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와 노동] 당선자에게 바란다_6·4 지방선거 이후, 비정규노동 의제는 제대로 반영될 것인가

by 센터 posted Jul 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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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지난 6월 4일, 전국적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투표율 제고를 위해 처음으로 사전투표제가 도입되어 5월 30일에 진행됐음에도 투표율은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3~4% 올라가는 데 그쳤다. 네거티브를 지양하자는 합의가 있었으나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후보들은 서로를 비방하는 데 열을 올렸고,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마저 보였다. 구태는 이 나라 정치판에 껌딱지처럼 들러붙어 있다.
광역지자체장 선거만 놓고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이 9군데, 새누리당이 8군데에서 당선됨으로써 거대 양당이 우열을 가리지 못한 채 끝났다. 진보정당은 단 한 군데에서도 광역지자체장을 당선시키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다. 가능성도 역량도 역부족이었으니. 다만 교육감 선거에서는 민주진보 진영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는 쾌거를 올렸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민심은 광역지자체장이 아닌 교육감 선거에 반영이 된 셈이다.
본 좌담회는 6·4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전날에 다산콜센터지부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그 양상을 분석해 보고 당선자에게 바라는 점들을 서로 얘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

심명숙(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

심현진(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 비정규지부 홍보부장)

임종철(금속노조 남부지역지부 씨앤비텍분회 부분회장)

진행 및 정리

이남신(센터소장·이사)

김남수(센터 편집부장)




이남신: 이 자리는 저희가 격월간으로 펴내는 《비정규노동》에 기획 좌담회로 마련된 것입니다. 코너명은 ‘당선자에게 바란다’이고요. 서울시가 우리나라 최대 광역 지자체이기도 하고 서울시장은 소통령이라고도 하잖아요. 그래서 다른 지역 지자체장들과는 구별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사용자이기도 하잖습니까. 그래서 당선된 서울시장에게 우리 비정규노동자들과 중소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 관련한 여러 가지 하시고 싶은 이야기도 곁들여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은 이번 지방선거 보면서, 특히 세월호 참사 정국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도 합니다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떠오르는 대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축소_전체.jpg



심명숙: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이 있으니까 정부에 대한 심판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지자체에서도. 그리고 대부분 얘기하는 게 중앙정부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지방정부가 해 낸다고들 하잖아요.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가 유례없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서울시장 선거만 보더라도 정책적인 공약 경쟁보다 색깔론 등을 내세우는 양상이죠. 또 뽑아주면 뭘 어떻게 잘 하겠다는 말보다도 뽑아주면 자기가 다 하겠다는 말만 앞세우고 있어요.


임종철: 일단 공약이나 이런 부분은 떠나서 보게 되면 예년과 달라진 게 세월호의 영향이 있겠지만 씨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해졌죠. 그런데 후보자들이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는 듯한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 보기에 안 좋습니다.

심현진: 세월호 참사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잖아요. 그런데 야당은 너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여당은 대통령 지키기를 내세우고 있어요. 정책이 실종된 거죠. 안전 불감증이나 이런 것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다면 그와 관련된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야당은 무조건 중앙정부나 여당을 비난하는 쪽으로 나오고 여당은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쪽으로 나와서 정책이 보이질 않아요. 그런데 서울시장 후보는 좀 달랐던 거 같아요. 박원순 후보가 네거티브를 최대한 자제하고, 물론 정몽준 후보는 안 그랬지만(웃음). 제가 유관기관의 비정규직으로 있다 보니까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유심히 본 것도 있지만, 박원순 후보는 나름대로 정책을 많이 펼쳤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여튼 그런 게 아쉬워요.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해경을 해체시킨 다음 취한 정책이라는 게 해경을 해양안전부로 간판만 바꾼 거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정책의 실효성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공격을 해야 하는데, 무조건 비난하는 모습이 안 좋게 보여요. 


이남신: 중요한 지적입니다. 일단 정책이 실종되거나 돋보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거 같고요.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노동 문제, 특히 비정규노동 문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노동 의제나 비정규 의제 관련해서 눈에 띄는 게 있었습니까?


임종철: 못 본 거 같네요.


