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협동조합] 노동자의 자기 통제 수단인가, 자기 보호 수단인가

by 센터 posted Sep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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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용한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기획.토론회.JPG

지난 8월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노동자협동조합’을 주제로 26회 월례포럼을 진행했다.


들어가는 말


2013년 9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포럼에서 ‘노동자협동조합 현황 및 위치’라는 주제로 월례 포럼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문제의식은 노동자협동조합이 자본에 대항하는 대안 조직이 아니라 협동조합기본법이라는 법령에 의해 노동력이 제도적으로 관리되는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에 개입할 필요성이 있음을 주장한 바 있다. 2013년 당시 월례포럼은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료를 살펴봤다. 즉, 충분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어가고 있고, 설립된 협동조합 수만 해도 7천 개가 넘는다. 이제는 협동조합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 수렴되고 있고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시점인 것이다.


그 전에 협동조합이 어떤 식으로 수렴되고 있고, 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은 협동조합을 바라보는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협동조합에 대한 견해를 먼저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노동자협동조합에 대한 개념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의 경우 협동조합기본법에서 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 용어 대신 직원협동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협동조합과 직원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은 차이가 있고, 그 의미와 사회적 역할도 다르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견해


협동조합을 바라보는 입장은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나눌 수 있다. 긍정론은 과잉 기대론과 긍정적 기대론 정도로 다시 나누어볼 수 있다. 과잉 기대론은  협동조합이 노동조합의 역할을 대신할 뿐 아니라 사회 변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다. 긍정적 기대론은 과잉 기대론과 같이 협동조합이 사회 변혁의 주체까지는 될 수는 없으나, 노동 과정뿐 아니라 사회에서 노동이 소외되는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시키고 노동자를 사회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이러한 긍정론의 입장은 노동자가 협동조합을 만들고 목적의식적으로 자본에 대항하는 영역을 확대해가면 자본주의 사회 구조를 바꾸거나 자본주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견해로 요약할 수 있다.


협동조합에 대한 부정론은 협동조합의 의도가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자본주의 사회 구조 속에서 협동조합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협동조합이 자본주의 사회라는 경쟁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동조합도 결국은 자본주의적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고, 노동자를 착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논리다. 이러한 부정론의 입장은 자본주의 사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사회의 행위 주체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자본주의 사회를 강화하고 재생산할 뿐이라는 견해다. 그리고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과 같은 사회적 경제 조직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항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마저도 자본주의적 시장으로 전환시키는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다.


이러한 견해는 사회를 바라보는 입장, 즉 구조나 행위 중 어느 한 측면만을 강조하는 입장들의 대립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 구조만을 강조하다보면 혁명 이외의 대안적 실천을 마련할 토대가 설 자리가 없다. 이에 반해 작은 형태의 실천만 강조하다보면 협동조합 부정론이 지적하듯이 사회마저도 또 다른 형태의 자본주의적 시장 구조로 만들고 말 것이다.


노동자협동조합과 직원협동조합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하면 협동조합 유형은 크게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 제2조 1에 의해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협동조합 유형은 다시 소유(운영) 주체에 따라 사업자협동조합, 직원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으로 나누고 있다. 사업자협동조합은 사업자가 협동조합을 설립해 노동자를 고용하고 구매, 판매, 생산을 하는 협동조합 형태다. 이에 비해 직원협동조합은 직원이 출자해 협동조합을 설립·소유하고 노동을 제공하며 운영하는 형태이다. 소비자협동조합은 소비자가 출자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노동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형태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을 구성함에 있어 사업자, 직원, 소비자 모두가 협동조합 주체가 되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이 경우가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설립되기 이전까지는 ‘노동자’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협동조합을 포괄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이라 통칭했다. 그리고 일부는 ‘직원’ 협동조합 또는 ‘근로자’ 협동조합 등의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며 기획재정부는 기존에 ‘노동자’ 협동조합이나 ‘근로자’ 협동조합 등의 용어를 ‘직원’ 협동조합으로 명칭을 통일하도록 했다. 당시 기획재정부의 명칭 통일 필요성의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자’ 협동조합이라는 명칭은 우리 법체계상 개념이 정의되어 있지 않고, 사용례가 거의 없으며, 법률상 개념인 ‘근로자’와의 의미 구별이 모호하여 법률상 용어로는 부적합하다는 점이다. 둘째, ‘근로자’ 협동조합이란 명칭은 사용자와 사용 종속 관계가 있어야 법률상 명칭으로 적합하나, 협동조합의 조합원이면서 임·직원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고용 관계에 있는 자로 보아야 할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부적합하다는 논리다.


