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게 드리워진 방송사의 그늘, 방송사 비정규직] 열정과 고단 사이_열정만으로 방송을 이끌어 나가는 고단한 삶의 주인공, 방송사 비정규노동자

by 센터 posted Mar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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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방송사 비정규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방송일에 대한 열정만으로 고역을 짊어진 채 꾸역꾸역 일을 해 나가면서도 자신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제대로 건의조차 할 수 없는 그들. 엄청난 노동 강도 때문에 노동조합 따위는 애시당초 만들 생각도 못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참석자

정우성(7년 차 프리랜서 PD)

김강우(3년 차 방송작가 겸 조연출)

임재범(1년 차 파견직 조연출)

※ 모두 가명

진행자

김남수(센터 편집부장)

 

 

김남수: 일단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몇 년 차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우성: 지금 모 방송사에서 일하고 있는 7년 차 프리랜서 PD고요. 프로그램에서 두 번째 서열 정도 되고 너는 비정규직이니까 정규직보다 아래야 이런 대우를 받는 건 아니고요. 어느 정도 연차가 있다 보니 인정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거든요. 주로 편집이나 프로그램 조율 같은 거 하고 있습니다.

 

임재범: 저는 현재 방송사에서 일한 지 한 달 좀 넘었고요, 파견근무로 들어와서 조연출 일을 하고 있어요. 연출하시는 분들 도와드리는 일을 하는데, 커피 사 오고 하는 작은 일부터 방송 나갈 때 장비 챙기는 것, 녹화 관리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김강우: 저 같은 경우는 방송작가 일을 2, 3년 정도 하다가 조연출로 돌아선 케이스인데요, 조연출을 한 달 정도 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이번에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3_방송사노동자.jpg

 

김남수: 그러면 방송 쪽 일을 하시게 된 경로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예를 들면 아는 사람이 소개해 줬다든지, 학원이나 방송아카데미를 통해서라든지, 공채나 공모를 통해 들어 오셨다든지 하는.

 

임재범: 저는 현재 맡고 있는 프로그램 조연출을 구한다는 인터넷 공고를 보고 지원서 넣어서 들어왔어요.

 

정우성: 저 같은 경우 2008년도에 아는 분이 외주제작사에 계셨는데 그 외주제작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어요. 편집부에서 3, 4년 차까지 있다 보면 외주제작사로서 한계가 보이거든요. 그런 걸 느껴서 종편이 할 시기 쯤 돼서 2011년에 회사에서 나와 종편을 비롯해서 여기저기 원서도 넣어보고 했죠. 그러다 일단 파견직을 해 볼 생각 없느냔 제안을 받아 모 방송사에 파견직으로 2년 있었는데 재계약을 할 수가 없었어요. 여긴 2년 동안 파견직을 하고 나면 6개월 동안 재계약을 못 해요. 그런 법적인 문제가 있어요. 그럴 바에는 저도 연차가 6년 차 때였으니까 이제는 프리랜서 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서 지금까지 프리랜서 하고 있죠.

 

김강우: 저는 방송아카데미를 나왔는데 아카데미의 경우 직원 추천이 있어요. 그 추천을 받고 들어간 데서 일하다가 그 프로그램이 끝나면 팀이 흩어지거든요. 계속 갈 사람은 남아 있기도 하는데 보통 거기서 나오죠. 저 같은 경우는 작가 선배들 추천을 받아서 다른 프로그램 갔다가 여기저기 왔다갔다 많이 했어요. 

 

3_방송아카데미.jpg

 

김남수: 그러고 보니 방송일을 하시게 된 경로가 다양하시네요. 외주제작사로 시작하신 경우도 있고, 아카데미 소개로 시작하신 경우, 파견회사 공고를 보고 들어오신 경우. 그런데 제가 방송산업 비정규노동자와 관련한 자료를 찾다 보니까 바우처란 용어가 있더라고요. 이 용어가 방송업계에선 통용되는 말입니까?

 

정우성: 보통 ‘빠우쳐’라고 말하는데 주로 작가 분들에게 해당되고. 회 당 지급이에요. 회 당 얼마, 이런 식으로 해서 그게 4주 치가 되면 월급처럼 되는 거죠. 한 달에 한 번 정산해 주는데 저 같은 경우는 한 달에 한 번 들어와요. 회 당 쌓인 게. 그런데 만약 방송이 쉬어서 3주 분 밖에 안 나가면 3회 분 빠우쳐 밖에 안 들어와요.