이남신: 네.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던 거 같아요. 특히 당선권에 있는 후보들의 경우에는 노동 의제가 대표 정책에서 빠져 있고. 다만 저희가 좀 찾아보니까 소위 기존 진보정당들, 민주노동당에서 분화된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후보들은 노동 관련한 공약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후보들이다 보니까 이런 정책들이 주목받지 못 했다, 이런 부분들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 거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노동 관련 공약이 없을 정도로 세월호 정국 속에서 안전 중심 이슈로 치우쳤던 분위기였죠. 그 과정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런 건 공약으로 반영되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게 있었다면 말씀해 주시죠.


심명숙: 저희가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다 정책 질의서를 보냈어요.


이남신: 다산콜센터지부 이름으로요?


축소_심명숙.jpg 심명숙: 네. 보냈는데 그 내용은 다산콜센터지부에 크게 네 가지 문제가 있는데 여성 문제, 감정노동, 비정규직 문제, 좋은 일자리 문제라는 것이었죠. 정몽준 후보 캠프에서는 답변이 안 왔어요. 박원순 후보랑 정태흥 후보 측에서는 답변이 왔는데, 박원순 후보는 시장 재직 시와 입장이 같아요. 다산콜센터의 문제는 심화연구용역을 통해서 직접고용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는 것. 감정노동이라든지 여성에게 직접적으로 문제를 발생시키는 부분들, 어떻게 보면 서울시가 사용자이고 서울시가 이것들을 챙기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계속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서울시가 해야 되지 않겠느냐, 다른 업체가 이것을 맡아서 적극적으로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가 해야 한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답변이 온 게 대부분 조건부 찬성이었어요. 저희가 제시한 12가지 질문 중에 2가지 질문만 적극적 수용의 의사를 밝혔어요.
정태흥 후보 측에서는 저희가 보낸 12가지 질문에 대해 모두 찬성이라는 답변을 주었고, 직접고용 필요하다는 걸 포함해서 해결할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세 후보 토론회에서도 정태흥 후보가 다산콜센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박원순 시장에게 질의를 했는데 그때 답변도 마찬가지였어요. 서울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큰 틀에서 1, 2차는 진행해 왔고 그런 흐름에서 다산콜센터 문제도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정도로 돌려서 답을 했죠.

 

이남신: 에둘러 답한 수준이었다는 거죠. 그래도 상대적으로는 정몽준 후보보다는 전향적인 답변이긴 하네요. 정책 질의했던 내용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심명숙: 정몽준 후보는 원래 그렇다, 나쁘다 하는 반응이었고, 박원순 후보도 적극적으로 찬성하거나 이런 답변이 온 게 아니라 조건부 찬성으로 온 거라 보통이다, 이 정도였지요. 정태흥 후보가 시장이 되면 우리에게 제일 낫지 않나 그런 의견이 있었죠. 박원순 시장은 당선 가능성도 높은데 답변이 조건부로 온 것이 좀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이남신: 조합원들의 그런 인식이나 평가가 박원순 후보 측에 전달이 잘 됐으면 좋겠네요. 내일 당선이 되더라도 그런 부분들은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하철 경정비 같은 경우는 직접고용 정규직화 계획이 2017년까지죠?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 기대하는 바가 클 텐데요.


