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에 바란다] 101번째 이야기를 듣다

by 편집국 posted Sep 17,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편집자 주: <비정규노동> 100호는 기념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여태까지 걸어온 길만큼이나 이후에도 가야할 길도 멀다. 특히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하 센터’)가 비정규운동 내에서 맡아야 할 역할들이 변화하면서 비정규운동에서 <비정규노동>의 위치 역시 변화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편집국에서는 <비정규노동>에 관심과 애정이 남다른 편집위원들과 <비정규노동> 독자들과의 좌담을 준비했다. 이들에게 <비정규노동>이 걸어온 길에 대한 평가를 듣고, 앞으로 <비정규노동>이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1_전체.jpg

 

 

100번째 걸, 다시 첫걸음으로

  

이남신: <비정규노동>은 비정규노동자의 목소리를 자임하면서 100호까지 왔는데요. <비정규노동> 100호 발간과 관련한 의미나 소회를 얘기해 주세요.

 

남우근: 사실 이런 단체 하나를 10년 이상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요. 특히나 10년 넘게 잡지 발행을 해왔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노동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사회에서 노동을 사회의제로 만들기 위해 매체를 운영해왔던 것은 객관적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센터 내부적으로도 자축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잡지의 내용이 자족적인 것을 넘어서서 운동에 객관적으로 기여를 했는지, 비정규문제가 사회의제가 되는데 얼마만큼의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적 평가도 필요할 것 같아요. ‘어렵다는 사정을 핑계 삼아 관성적으로 낸 부분도 있었고, 조금 더 열린 매체로서 관계지향적인 방식으로 발간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자체역량에만 의존하여 발행에만 급급했던 측면도 있었죠. 이후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면서 반성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 동안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만든 측면이 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바뀌고 있고, 이는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제작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현종: 저는 <비정규노동>센터를 후원하면서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좀 놀랐어요. 처음에 센터를 연구소라는 개념으로 알았거든요. 그런데 <비정규노동>을 보면 연구소 같은 느낌도 안 나고. 제가 노인 노동과 관련된 일을 하잖아요. 저희 어르신들이 비정규 문제의 당사자들이잖아요. 관련 데이터를 찾을 때 센터 홈페이지와 <비정규노동>의 자료들이 도움이 되었어요.

10년 동안 책을 낸다는 것은 그 성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10, 20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10년 넘게 버텨왔다는 것은 힘이 있다는 것이잖아요.

 

1_고현종.jpg 이경옥: 저는 센터 편집위원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해왔기에 특별히 할 말은 없고, 남우근 위원이 했던 지적이 정확한 것 같아요. 특히 공급자 중심의 <비정규노동>이라는 말에 동감해요. 100호가 나오기까지 10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는데요. 100호를 100일이라고 보고, 다시 시작하는 <비정규노동>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비정규노동자들이 원하는 내용으로 비정규노동자들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양성순: 비정규 문제는 오래된 문제잖아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최초로 관심을 가졌던 것이 센터였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다양한 현장에 계시는 분들의 목소리를 담는 책자가 이렇게 오래 나왔다는 것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비정규노동>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대학원에서 학회를 하면서 고령노동자들의 문제를 고민해보자는 취지의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자료를 찾기 힘들어요. 특히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쉽지 않더라구요. <비정규노동>은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잖아요. 이처럼 현장의 노동자들과 저희를 연결해주는 중간과정이자 창으로서의 역할을 해 주는 것 같아요.

요새는 청년도 노동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지만 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청년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나 계기들도 다양해졌죠. 예전에는 노동이라고 하는 주제에 크게 의미를 뒀다면 지금은 여성이나 장애인, 청년과 같은 다양한 부문들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서 노동으로 문제의식들이 확대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비정규노동>을 보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여성노동에 대한 이야기, 청년노동에 대한 이야기도 많죠. 좋은 자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주환: 조직된 노동조합 운동이나 법제도로 규율되는 노사관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비정규노동자들이잖아요. 노동운동에서도 점으로 존재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언어화하는 창구가 되겠다는 노력을 10년 넘게 해온 매체는 <비정규노동>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글로 포착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과 시도들을 10년 넘게 해온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놀랍죠. 그런데 남우근 위원이 말씀하신 것처럼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언어화 되었으면 소통이 되어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들이 부족한 것 같아요.

