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문제 해결 방향과 우선 개선 과제] 다시 찾아온 절박한 기회

by 센터 posted Dec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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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신 센터 소장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노무현 정부의 실패


2006년 이른바 ‘비정규보호법’은 한국 사회 노동 시장 양극화 문제를 개선할 결정적인 호기였다.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입법화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지만 노무현 정부가 기간 제한 방식의 무기계약직 전환과 실효성 없는 차별 시정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전기 마련에 실패했다. 이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정치적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반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비정규보호법은 중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을 양

산해 고용 안정 효과가 일부 있었으나, 노동계의 우려대로 초단기 계약 및 간접고용 비정규직 전환(풍선 효과)을 가져와 부정적 효과가 더 컸고 노동 시장 양극화 심화를 막지 못했다.


다시 찾아온 기회


민주개혁 정부 10년, 이명박근혜 정부 9년을 통틀어 기본적으로 친기업적인 노동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1997~98년 IMF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한국의 노동 시장은 양극화와 하향평준화로 치달았다. 사회경제적 민주화는 지체된 채 한국 사회는 가장 나쁜 형태의 격차사회로 전락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퍼센트 내외로 고착된 조건 속에서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심화, 확대는 가속화됐

다. 비정규 문제 개선에 소극적인 중앙정부와 비정규 권리 보장 입법을 도외시한 국회, 정규직 중심 조직노동의 한계에 이르기까지 비정규 문제 개선과 해결을 둘러싼 주객관적 조건이 사면초가에 갇힌 형국으로 오래도록 지속됐다. 구두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갈수록 요원해졌다.


이런 점에서 지난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회 성립은 중요한 변화의 계기를 제공했다. 새누리당으로 인해 유실됐던 비정규 노동자 권익 보장을 위한 입법 대책이 다시 주요 정치적 의제로 부각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도 예기치 못한 촛불항쟁이 들불처럼 일어나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을 이끌어내며 매일 역동적으로 요동치며 진전되고 있다. 권력 사유화 백태를 보여주며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고 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이 재벌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기형적인 정경유착의 폐해가 남김없이 까밝혀지면서 재벌자본의 이해를 앞세운 노동개악의 전모가 짐작이 될 정도다.노동이 기반이 되는 민주주의가 지금처럼 절박해진 때가 없었다. 국민 중 최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고선 한국 사회 선진화와 정상화는 무망하다. 20여 년만에 찾아온 사회경제구조 개혁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정규 문제 개선과 해결의 결정적 계기로 삼아 1천만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익을 신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비정규 문제 해결 방향


▷ 1천만 명을 넘어선 비

정규직 노동자 규모 확대와 점점 구조화-고착화되고 있는 차별 심화, 그리고 2퍼센트 내외의 미약한 노조 조직률이란 주객관적 조건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는 첫째, 규모를 줄이고, 둘째,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 조건 격차를 해소하고, 셋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직화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 해법은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출발점으로 삼아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마땅하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간제법 제정 관련 권고]


“헌법과 세계인권선언,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ILO헌장, ILO헌장의 부속서인 국제노동기구의 목적에 관한 선언, ILO의 제100호 동일가치근로에 대한 남녀근로자의 동등보수에 관한 협약 및 ILO의 제111호 고용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에서 인정하고 있는 노동 인권의 가치와 차별금지 및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을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근로 조건의 차별적 처우의 판단기준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정립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 근본적인 정책프레임 전환이 절실하다. 출구 전략으로 불리는 기간 제한 방식이 실패한 만큼 입구 전략을 통한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시급하고 긴요하다.


▷ 가장 나쁜 고용형태인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비정규 문제 우선 개선 과제


Ⅰ. 간접고용 비정규직


① 직접고용 원칙 확립

 - 상시적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및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도입

 - 위험의 외주화 근절 : 생명·안전 관련 직종과 업무 직접고용 원칙 확대

 -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 근절


○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직접고용 비정규직에 비해 노동기본권 보호를 받지 못하며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노동 조건에 처해있다. 수많은 현장사례가 증명하듯이, 이는 사용업체가 직접 고용하지 않음으로써 사용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기피한 결과이다. 따라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비정규직 고용유형들 가운데 가장 먼저 폐지되어야 할 비정규직 고용형태이다.


○ 전체 노동자의 과반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상시 업무인 경우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우선 전국적 수준에서 정확한 업종별, 직종별, 지역별 간접고용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기반한 세밀한 문제해결 로드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 삼성전자서비스, 씨앤앰, 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처럼 수리서비스업종 대기업군에서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돼 노동자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고 현재 가장 뜨거운 노사 현안으로 부각됐다. 이런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토대가 되고 있기 때문에 근절해야 한다.