심현진: 지방선거 선거운동 전에 박원순 후보가 아직 시장이었을 때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 10대 안전공약을 내세웠죠. 그때 지하철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공표가 됐어요. 그런데 그때 노조원들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였어요.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고 실사용자가 서울시가 되는구나 하고 고무적으로 받아들인 게 있으나, 서울시립대나 메트로 등에서 청소용역하시는 분들이 메트로환경이라고 해서 자회사격인 곳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셨거든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임금 인상만 약간 됐지, 복리후생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복리후생 전혀 안 됐고 4대보험이라든지 복지카드라든지 이런 것들이 전혀 안되셨는데, 사실 간판만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바뀐다고 해서 될 것이 아니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분들의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고, 그 부분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일함으로써 정비 품질이나 이런 것들이 좋아져야 하는데 간판만 바뀌어서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몽준 후보보다는 박원순 후보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서 좀 미진하지 않나, 효과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되면서 안전 교육이라든지 복지라든지 이런 것들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남신: 예를 들면 박원순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입장 표명과 의지가 필요하겠네요. 무엇보다도 서울시는 중소영세 사업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 공단, 구로디지털단지나 성동을 비롯해서 굉장히 많은 노동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한데, 이번 지방선거에 지역 공단 관련해서 이런 것들은 공약으로 반영되었으면 좋겠다든지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축소_임종철.jpg 임종철: 구로공단은 노동자들만 해도 15만이 넘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을 가지고 있는 사업장은 극소수고요, 사용자들이 이끌어 나가기 힘든 사업체도 되게 많아요. 공약으로서 복지 부분의 공약을 내세운다면 정말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복지 공약이 나와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저희 공단만 봐도 노동조합에서 구청이나 시와 연대해서 근로복지센터도 하나 만들긴 했는데, 15만 노동자가 센터 하나 갖고 전체를 이용한다는 건 무리가 있는 부분이고, 더 많은 복지센터라든가 더 많은 휴게 공간이라든가 국가에서 운영하는 운동장이라든가 그런 부분들이 주변을 보면 상당히 미흡한 거죠. 정작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 건강에 대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간, 그런 부분들이 상당히 적고요. 그리고 저희가 그런 지점에서 하는 선전전이 있는데, 보면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최저임금은 받아야 한다, 근로계약서는 한 부는 내가 받는 게 당연한 거다 이런 내용들을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모르죠. 그래서 선전전을 통해서 바뀌는 부분들이 있긴 한데, 몇 안 되는 인원으로 전체 15만을 전부 바꿀 수는 없는 거잖아요. 노동조합에서 하는 선전전이나 운동들을 정부가 같이, 노동자가 운집해 있는 그 지역에서 연계가 돼서 노동법과 관련된 부분들을 더 많이 교육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편한 일자리에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남신: 그리고 중소영세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모두 실제로 투표권 행사가 쉽지 않잖아요? 특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 같은 경우에는 시간을 내서 투표하러 가는 게 만만하지 않은 사례가 종종 있는 거 같은데, 여기 오신 분들은 그런 문제가 없으신 거죠?


임종철: 저희는 내일 특근이 잡혀 있어요. 그런데 투표 시간 한 시간은 보장이 돼요. 저희는 조합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고요, 상당히 많은 사업장들에서 그런 부분들이 안 지켜질 거라고 봅니다. 신고하면 1,000만 원 벌금이라고 하는데, 정작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자기가 이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데 신고를 함으로써 추후 생길 일들을 감당할 걸 생각하면 어려운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사실 노동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죠. 자기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이남신: 투표 독려 캠페인도 필요할 거 같고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은 거의 투표하기가 만만치 않죠. 새벽 같이 가서 투표하지 않으면 주간에 나오기 힘든 그런 문제들도 있고.
사실은 노동의제를 중심으로 했던 진보정당들이 지금은 거의 죽을 쑤고 있는 상황이어서 안타까운 점이 있는데, 지방선거와 진보정당의 역할 관련해서 옛날 민주노동당과 같은 정당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저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정말 노동자가 표를 던질 수 있는 정당이 과연 있는가? 이런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여러분들은 어떠셨어요?


심명숙: 선택하지 않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니까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는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하겠다는 거죠. 비례대표든 의원이든 나온 사람들은 다 당을 보고 뽑는 거잖아요. 당의 정책보다도. 서울시 교육감의 경우도 민주단일 후보가 나섰지만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요. 그래도 새누리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용린 후보나 고승덕 후보는 되면 안 된다 하는 생각인 거고요. 꼭 가야겠다 이런 생각이 솔직히 안 들긴 하죠. 저는 사전투표를 안 해서 내일 투표를 해야 하는데 후보의 정책보다는 인지도에 더 중점을 두게 되요. 교육감 투표용지를 보면 이름만 있잖아요. 그럼 아는 사람 이름이 있으면 그걸 찍게 되고. 우스갯소리로 연예인 인지도가 있으면 교육감 선거도 나올 수 있다, 이런 얘기도 있던데….(웃음) 정말 찍고 싶다 이런 사람은 없는 거 같아요. 그나마 박원순 시장이 보궐로 당선이 돼서 망가진 서울시정을 제대로 잡아놓은 거, 그런 점들은 좀 평가를 받지 않을까. 아직도 새누리당은 한 게 없지 않느냐고 하지만요.


