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과 사람들]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비정규노동> -이정희

by 편집국 posted Jul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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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님은 창간호(2001년 5월)부터 2003년 8월(24호)까지 <비정규노동>의 편집장을 맡았다. <비정규노동> 100호를 위해 먼 영국에서 E-mail을 통해 글을 보내주셨다.

 

 

1. <비정규노동>을 만드시면서 투쟁 현장을 취재해오셨는데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창간호 작업에서부터 <비정규노동>이 특히 품을 많이 들였던 코너가 ‘현장리포트’였습니다. 비정규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 사례를 알려내고 비정규직 주체 형성, 조직력, 투쟁의 전략과 전술, 특히 정규직 노조와의 연대와 균열 등을 중심으로 분석해 왔습니다. 2001년 7월호 ‘학습지산업과 교사노조의 조직화 사례’를 시작으로 캐리어사내하청노조, 건설운송노조, 경기도노조, 포항지역건설노조, 한솔교육 위촉교사 정규직화, 전국여성노조 88CC 분회, 한진관광노조 면세점지부, 화물연대, 보건의료노조 한라병원지부, 호텔업계 외주용역화와 조직화, 현대차 아산공장 하청노조 등을 다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캐리어 하청노조 투쟁이었는데요. 하청노동자들의 역사적인 공장 점거(조립룸 점거, 2001년 4월25일 밤)에 들어가기 하루 전날부터 현지 취재에 들어가서 투쟁 과정은 물론 지도부 구속, 일부 정규직으로의 전환, 그 이후까지의 과정들을 취재했었습니다. 이 현장리포트는 이후 비정규직 투쟁과 정규직 노조의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참고자료로도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2. <비정규노동>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잡지이기도 하지만 센터의 정책을 외부로 알리는잡지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센터의 회보로서 회원들과 호흡해야 하는 잡지이지요. 위 세 가지를 동시에 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이를 위해 어떤 고민을 해 오셨는지요.

 

<비정규노동>이 ‘정책지냐’, ‘현장의 조직화와 투쟁사례를 알려내고 분석하는 소식지냐’ 하는 월간지로서의 정체성은 초창기부터 많이 고민됐던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현장의 목소리, 센터의 정책, 회원들과의 호흡, 이 3가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고정꼭지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현장리포트와 인터뷰, 비정규노동자들과 현장 활동가들이 직접쓰는 현장통신 등을 통해, 센터의 정책은 시론격인 한울림과 기획특집, 비정규@world, 노동법119 등을 통해, 그리고 회원들과는 소통은 독자와의 만남 등을 통해 소화하려 애썼습니다. 또한 주봉희 당시 방송사비정규노조 위원장은 매 호 비정규노동자의 삶을 노래한 시를 보내와서 나중에 책으로 발간해 내기도 했죠.

 


3. <비정규노동>을 제작하시면서 겪으셨던 재미있거나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월간지의 특성상 원고 작성이 끝난 뒤에도 편집과 인쇄를 거쳐 독자들이 손에 쥐기까지 적어도 열흘 가량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상황이 달라진다면? 아찔하겠지요. 2001년 겨울, 구속 중인 캐리어 사내하청노조 이경석 위원장을 인터뷰했을 때의 일입니다. 교도소 면회실에 동영상 카메라까지 반입해가며 인터뷰 전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신년호 특집으로 ‘갇혀 있는 자의 큰 울림’을 지면을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최종 교정을 보고 있는 와중에 이 위원장이 출소했다며 전화를 해 왔습니다. “정말 축하드린다.”고 인사말을 건넸지만 편집진의 마음은 울고 있었습니다.

 


4. <비정규노동>을 만드시면서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셨는지요.

 

박승흡 당시 대표께서 연구, 정책, 법률, 현장 분야의 전문가들을 센터 인력으로 적극 발굴하여 함께 일할 수 있게 했습니다.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비정규노동분야에서 독보적이었던 역량들을 한 곳에 모을 수 있었습니다. 센터 활동가들 모두의 작업이 독자들과 소통하는 작업이었겠지요. 특히 센터 각 부서에 한 명씩을 <비정규노동> 담당자로 두고 회보 평가 작업과 다음 호 기획 특집 내용을 함께 논의했습니다. 이와 함께 각 산별 노조와 연맹, 현장 활동가들 가운데 몇 분을 기획위원으로 위촉하여 매 호 현장의 소리를 듣고 담아내려 하였습니다.

 


5. 독자들에게 들었던 <비정규노동>에 대한 평가나 감상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비정규노동 관련 이슈의 쟁점화, 외국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도출, 비정규 통계 등 정책,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작업을 하는 것은 물론 비정규 조직화와 투쟁 사례들을 현장성 있게 담아내는, 다시 말해 정책과 현장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는 우리나라(아마 세계적으로도?) 유일의 월간지라는 평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6. <비정규노동>에 바라시는 점이 있나요?

 

처음 회보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반갑다, 고맙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았습니다. “비정규만 다룰 경우 지나치게 주제가 제한될 것이다.”, “대중성이 있겠느냐.”라는 평에서부터 얼마나 오래, 꾸준히 발간될 수 있을지를 미리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그런 <비정규노동>이 100호 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비정규노동> 목차가 말해 주듯이 비정규노동자들의 삶과 노동, 조직화와 투쟁, 계급으로서의 연대, 법과 제도 등 우리가 서 있는 현실에는 큰 변화는 없는 듯합니다. 그럴수록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고 쟁점화 해내는 작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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