② 원청사용주 사용자성 인정


○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주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기존의 노동관계법들이 직접고용 형태가 보편화되어 있던 시점에 근로 계약 당사자로 제한된 사용자 개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법조항들로서 간접고용이 확산되어 있는 노동현실 속에서 적합성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 변화에 조응하여 직접고용뿐만 아니라 간접고용 유형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사용자 개념을 ‘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임금 등 노동 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용자 혹은 사용자들’로 확대하여 근로 기준법(제2조의 2)과 노조법(제2조의 2)에 명문화해야 한다.


○ 이러한 사용자 개념의 확대는 사용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으로서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및 임금 등 노동 조건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노동력 사용을 통해 이윤을 취득하는데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고용사업주인 용역·파견업체와 함께 부담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대 책임의 내용에는 고용 승계, 적절한 수준의 임금 지급,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 기술 및 숙련 향상을 위한 교육 훈련 기회 제공 및 그를 위한 투자가 포함된다.


○ 사용사업주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사용사업주로서 업체 내에서의 노동3권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사용사업주는 노조 결성 및 가입을 이유로 해고 혹은 계약해지 등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되며,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요청할 경우 직접고용 혹은 고용 승계 및 노동력의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항들에 관한 단체 교섭에 성실히 임해야 하며, 원청회사 노동자들의 직무 수행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단체 행동권을 인정해야 한다.


③ 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 보장○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망라해 당장 광범위하게 확산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전환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주기적으로 겪는 해고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업체 변경 시 고용 승계 보장은 파리목숨처럼 위태로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 보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사관계 갈등의 가장 일반적인 요인인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는 핵심 대책이기도 하다.

         간접고용 비정규 투쟁사업장의 절박한 3대 입법 요구

        ▷ 원청사용주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직접교섭 책임

        ▷ 하청노조 쟁의 행위에 대한 원청업체 대체인력 투입 금지

        ▷ 하청업체 교체 시 고용·근속·단체 협약 승계


Ⅱ. 최저 임금 대폭 인상 및 생활 임금 확대


○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기준이 최저 임금이므로 최저 임금 인상은 가장 핵심적인 처우 개선 과제다. 최저 임금 인상은 직접적으로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득을 높여 노동 소득 분배율을 제고시키고 노동 시장 양극화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인 만큼 적정한 생활 임금 수준의 최저 임금 대폭 인상이 절실하다. 다만 이 경우 최저 임금 인상 폭만큼 넓어지게 될 최저 임금 위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부 행정 감독 강화 등 관련 대책도 수반되어야 한다.


○ 최저 임금 1만 원 인상이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만큼 여러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서 조례 제정을 통하거나 지자체장의 의지로 실시되고 있는 생활 임금과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연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국 생활 임금도 전국 단일 기준인 최저 임금 대폭 인상으로 균일하게 수렴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Ⅲ.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 위장 자영인으로 불리면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긴박한 사안이다. 특수고용 노동자 등 애매한 고용 형태에 해당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근로 기준법에 비해 노조법상 노동자 개념을 보다 넓은 범주로 사용하되, 노동자의 개념을 보다 포괄적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이러한 광의의 노동자 개념을 전제로 하여 노동자성 판단지표는 사용 종속성뿐만 아니라 경제적 종속성과 조직적 종속성 등 세 가지 유형의 종속성을 모두 적용하여 어느 하나에라도 해당되면 노동자로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 특히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9개 직종으로 한정해 적용되고 있는 산재 보험 실시를 전면 확대하고, 자부담 및 임의탈퇴 독소조항을 개선해 실질적인 산재 보험 혜택이 빨리 실현되어야 한다.


Ⅳ. 고용 보험 확충


○ 현재 고용 보험 제도는 낮은 적용률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거의 보호하지 못함으로써 고용불안정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낮은 소득대체율과 짧은 수급기간으로 인해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도 실업 상황은 소득 및 삶의 조건을 급격히 악화시킨다. 이처럼 미흡한 고용 보험 제도로 인해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안정의 완충재로 간주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에 거부감을 지니는 한편 사측의 유연한 노동력 사용과 정리해고 시도에 극단적으로 저항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 보험 제도의 확충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한편 정규직-비정규직 이해관계 적대성의 구조적 조건을 해소하고 점진적이고 순조로운 산업 구조 재편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


○ 고용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 보험 제도의 적용 범위를 벗어난 영역, 즉 제도적으로 비어있는 공간을 채울 수 있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Ⅴ. 공공고용서비스 확대 강화


○ 아주 부실한 노동력 중개 기구, 즉 직업 알선· 소개 관련 공적 고용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취업 경로가 되는 직업안정 사업 영역의 공공성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공적 고용서비스 기반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 불법파견을 비롯한 나쁜 일자리 양산과 재생산의 온상이 돼버린 직업소개소와 파견업체(아웃소싱업체)의 폐해를 개선하고 입직 단계에서의 왜곡된 미스매치를 극복하려면 공공고용서비스 체계를 대폭 강화해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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