이남신: 심현진 홍보부장님은 흔쾌하게 한 표를 줄 후보가 있습니까?


축소_심현진.jpg 심현진: 노동 현안에 대해서는 그렇게 지지를 보낼만한 후보는 없어요. 시의원은 아까 말씀하신 대로 당을 보고 뽑게 되는데, 거기에 특화된 정당은 없는 거 같아요. 진보정당들이 안보 문제 관련하여 초토화된 상황이 많아서, 특히 통합진보당이 그런 경우인데, 연대도 많이 이루어 진 게 없고. 서울시는 그나마 박원순 후보가 좀 나은 거 같긴 한데, 나머지 시의원들은 노동 현안에 대해 정책을 제대로 내 놓은 진보정당들이 없기 때문에 특별하게 표를 줄 수 있는 정당은 없는 거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유권자 입장에서도 사는 건 점점 팍팍해지는데 노동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그런 부분들에 관심을 좀 가져주고, 이념 대결 때문에 많이 갈리는 게 있는데 사람이 사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얼마 없어서 문제지요. 그런 것들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하고 세세한 것들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정당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남신: 임종철 부분회장님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있습니까?


임종철: 딱히 지지하는 후보는 없습니다. 그런데 일단 새누리당은 싫습니다. 새누리당은 그간 해 왔던 모습들이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만 해 온 거 같아서요. 그래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면 진보정당 쪽으로 행사하려고 합니다. 아직 후보의 정책들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있긴 한데 그래도 노동자들이 살기 위한 나라를 만들고 노동자들을 위해 좀 더 힘써줄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면 진보 쪽이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남신: 여기 있는 세 분이 의기투합해서 당을 하나 만드시죠.(일동 웃음) 어쨌든 이번에 노동자들은 참 답답한 선거임에는 분명한 거 같고요. 기왕에 선거 얘기가 나왔으니까 노동자 입장에서 논란이 되는 게 있죠. 선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 선거를 통해서 더 좋은 사회를, 특히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을 과연 만들 수 있는 거냐, 이런 부분에 대해선 생각의 차이가 있고 한데 이건 정답이 있는 거 같진 않고요, 한 번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선거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거 같아서. 선거를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아니면 다른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고요.


심명숙: 바꿀 수 있을 거 같아요. 많이 거론되는 게 성남시 이재명 시장 있잖아요. 그 분이 이런 일도 했었구나 싶은 시도를 많이 했는데, 우리가 몰랐던 거죠. 이권들을 이전에는 기득권이 다 가져가는, 관의 사업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 가져가곤 했는데, (이재명 시장 당선 이후에는) 열려 있는 시스템에서 여러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갔고 예산을 쓰더라도 일부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바꿔낸 것 같아요. 크진 않지만 박원순 시장이 보도블럭을 함부로 뒤집지 않겠다고 한 것, 올빼미 버스(심야버스)가 꼭 필요한 분들이 있는데 그 전까지는 택시를 이용하거나 걸어가거나 했는데 방법이 생긴 것 등 행정이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 싶은 것들을 보여준 거 같아요. 전시행정이 아니라 세세하게 바꾼 것들, 9호선 지하철도 요금이 1,000원 이상 뛸 뻔 했잖아요. 그런 것도 행정이 제재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이남신: 임종철 부분회장님은 15만 금속노조의 일원이시기도 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종철: 저도 마찬가지로 세상을 바꿀 수는 있다고 봐요. 모든 후보들이 공약을 내세우고 당선이 돼서 한두 해 정도는 공약을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 기간이 좀 지나면 퇴색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바뀌었다고 하는 것도 우리가 피부로 느낄 만큼의 변화는 아니라고 봐요. 어쨌든 보여주기 위한 일들을 더 많이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시작과 끝이 같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게 가장 큰 부분이 거 같아요.


이남신: 그런 면에서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심현진 홍보부장님은요?

