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동 이슈 콕! 짚어보기] 진짜 사장 나와라

by 센터 posted Dec 0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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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남신 센터 소장



1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 중에서 최근 가장 뜨겁게 사회적 쟁점이 된 현안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다. 전국적으로 격화되고 있는 노동자 투쟁의 중심에는 예외 없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있다. 케이블방송통신, 삼성전자서비스, 대학교 및 병원 청소시설경비, 인천공항공사, 완성차 사내하청, 다산콜센터, 방송사 파견운전직,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 다종다양한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처우 개선을 위해 투쟁해왔다.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이자 진짜 사장인 원청업체가 바지사장인 하청업체를 내세워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불법, 탈법, 편법을 저지르는 온상이 된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파견, 용역, 도급, 사내하청, 소사장 등 갖은 이름으로 남용 확산돼 왔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현재 전체 노동자의 10퍼센트 이상 차지하면서 가장 열악한 노동 조건에 처해있고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굴지의 재벌 대기업군에서부터 지방 공단의 중소영세사업장 밀집 지역까지 만연해 개선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2014년 케이블방송통신 투쟁을 매개로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가 출범한 배경이다.


올해도 하루도 쉬는 날 없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졌고 안타까운 희생도 발생했다. 양우권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 분회장이 노조 탄압에 고통 받다 목매 숨졌고 금호타이어 업무 도급화에 반대해 온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곡성공장 김재기 대의원이 분신 자결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당사자로서, 또는 정규직이지만 간접고용 전환을 막기 위해 온몸으로 항거한 것이다.


고공농성 투쟁도 끊이지 않았다.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다단계 하도급 근절과 고용 보장, 장시간 노동 단축 등을 요구하며 서울중앙우체국 옆 광고탑에 올라 80일 고공농성 투쟁을전개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최정명 대의원과 한규협 정책부장이 기아차 사내하청 전원 정규직화와 불법파견 현행법 정몽구 회장 구속을 요구하며 (구)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판 고공농성을 현재도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강병재의장이 2012년 송전탑 농성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업체협의회가 약속한 복직 확약서 이행을 촉구하며, 대우조선 공장 내 크레인에 다시 올라가 166일 동안 고공농성 투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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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치러진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원하청 자본의 노조 탄압도 기승을 부렸다. 구미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업체에서 노조가 결성되자 아사히글라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티에스(GTS), 건호, 우영 등 3개의 사내하청업체 중 GTS와 계약을 해지했다.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조는 명백한 노조 탄압에맞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충주제천서비스센터지회에서는 센터 내 기사 대기실 책상 아래에서 하청업체 사장이 몰래설치한 USB 메모리 형태의 소형 녹음기가 발견됐는데, 녹음기에는기사들이 휴게실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었다. LG유플러스도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노조 탄압이 심각한 양상이다. 사측이 면책합의금을 지급하지 않고 생계 지원 대출도 이행하지 않으며 조합원 고용승계도 거부하는 등 합의 파기가 다반사로 일어났다. 티브로드도 원하청 상생협약을 파기하고 임금 삭감과 노조 탄압에 혈안이 돼 조합원들을 괴롭혔다. 특히 원청 자본이 주식 상장을 추진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아 사주 이익 극대화를 꾀하고 있어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 지부와 흥국생명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가 구성돼 티브로드·흥국생명의 모기업인 태광그룹을 압박하는 투쟁에 나섰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올해 또 ‘정규직’임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대법원 판결 세 번을 포함해 총 여섯 번의 법적 다툼에서 승소했다. 10년 이상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를 놓고 싸워 온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명백한 정규직임이 확인됐으므로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벌인 파업에 대해 불법파업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물어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도 나왔다. 하지만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는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구 회장이 선별 채용 등 대법원 판결을 거스르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여전히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는 안개속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해고·정직자가 신규채용에 응할 경우 노사 쌍방이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해놓고도 회사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복직 투쟁 9년과 법정 공방 7년을 이어온 KTX 여승무원 대법원 판결 패소가 남긴 상처는 컸다. 2008년 서울중앙지법은 코레일과 KTX 여승무원 사이의 묵시적 근로 계약 관계를 인정하면서 코레일에게 월 180만 원을 KTX 여승무원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했고, 2012년 12월 코레일이 가처분 소송을 통해 임금 지급 중단 결정을 받을 때까지 지급됐다. 하지만 대법원 패소로 이들은 4년 간 받은 임금 9천여만 원을 토해 내야 할 상황에 처해 한 여성 승무원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비극까지 발생했다. 올해 최악의 노동 판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난은 이뿐 아니었다. 빙그레 자회사인 KNL물류는 이천물류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들이 인력파견업체로의 도급 전환을 거부하자 지난해 3월 25일 이천물류를 폐업했다. 노동부 성남지청은 같은 해 6월 KNL물류와 하청 노동자 간에 묵시적 근로 계약이 성립된다고 판정했지만 KNL물류는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있고 아직도 하청 노동자들은 해고상태다. 동양시멘트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는 노동부 판정을 무시하고 사내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동양시멘트 하청업체 노동자 101명은 올해 2월 17일부터 일을 하지 못하고 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동양시멘트 판정 불이행에는 조용하던 사법당국이 노동자 구속에 신속한 모습을 보여 정의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은 무노조 업체만 골라 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에서는 불친절한 파견직을 잘라도 된다는 직원의 부당한 업무지시 내용이 발견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간접고용 노동자 중 극히 일부를 직접고용하거나 자회사로 전환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정부 반대로 시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중대 산업 재해는 올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도 1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작업 중에 숨졌는데 올해도 2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사내하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하청 연대와 단결이 관건인데 한국지엠 군산공장 노사가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에 따른 물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현행 주간 연속 2교대제인 근무 형태를 1교대제로 전환하기로 합의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외면해 지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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