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게 드리워진 방송사의 그늘, 방송사 비정규직] 케이블방송, 이제는 권리 확보 투쟁으로

by 센터 posted Apr 2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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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재범 희망연대노동조합 정책국장

 

1. 케이블방송 도입의 역사

 

가. 1995~1997년 지역에 기반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출범
케이블방송은 그 구상단계에서부터 명확한 지역성을 토대로 출발하였다. 1990년 최초의 뉴미디어 도입이라는 과제의 타당성과 구현방안을 연구한 방송제도연구위원회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System Operatro)가 ‘독점적인 특약사업권(franchise)을 가진 특수화, 지역화 된 정보·문화 미디어 소유·경영자이므로 그 소유형태는 그 지역사회의 공익 단체가 중심이 된 컨소시엄이 되어야 한다.’라고 제언하면서 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이에 전국적 네트워크나 거대 복수사업자(MSO, multiple system operator)는 원칙적으로 봉쇄되어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후 ‘공익단체가 중심이 된 컨소시엄’이라는 방송제도연구위원회의 제안은 전면 수용되지 않았지만, 지역 연고의 기업이 SO를 설립해야 한다는 원칙이 수립되었고, 실제 1994년 지역 SO의 심사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1995년부터 1997년에 허가된 77개 권역 SO 사업자들은 지역 내 연고를 둔 사업자들을 대주주로 하는 경우에만 허용되었고, 각기 다른 77개의 사업자들로 케이블방송이 출범하였다.

 

나. 2000년 이후 유료방송플랫폼의 확대와 미디어 자본 간 경쟁 심화
그러나 MSO를 비롯한 케이블방송 전반의 자본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되었다. 2012년 현재 5개의 MSO가 전체 케이블 가입자 가구의 85.7%를 점유하고 있으며, 서울 지역의 경우 26개 권역 중 20개 권역이 두 사업자(티브로드와 씨앤앰)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집중은 2008년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 매출액 규제(전체 SO 매출액의 33% 이하)와 한 사업자의 15개 SO 이상 겸영 제한이라는 이중규제가 ‘전국 케이블 가입자의 1/3’로 완화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케이블1.JPG 
 
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 시대, 거대 자본들의 유료가입자 쟁탈전
MSO의 등장에 따른 거대 사업자들의 지역 독점은 결국 유일한 지역 기반 방송사업자인 케이블방송을 위성방송이나 현재 IPTV와 같은 전국 사업자들과 동일한 경쟁사업자로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간의 SO 업무 관할 분쟁은 사실상 KT, LG, SKT 등 통신자본이 약 1,400만(아날로그 가입가구 1,000만)에 달하는 케이블 유료방송의 포섭을 용이하게 해달라는 통신 대기업들의 요구에 기반한 대리전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가입자 점유율 제한 규제가 완화되고, 전국 서비스가 가능해 짐에 따라 2013년 6월 말 현재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약 2,700만(중복가입자 포함)으로 새로운 점유율 규제 적용 시 한 업체가 900만 가입자까지 확대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SO와 위성방송, IPTV를 포함한 유료방송 시장 전체의 자본 간 경쟁 구도에 격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케이블방송 산업의 문제점

 

가. 형식적인 지역채널 운용과 방송의 공공성 저하
케이블방송은 방송법에 따라 지역밀착형 매체로 정의되어 있으며, 이와 관련된 방송정책에 있어서도 SO는 지역채널을 통해 로컬리즘과 공익성을 실현하도록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SO의 지역성 책무는 방송법과 방송법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으며, SO의 재허가 심사에서도 500점 중 20%에 해당하는 100점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MSO의 성장과 전국 권역 유료방송과의 경쟁은 지역채널을 어쩔 수 없이 운영하는 곳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기존 조사에 따르면 위 기준에 따른 편성 현황은 ①주민생활정보(26.5%) ②당해구역보도(14.3%) ③광역보도(4.3%) ④지자체시책홍보(3.5%) ⑤방송프로그램 안내(2.1%) ⑥시청자 자체제작(2.1%) ⑦국가, 지자체 인정프로그램(0.4%)의 순이었다. 그나마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프로그램의 전체 편성 비율은 53.1%였으며 주민노래자랑 등 기타 편성에 해당하는 비율은 46.9%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채널의 편성에 대한 관련 기관의 평가조차 갈수록 낮아져 왔다는 점이다.
 
나. 케이블방송 업계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심각성
더욱 심각한 문제는 케이블방송업계의 하도급 구조가 건설업계 못지않은 다단계 구조라는 점이다. 하도급 업무를 영역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방송의 외주화
  방송산업의 제작 외주화의 문제점 일반이 케이블방송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② 케이블설비 공사의 외주화
  케이블 설비 및 장비 교체 등의 업무는 사실상 공사업체로 모두 외주화 되어 있으며, 특히 공사업체는 사실상 건설업자들로 건설업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그대로 발생하고 있다.
③ 소비자들의 가입 과정을 외주화
  심지어는 거의 모든 업체들이 민원과 영업유치 조직을 외주화 하고 있다.
④ 유지보수 및 설치 업무의 외주화
  케이블방송 시청자들이 가입할 경우 설치하는 업무는 모두 외주화 되어 있으며, 심지어 케이블방송 시청자들의 쾌적한 방송시청을 위한 유지보수 과정도 모두 외주화 되어 있다. 케이블방송 시청을 중단할 경우 철거하는 업무도 모두 외주화 되어 있다.

