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노동계 16대 뉴스

by 센터 posted Jan 0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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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많은 현안과 쟁점이 뒤엉켜 있던 해였습니다. 열사들 의 죽음과 이어진 고공농성,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법원의 판결, 정권의 노동법 개악 시도까지…. 우리네 삶이 그렇듯 투쟁 역시 1년 단위로 단절되지도, 1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크게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2014년을 기억하고, 또 다른 2015년 을 결의한다는 의미에서 한 해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2014 노동계 현안들을 정리해 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2014년 11월 3일부터 11월 14일까지 진행했습니다. 이 설문은 주목 받았던 노동계 현안을 무작위로 정하기보다는 올 한 해 가장 열심히 싸웠던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정리해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 총 4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중 비정규 당사자는 총 274명으로 응답자의 2/3 이상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정규직 활동가와 단체 활동가, 정책 연구자와 법률가, 개인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분들이 설문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설문은 총 16개의 보기 중에서 각자가 1순위, 2순위, 3순위라 생각한 내용을 정하고, 각자 1순위로 정 한 내용에는 가중치 3점, 2순위로 정한 내용은 가중치 2점, 3순위로 정한 내용은 가중치 1점을 주어 그 총점으로 순위를 매겼습니다. 설문에 참가해 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진행·정리 | 한국비정규노동센터·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편집국





01 케이블방송 씨앤앰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출처 노동과세계(변백선)].jpg


1. 케이블방송통신 씨앤앰·티브로드·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2013년 2월 13일, 케이블방송 비정규직지부(씨앤앰)가 설립됐다. 도급에 재하도급에 건 바이 건으로 이어지는 고용 구조, 저임금과 한 달 평균 이틀밖에 쉬지 못하는 근무조건, 전신주 위를 안전장비 없이 오르는 작업 환경까지…. 케이블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는 지속적인 조직화로 이어졌고 2013년 티브로드,2014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로 설치수리기사들의 노동조합 설립이 이어졌다. 특히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는 정규직 노동조합과 상급단위 노동조합이 함께 준비하고 엄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조직화 사례로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진짜 사장이 나와라’라는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도 불구하고 케이블방송통신 업계는 담합이라도 한 듯 침묵하고 있다. 특히 109명의 해고자와 매각을 앞둔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씨앤앰에서는 11월 12일, 두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묵묵부답인 원청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광화문의 서울신문사 광고탑 위에 올랐다. 추운 겨울, 케이블방송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위한 투쟁은 계속된다.




02 염호석 열사 영결식 [출처 금속노동자(김형석)].jpg


2. 삼성전자서비스 염호석 열사 투쟁, 시신 탈취와 노조 임원 구속

    그리고 기본단협 쟁취


무노조 삼성에 노동조합의 깃발이 올랐다. 노동조합 설립이라는 기쁨도 잠시, 삼성의 악랄한 노조탄압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두 조합원의 자결이라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최종범 열사에서 이어진 염호석 열사의 죽음. 5월 17일,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하여 이곳에 뿌려 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은 염호석 열사. 다음날 빈소가 마련된 서울의료원에서 경찰을 앞세운 삼성은 염호석 열사의 시신을 탈취하고, 20일에는 밀양공설화장터에서 염호석 열사의 유골을 빼돌렸다. 그 과정에서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부지회장과 19일 삼성전자 본관 앞 충돌 당시 연행된 위영일 지회장, 김선영 영등포분회장 등 노조 임원 3명이 구속되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과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열사가 돌아가신 지 44일 만인 6월 28일, 삼성은 단체협약 조인 직후 염호석 열사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 사과했다. 비공개 교섭이라는 평가 지점을 남겼지만 교섭 과정에 삼성이 참여했고,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기본급 쟁취와 함께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얻어냈다. 76년 무노조 경영을 해 온 삼성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을 해낸 노동자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죽음을 견뎌야 했고, 아직 지역 센터별로 교섭을 포함한 현안 과제들이 남아있다.




