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10년, 현대차의 불법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 불법에 맞선 10년의 싸움, 드디어 열매를 맺다

by 센터 posted Aug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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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오진호 센터 기획편집부장


911,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세 명의 노동자가 단식에 들어갔다. 201011월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들어간 단식이었다. 판결을 미루지 말고 예정일에 내 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단식을 해야 하는 이 황당한 상황. 법보다 위에 있다는 대재벌 현대자동차에 맞서 노동자들이 택할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단식의 절실함이 통했을까? 2014918일과 19,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1,179명에 대해서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각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 현대자동차의 사업장에서 피고 현대자동차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 현대자동차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였다고 판단되므로, 피고 현대자동차와 위 원고들이 소속된 각 사내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업무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004년 노동부가 현대자동차 9,234개 공정, 1만여 명을 불법파견 판정한 이후 11년 동안 부침을 겪어온 현대차 불법파견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2004, 2010, 2014, 11년간의 부침

투쟁의 시작은 2004년 노동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2010년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2010722일 대법원은 컨베이어벨트라는 자동흐름방식의 자동차 조립·생산 공정은 합법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1,941명은 2010114일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고, 그 판결이 나오기까지 310개월, 46개월이 걸렸다. 재판 과정은 참으로 멀고도 지난했다. 사실 확정에 필요한 증거들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아 재판을 연기하고, 일부 원고들이 소송 취하서를 냈다는 이유로 또 재판을 연기하는 등 현대차는 치사하고, 좀스러운 재판 지연전술을 썼고, 재판부는 이에 휘둘렸다. 46개월이라는 시간은 법원에서만 흘러가지 않았다. 201011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답 없는 현대차의 답을 끌어내기 위해 1공장 CTS를 점거했다. 신차 출시를 앞두고 생산에 타격을 입히기 시작하자 현대자동차가 저지른 불법이 다시금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불법파견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듯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탄압은 거침없었다. 갖은 수단을 동원한 언론 공격과 여론 몰이는 노동자들을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하루에 다 쉰 김밥 한 줄을 먹으며 버텼던 노동자들은 결국 25일만에 CTS에서 내려왔다. 이후 노조간부 18명이 수배됐고, 114명이 해고됐으며, 1,000여 명이 징계(정직) 됐다. 현대차는 손배가압류로 300억 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신청했다. 동시에 현대차는 불법파견 증거를 인멸한다. 공정을 반납하고, 강제 전환배치를 시켜 블록화를 완성한 후 합법도급이라 우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불법파견은 현대차의 돈과 권력의 힘 앞에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더 이상 잊혀질 수 없다며 2012102명의 노동자가 철탑 위를 올랐다. 이 투쟁에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두 노동자는 하늘감옥에 스스로 올라야 했다. 이후 수많은 시민사회가 연대의 발길을 옮겼고, 두 차례의 희망버스가 울산을 찾았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몽니를 꺾을 수는 없었다. 하늘에 올라간 노동자들은 지쳐갔고, 고공농성은 그렇게 296일에서 멈추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사이 현대차 아산공장 박정식 사무장은 목을 매 자결해야만 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투쟁,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현대차의 몽니는 포기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의 투쟁 덕에 결국 이번 판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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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벌에게는 관대하고, 노동자에게는 잔인한 사법부