 

김남수: 그렇게 회 당 얼마 이런 식으로 받는 빠우쳐를 일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임금이라고 인식하지 않으실까요? (일동 동의)
그렇다면 들어오신 경로에 상관없이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셨나요?

 

김강우: 작가는 원래 안 해요. (웃음)

 

임재범: 저는 했어요.

 

정우성: 프리랜서도 계약서는 있습니다.

 

김남수: 방송작가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작성 안 하면 고용이든 고용해지든 일방적으로 통보 받겠네요? 나가라는 통보에 대항할 방법도 없는 거고요.

 

김강우: 만약 몇 일 부로 프로그램이 끝난다고 하면 너 그날까지만 출근해라 통보받고. 다른 방법이 없어요.

 

김남수: 그런 상황이 만연해 있는 건가요?

 

김강우: 만연해 있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주위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장기 프로그램을 맡기도 하는데 저는 특집 프로그램을 주로 했어요. 특집 프로그램이 보통 3~4개월 정도 준비하거든요. 3개월 정도 일하고 방송 나가면 너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했으니까 그날까지만 출근해라 그러죠. 그럼 그 기간 동안 임금이 책정되고 그렇습니다.

 

김남수: 정우성씨는 현재 프리랜서 PD로 일하고 계신데 이전 외주제작사에 계실 때나 파견회사를 통해 근무하실 때와 비교하면 현재 상황이 어떠신가요?

 

정우성: 장점이랑 단점이 있는데요. 외주제작사에 있거나 파견계약직을 하면 일단 4대보험이 되요. 그래서 그거에 대한 걱정은 없지만, 프리랜서를 하게 되면 보험이라는 보호장치가 없어지죠. 연말정산할 때도 불편하고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애매할 때가 많아요. 내가 어디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이 결여될 때도 있고. 좋은 점이라면 외주제작사나 파견계약직으로 있을 때보다는 계약할 때 능력에 따른 보상을 높여 받을 수 있죠. 하지만 방송이 하나 엎어진다거나 한 주가 빠지고 그러면 생활이 흔들릴 때도 있어요. 그런 게 좀 불안하기는 하죠.

 

kbs 해고.jpg

 

김남수: 같은 프리랜서라도 능력 차이라는 게 분명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잘 처우를 받는 분들이 계신 반면에 아주 힘든 분들도 계시겠죠?

 

정우성: 기본적으로 연차라고 보시면 되요. 잘 하면 그만큼 불러주는 데가 많은 건데 돈의 개념은 만약 저도 6년 차고 어떤 사람도 6년 차다, 예를 들어 연차 당 10 정도 받는다고 보면 얘기를 잘 해서 65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사람은 그냥 60인 거예요. 찾아주는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갈 데가 많은데 찾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못 가는 거죠. 프로그램이 끝나면. 프로그램에 따라서 벌벌 떨어야죠.

 

김남수: 아무래도 더 눈치가 보이고 신경을 더 많이 쓰는 분들이 있겠네요. 임재범 씨는 처음 들어와 일하시면서 일의 강도나 환경이 어떻게 느껴지세요?

 

임재범: 되게 강한 거 같아요.

 

김남수: 그럼 근무시간은 어떤 식으로 흘러가나요? 대중없이 일만 하고 잠깐 쉬는 식인가요?

 

임재범: 거의 그런 식이죠. 지금 집에 못 들어 간 지 일 주일 됐어요. 숙직실이 있어서 숙직실에서 두세 시간 자고 나와서 일하고 그렇습니다.

 

김남수: 근무시간이 대중없는 거네요. 바쁘면 바쁜 대로 쉬지 않고 일만 하고. 원칙대로라면 하루 소정근로시간인 8시간을 넘어가는 근무시간에 대해선 초과근무수당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 내용이 있습니까. 근로계약서상이라는지 방송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일반적인 인식상에.

 

일동: 없지요.

 

김남수: 혹시 계약서상에도 그런 게 명시된 건 없나요?

 

정우성: 일단 방송 쪽은 그게 관례인 거 같아요. 정규직 PD들도 그렇고 추가수당이란 개념은 없어요. 아예. 정규직도 비정규직도요. 몇 시부터 몇 시 이런 정해진 근무시간도 없고 그게 초과될 시에는 얼마가 추가된다는 규정도 없어요.

