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이제 그만!

by 센터 posted Aug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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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조사보고서
정리 | 이남신 센터 소장



편집자주 : 7월 28일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시민보고회에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시가 시의회 및 감사위원회와 함께 시민 대표와 전문가들을 선임해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는 구의역 안전문 사고가 발생한 구조적 요인에 주목해 안전관리 소위원회와 외주화 소위원회, 노동 소위원회를 구성해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 조사보고서는 위원들이 직접 집필한 총설과 서울시 감사위원회 조사반이 작성한 상설로 구성됐는데, 이중 이번 결과 보고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담은 총설 요약본을 소개한다.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명단(14명)

위원장 : 김지형 전 대법관위원

위원 :

[시민 대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김진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정미경 서울메트로 고객소통 패널 

[전문가 대표] 김병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상임감사위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박두용 한국안전학회 부회장, 오석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시의회] 김경자 서울시 의원 

[서울시 감사위원회] 김기영 감사위원회 위원장, 최은순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기획-시민보고회.jpg

7월 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구의역 사고 진상조사 결과 시민보고회


Ⅰ. 진상규명의 기본목표


▪ 누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는지 개별적 책임을 묻는 것 : 그렇게 개인을 처벌한다고 해서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음(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 등).


▪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 : 인간의 존엄성-지하철에서 노동자이건 승객이건 생명·신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은 헌법적 요청.


▪ 심층적 검토와 대안 마련 필요.      

- 이러한 안전관리를 위한 시스템의 적정한 수준은 어느 정도의 것인가.     

- 우리에게 제도적으로나 입법적으로 이러한 안전관리를 위한 제반 여건은 과연 적정 수준으로 갖추어져 있는가.     

- 만약 아직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어떠한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고,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가


.▪ 모든 것이 원인이라고 하나의 평면 위에 죽 나열하는 것은 위원회가 추구한 진상규명의 목표가 아님→여러 요인 중에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것을 집어내야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올바른 문제 제기에서부터’]


▪ 3가지 중요한 과제    

1] 안전수칙을 포함하여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제   

2] 안전업무의 외주화로 인하여 초래된 문제를 짚어보는 과제   

3] ‘안전’과 함께 사고의 원인이 된 ‘노동’의 문제를 밝히는 과제 


Ⅱ. 안전관리 문제     


- 승강장 안전문은 승객 및 직원의 안전과 직접 관련된 설비로 지하철의 설비나 시설 중 안전 등급이 신호시스템에 이어 가장 높은 부문으로 평가되고 있음.      

 - 따라서 승강장 안전문 도입 시에는 모든 위험 요인에 관하여 사전에 종합적·유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여 통합적인 대책이 강구되었어야 했음.     

- 특히 동일한 사고가 재발한 경우라면, 시설뿐만 아니라 조직 내·외부에서의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가 하는 관점에서 대책 마련도 필요하였음.


1. 안전관리 시스템 관점에서 본 사고의 원인     


 - ‘사고의 원인망’과 시스템의 중요성 : 사고 원인은 그물망처럼 매우 다양하게 얽히기 일쑤임.     

 - 사고의 원인을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등 개인 행위에 초점을 맞추면 그 원인은 행위자의 부주의 정도로 치부됨.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행위자나 단편적인 몇 가지 원인을 제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시스템을 고치고자 노력하여야 함.


2. 영역별 사고 원인     

 - 서울메트로의 1~4호선 전동차 운행시스템은 구식의 수동시스템으로서, 승강장 안전문은 제1영역의 기술적 차원에서 원천적으로 불안전이 내재된 시스템이었음. 이처럼 승강장 안전문 설치 당시부터 서울도시철도공사의 5~8호선처럼 전동차의 자동운전시스템과 연동시킬 수 없어 위험이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승강장 안전문 유지·관리 업무를 외주화하여 위험을 증폭시켰음.      

- 외주업체를 관리할 역무원 등의 인원 충원 등은 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위험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음.     

 - 기술적·예산상 제약으로 물적 영역(승강장 안전문을 둘러싼 제반 물적 시스템)에서 위험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보완하여 다른 영역, 예컨대 인적 영역에서 인원을 확충하거나 관리적 영역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법 등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균형을 맞추어야 했지만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음.     

 - 기술적으로 시스템이 안전하지 못하면 반드시 2인 1조 작업을 한다거나 역무원이 마스터키를 관리하는 등 작업 현장에서의 위험 관리가 필요하였으나,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     

- 현장에서 1인 작업이나 마스터키 등의 관리 부실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으나 이러한 관리적 시스템이 일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음.     

- 2013년 성수역 사고, 2015년 강남역 사고 발생에도 불구하고 위험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방치되어 왔음.


Ⅲ. 외주화 문제


1. 정책 결정 : 모범사용자로서 역할을 해야 할 정부와 서울시가, 안전업무 외주화를 정책적으로 독려하고 확산시켜 그 외주화 업무를 수행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함으로써, 이들이 외주화에 따른 안전사고의 일상적인 위험구조에 놓이도록 함.    