<비정규노동>100호를 맞이한다는 것은 그 안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저는 그동안 축적된 자신들의 자산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당사자들이 봤을 때에는 부족한 점도 많겠지만 그 안에서 추출할 수 있는 것들을 확보해 두어야죠.

 


 

비정규노동자들의 소통에 집중하는 잡지가 되도록

 


 

1_남우근.jpg 이남신:센터가 비정규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자임해오기는 했는데 부족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비정규노동>이 혁신해야 할 부분이나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고현종: 일단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소통의 측면에서 이야기를 할게요. 잡지는 잘 읽혀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표지부터 좀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사진이나 투쟁하는 사람들 중심의 사진은 무거워 보여요. 그래서 저는 차라리 매 호 표지인물을 두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독자들은 표지인물에 대한 내용을 궁금해하기 마련이거든요. 저는 거기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봐요. 그렇게 100호가 나오면 그 때까지 100명의 인물이 표지를 장식하게 되겠죠. 그렇게 소개된 표지인물의 사연만 가지고 한 권의 책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경옥: 저는 이전부터 <비정규노동>의 혁신을 이야기해왔는데 그게 잘 안되었던 것 같아요.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요. 물론 특별호나 연구성과들이 실리는 경우에는 두껍게 발행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외에는 가볍게 볼 수 있도록 얇게 만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저기 뿌릴 수 있게요. 사람들이 잡지를 읽고, 이것이 내 문제라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가볍게 볼 수 있는 느낌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이주환: 저는 편집자다보니까 내용보다 디자인이나 구성을 보는데요. <비정규노동>의 디자인이나 구성은 산만해요. 구성도 기획특집, 특집, 이런 식으로 특집과 기획이 남발돼요. 연재는 연재끼리, 특집은 특집끼리 모을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목차만 봐서는 여기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어요. 볼륨이 200페이지 정도 되면 목차가 두 페이지는 되어야 해요. 이게 한 페이지에 다 들어가다 보니 목차만 봐서는 잡지의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본문에는 있는데 목차가 없는 것도 많고. 목차는독립된 텍스트로서 존재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요.

글씨체도 종류가 너무 많더라구요. 통일된 맛이 있어야 하는데 글이 바뀔 때마다 편집이 바뀌어요. 구성이 산만하다보니 편집자 주가 글마다 다 달려요. 구성이 산뜻해지면 편집자가 할 말이 줄어들잖아요. 편집자가 구성을 산뜻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봐요.

비정규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책을 읽는 핵심독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죠.

 

남우근: 창간호 때, 김금수 당시 이사장님이 창간사를 실었죠. 그러면서 <비정규노동>을 발간하는 의미를 밝히셨는데 크게 세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한국사회의 비정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체계화된 이론을 담겠다. 즉 연구자들도 참고할 수 있는 이론들을 제기하겠다는 것이었죠. 다른 하나는 조직화 사례나 다양한 산업의 존재양태를 소개하겠다. 즉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담겠다는 것이었구요. 마지막 하나가 비정규노동자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실으면서 매체를 통해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어요. 발간사는 <비정규노동>이 발간된 당시 시대적인 배경에서 나왔다고 봐요. 비정규 문제 전반에 대해 체계화된 이론도 없고, 실태조사도 안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발간사에서 큰 영역 세 가지를 다 하겠다고 자임을 했던 거예요. 초기에는 물량투입을 많이 해서 상당부분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죠.