기획재정부가 ‘직원’ 협동조합이라는 용어로 통일시켜야 한다고 제시한 논리는 법령에 ‘직원’이라는 명칭을 규정하는 조항이 있으며, ‘직원’이라는 명칭이 협동조합 내의 다양한 노무 제공 관계를 포함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일반인에게 ‘노동자’, ‘근로자’ 보다는 친근한 용어로 일반인이 부르기가 쉬워 용어 확산이 쉽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제노동자협동조합연맹인 CICOPA1)는 「협동적 노동자소유에 대한 세계선언」이라는 일종의 노동자협동조합에 대한 세계 선언을 한국어로 번역한 바 있다. 여기서 CICOPA는 노동자협동조합을 ‘협동적 노동자 소유’라고 한글로 번역하면서 “한국어에 있어 노동자들이 소유의 주체라는 측면과 이들 노동자들이 협동적 방식을 통해 조직을 구성한다는 정신을 반영하면서, 노동자협동조합에 대한 법적 지위가 없고 인식이 취약한 현실을 고려, ‘협동적 노동자 소유’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임노동 관계도 자영업도 아닌 노동의 독특한 결합 방식임을 표현하고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권고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노동자’가 아닌 ‘직원’이라는 명칭으로 통일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A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하면 나를 A회사 임원이나 대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자. 즉, 직원이라고 하면 사용 종속 관계에 있는 근로자 개념에 가깝다. 직원이라는 용어는 “임노동 관계도 자영업도 아닌 노동의 독특한 결합 방식임을 표현하고 있어야 한다”는 CICOPA의 노동자협동조합 권고 명칭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근로자라는 용어와 함께 노동자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직원’이라는 용어를 통한 논리는 다소 빈약하다.


그러나 기존의 ‘노동자’ 협동조합을 ‘직원’ 협동조합이라는 명칭으로 통일하면서 사회적으로 가려지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노동자’ 개념이 ‘직원’이라는 개념으로 축소되면서 노동자협동조합 개념과 범위가 축소되고 왜곡된다는 점이다.       


특수고용 형태 노동과 노동자협동조합

  유형

   주요내용

 생산자협동조합
 (producer cooperatives)

  -조합원이 소유자이자 직원이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이 목적인 노동자협동조합 (예 : 노동자 인수 기업)

 노동협동조합
 (labour cooperatives)

  - 조합원의 노동과 기술을 다른 기업에게 판매하는 노동자협동조합 (예 : 공공건물 유지 관리)


학계에서는 노동자협동조합을 노동의 성격에 따라 다음 표와 같이 생산자협동조합(producer cooperatives)과 노동협동조합(la-bour cooperatives)으로 나누기도 한다(Tchami, 2007).

‘노동자협동조합(worker cooperatives)’이라는 개념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점을 강조하는 ‘노동협동조합((labour coopera-tives)’과 노동을 통해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점을 강조하는 ‘생산자협동조합(producer cooperatives)’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특수고용 형태의 노동자들이 설립한 협동조합은 어디에 속할지 생각해보자. 특수고용 형태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면 전형적으로 ‘생산자협동조합’에 속하는 노동자협동조합이 된다. 그러나 한국의 법령 아래에서 특수고용 형태 노동자가 설립한 협동조합은 직원협동조합이 아닌 사업자협동조합으로 분류된다. 노동자가 형식적으로 사업자로 분류되어 사업자협동조합이라는 전혀 반대의 협동조합 유형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와 명칭이 갖는 중요한 지점이 있다. 그것은 특수고용 형태 노동자들이 ‘노동자’ 대신 ‘사업자’라는 명칭이 붙으면서 노동자 정체성보다 사업자 정체성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동자로서의 사회적 권리와 요구를 주장하기보다 사용자로서의 권리와 요구를 주장하며 서로 끝없는 경쟁을 해야 하는 관계에 놓일 수 있다. 이와 같은 가정에 의하면 한국에서 협동조합은 직원협동조합보다 사용자협동조합 유형의 협동조합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특히 특수고용 형태 노동이 확산되는 업종에서 사용자협동조합 설립이 다른 유형의 업종보다 많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또한  협동조합은 노동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은 업종에서 증가될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하다. 이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대신해 최소한의 자기 보호 기능을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고, 이러한 요구가 협동조합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협동조합이 확산되고 있으며, 그 특징은 무엇인지를 자료를 가지고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 수렴 형태와 사회적 함의