1) 중앙정부 공공기관 정책 : 1998년부터 시작된 경영혁신과 외주화 권장.    

2) 서울시의 외주화 추진 : 중앙정부의 공기업 경영혁신 방침에 부응하여 ‘비핵심 업무’의 외주화 강행.    

3) 외주화의 기준 : 시민안전과 직결된 PSD와 경정비, 역무 등은 합리적 근거 없이 ‘비핵심 업무’로 분류   

4) 전적자 처리를 위해 외주화 활용 :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 노동자를 전직시켜 조직 슬림화와 인건비 절감 목표(일부는 강제적 구조조정 대상, 일부 관리직은 특혜).


2. 용역 계약 내용    

1) 2011년 협약 : 부적정한 원가계산으로 인력 부족 야기-PSD 유지업무에 필요한 원가를 계산하지 않고 인건비만으로 계약금액 산정.   

2) 2015년 계약 : ‘유지보수’ 비용 누락으로 인력 충원 곤란-점검·유지보수(고장조치)·청소 업무 중 유지보수 비용은 전부 누락(과소한 인건비).    

3) 2015. 12. 인력 충원 : 부족 인력에 대한 부실한 산정–여러 부처 협의 거치면서 28명→17명으로(그나마 ‘점검’ 작업에 배치하면서 9명만 증원).  


3. 관리감독 : 승강장 안전문 정비 주체인 은성PSD와 그 관리감독 주체인 서울메트로는 업무의 안전한 수행을 위해 각각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담당해야 했으나, 업무 수행을 둘러싼 관리운영에서 심각한 난맥상.   

1) 안전수칙 준수에 대한 관리·감독의 부실.    

2) 사고예방을 위한 소통과 협조 부족.    

3) 점검과 교육·훈련의 형식화.


기획-구의역.jpg

구의역 9-4 승강장 앞 시민들이 쓴 추모글


Ⅳ. 노동 문제


1. 서울시 지하철 구조조정과 인력운영의 문제점 : 조직과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본사 및 사무관리직(1∼3급) 인력은 증가한 반면 운전·차량·기술시설·관리 등 현장인력 대폭 감소 ; 승강장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지하철 역무 인력도 대폭 축소되었고, 부족 인력은 승강장 안전문 사고와 관련하여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 초래.


2. 간접고용으로 왜곡된 고용 구조    

1) 위장도급 또는 불법파견 문제–승강장 안전은 서울메트로의 주된 업무 중 하나이고, 무엇보다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므로 당연히 최종 노무수령자인 서울메트로가 직접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사용자로서의 노동법상 책임을 부담하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접고용’ 형태를 취함으로써 적절하고도 책임 있는 지휘·명령 체계를 갖추지 못하였고, 그 결과 하청 노동자의 작업 환경과 노동 과정이 아무도 살피지 않는 사각지대에 들게 됨.   

2) ‘위험의 외주화’와 중대재해 사망 사고의 상관성-원칙 없는 외주화(비전문업체)가 되었고, 이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성이 고려되지 않음→중대재해로 연결 : 하청업체 비정규직이 담당했던 곳(서울메트로)에서만 중대재해인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위험의 외주화’ 현상을 확인시켜주는 것.


3. 하청업체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1) 은성PSD의 ‘사회적 배제’와 ‘차별’-소득과 복리후생, 근무형태, 배치.   

2)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실습생 활용–현장교육(OJT)의 측면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2인 1조 매뉴얼 규정을 지키기 위한 절충 형태로 활용.  

3) 열악한 노동 상태–외주화(간접고용)는 필연적으로 하청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연결 : 인력 부족, 저임금 및 장시간 노동

.[프리젠티즘] 지난 1년 사이 ‘몸이 아파 출근하지 못한 경험’(병결 53.1%, 평균 1.1회)보다, ‘몸이 아픈 데도 나와서 일한 경험’(출결 60%, 평균 4.6회)이 더 많았음.

4) 직무·안전교육 미비와 잦은 이·퇴직으로 인한 숙련 부족-2011. 12~2016. 5 총 입사자 342명 중 198명 퇴사하여, 이·퇴직률이 58퍼센트 ; 퇴사자 중 6개월 미만 근무자가 52퍼센트였고, 특히 전적자(28퍼센트)보다 자체 채용자의 6개월 이내 조기 퇴사율이 훨씬 높음(72퍼센트). 

5) 은성PSD 근로 계약서와 취업 규칙상 문제점-근로 기준법에 위반(해고 관련 조항 제23조, 24조)될 소지가 있거나 지나치게 억압적인 내용.  


- 취업 규칙 제44조(해고) 사유 중 ‘고객이나 거래처에 대한 불친절 및 청결 불량(9항, 11항), 고객에게 혐오스러운 용모, 태도, 냄새, 습관(15항)’ 조항이나, 제8조(복무의무) ‘신의와 분수를 지키고…’, 제53조(징계 조항) 징계사유 중 ‘허가 없이 회사·거래처 내에서 불온문서 배포, 시위, 집회 등에 참여한 경우’ 등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개인의 자유·인격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예이다.        