시간이 지나면서 비정규 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전문가도 생기면서 처음에 제기했던 세 가지를 다 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죠. 물론 현실적으로 센터가 힘들어진 점도 있어요. 그렇다보니 위의 세 가지 중 마지막 세 번째 것, 즉 비정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싣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연구자들의 소통공간은 <비정규노동> 이외에도 많이 생기고 있거든요. 또한 노조들도 비정규 사업이 많아지면서, 센터가 다루지 않아도 현장의 다양한 고민들은 채워지고 있어요. 그렇다보니 <비정규노동>은 비정규노동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들을 확대하면서 하나의 독립된 미디어로서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저도 <비정규노동> 편집 책임을 맡아서 6개월 정도 했었는데 내가 미디어 일을 하고 있다는 정체성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보니 공급자 중심의 진행, 여건이 되는 한에서 연구자료를 축약해 싣는 경우가 많았죠. 앞으로는 이것이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찾아가면서, 개개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내용, 다가가기 쉬운 내용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가지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물론 최근에는 그런 쪽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나 편집방식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고 봐요.

 

양성순: 저는 독자중심에서 생각을 해봤어요. 특히 비정규 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봤는데요. 제 또래의 경우 기존의 보수언론이 만들어 놓은 노동운동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받잖아요. 투쟁일변도인, 민주노총의 조끼로 형상화되는 그런 것이요. <비정규노동>이 그런 인식들을 극복하면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에요. 막상 읽어보면 좋은 내용이지만 투쟁을 다독이고, 의지를 되새기는 정도의 글이 주로 실리는 것 같아요. 비정규노동자들과 일반 독자들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런 부분도 고민되어야 한다고 봐요.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1_이경옥.jpg 이주환: 저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가야하는 동시에 노동조합운동, 비정규 운동을 하는 분들의 은밀한 고민을 충분히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사업계획을 요약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이고 생생한 고민들이요. 그 분들은 맨땅에 헤딩을 하고 있는 분들이니 고민이 많겠죠. 현재 <비정규노동>의 코너 중 하나인 지역이 답이다같은 코너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죠. 비정규 운동을 하는 분들도 노동운동에서는 주변부니까 그런 분들의 고민을 담아가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고현종: 어르신들이 볼 때는 용어 자체가 부담이 될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읽는다면 어떤 꼭지를 읽으실 수 있을까 고민이 좀 돼요. 그래서 저는 제목을 뽑을 때에도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봐요. 저는 이번에 나는 비정규노동자입니다_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란 제목이 좋았거든요. 이 제목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목의 경우 기고글이어도 편집자 재량으로 제목을 고치는 경우도 많으니까 소통하는데 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경옥: 노조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괴리가 큰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백화점에서 1,000명이 일한다고 하면 정규직 관리자들은 1~200명 수준이에요, 나머지는 다 비정규직이고, 그 형태나 모습들은 굉장히 다양하죠. 저는 그런 다양한 비정규직의 모습들을 <비정규노동>이라는 잡지를 통해 정규직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정규직들은 비정규직에 대해 관심 자체가 없어요. 그렇다보니 그 사람이 어떤 고용형태로 일하는지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서비스연맹은 지금 화장품 노조를 산별로 전환하려고 해요. 그러면서 비정규노동자도 조직을 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노조의 힘이 커지니까 정규직에게도 도움이 되죠. 지금 조직되어 있는 정규직 화장품 판매사원들도 갑을 관계에서 보면 을이거든요. 조직되어 있지 않는 파견사원에서부터 다수의 비정규노동자들을 조직해서 그 힘으로 갑과의 싸움을 하는 구도를 연맹이 그리고 있어요. 그런데 이에 대해 연맹이 조합원 늘리려고, 자기네들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답답하죠.

지금 아무리 설명해도 정규직 노동조합은 자신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이 없어요. 저는 <비정규노동>이 그런 점들을 짚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업종과 다양한 쟁점들을 소개해 주는 거죠. 말로 어려우면 그림으로라도. 정규직이 비정규노동자들을 나와 함께 가야할 노동자들이라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비정규노동>에 필요하다고 봐요.

 


 

구체적인 사례발굴을 통한 <비정규노동자리 찾기


1_이주환.jpg

고현종: 비정규센터는 비정규노동의 분야를 개발, 발굴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사례들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일  년 동안 한 분야를 설정해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봐요. 센터 인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다른 곳과 연계를 해서 진행하는 거죠.