03 현대차 [출처 참세상].JPG


3.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완성사의 사내하청 불법파견 및 정규직화 인정 판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올해 가장 큰 이슈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어 기아자동차에 대해서도 동일한 판결이 나왔고, 이로써 한국GM과 쌍용자동차를 포함한 완성차 4사의 사내하청에 대해 모두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최병승 판결’ 이후 현장의 투쟁이 불붙듯 일었던 것과 달리 지금 현장은 왠지 뒤숭숭하다. 2010년 판결 이후부터 현대자동차는 이미 초단기 계약직을 교체 사용하는 방식으로 판결에 대응해 오고 있고, 신규 채용을 미끼로 노동조합의 투쟁을 약화시키고자 했으며, 결국 지난 8·18 합의를 통해 법원 판결 이후 현장의 빠르고 힘 있는 대응을 무력화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들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자본은 1심 판결일 뿐이라고 일축하지만 원청이 사용자라는 당연한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고, 2년 미만자에 대해서는 다른 결정을 내린 한계도 존재하는 판결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후의 투쟁이다. 판결의 의미를 확대하고, 또 그 판결을 뛰어 넘어 더 나은 현실을 만들어 내기 위한 투쟁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04 시간제노동 [출처 노동과세계(변백선)].jpg


4.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정부의 시간제 노동 확대 정책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정책은 시간제 노동을 강제적으로 양산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경력 단절 여성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내세우며 시간제 노동을 만들어 냈으나, 여성 노동권의 향상과는 전혀 무관했고, 그나마 안정된 일자리를 시간으로 분할하여 불안정한 노동을 양산해 내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공무원 내에 채용형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고용유연화 정책을 무난하게 안착시켰다. 시간제 노동 확대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 권리에 대한 고려 없이 전개되었다는 것인데, 시간을 나누면 일자리가 두 개 생긴다는 정부의 단순 계산식은 노동자의 권리도 절반으로 나뉜다는 이상한 계산식을 끌어들였고, 그 결과 초단시간 노동자와 같이 권리가 대폭 침해되는 노동 형태를 확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시간제 확대 정책을 핵심으로 한 고용률 70% 담론은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더 많이 양산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이동’과 ‘공급’으로 대체한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하에서는 고용률 수치가 오히려 고용불안 수치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5 카트.jpg


5. 노동 현실을 환기하는 대중문화 작품의 출현


2월 6일 〈또 하나의 약속〉과 3월 6일 〈탐욕의 제국〉이 차례로 개봉하면서 ‘일류기업’ 삼성의 그늘에 가려졌던 삼성 백혈병·반도체 직업병의 문제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7,000명이 넘는 이들의 후원금과 개인 투자자들의 힘을 모은 ‘제작두레’로 완성된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해 적잖은 반향이 일자, 현직 삼성 임원이 ‘오해’에 대한 입장을 게재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태일 열사의 44주기에 맞춰 개봉한 영화 〈카트〉는 상업영화 사상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메이저 제작사를 통해 만들어지고 사회성 짙은 작품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가 되면서, 비정규노동의 현실이 일면이나마 환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되고 있는 최규석의 웹툰 ‘송곳’은,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 시행과 함께 시작된 이랜드·뉴코아 파업 투쟁을 모티브로 노동자들의 현실과 투쟁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1년 가까이 장기 연재되면서 네티즌들의 반응과 함께 작품이 다루는 노동문제에 대한 공감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언제나 투쟁하고 있지만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언론의 벽을 좀처럼 넘기 힘든 현실에서 친숙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노동의 문제가 대중에게 어떻게 수용되고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일이다.





06 반올림 [출처 참세상].jpg


6. 긴 투쟁 끝에 얻어낸 반올림과 삼성의 직접 교섭


삼성 반도체 공장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 아닌, 노동자들의 삶이 쓰러져 나가는 곳이었다. 불임에, 생리불순에, 어지럼증에 하얗게 들뜬 얼굴로 일해야 하는 곳. 반도체 칩의 이윤을 위해 생떼 같은 젊은 목숨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곳이 삼성 반도체 공장이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들과 반올림을 비롯한 사회단체가 꾸준히 벌인 7년간의 투쟁은 결국 성과를 냈다. 지난 5월 삼성은 대국민 사과를 하였고, 교섭 자리가 다시 마련되었다. 그러나 교섭이 시작되면서 삼성은 진정성 있는 문제 해결보다는 시간 끌기 교섭으로 반올림 교섭단을 분열시켰고, 반올림을 배제시킨 채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반올림과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삼성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고통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하고, 더 많은 이들의 삶을 구하기 위한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07 통상임금 [출처 금속노동자(성민규)].jpg


7. 통상임금 소송 러시와 정부·자본의 임금 체계 개편 의도 가시화


2013년 12월 18일,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 등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상여금 등에 대한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기에 많은 이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판결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노동법의 원칙을 지키기 보다는 사용자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판결 이후 법정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 범위가 일부 조정됐다. 통상임금 판결의 여파로 저임금 사업장에서는 근로시간 증가와 임금 삭감이 시작되었다. 판결 이후인 지난 1월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내놓으면서 그 속에 ‘특정 시점 재직 시에만’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명확히’ 제한할 것,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로 개편할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재직 요건 추가로 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을 제외할 경우엔 (노동자에게 불리하므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라고 밝히면서도 임금 삭감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사용주에게 유리한 임금 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속속 진행 중이다. 