 

김남수: 그럼 어림짐작으로나마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일 하는 거 같으세요?

 

정우성: 제가 처음에 들어왔을 때 72시간 동안 한숨도 잠을 못 잔 적이 있거든요. 그랬던 적도 있고, 일단 밤 새는 건 부지기수고 쪽잠 자야 되고. 그런데 그런 생활을 3, 4년 정도까지는 해야 되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처음 들어왔을 땐 선배들 챙겨야 되고, 스폰 챙겨야 되고, 차량도 챙겨야 되고. 심부름들 챙기다 보면 하루가 쭉 가는데 3, 4년 차가 되면 여기에 편집을 해야 되고. 넌 이것도 해봐야 되니까 이것도 해봐, 저것도 해봐 해서 하다보면 프로그램 빡쎄게 돌아갈 때는 거의 20시간 정도 일한다고 보시면 돼요.

 

김남수: 작가의 경우는 어떤가요?

 

김강우: 작가도 방송 촬영하는 내내 같이 있기 때문에 똑같이 돌아가요. 밤샘 촬영을 하게 되면 같이 밤 새는 거고요. 

 

김남수: 민감한 얘기지만 또 해야 되는 얘기이기도 하고, 본인들의 임금 수준이 일의 강도에 비해 합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임재범: 적다고 생각해요.

 

김강우: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사회초년생들이 얼마 받는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처음 일 시작하면 많게는 20시간 정도 일하는데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치더라도 그만큼 못 받는다는 거죠.

 

김남수: 4대보험은 가입이 되나요?

 

임재범: 파견직은 다 가입이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김남수: 프리랜서 같은 경우는 아무 것도 적용이 안 되는 건가요? 방송 일 하다 다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데 산재 적용도 안 되는 겁니까?

 

김강우: 임금에서 3.3프로 떼는 거 외에는 없죠.

 

김남수: 일하는 환경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만족하시는지요?

 

임재범: 일단 배우는 게 많죠. 제가 다 몰랐던 거라. 제가 신입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저희 조연출 팀이 꽤 적어요. 그래서 바쁘게 돌아가고. 그런 점에 있어서는 힘들다고 생각하죠.

 

김강우: 처음에 일을 시작하면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이고 미래에 어떻게 되겠다는 전망을 가지기 때문에 내가 경력을 쌓으면 올라갈 수 있겠지,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일을 해요. 그렇게 일을 하다가도 가끔씩 돌아보게 되거든요. 일을 하다 모은 걸 생각해 보면.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음 프로그램까지 중간에 일을 구해야 되는데 일을 못 구하면 계속 놀잖아요. 그럼 그동안 모았던 것을 까먹게 되요. 서울에 사니까 방세는 비싸고 고정적으로 매달 나가는 돈은 있는데 벌이가 없으면 그만큼 마이너스가 되는 거죠. 제가 그렇게 작가생활을 2, 3년 했는데 지금 남은 게 없어요. 일하는 내용만 보면 만족해요.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환경에 대해 안 좋은 점만 캐낸다고 하면 안 좋고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는 점과 상충이 되니까.

 

정우성: 2008년이랑 지금이랑 파견계약직을 해 봤지만 똑같아요. 받는 수준이. 지금이 2014년이니까 햇수로 6년이 지났는데. 처음 와서 1년차가 지나면 재계약할 때 조금 올려줘요. 파견직 같은 경우에는 그게 별 차이가 없어요. 한 10만 원 정도? 5, 6년 사이에. 항상 불만이 그거예요. 6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다고 해도 바뀔까. PD들은 그게 없어요. 노조. 그런 거라도 있으면 요구라도 할 텐데, 노조가 없는 것도 안타깝고요. 저는 지금 하고 싶은 거 한 달에 한 번은 하고 그러면서 이제는 적당히 살고는 있는데 아래 파견직 후배들이 왔다고 해서 보면 그것도 마음 아프고. 와서 똑같이 일하는데 누구는 정규직으로 들어와서 다 받고 누구는 파견직으로 들어와서 떼이고. 그냥 적당한 수준 정도만 받으면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그런 얘길 했어요. 니가 최저임금만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1년이면 1억 연봉 받을 수 있다고. 그런데 그게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촬영 현장.jpg

 

김남수: 촬영장에 정규직도 있고 비정규직도 있을 텐데 보통 비율이 얼마나 되나요?

