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1] 영전강도 잘못된 정책의 희생자_영전강 제도 폐지하고 교육과정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by 편집국 posted Mar 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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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 제도는 영어몰입교육의 일환으로 교육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도입된 제도이다. 초등학교의 3~6학년 영어 수업시수를 기존 1~2시간에서 2~3시간으로 2배 가까이 늘리면서도 필요한 정규교원 확충을 하지 않았다. 또한 중·고등학교에서는 영어 수준별 분반 이동수업에 투입시킨다는 이유로 교원 자격증 여부는 물론 초·중등 교원 자격증 구분이나 전공과목에 상관없이 2009년 9월부터 영전강을 채용해왔다. 2012년 현재 교원 자격증조차 없는 영전강은 26.6%에 이르며 수업과 평가까지 담당하고 있다.

 

교과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2012년 10월, 오히려 이 제도를 유지·확대· 장기화(동일학교 근무 기존 4년에서 8년까지 연장 가능)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에 영전강 제도는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I. 영전강 제도의 문제점

 

1. MB정부 영전강 도입 과정은 교육적 고려 없는 비민주적, 졸속적이었음

 

MB정부는 초등 영어교육에 대한 교육적 관점과 철학이 결여된 상태에서 범국민적 합의는 고사하고, 교육계의 합의와 민주적 절차조차 무시하면서 매년 영어교육 과정을 개정해 왔다.

 

2. 2009년 영전강 채용의 법적 절차와 모순

 

(1) 기존 강사 등과의 차별, '영전강'에 대한 특혜

 

교과부는 2009년 영전강 도입 당시부터, 그동안 차별 받고 있는 기존의 수많은 강사들 전체에 대한 처우 개선에는 뒷짐을 지면서, 유독 영전강에 대해서는 처우 및 신분, 급여에 있어서 특혜를 주는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는 등 영전강에 대한 특혜를 부여하였다.

(2) 당시 동일학교 근무 4년 가능 정책은 비정규직 차별철폐는커녕 비정규직 연장하는 정책

 

현행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동일 근무지에서 2년까지만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은 법임에도 불구하고, 2년이라는 기간의 제한을 둔 것은 기간제로 장기간 채용하는 것을 막아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2009년 하반기 영전강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영전강에 대해서는 ‘영전강 처우를 개선하고 우수인력을 확보한다.’는 명분하에 동일 근무지에서 2년이 아니라 4년 연속 근무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면 다른 강사들도 처우를 개선하여 4년 연속 근무가 가능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제쳐두고 오직 영전강에 대해서만 이런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 사회 양극화의 주범은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경제적 차별이다. 그런데 영전강에 대해 기한제한을 4년으로 한 것은 비정규직 제도를 연장하는 것으로서 비정규직보호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다.

 

3.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교사는 정규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넘을 수가 없다.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교사는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나 강사 제도로 운영해서는 안 되고, 정규 교원으로 확보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공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으며, 고용노동정책의 근본 원칙일 것이다.

 

설령 영어회화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직종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더라도, 교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초등에서는 초등 교원자격증을 가진 자에 한해서, 중등에서는 중등 교원자격증을 가진 자에 한해서 채용해야 한다.

그렇기에 정원 외의 ‘비정규직’ ‘강사’로 채용하는 것은 올바른 교원정책과 노동정책이 아니다.

 

4. 영전강 제도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원 양성기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영전강 현황을 살펴보면 12년 현재 임용 인원은 6,104명(5,300여 학교에 배치, 초등 3,666명, 중등 2,438명)이며 이중 교원자격증 미소지자는 26.67%에 달한다.