심현진: 저는 단합이 잘 되어서 행정 지도자를 잘 뽑는다면 바뀌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개개인의 단합이 잘 돼야 한다고 봐요. 두 번 (보수 진영의 후보인)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 됐잖아요. 그게 사실 진보 쪽에서 단합이 안 돼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를 잘 해서 잘 뽑으면 분명히 노동자들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발언이 들어가 있는 후보가 당선이 돼서 그게 시정이나 중앙정부의 정책에 반영이 돼서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을 했죠. 그렇게 되기 위해선 꼭 단합이 되고 그런 현안에 대해서 공유가 필요하고 노동조합이 그런 것들에 대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남신: 누가 당선이 되던 당선이 되면 이런 자세로 일을 해야 한다, 특히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 물론 정몽준 후보의 경우엔 노동 관련 공약이 없어서 당황스럽긴 합니다만, 어쨌든 당선된 지자체장이 어떤 자세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얘길 해 주시죠. 그 다음에 각자 생각하시는 요구 관련해서 언급해 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축소_다산콜센터.jpg


심명숙: 다산콜센터 문제의 경우 총액인건비제 문제에 걸려서 직접고용하기 어렵다, 정부에서 이런 규제를 풀어주지 않는 이상 할 수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그럼 노동자들은 그 규제에 걸려서 계속 희생을 당하고 있어야 되느냐,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걸 서울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오래된 규제이고 나쁜 규제라고 한다면 풀어줘야 하는 거고. 시정이 된다고 하면 다산콜센터뿐만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이 될 수 있는 건데, 다산콜센터 문제가 가장 상징적이기 때문에 이것부터 해결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봐요. 어떻게 보면 서울시에서 비정규직을 먼저 쓰고 있으면서 기업더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서울시가 먼저 해야 하는 거고 그게 돈이 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실질적으로 같은 돈을 쓰더라도 그 돈을 개인, 위탁업체가 가져가는 구조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 행정도 자본의 논리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다산콜센터도 3개의 위탁업체가 있는데, 그 중 2개가 대기업이죠. 이것이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인 건지, 대기업의 논리에 따라 직접고용하면 다른 콜센터도 전부 망한다는 식으로 서울시를 위협을 하고. 이건 자본의 논리로 보면 안 될 거 같아요. 노동의 가치가 들어가야 하는 거지. 자본가가 이건 우리가 투자한 거니까 돈을 받아가야 한다, 노동자는 상관없다, 이런 입장을 비호해 주면 안 되죠. 서울시가 좋은 행정 서비스를 펼친다고 하면 일하는 사람이 정말 당당하게 일을 할 수 있고 내 일자리가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자본의 논리대로 하는 것은 서울시가 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는 셈이죠.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이남신: 심현진 홍보부장님은 어떠신가요? 본인이 시장이라면 어떤 자세로 일하시겠어요?


심현진: 저도 서울지하철 비정규지부 일을 하면서 느낀 게 많이 있는데, 시 정책을 펴기 위해선 여러 방향에서 들을 수 있는 루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2017년에 저희가 정규직 전환이 된다고 했잖아요. 원래 저희 목표는 2015년에 무기계약직이 되고 단계적으로 2017년에 정규직 전환이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서울메트로는 서울시에 얘기할 때 지금 저희랑 같이 일하는 전적자 분들이 있기 때문에 2017년에야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다고 얘기했어요. 사실, 그렇지 않아도 전적자 분들과 저희 직접고용자들이랑 업무를 분리해서 하는 방안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시에서는 (초반에) 서울메트로 얘기만 듣고 있었던 거예요. 노동자 입장과 사용자 입장을 고루 듣기 위해선 여러 가지 루트에서 얘기를 들어야지 그런 것들이 수정되면서 노동자 입장도 반영이 되고 사용자 입장도 반영이 된 방안이 나오는 거죠. 그런 게 노동보좌관이 없었으면 저희 얘기가 관철이 안 돼서 2015년에 무기계약직이 된다는 얘기는 아예 없어졌을 거예요. 그런데 노동보좌관이 다시 저희 얘기를 들어봤기 때문에 2015년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단계적으로 2017년에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는 얘기까지 성사가 된 거거든요. 만약 서울메트로 비정규직 담당자 얘기만 들었으면 2017년까지 미뤄지거나 아예 없어질 수도 있는 얘기죠. 서울시장 정도 되고 서울시 행정을 도맡으려면 여러 가지 행정과 민원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루트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지하철 비정규직.jpg