 

정우성: 그게 방송국마다 다 틀린 것 같아요. 파견직을 쓰는 데도 있고, 안 쓰는 데도 있고, 프리랜서만 쓰는 데도 있고. 아니면 외주제작사에 통으로 줘서 외주제작사 사람들이 나와서 프로그램을 하고 관리하는 사람 한두 사람 정도만 메인피디와 그 아래피디 정도만 본사에서 나와서 같이 만들고 하는 식도 있고. 제가 일하는 곳 같은 경우 파견직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인력이 달린데 그만큼 사람을 못 뽑으니까 파견직을 끌어다가 쓰죠.

 

김남수: 파견회사와 파견계약을 맺고 일하게 되면 떼는 수수료가 어떻게 되나요?

 

정우성: 그 비율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예를 들어 파견회사가 한 사람을 고용할 때 200 정도의 정산금이 있다고 하면 보통 받는 게 130에서 150 정도거든요. 알기로는 분명히 130에서 150보다는 더 많이 받을 텐데 정확한 비율을 모르니 말이죠.

 

김남수: 그렇다면 한 촬영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관계가 그렇게 좋을 수는 없겠네요?

 

김강우: 외주제작을 하는 경우 한 팀이니까 트러블이 없어요. 그런데 어떤 프로그램을 외주제작사에 의뢰를 하고 외주제작사를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하면 트러블이 좀 있어요. 같은 프로그램의 한 팀 안에서는 문제가 별로 없어요.

 

김남수: 하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임금격차가 존재하는 건 사실인데 알게 모르게 이질감이라든지 안 좋은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지,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지는 않는지요?

 

정우성: 저도 그렇지만 방송일이라는 게 좋아서 시작한단 말이죠. 아까 얘기하셨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상충이 되요. 그런 것들이. 저 같은 경우 열을 받는 것이 어느 정도 올라와서 보니까 “선배님, 안녕하세요!” 하고 정규직들이 인사를 해요. 뒤돌아 생각해 보면 내가 선배고 얘네보다 4, 5년은 더 일했는데 돈은 더 못 받아요. 같이 올라갈 땐 몰랐어요. 그런 것들을 신경을 잘 안 쓰는데 지금 와 보니 박탈감 같은 게 드는 거죠.

 

김남수: 방송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 있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만 하니까 분위기가 어두워지네요.

 

정우성: 아니, 좋은 점이 있어요. 좋은 점이 있으니까 저도 7년 째 이 일을 하는 거죠. 현실적인 얘기만 해서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여건이 쉽지 않죠. 주위 친구들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왜 굳이 거길 가서 그러고 앉아 있냐, 못 배운 애도 아니고.” 그렇게 얘길 하시는데 좋아서 시작한 거고 아직은 재미있으니까 하고 있는 거죠.

 

김남수: 그런 현실적인 불만들 때문에 노조를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나 흐름을 경험했던 적은 없으신가요?

김강우: 노조는 잘 모르겠어요. 작가의 경우 작가협회가 있는데 거기는 처음 작가를 시작해서 들어갈 수 있는 요건이 안 되고요, 대본을 어느 정도 쓰고 경력은 몇 년 이상이 되면 협회에 있는 사람들 추천을 받아서 나중에 가입이 되거든요. 가입이 되면 자기가 쓴 대본의 저작권이 정산이 돼서 나오는데 그 전까지는 힘들죠.

 

정우성: 노조가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프리랜서 PD들 중에는 개인사업자로 전환을 해요. 오래 한곳에서 일을 하신 경우 제가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땐 한 회 당 100만 원 이상을 받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천양지차였어요. 지금은 예전처럼 프리랜서 PD들 힘이 그렇게 세진 않은데 아직까지 그런 건 못 겪어본 것 같아요. 작가분들 같은 경우 작가협회가 있는데 왜 우리는 없어 하다가 그럼 내가 해 볼까 이렇게 하시는 분들은 아직 없었던 것 같아요.

 

김남수: 임재범 씨 같은 경우는 더욱 그러하시겠지만 일을 하다 보면 그래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없으셨나요?

 

임재범: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선배들한테. 조금만 더 하면 정규직 될 수 있을 거라고. 계약 채우게 되면 정규직 쉽게 될 거니까 하라고. 그런 얘기까지 들었어요.