 

케이블2.JPG


다. 케이블방송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살인적인 노동실태

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패널티 부과
 케이블방송 외주업체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영업비 환수(고객을 유치했다가 6개월 이내에 고객이 이를 해지하게 되면 급여에서 공제하는 패널티), 장비미회수 패널티(해지 고객이 연락이 안되어 장비회수를 하지 못한 경우 콜센터에서 전화를 하여 연락이 닿으면 가해지는 패널티), 장비실사 패널티(전산상 등록된 장비 숫자와 실제 보유중인 장비 숫자가 맞지 않을 경우 가해지는 패널티) 등 급여에서 패널티를 공제하는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케이블 외주업체 한 노동자의 경우 원래 급여는 163만 원 수준이었으나, 패널티로 인하여 2013년 4월분 급여로 받은 것은 16만원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4대보험 등을 제외하면 월급의 80% 이상을 패널티로 차감당한 사례도 있었다.

②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업무실비 전가
 심지어는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업무실비로 처리되어야 할 차량유지비, 유류비, 통신비(휴대폰 또는 PA), 기타 영업활동비, 업무에 따른 부득이한 상황에서의 주차위반 범칙금 등을 직접 부담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부담수준은 대부분 월 31만 원에서 50만 원을 부담하고 많은 경우는 심지어 90만 원 이상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같은 업무실비는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업무수행에 따른 수익의 향유자인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해당함에도 사용자가 이를 노동자에게 부담시켜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③ 장시간 살인적인 노동
 케이블방송 한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약상 근로시간은 평일 09시부터 18시까지(점심식사 1시간)이나, 실제 근무는 조기출근은 물론 일상적인 연장근무가 더해져 있고, 게다가 토요일은 고정 연장근무, 일요 격주 근무가 계속되다 보니 한 달에 쉬는 날이 겨우 이틀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주간 근로시간은 법정 최고 한도인 52시간을 훌쩍 넘어 70시간에 육박하고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 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휴게를 위한 점심식사도 거르기가 일쑤였고,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에도 30분 미만인 경우가 다수였다. 휴가도 1년간 3일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④ 법정수당 미지급
 우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연장·야간·휴일근로의 경우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수당(이하 ‘시간외근로수당’)을, 법정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경우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으나, 케이블방송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와 법정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가 2013년 수시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를 보면, 점검업체의 63.4%에서 3억 9천여 만 원의 시간외근로수당 미지급 사례, 29.2%에서 1천 7백여 만 원의 미사용연차휴가수당 미지급 사례가 드러났고, 특히 무려 85.4%에서 4억 8천여 만 원의 최저임금 미지급 사례도 적발되었다는 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심각할 정도로 열악하다는 점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⑤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방송·통신 외주업체 비정규직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지 케이블방송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료방송(케이블·통신)산업 대부분의 외주업체 노동자들이 이와 같거나 더욱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케이블방송 업계 외에 국내 10대 재벌에 속한 통신업계의 유료방송(IPTV,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 등)에 속해 있는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업체들 또한 영업·개통(설치)·AS·철거 등 케이블방송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다단계 하도급 업체에 속해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이들 또한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방송·통신 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인권 보장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3. 유료방송 산업의 문제 해결방안

 

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 수립 필요
현재 유료방송(케이블방송, IPTV) 업계는 핵심 영업과 일부 기술 관리 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다단계 하도급화 되어 버린 상태의 다중적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이에 대한 근본적인 규제와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동으로 유료방송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유료방송 원청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개선을 통해 협력업체 경영 개선 및 지원 대책 수립 및 무분별한 다단계 하도급 금지 등의 규제(원청의 책임성 확대)가 필요하다. 동시에 유료방송 협력업체들에 고용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대책 수립 및 노동법 준수가 보장되어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놓여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이 필요하다.

 

기획특집 케이블방송1.jpg

 

나. 유료방송 시청자 권리 확보 방안 마련
또한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케이블, IPTV 등)들의 시청자 권리 증진을 위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시청자의 권리 및 방송 공공성의 측면에서 보다 강화된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① 실직적인 지역별 시청자위원회 구성 및 강화, ② 지역 방송으로서 지역 프로그램 제작 및 자체 프로그램 제작 비율 상향조정, ③ 프로그램 제작 시설 및 제작 환경의 개선(지역별 방송시설 확보 및 제작 능력 보유 법제화), ④ 가입자 정보인권 보호, ⑤ 불공정 과당경쟁 근절 대책 마련 등이 시급히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다. 유료방송 시청자 권리 확보 및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 나서야
그동안 거대자본의 독점화된 영역으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방송·통신·유료방송 시장에 대한 규제와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해 이제는 노동자 및 민중운동 진영이 나서야 할 때이다. 박근혜 정부의 방송법 개정으로 재벌과 금융자본의 아귀다툼으로 변질될 위험에 처한 케이블방송을 지역방송, 주민방송으로 되돌리는 사회공공성 투쟁으로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 또한 케이블방송·통신·유료방송 업계에 만연해 있는 외주화, 다단계 하도급으로 협력업체를 쥐어짜면서 수익은 독점하는 원청 중심 업계 관행을 바꾸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에 나서야 할 때이다.
이를 통해 자본 간 무차별한 인수합병과 반복되는 하청업체 재계약 속에서 불안한 고용, 위험한 환경에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정과 노동인권을 보장함으로써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2,500만 유료방송 시청자들의 권리확보로 이어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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