2004912일 노동부는 불법파견을 판정하고 검찰에 기소 의견을 냈다. 그러나 울산지검부터 대검찰청까지 모두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사용자들을 혐의 없음이라며 기소하지 않았다. 또한 현대차 희망버스가 다녀간 2013913일 대검찰청 공안부는 현대차 불법파견 사건 수사와 관련해 울산지검에서 수사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수사를 완료하겠다.”라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약속이 1년이 지나도록 10년 넘게 불법을 저지르고, 지금도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현대차 사용자들에 대해 단 한 명도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9.18 합의가 있은 후 희망버스 건으로 열린 법정에서 보여줬던 검찰의 모습은 끔찍했다. 현대자동차가 만들어준 증거와 자료들을 가지고 자그마치 54명의 노동자를 범죄자로 만들었다. 폭행 장면이 없는 동영상을 수십 분간 계속 틀면서 영상에서 보이지 않지만 폭행했다고 강변했다. 이날 단 하루 만에 불법을 바로잡으라고 싸운 노동자 54명에게 총 징역 6910월과 벌금 6,550만 원을 구형했다. 20101125일간의 울산공장 점거파업으로 인한 구속을 포함하면 100년에 이른다. 강도를 잡으라고 도로로 뛰어든 시민들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징역 100년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10년이었다.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용자에 비해 노동자들의 힘은 한없이 약해보였다. 사법부는 노동자들에게는 벌금과 징역을 남발하면서 불법의 온상이었던 정몽구회장과 사용자들에게는 관대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이들은 중간착취라는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어하지 않았고, 사회정의를 외면했으며,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았고, 피해를 구제하지 않았다.

 

10년 동안의 싸움이 농축된 판결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는 2010년 판결과는 또 다르다. 2010722일 대법원은 불법파견은 인정했지만 위장도급은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차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한 사내하청업체가 실체가 있다며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2년 미만 근무한 노동자들은 현대차 정규직으로 인정하지 않은 반쪽짜리 판결이었다. 이번 판결도 위장도급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의 차체, 도장, 의장, 품질관리, 생산관리, CKD, PDI 등 모든 공정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법원은 현대차와 하청업체가 맺은 계약의 목적이 일의 완성이 아니라 노동력 제공자체이고, 하청업체가 고유기술, 자본, 전문적 기술, 특화된 업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도급이 아니라 근로자파견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즉 법원은 자동차를 만드는 모든 공정이 연속적으로 진행되고, 정규직 업무와 연동되며, 결과가 누구의 작업인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합법 도급공정이 단 한 곳도 없다고 판결했다. 2004년 노동부가 냈던 불법파견 판정과 같은 취지의 판결이다. 그리고 이 판결을 뒷받침 하듯, 925일에는 기아차 소하, 화성, 광주공장의 사내하청노동자들 역시 486명 중 2년 이상 근무가 인정되지 않은 1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도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다. 이제껏 현대자동차 사측은 불법파견은 대법원에서 승소한 최병승 조합원 단 한 명만이 불법파견이라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현대차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세계 5위 자동차 회사가 10년 넘게 불법을 저질러왔다는 것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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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몽니를 부리는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1,179명의 불법파견 판결에 즉각 정규직 전환이라는 지극히 합당한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판결문을 받아보고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특별채용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법을 시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불법을 감추는 꼼수인 특별채용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 소식지 함께 가는 길을 통해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상소를 즉각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재벌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밝히는 입장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고, 사회적으로 불법임이 역력히 드러난 사안에 대해 밝히는 입장치고는 낯 뜨거울 만큼 치사하다.

한전 부지를 105,500억 원에 사들인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결정하는 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고 말한 바 있다.정몽구 회장의 이 발언이 나온 날이 바로 918,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 있던 날이다. ‘국가를 위해서’ 10조 원이 넘는 돈을 쓰는 정몽구 회장이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은 10년 넘도록 외면하고, 항소를 준비한다는 뻔뻔한 말을 내뱉을 수 있다니.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한전 부지를 매입하며 100년을 내다본다고 했다. 한전 부지 매입 비용이면 100년 동안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돈이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한 해에만 83,15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무려 1139천억 원(20147월 보도자료 기준)에 달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막대한 부는 현대자동차에서 열심히 일했던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설움과 고통의 산물이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불법으로 부당한 이윤을 획득해 온 현대자동차와 정몽구·정의선 부자에게 정의가 살아있음을, 이제는 함께 싸워야 함을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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