→ 이렇게 억압적인 복무규율은 비록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열악한 근로 조건으로 인한 피해를 가중, 근무에 임하는 육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를 해치고, 장기근속 유인도 감쇄시켜 집중력과 숙련 향상 기회 상실로 이어져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이게 됨.


Ⅴ. 제언


일차적으로 지하철 승강장 안전을 위한 대책을 제안하고, 이어서 위험을 초래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배경에 대한 방안(안전생명업무 직영화와 원청(발주자) 책임 강화, 그리고 노동 안전 강화) 제시.


1.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작업의 안전대책 강화 구의역 사고에서 본 승강장안전문 유지보수 작업은 중대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하므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모든 기술적 안전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을 권고함. 다만, 지나치게 무리한 일정으로 안전 조치를 강행하는 것은 또 다른 사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안전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임.  

1) 기본방향 : 선로 작업의 최소화 원칙에 입각한 시스템 설계  

2) 기술적 안전시스템 구축 : 이미 추진 중이거나 추진을 예정하고 있는 ① 승강장 안전문의 센서를 레이저 센서로 교체하는 방안 ② 기존 센서 방식의 승강장 안전문 제어시스템을 무선주파수(RF) 제어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 ③ 승강장 안전문 개폐 시 신호경광등 설치 방안, ④ 승강장 안전문과 전동차를 연계하는 종합정보제어시스템의 구축 방안 등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됨. 다만, 각 사안에 대해 충분한 기술적 검토와 전문가의 검증을 거칠 필요가 있음.  

3) 승객 안전과 교통 약자를 위한 대책도 병행하여 강구.   

4) 기억하고 점검하는 구조 마련 : 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한 후속 대책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와 이행여부 확인을 위해 제 3자적 위치에서 감시와 평가, 견제가 가능한 기구로서 가칭 지하철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할 것을 권고함.


2. 안전생명 업무 직영화  

1) 안전생명 업무 외주화의 원칙적 중단.   

2) 직영화 그 후 : 조직 재구성과 인력 운영의 문제- 직영화 이후에도 인력 운영 전체에 유기적이고 실질적인 통합과 적절한 배치, 지휘·명령 관계 수립→‘안전’에 초점을 둔 직무 분석과 조직 진단 필요.


3. 취약하고 위험한 노동에 대한 점검과 개선   

1) 저임금·장시간 업무에 대한 종합적 점검.   

2) 취약 노동자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특별한 노력.   

3) 노동인지적 감사의 도입.


4. 공공부문 전반의 안전성 제고를 위한 구조적 대안   

1) 안전·재난의 총괄기구 설치와 실효적 집행 시스템 마련-부서를 넘는 총괄 기능과 위상 부여(가칭 ‘시민안전청’), 현장 감독과 정책 집행을 위해서 강력한 집행 체계 마련. 시민과 노사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안전 거버넌스’ 기구(가칭 ‘노사민정 안전위원회’) 설치, 안전에 대한 상시적·지속적 관리.  

2)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부문의 역할-정규직화의 장해가 되고 있는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의 조직 운영 및 관리지침(경영평가, 정원), 예산편성지침 및 기준(기준인건비, 총인건비), 평가지표 등에 대한 전면적 개선.  

3) 안전감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 및 지속적 확산-‘노동안전인권 선언’이나 매년 5월 28일을 ‘지하철 안전의 날’(가칭) 제정.


5. 제언의 범위와 향후 과제  

- 위원회는 구의역 사고의 근원적 원인으로 사고 과정에서 발생한 개개인의 과실과 책임이 아니라 외주화 의사 결정 과정에 주목하였음.  

- 외주화를 추진한 정부당국과 서울시의 의사결정권자들, 서울메트로 경영진에게 가장 무거운 책임이 돌아감.  

 - 이것은 구의역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가 일어난 구조적인 위험 요인을 개선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판단에 기초한 것임.  

- 아울러 도시철도 기관사 자살 문제 등 산적한 서울시 도시철도 안전 문제를 포괄적인 관점에서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음을 지적함.  

- 위원회가 방향만 제시하는 것에 그쳤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대안들은 이후 시민진상조사단의 종합대책에서 더욱 풍부하게 다뤄질 것을 기대함.


Ⅵ. 맺음말


▪ 구의역 사고는 ‘누군가의 부주의’에 앞서 우리 사회에 내재한 ‘불완전한 안전시스템’이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임.

▪ 위원회가 쓰는 이 보고서는 하나의 반성문-무엇을 할 것인가를 다짐하고 실천하는 일과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일이 필요함.

 ▪ 구의역 사고는 이미 끝난 일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제안들을 하나하나 더욱 면밀하게 검토하고 구체화해서 실행하며 점검하는 것이 중요, 우리 사회가 구의역 사고를 잊지 않는 이상 얼마든지 실천 가능, 안전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가 건강한 사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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