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노동을 말하다] 환기, 공익 그리고 공감_서비스연맹 유통업종 전략조직화 사업의 의미

by 센터 posted Mar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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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연맹의 유통업종(대형 유통매장인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전략조직화 사업은 형식적으로는 연맹과 가맹노조의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의미적으로는 취약한 여성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의제화하는 것이고, 그 실현을 위해서는 조직화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선택한 전략이었다.
헌법 제32조 제4항에는 여성의 노동은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특별하게 여성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기업은 결코(매우 드물게 있을 수도 있지만) 들어 본 적이 없다. 특히 유통업종은 그러하다.
그나마 노동법에서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있지만 그 내용과는 너무나 다른 노동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불안에 가슴 졸이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냥 감내해야 하는 노동조건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거나 자연스러운 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의자캠페인'의 의미와 한계
서비스연맹이 지난 2008년에 진행한 ‘장시간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일명 ‘의자캠페인’)이 유통업종 여성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를 사회에 알리는 시작이었다. 의외로 일반 시민들이 많은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었고, 그 결과 대부분의 유통매장 계산대에 의자가 놓이는 매우 긍정적인 성과를 이루어 내었다.
그러나 의자캠페인의 아쉬운 점은 인체공학적인 의자 즉, 높낮이 조절이 되고, 회전이 되고, 발걸이가 있고, 등받이가 있는 의자가 놓인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며, 심지어 포장마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매우 간소한 의자가 놓인 유통매장도 있었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것은 실제로 고객들이 없을 때 잠시 틈을 내서 의자에 앉아 쉬는 활용도가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노동부는 인력이 부족하여 현장을 감독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하면서 더 이상의 책임은 질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의자캠페인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유통매장에서 하루 종일 선 채 일하면서 힘들어 했던 여성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에 대해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 실제로도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의자캠페인 후속사업으로 서비스연맹은 여성노동자의 건강권, 휴식권, 모성 그리고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 등의 문제에 주목하였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권고하고 있는 공동휴식권,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의 열악한 모성보호정책 문제, 그리고 워킹맘의 가장 큰 고민인 일과 가정의 양립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유통업종 여성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제기하고자 하였다.

 

2_1_1.jpg 작년 9월 10일 국회 앞에서 진행했던 「유통산업근로자 보호 특별법」제정 촉구 플래시몹  ⓒ조돈문

 

공익과 노동인권이 만나다
ILO 조약 제106조 「상업 및 사무직에 관한 조약」 제6조 제2항에는 ‘주휴기간은 각 사업장의 모든 관계자에 대하여 가능한 한 동시에 부여되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고 제3항에는 ‘주휴기간은 국가 또는 지역적 전통이나 관습에 의하여 정해진 날과 가능한 한 일치시켜야 한다.’라고 되어 있어 노동자들이 국․공휴일을 포함하여 공동휴식권을 가질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노동문제가 사회적으로 소통이 되고 공유가 가능한 주제는 그만큼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노동단체가 노동권과 인권이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난 2012년 시민단체(상인단체 포함)와의 연대를 통해서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고 대형마트에서 심야노동이 철폐된 것은 여성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일이었고, 야간에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것이 공익인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근로자 보호 특별법」(약칭)은 대형유통매장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과 주 1회 정기휴점제 시행이 주요 내용이고 여성노동자 보호가 핵심 입법취지이다. 물론 의원들의 무관심 등으로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법안을 준비하고 발의하는 과정에서 유통업종 여성노동자들의 관심과 지지는 매우 폭발적이었다. 지난 2009년 8월부터 3년 동안 매주 진행했던 캠페인에서 무려 3만 명이 서명을 하였고, 유통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매주 수십 명씩 교대로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권리를 찾아가는 소중한 경험을 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 시기는 백화점 수입화장품 판매직 노조가 본격적으로 조직화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의제와 관련된 당사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활동, 사회적인 지지와 지원, 그리고 그러한 상황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합해져서 전략적 조직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품화 된 감정 그리고 여성노동자

그러한 전략적 사고는 최근 ‘감정노동’으로 이어졌다. 사실 서비스연맹은 오래전부터 감정노동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이 또한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감정노동 영역으로 접근하게 되었던 것이다. 새로 발견된 노동형태에 대한 호기심에 들 뜬 언론의 본능적인 취재와 보도 덕분에 감정노동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가끔씩 ‘라면상무’, ‘빵집회장’ 사건들이 터지면서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지시켜 준 것도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백화점 여성 감정노동자의 투신(자해 사망)사건 등은 결코 재발되지 말아야 할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이기도 하다.
감정노동의 문제는 아직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 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대다수의 고객(소비자, 국민)들은 감정노동자들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하고,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에는 절제되지 않은 감정표현을 감정노동자들에게 격하게 퍼붓고 있으니 말이다. ‘고객친절경영’, ‘고객만족경영’은 사람의 감정을 상품화해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실상 반인권적인 슬로건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친절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부당한 현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가능할 것이다.
이미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산업재해)에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신설하였고, 사업주로 하여금 ‘업무 스트레스 예방지침’을 매년 작성케 하고, 노동자가 정신적 스트레스(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치료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케 하며, 노동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문구를 고객들이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고, 고객의 의한 성희롱을 예방할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법안 또한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으나 감정노동의 문제가 당사자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정치권에서도 다루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때까지 감정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조직화에 공감을 더하다

의자캠페인, 건강권, 감정노동은 서비스연맹 유통업종 전략조직화 사업의 핵심 키워드이다. 이렇게 연맹의 유통업종 조직화 사업은 이미 조직된 복수의 당사자들 및 유관 단체와 협력하고 연대함으로써 성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주제들이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매우 주요한 매개로 작용한 것처럼, 고전적인 조직화 방식(현장파악 → 접근 → 의식교육 → 노조설립 → 활동지원)에 ‘공감’의 논리를 더한다면 미조직 노동자들이 부담을 덜면서 조직화된 영역으로 옮겨 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조직된 노조의 활동에도 접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노조들이 현장 조합원들의 관심사(임금, 고용, 복리후생 등)를 해결하고 나면 노조활동에 한계를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사회적 의제에 대한 ‘공감’을 나누는 일이고 이를 노조의 활동과 사업에 반영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노조활동을 위해서도 필요한 방책이고 미조직 조직화를 위한 전략적 사고의 출발점이다.
이제 ‘공감’의 주제들을 찾아내는 활동이 노조의 주된 사업이 되지 않을까?

 

 

글|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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