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동 이슈 콕! 짚어보기] 최저 임금

by 센터 posted Dec 0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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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남신 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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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민주노총은 최저 임금 시급 1만 원을 요구하는 기자 회견을 가졌다.


올해 상반기 최대 노동계 이슈는 단연 최저 임금이었다. 빠른 속도로 최저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 한마디와 알바몬 광고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만큼 양극화가 극심해진 노동 시장에서 양산돼온 저임금 노동자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최저 임금 대폭 인상을 강조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으로 전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국내외에 걸쳐 유례없이 최저 임금이 뜨거운 화두가 됐다.


최저 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최저 임금 당사자인 비정규직과 청년을 대표할 수 있도록양대 노총이 지명해온 9명의 노동자위원에 청년유니온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추천받아 들어간 것이다. 사용자위원도 영세자영업자를대표한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구성이 바뀌었다. 노사 쌍방이 처음으로 최저 임금과 관련한 당사자들을 위원으로 참여시키면서 사회적 관심이 유례없이 집중됐다.


초반에는 최저 임금 대폭 인상이 대세처럼 보일 정도였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보낸 2016년 최저임금심의요청서에도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향상하고 노동 시장 내 격차를 해소하여 소득 분배 상황이 단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합리적 수준으로 심의·의결해 달라’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만 원 최저 임금 인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1만 원 최저 임금 인상 요구는 지금까지의 최저 임금 논의 프레임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원청 재벌의 영세자영업자 착취구조 등 경제 민주화와 연동한 과제가 함께 제기됐다.


한국의 열악한 노동자 현실 속에서 최저 임금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한 사회적 의제다. 2014년 기준 최저 임금 미달자와 수혜자로 추정되는 규모가 350여만 명에 이르니, 최저 임금은 국민 임금이라 불릴 만하다. 더구나 최저 임금 당사자들은 일상생활 공간 속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늘 유령처럼 잊혀져온 노동 인권 사각지대의 사회적 약자들이다.


최저 임금 수준이 이들 대다수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노동조합 바깥에서 법제도 보호로부터 배제된 채 온갖 차별과 고용불안 속에서 고통 받으며 착취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유일한 임금 인상 교섭 창구가 된 것이 최저임금위원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사회적 임금 교섭의 장이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새로운 심판대 위에 올려진 셈이 됐다.


이런 시급 6,030원


8월 5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2016년 최저 임금 시간급 6,030원, 월급 126만 270원(월 소정 근로 시간 209시간 기준)을 고시함으로써 최저 임금 인상을 둘러싼 공방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2016년 적용될 최저 임금은 올해보다 450원(8.1퍼센트) 인상됐다. 노동계 요구인 1만 원과 큰 차이가 났고 최소한으로 여겨졌던 두 자리 수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실망스런 수준이었다. 9년째 동결안을 낸 사용자위원들의 파렴치한 전략이 노동 홀대로 일관해온 정부의 속셈과 맞아떨어진 결과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몇 가지 성과도 있었다. 끈질긴 정보 공개 요구를 통해 최저임금위원회 배석자 수를 한 명 늘렸고 회의 결과 즉각 홈페이지 공표와 양대 노총 언론브리핑도 이뤄졌다. 정보 공개 확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밀실회의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 개선 과제였다. 소득분배율 기준 통계 값 관련해 공식지표로 써온 중위 임금 대비 최저 임금 비율과 함께 평균 임금 대비 최저 임금 비율도 함께 포함하기로 결정됐다.


8년 만에 소득 분배율 공식 기준 통계가 개선된 것이다. 최저 임금 결정 기준은 시급으로 하되 고용노동부가 시급과 월급을 병기해 고시하기로 했다. 사용자위원들이 집단 퇴장하고 한 차례 회의를 보이콧하기까지 한 시급-월급 병기 문제가 일단락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 중장기 제도 개선 과제를 다룰 전원회의를 하반기에 월 1회 정례화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결정이었다. 매년 5~6월만 뜨겁게 논쟁하다 사그라져온 최저 임금 논의가 단절되지 않고 하반기에도 제도 개선 과제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됐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사회적 주목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저버렸다.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한 자리 수 인상에 그칠 거면서 최저 임금을 앞장세운 장관들의 행태가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식언한 대통령과 닮았다. 자신을 대변할 조직이 없는, 정치적 무권리 상태에 놓인 저임금 노동자들을 정부가 묵살했다. 결국 정부가 대기업과 사용주들의 손을 들어준 꼴이다. 경제선순환을 위해서라도 과감한 최저 임금 대폭 인상이 절실했지만 정부는 사용주 편향 본색을 다시 한 번 드러내고 말았다.


공익위원 구성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이 또 한 번 반증됐다. 현행 구조로는 소신을 가진 공익위원들까지 무력화돼 전체 공익위원들이 정부 아바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벗어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부처가 최저 임금 인상 수준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현실 속에서 고용노동부 산하로 돼있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상을 격상하는 과제도 중요하게 제기됐다.


최저 임금 1만 원 쟁취 투쟁과 을들의 연대 절실


무엇보다 중요하게 확인된 것은 최저 임금 1만 원 쟁취를 위한 투쟁과 을들의 연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입으로만 하는 교섭으론 정부와 재벌자본을 압박하기가 어렵고 최저 임금 대폭 인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내년 초 양대 노총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최저 임금 1만 원 쟁취를 위한 총파업 총력 투쟁을 주요 투쟁 계획으로 확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을 활용해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나설 수 있도록 사회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주들의 이해관계도 최저 임금을 둘러싸고 대립할 게 아니라 슈퍼갑인 대기업에 맞서 손잡고 싸울 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물론 경제적 이해관계가 그리 쉽게 타협되긴 어렵겠지만, 한국사회의 정상화와 최저 임금 대폭 인상을 실현하려면 을들의 폭넓은 연대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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