013년에 이르러 결정하게 된 것이다. 덧붙여 설명하면 청년유니온의 조합비는 기본적으로 월급의 1% 이상으로 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청년유니온의 조합원들은 구직 중으로 소득이 없는 상태이거나 비정규·저임금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규약을 통해 조합비의 최소금액을 따로 두는 방식을 취해왔다. 하루 100원씩 마음을 모으자는 취지에서 창립 이래로 변함없이 월 3,000원으로 고수해왔는데 이번 총회에서 일종의 조합비 인상안이 통과된 셈이다.

 

크게 대단한 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 상징적인 결정을 통해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 입장이란 최저임금은 곧바로 청년노동의 가장 절박한 문제이고, 청년이야말로 최저임금의 당사자라는 것이다.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에 의해 임금수준이 직접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청년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이번 규약개정을 통해 이제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낼 최저임금 운동의 성과물만큼 우리 노동조합의 재정은 튼튼해질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는 조합원들은 매년 최저임금의 인상분만큼 자신의 조합비를 인상하여 스스로의 노동조합을 성장시킬 것이다.

 

청년노동문제를 고민하는 단체와 개인들에게, 그리고 청년노동의 수많은 당사자들에게 이 구호로 함께 싸워나갈 것을 제안한다.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다.”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온갖 비정규 불안정 노동의 형태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은 대다수가 최저임금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는 ‘최저임금 수준 임금 노동자’다. 통계상 ‘저임금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라 해도,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더하는 방식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청년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다. 청년노동자들 중에는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경우도 매우 많다. 전체 최저임금 미달자 190만 명 중에서 35% 이상이 청년층이라는 수치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이에 청년유니온은 2012년에 처음으로 내 건 최저임금 운동의 슬로건을 2013년에도 이어나가며 최저임금 운동을 청년노동자 당사자들의 운동으로 만들기 위해 보다 선명한 활동들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그리고 그 길에 한국사회 최저임금 운동을 혁신해 나갈 활로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청년의 입장에서 향후 최저임금 운동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가?

 

우선은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 청년유니온이 지금까지 진행한 각종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을 고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의 사업장들에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로 많았다. (실태조사와 고발 이후로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대표적인 최저임금 위반 업종인 편의점들뿐만이 아니라, 커피전문점들에서도 ‘주휴수당 미지급’이라는 형태의 최저임금 미달로 인해 대규모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2월 발표한 미용실 스텝 근로조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미용업에 종사하는 스텝들의 경우 조사대상 198개 업체 모두가 최저임금에 크게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까 최저임금 위반율이 100%인 것이다. 어디 편의점, 커피전문점, 미용실뿐이겠는가? PC방, 패스트푸드, 텔레마케팅, 택배 상하차 알바는 또 어떠한가? 앞으로 사용자에 대한 노동법 교육을 의무화하는 한편 최저임금 위반 여부에 대한 근로감독을 대폭 확대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식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재벌 대기업 중심의 불공정한 경제구조에서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조차 지급할 여력이 없는 영세사업장의 ‘점주’들이 겪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불공정 계약에 의한 본사의 압박을 겨우겨우 견디며 사채를 써서까지 알바생 임금을 지급했던 어느 청년 편의점주의 자살은 우리가 처한 잔인한 현실을 날것으로 드러낸다. 재벌 대기업 본사로 편의점 운영 이익이 집중되는 사이, 최저임금 문제는 마치 ‘구직 대신 창업을 통해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던, 하지만 알바생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돈을 꿔야했던 영세한 편의점주’와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하고 최저임금을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는 청년 알바 노동자’ 사이의 갈등으로 보이는 착시가 일어난다. 이제는 싸울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재벌 대기업 본사를 상대로 영세사업장의 점주와 근로자가 연대하여 불공정 계약관행의 철폐와 최저임금 준수를 공동의 구호로 걸고 싸운다면 작지만 구체적인 변화들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에 누구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선정방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있어서는 이미 노동계 내부에 충분한 합의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정작 지금까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의 구성을 보면 최저임금 문제의 중요한 당사자인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양대 노총의 입장에서야 ‘최저임금위원회 중심의 투쟁’과 ‘최저임금적용대상 노동자 당사자들만의 투쟁’이라는 최저임금투쟁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만, 사실 그것은 양대 노총 내부에 조직되어 있는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가 그만큼 소수이기 때문일 것이며, 청년들의 경우에는 기존의 최저임금 운동에서 당사자로 호명되지 조차 못한 존재들이다.

 

최저임금 투쟁을 ‘국민임금단체협상’으로 선언하고, 당사자 중심 투쟁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우선 전혀 조직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당사자들부터 찾아나서야 한다. 그것을 통해 최저임금 운동의 새로운 동력을 형성하고 사회적 기반을 확대시켜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에 청년당사자 위원의 참여를 전환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청년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이미 충분하다. 노동계 내에서 향후 최저임금 운동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합의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과 관련해 지역 거점마다 노동-시민사회, 지방정부 차원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내고, 그것을 지역적으로 확대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서울시 성북구와 노원구에서 시행한다는 ‘생활임금제도’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덧붙여 “최저임금은 OO임금이다!”라는 공동캠페인을 통해 최저임금 문제를 중심으로 세대-계층 간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은 청년임금, 여성임금, 노년임금이다.’ 등의 슬로건을 통해 최저임금의 당사자들인 청년, 노년,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의 연대가 가능할 것이다.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다.” 우리는 그 동안 사회적으로 주목받지도, 스스로를 조직하지도 못했지만, 최저임금의 ‘실제 당사자’들인 청년노동자들이 스스로 최저임금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2013년 최저임금 운동을 앞두고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자,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글 │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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