 

초등교육은 초등교육 전문가, 중등교육은 중등교육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초등교육 전문가라면 초등학생들의 발달정도와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여 교수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허나 영전강의 경우 교원자격증을 가진 이가 초등은 30%, 중등은 16% 정도에 불과하다. 교과부는 초중등 교원자격증 구분, 과목 구분도 없이 오로지 영어회화 구사 여부만을 기준으로 영전강을 채용하였고, 이들에게 초중등 영어수업을 맡겨 수업과 평가권까지 주었다. 스포츠강사, 영어원어민 강사 등이 수업과 평가권이 없어 교사의 보조역할만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영전강을 지금처럼 운영하는 것은 교원의 전문성과 교원 양성기관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5. 영전강 제도는 통합적으로 가르쳐야 할 초등교육의 특성을 무시하고 학급담임 체제를 와해시키는 것

영전강을 따로 취급하는 것은 초등교육의 특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초등에서는 모든 교과가 초등에서는 통합적으로 가르쳐져야 한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는 학생 발달 단계에 따라 학급담임체제로 되어 있다. 전 교과를 담당할 수 있는 정규교사를 채용하지 않고 영어의 일부기능 그것도 영어 ‘회화’부분만 다루는 영전강을 배치하는 것은 초등교육을 왜곡시키고 학급담임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또한 영전강 제도는 초등 교과전담제도의 특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현재 예체능 등 기능이 필요한 교과와 영어 교과에 대해 교과전담제를 실시하고 있고, 초등의 교과전담교사는 중등과 달리 개인의 특성과 학교 상황에 따라 여러 교과를 담당할 수 있다. 이는 한 교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중등학교 체제와 달리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초등 교과의 특성 때문이다.

 

6. 영어교육의 질 저하와 지역 격차 확대 재생산

전체 초등 영어수업 담당자 중에서 영전강 비율은 2012년 평균 35.2%인데 지역별로 24%(충북)에서 48.3%(전남)로 편차가 심하다. 또한 영전강 안에서도 교사 무자격자 비율이 평균 30.3%에 달하고, 이 역시 지역별로 편차가 심하다. 교사 무자격자 비율이 가장 낮은 광주가 7.6%이며 가장 높은 제주가 63.7%이다.

 

더욱이 시골 지역의 경우 영전강을 채용하려고 해도 잘 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별 강사들이 정규교사가 아닌 비정규직 채용에 잘 응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 영어교육의 어려움이 더 커진 것이다.

 

초등교원 자격증이 있는 초등 영어전담교사에 비해 자격증유무가 상관없는 영전강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영어교육에 어려움이 크다. 이는 영어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교사자격증이 없는 영전강은 수업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인바 지역의 영어교육 격차는 영전강이 확대될수록 커질 것이다.

 

7. 영전강 시수 맞추려고 교육과정 무시, 영어 끼워 넣기로 교육과정 파행

최근 영전강 수업시수를 맞추기 위해 일부 학교는 영어수업이 없는 1~2학년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이용하여 영어수업을 한다. 본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은 수업을 할 수 없으며, 진로, 봉사, 동아리, 자율 활동을 하게 되어있는 시간으로서 전체 수업시간 중 초·중등이 3시간, 고등이 4시간씩 배치가 되어있다, 이 시간에 영어수업을 하는 것은 영전강 필수시수를 확보하기 위한 묘안이다. 영전강 필수시수가 18~22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체험중심의 창의인성교육을 하도록 되어 있는 시간에 영어교육을 하는 것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다. 더군다나 교과부는 사교육비를 줄인다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방송으로 하는 영어수업인 EBS e프로그램 수업을 장려한다. 다른 과목 교과전담 교사의 경우 평균 수업시수가 부족하면 다른 교과를 한 개 더 맡을 수가 있다. 그러나 영전강은 영어 ‘회화’ 구사 여부만으로 채용하였기 때문에 다른 과목을 추가로 맡는 것이 불가능하다.