2012년 협동조합 관련법 제정 이후 협종조합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그림]과 같다. 2015년 8월 현재 전체 협동조합은 7,709개, 이 가운데 사업자협동조합은 5,614개이다. 전체 협동조합의 73퍼센트가량 사업자협동조합이 차지하고 있다. 


사업자협동조합은 앞서 주지했듯이 특수고용 형태의 노동자들이 설립한 생산자협동조합 범주의 노동자협동조합 다수가 사업자협동조합으로 분류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유추는 특수고용 형태가 많은 업종이 판매직이나 프리랜서 형태의 개인서비스 업종 등에서 많은 분포를 보일 것이다.


이와 같은 특성은 사업자협동조합이나 직원협동조합의 업종별 특성을 살펴보면 바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사업자협동조합과 직원협동조합의 주요 업종을 비교해보면  [표]와 같다. 사업자협동조합에서 가장 많은 업종을 차지하는 비율은 도매 및 소매업(27.3%), 농업, 어업 및 임업(12.4%), 교육 서비스업(10.7%)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원협동조합은 교육서비스업(19.2%)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도매 및 소매업(15.0%), 숙박 및 음식점업(9.1%),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9.1%)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사업자협동조합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각종 판매직 또는 영업직 형태의 특수고용 형태가 많은 업종인 도매 및 소매업, 이외 각종 서비스 업종이라는 점에서 확인된다. 농업, 어업 및 임업의 경우 논외로 할 때, 교육 서비스 업종이 예상외로 사업자협동조합이나 직원협동조합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특징이 보인다. 이 업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은 한국 사회에서 현재 협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함의를 던져주고 있다.


교육 서비스 업종은 노동력 자체가 상품인 업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업종은 노동 과정에 대한 통제나 노동력 대체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특성을 갖는 업종은 비단 교육 서비스 업종뿐 아니라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기타 개인 서비스 업종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러한 업종에서는 최근 프리랜서 형태의 특수고용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협동조합 증가 추세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한국 사회에서 협동조합은 열악하고 불안정한 노동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자기 보호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특수고용 형태와 같이 개별화된 노동 영역에서 협동조합이 최소한의 자기 보호 기제로 활용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정적인 입장에서 보면 불안정한 조건의 노동력뿐 아니라 교육 서비스와 같이 관리하기 힘든 업종의 노동력을 특수고용 형태로 전환시키고, 협동조합을 통해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자기 통제와 자기 관리를 하고 전체 사회적으로 관리되는 효과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협동조합의 역할과 함의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그것은 한국 사회의 산업 구조가 대기업 중심의 하청 산업 구조라는 점이다. 이러한 산업 구조에서는 대기업이 이미 이윤의 대부분을 가져간 상태에서 하청을 준다. 그리고 하청업체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기반으로 생산을 하고 낮은 이윤을 가져가는 구조다. 큰 틀에서 보면 한국의 협동조합도 이러한 한국 산업 구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에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협동조합은 대기업 중심의 하청산업 구조 속에서, 불안정하고 저임금 또는 특수고용 형태의 고용이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고, 노동조합이 대변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협동조합에 속한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자기 보호와 자기 생존 기능 유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와 같이 협동조합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며 노동자의 자기 보호라는 노동조합의 일부 기능을 대체하는 시점에서 노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실정이다. 비정규 노동의 입장에서도 조직화의 한 가지 대안으로 협동조합을 고민하고 있지만 어떤 방향에서 접근할 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노동의 고민과는 별개로 협동조합은 이미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 입장이 우려했던 지점과 같이 협동조합이 사회적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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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ICOPA(국제노동자협동조합연맹): The 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In-dustrial, Artisanal and Service Producers’ Cooperat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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