 

이경옥:센터는 비정규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있어요. 이마트가 불법파견으로 문제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제일 먼저 문을 두드렸던 곳이 지역 비정규센터들이었어요. 민주노총이나 민주노총 산하조직에 연락하는 것은 무서워해요. 언론에서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들이 있으니까요. 지역 비정규센터로 연락해서 내 일이 비정규직인데 불법파견이 맞냐?’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비정규노동>이 잘만 만들어지면 그런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은행이나 다양한 장소에 꽂힐 수 있는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읽는 사람들이 , 이것이 내 문제였구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죠. 그렇게 된다면 중간매체로서 이 책이 의미를 가질 거라고 봐요.

 

이주환: 최근에 <비정규노동>을 보니 사례 중심의 접근이 많더라구요. 지역 비정규센터 사례, 케이블 비정규직 조직화 사례, 상담 사례 같은 내용들이요. 그 방향도 비정규운동에 대한 방향성이나 당위성을 제시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더라구요. 그런 사례를 충분히 담는 것은 의미가 있어요. ‘내가 이런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현재는 단순히 백화점식으로 나열이 되고 있기는 한데요. 초점을 잘 잡으면 <비정규노동>만의 특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운동 잡지는 크게 두 가지에요. 연구나 제도에 대한 대응과 사업계획을 요약하는 것. 아니면 왜 우리가 이런 운동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큰 담론과 앙상한 실천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비정규노동>은 기존의 노동운동이 틀에 담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인터뷰나 당사자 글을 통해 담아내고 있는 것이잖아요. 이런 것을 정교하게 살려내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풍부한 의제들을 다루면서도 자잘한 실험들까지 놓치지 않고 담아내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매일노동뉴스에 기사 몇 줄로만 실릴법한 내용들이 그 당사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포착해서 담고 있는 거죠. 이런 특징을 잘 살리면 좋을 것 같아요.


지역을 잇는 매체, 공공재로서의 전환을 고민하다


이남신: 그간에 우여곡절도 많았고, 매체의 방향이나 내용도 변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있다고 생각해요. <비정규노동>이 이것만은 유지계승했으면 좋겠다는 점이 있을까요.

 

남우근: 저는 <비정규노동>이라는 잡지가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고민들로 구성될 수 있는 것은 잡지를 만드는 주체가 비정규운동에 참여하고 있기에 이런 내용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봐요. 매일노동뉴스와 같이 언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랑은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죠. 지속적으로 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운동 내에서의 관계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갖는 장점이 있다고 봐요. 우리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담겨있는 것이죠. 물론 이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극복과제라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비정규노동>의 지배구조와 소유구조에 변화를 고민하고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12년 동안 발간해오면서 초반에는 일정정도 퀄리티를 달성했었죠. 이후에는 재정자체가 어려워지니 형식적이고, 발행하기 급급했던 적도 있었죠. 제가 <비정규노동> 편집을 담당하던 때에는 사무국장 역할을 하면서 연구도 참여하고, 매체까지 발간했거든요. 그건 제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비정규노동>발행 자체가 형식화 되어 있었다는걸 의미해요. 지금은 그나마 안정적으로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일정 수준의 내용이 담보가 되는 건데. 그 수준이라는 것은 개인의 능력 문제를 넘어 단체의 역량이 어떠냐에 따라 변동 폭이 크다고 봐요. 저는 그걸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는거에요.