 

본래 중·고등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수업이 적은 교사의 교과수업을 시수를 맞추기 위해 끼워넣는 파행들이 있었는데 이것이 초등학교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말기 1, 2학년 영어수업도입 여부를 연구할 때 소정의 영어교육 연수를 마친 교사들이 시도했던 초등 영어교과 전담교사 제도가 무산된 적이 있다. 이는 1, 2학년 영어교육을 해당 학생들이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이 없고, 수업과 아이들 생활지도가 어려운 영전강에게 영어수업을 맡기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아이들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8. 초등 교사들과 영전강들 간의 교육적 갈등 심각

정부는 교원정책이 아니라 단기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영전강 제도를 도입하였고, 현재 그 비율은 영어수업 담당의 35.2%에 이른다.(초등학교 기준) 이로 인해 영어 장기 연수 및 해외연수를 받은 교사들은 자리가 없어 영어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 교과를 담당할 수 있는 초등 예비교사들은 임용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초등영어 전담교사는 어려운 임용고사에 3~4수를 거친 사람들이다. 이에 비해 영전강은 똑같이 영어를 가르치고 있음에도 힘든 임용시험도 보지 않았고, 담임도 하지 않고 있으며, 업무도 거의 맡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규 영어전담교사들은 비정규직인 영전강 채용과 교육, 관리까지 맡아 업무 부담만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데도 급여는 영전강이나 초임 초등교사가 거의 똑같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정규 영어전담교사와 영전강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교육은 특히 교사 상호간의 긴밀한 협력과 조화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교원정책으로 인하여 협력과 조화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II. 영전강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방향

 

 

영전강의 문제의 본질은 교육적 원칙의 문제이다.

첫째, 이 문제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논의와 합의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확대 도입된 교육과정 정상화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둘째,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교원자격증 소지자가 교육을 해야 한다는 교육의 전문성과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교원양성기관의 존재를 부정하는 정책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셋째, 이는 초등교육 정책의 근간(전 교과 통합 교수 가능 교원, 전 교사의 담임 체제)을 무너뜨리는 정책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넷째, 이는 교원 임용 절차의 형평성을 무시하는 정책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다섯째, 비정규직을 유지·확대·장기화(4년에서 8년간)하는 정책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렇기에 전교조는 다음을 요구한다.

1. 초등 3학년부터 영어교육과 영어회화가 필요한지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2009개정교육과정을 개편하기 위해, 국가교육위를 신설하고, 그 아래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만들어 교육계 연구와 범국민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교육과정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2. 만일 초등에서 영어수업이 필요하다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다고 했을 때,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위해, 초등 영어 수업 시수(3~6학년 각 2,2,3,3 시간) 수급에 필요한 교사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전원 정규 영어교과 전담교사로 충원해야 한다.

 

3. 중등교육의 전문성을 위해, 그리고 질높은 수업을 위해서는 중등 영어 수업에 필요한 인원은 영전강이 아니라 정규 중등 영어교사로 충원해야 하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법정 정원을 확보해야 한다.

수준별 이동수업의 비교육성과 효율성 문제는 별도로 하고, 이동수업을 하면서 2개 반을 3개 반으로, 3개 반을 4개 반으로 나누어 이동수업을 하는 정책은 현행 35명 이상의 과밀학급으로 수업을 해서는 제대로 된 수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교과부가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일 질 높은 영어 수업을 위해서 교사가 추가로 필요하다면 필요한 교원을 정규 교원으로 채용해야 마땅하다.

교과부는 중등의 모든 과목 중에서 오직 영어 과목에 한정해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단기로 영전강을 쓸 것이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질 높은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정규 교원을 확충해야 한다.

   

4. 교과부의 새로운 정책안(영전강 확대 및 계속근무기간 연장)은 폐지되어야 하며, 정원 외 비정규직 강사 확대가 아니라, 정규 교원을 확대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진정으로 보호하는 정책은 지금 당장 계약 기간 종료로 인하여 발생하는 실직상태를 막기 위해 비정규직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정책은 비정규직 자리를 영구화할 뿐이다. 그렇기에 비정규직인 영전강 제도를 원천적으로 없애고, 그 자리를 정규직 교원으로 충원하는 것만이 비정규직을 진정으로 보호하는 정책이다.

 

영전강 제도는 교육적 고려 없이 도입되어 이명박 정부에서 1년 단위로 계속 연장해오면서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해왔기 때문에 영전강도 잘못된 정책의 희생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과부는 잘못된 정책인 영전강 제도를 폐지하고, 이들에 대한 적절한 고용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잘못된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글 │ 전 전교조 정책연구국장 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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