임종철: 얘기 들어보니까 일맥상통하는 거 같아요. 일단 소통이 최우선이 돼야 하겠죠. 시민이 뽑아 주는 자리인 만큼 자본에 휘둘릴 게 아니라 시민의 소리에 귀를 많이 기울어야 한다, 그래야 나라도 살고 시민들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때로는 다들 NO라고 할 때 YES라고 할 줄 아는 그런 결단력이 있어서 여기저기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정말 이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 부분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이남신: 어쨌든 당선자는 시민들, 유권자들과의 소통, 약속을 잘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그러니까 기본을 잘 지켜야 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네요.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일단 이번 지방선거는 특수한 조건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도 했고, 노동과 관련해서는 진보정당의 역할이 미미해졌기 때문에 굉장히 취약한 조건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도 했고, 거기에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노동이 자신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대단히 쉽지 않은 조건에서, 사실 어떻게 보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너무 취약한 조건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로 정권심판론을 위시해서 쟁점들은 좀 형성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노동 의제는 소수자 의제로, 또는 주요 의제에 묻혀 버리는 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서울시와 관련해서는 이후에 이런 모습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고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심명숙: 4년 동안에 다산콜센터를 반드시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해요. 서울시에서 시민들이 가장 소통을 가장 빠르고 잘 하도록 하는 게 전화인 거죠. 전화 한 통이면 본인의 건의 사항이나 불편 사항들을 저희가 담당자에게 바로 전달이 되도록 하고 있는 거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주변에 다산콜센터라고 하면 소통보다는 어떻게든 콜을 많이 받고, 들어오는 민원을 바로바로 전화만 연결해 주면 된다는 식으로, 행정이 갖고 있는 좋은 서비스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전화번호만 알려주고 끝나는 식이 아니라 1대1 심층 상담도 할 수 있는 체계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에서 좋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기간이 다 끝나서 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많잖아요. 발 빠른 사람만 알아서 챙기는 식으로. 좋은 서비스를 시민들이 하나라도 더 가져갈 수 있게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할 거 같아요. 크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 생활에서도 느낄 수 있는, 세세한 부분들을 챙기는 그런 행정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선진국을 보면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요구 사항을 챙기느라 일에 과부하가 걸려서 힘들다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술 먹고 로비하고 접대하고 이런 것들로 바쁘게 보내고 있잖아요. 그런 것들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남신: 생활 속에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현장 중심의 행정을 주문해 주신 거 같고요, 임종철 부분회장님은 중소영세 사업장들이 밀집해 있는 공단에서의 변화들도 기대하는 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임종철: 일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인 거 같고요. 고용 불안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서 정말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사업주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 노동자도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부분이 빨리 정착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근로복지센터도 각 지역마다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고요, 노동자들이 정말 편하게 방문할 수 있게 건강검진이라든가 문화 활동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지역 공단 내에 많이 설립이 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심현진: 이번 선거에서 제일 이슈화되는 것이 안전 문제잖아요. 안전이 지켜지기 위해선 노동자들, 그 중에서도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아니라 하도급을 주고 위장도급을 주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문제인데,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게 단순히 노동자의 복지만이 아니라 안전을 챙길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남신: 결국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말씀이시죠. 우리나라는 고용형태 자체가 굉장히 위험을 불러오는 통로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위험의 외주화’라고도 얘기합니다만, 아주 중요한 지적을 해 주신 거 같습니다.
지방선거 관련해서 얘기를 꺼내려면 아주 막막한 주제이기도 한데, 여러 가지로 자신의 생활과 노조 공간에서 느낀 부분들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선자가 결정이 되고 이후에 기회가 되면 더 얘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저는 여기에 계신 세 분을 포함해서 노동자들이 정치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실력만큼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공약이 사회적으로도 지지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이번엔 그런 부분들이 아쉬웠던 상황이라서 결국엔 노동자들이 자기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는 선거를 포함한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직접 할 수 있는 역할은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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