예를 들면 저는 <비정규노동>이 비정규운동의 공공재로서 내놓을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를테면 각 비정규센터들도 매체 발행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겠죠. 이를 받아 한국비정규노동단체네트워크 소속의 센터들이 <비정규노동>의 내용을 생산하고, 재정을 책임지는 거죠. 단순히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내면서 한 꼭지를 지역 센터에 할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잡지 전체의 1/3은 해당 지역의 내용으로 채우면서 나머지는 공동으로 채우는 거에요. 앞의 1/3은 지역센터에서 부담을 하고, 전체적인 컨트롤과 공동의 내용 생산은 센터에서 하면 내용 생산이나 안정성이 더 충실해 질 것이라고 보거든요. 그런 구조를 갖추는 것도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경옥: 비정규노동자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는데 그 안에 정보들을 서로 공유하는 책이 나오면 전국의 비정규센터를 관통할 수 있으니 무척 좋을 것 같아요. 대게 사람들이 비정규센터를 연락하기까지 많은 고민들을 해요. 많이 헤매기도 하고. 비정규센터에 대해 비정규노동자들이 잘 모르고 있으니까요. ‘센터는 지역 비정규노동 센터의 맏형이기도 하니 이런 역할을 맡아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성순: 덧붙이자면 앞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은 심화될 것이라고 봐요. 지난번 <비정규노동>에서 소개한 영전강 문제처럼.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외에도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갈등이 심화될 수 있겠죠. 저는 이런 갈등에 대해 <비정규노동>이 대처해야 할 지점도 있다고 봐요. 단순히 입장을 병렬하여 소개하는 것 외에 센터가 자기 입장을 가지고 그런 문제를 바라보는 기획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경옥: 저도 동의해요. 저희 홈플러스테스코노동조합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있는데 거기에서 말끝마다 이야기 나오는 것이 비정규직이 따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겠어요?’에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갭이 큰 것이죠. 저는 <비정규노동>이 학교비정규직이나 사내하청 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 문제를 적나라하게 문제제기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문제에는 정파문제도 끼어있지만 어쨌든 민주노총에서도 건드리지 못하는 부분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비정규노동>이 이야기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안정적인 발간을 위해 더해야 할 것들


이남신: 비정규노동을 만들어내는 자원은 부족해요. 현재 1.5인이 하는 것인데요. 그렇다보니 소중한 문제의식을 다 담기는 굉장히 어려운 여건인건 분명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방향은 잘 제시해 주신 것 같아요. 마지막 마무리를 한마디씩 해주신다면요.

 

남우근: 저는 내용적인 부분은 다 이야기를 했고, 아무리 좋은 내용을 이야기 하더라도 이걸 만들어내는 센터의 조건이 어떠냐가 좌우된다고 보는데요. 한동안 <비정규노동>이 형식화되어 냈던 것은 능력이나 역량문제가 아니라 자체 인력구조의 문제가 있었기에 그랬던 것이에요. 결과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채워나갈 것인지는 토론을 통해서 결정할 수 있죠. 다만 이를 안정적으로 실천해나갈 수 있을지는 물적 토대가 갖추어져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돈 많은 독지가가 나오지 않는한 불안한 상태는 상당기간 이어지겠죠.

그래서 저는 <비정규노동>을 공공재 형태로 내놓고, 소유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것은 또 하나의 혁신이 될 수도 있겠죠. 지역비정규센터라는 토대가 있기에 이것에 맞춰 영향력도 굉장히 커질 수 있고, 매체를 발행해내는 구조나 이런 것이 안정화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센터들의 긴밀성이나 운동적인 기여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고현종: 저는 <비정규노동>이 비정규노동자들 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담아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이야기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관계를 만들고, 그런 이야기들이 실리면 사람들 손이 더 갈 것 같아요. 지금 비정규노동이 현대자동차 사태, 케이블 비정규직 문제. 이런 것들만 다루면 너무나 똑같거든요. 내용을 인용하고, 소개를 하면 찌릿한 느낌의 들 것 같은 이야기들. 비정규노동자들의 삶의 문제와 같은 것을 다뤄줬으면 좋겠어요.

 

이주환: 만드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인데 상대적으로 오탈자가 적은 것 같아요. 원래 노동계잡지가 오탈자가 많잖아요. 그런데 <비정규노동>은 꼼꼼히 만든다는 것이죠. 하지만 어쨌든 비전문가가 만드는 것이잖아요. 내가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면 그 책이나 나의 역할에 대해 적극적인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나 자신이 편집자로서 정체성을 갖아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 편집자로서의 숙련도나 전문성을 확보하고, 키워가는 것도 필요하죠. 이를테면 단행본 편집자들과 네트워크도 갖고, 맞춤법 사전 같은 것은 책상에 꽂혀 있어야 하죠. 그런 노력들이 동반되었으면 좋겠어요.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