 

정우성: 기회는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어요. 기회는 있고 전환된 사례도 많고. 그런데 그렇게 되기 위해선 개인적으로 잘 하기도 해야겠지만 윗사람들과의 관계 그런 것들도 다 신경을 써야 되는 거 같아요. 정말 다 잘해야 해요. 예를 들어 윗사람이 걔 데려다 쓸까? 그랬을 때 바로 네! 이런 소리가 나올 정도로까진 해야 해요.

 

김남수: 그렇다면 결국 소수의 계약직만 해당되는 얘기 아닌가요?

 

정우성: 소수죠. 못 버티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죠. 반나절 만에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 가방 놔두고 도망가서는 전화 와서 가방 택배로 부쳐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김남수: 열심히 일하려는 분들에게는 그런 모습이 안일하게 보이겠지만 어찌 보면 못 버티고 나가는 분들에게는 이곳의 노동강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그러시는 거 아닌가요?

 

일동: 그렇죠.

 

정우성: 흔히들 얘기해요. 요즘 예능 프로들이 PD에 대한 환상을 너무 많이 심어줬다. 신입 정규직으로 들어온 분들은 다들 본인이 김태호 PD, 양현석 PD처럼 될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그들도 10년 이상의 노하우를 쌓아놓고 TV에 나오는 건데 그걸 초반에 찾으려다 보니까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저나 지인들은 그러죠. 방송이 너무 환상을 심어 줘서 도망가는 거다 이런 얘기를 사담으로 한 적이 있죠.

 

3_김태호.jpg

 

김남수: 이제 좀 자유롭게 얘기를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방송산업에 대한 개인적인 바람도 좋고 이제까진 부정적인 현실만 얘기를 했는데 긍정적인 부분을 말씀해 주셔도 좋고요.

 

김강우: 작가 하면 자료조사부터 시작하거든요. 처음부터 대본을 쓰는 게 아니라 방송을 찍으려고 하면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처음부터 조사하는 작업을 해요. 그런데 몇 년 전 SBS 막내 작가가 자살한 적이 있어요. 뉴스 한 번 나가고 묻혀 버렸어요. 그때 그렇더라고요. 같이 방송에서 일했던 사람인데 너무 힘들어서 비관해서 자살했는데 잠깐 뉴스에 한 번 나가고 그걸로 끝이었다니. 방송에서 안 좋은 측면을 묻으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위의 선배들도 다 겪었던 일인데 좀 나아지면 모르겠지만 아까도 얘기하셨듯이 수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게 불만이긴 하죠.

 

임재범: 인터뷰하기 전까지 오늘 다룬 얘기들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한 달 동안 지금 하는 것만 해도 벅차니까 일일이 생각도 안 했고. 이런 점들을 알고는 있었는데 잊고 일하다 보니까 그렇게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아요.

 

김남수: 계속 부정적인 면만 얘기하게 돼서 임재범 씨 같은 경우는 부담스러우시겠네요. 방송업에 대한 즐거움이나 보람 같은 것도 좀 말씀해 주세요.

 

김강우: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여러 사람들이 본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죠. 내가 편집한 영상, 내가 쓴 대본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하고 기뻐할 생각 하면 정말 좋아요. 프로그램 끝나고 자기 이름 찍혀서 올라가고 하면 뿌듯하고요.

 

정우성: 아는 동생들이 물어봐요. “PD 어때요 저 하고 싶은데.” 일단 말려요. 하라고 딱 얘기를 못 해요. 하려거든 마음을 굳게 먹고 버텨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오라는 말을 하는데. 그렇게 버티면서 오다 보니까 남들이 봤을 때 희열도 있고. 저 같은 경우는 들어왔을 때 목표설정을 잘 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내 이름이 연출로 찍혀서 나갈 때까지만 해 보자, 찍었어요. 생각을 좀 해 보니까 아까워지기 시작했어요. 다른 걸 좀 해 보자 해서 쇼를 하고 있어요. 쇼를 하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현장감 같은 게 너무 좋은 거죠. 기왕 이렇게 된 거 쇼도 내 이름 찍어 보고, 기왕이면 이 분야에서 넘버원 돼 볼 때까지 해보자, 그러니까 그렇게 돼 가고 있는 거 같아요.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발 한 번 잘못 들이면 못 빠져 나오는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힘들지언정 그렇게 느껴지는 게 있긴 하니까 당분간 그만 둘 것 같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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