08 파견법 [출처 노동과세계(변백선)].jpg


8. 파견 확대 및 기간 연장 노리는 정부의 파견법 개악 시도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 ‘규제를 합리화’ 한다는 명목으로 파견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파견 대상을 확대하고 파견 기간 제한을 완화하며, 고령층 파견 대상을 확대하고, 농림어업 파견을 허용한다는 등이다. 고령 노동자의 경우 현재 파견 대상 업무 범위 내에서 기간 제한 없이 파견노동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상태인데, 여기에서 대상 업무를 더 확대한다는 것은 파견 대상 확대가 고령 노동자에 한정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농림어업 파견 허용이나 전문직에 대한 파견 확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특정 노동자에 한정되지 않는 파견의 광범위한 허용으로 나아갈 바탕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파견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은 파견법의 취지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 전문 업무를 중심으로 파견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제정한 파견법은 사실상 단순 노무를 중심으로 파견을 허용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예외적으로 파견 허용’이라는 방식이 간접고용·불법파견의 확산으로 귀결된 것이 지난 파견법 시행 16년의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파견법이 취약한 노동자를 위한 것이기에 파견 업무를 더 확대해서 고용에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09 손잡고 출범식 [출처 참세상].JPG


9. 손배가압류 폭탄, ‘손잡고’ 출범과‘노란봉투’ 캠페인 등 사회적 연대


이 땅의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들이 사회를 향해 발언하는 방법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하는 것이다. 그 파업투쟁을 통해 노동자는 현실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어 간다. 그런 노동자의 투쟁을 불법시 하고 형사 처벌하는 세상에서 노동자는 주인이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권리를 지키고, 일자리를 지키고, 생존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손배청구와 가압류로 인해 고통 받고, 노동자와 가족이 소중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그런 야만의 단절을 함께 꿈꾸는 움직임이 바로 ‘손잡고’, ‘노란봉투’ 등의 사회적 연대이다.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약칭 ‘손잡고’)는 올해 2월 26일 출범하면서 “노동계 파업에 대한 기업의 반인권적인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에 시민이 함께 손잡고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손잡고’와 아름다운 재단이 함께 2월부터 5월까지 손배 피해 노동자 지원을 위한 모금 운동 ‘노란봉투’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은 시민 10만 명이 1인당 4만 7000원을 기부해, 47억 원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해야 하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기획으로 많은 사회적 지지를 끌어냈다. 비정상의 사회를 함께 바로 잡고 노동자가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보태는 것, 그런 움직임이 더 커질 때 우리 사회는 노동자가 존중받는 세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10 산재사망 [출처 참세상].jpg


10. 현대제철과 현대중공업 등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 및 사망 급증


2013년 5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아르곤 가스 질식으로 5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2014년 11월 현재까지 현대중공업 그룹사 사내하청 노동자 11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산재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현대제철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의 수를 간단히 서술하였지만, 제조업 이외 업종의 하청노동자 사망 사례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목숨까지 잃는 경우에는 언론을 통해 사회화되지만, 일상적인 산재는 회사에 의해 은폐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주요한 원인으로, 하청노동자가 원청 작업장 내에서 산재를 당해도 법적 책임은 하청업체가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를 들 수 있다. 2007년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51개 원청업체 관리자 중 40.8%가 ‘유해·위험 작업이기 때문에 하청을 준다’는 답을 하였다고 한다. 원청이 하청노동자를 사용하는 이유는 인건비 등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위험한 작업을 사내하청업체에게 떠넘기면서도 산재 발생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이윤 때문에 노동자의 생목숨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에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제대로 된 재발 방지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비용과 책임을 하청에게 전가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도록 해야 한다.



설문 참여자들의 대다수가 비정규 당사자이고, 올 한 해 열심히 투쟁한 당사자들이다보니 결과가 예상했던 순위와 다르게 나왔습니다. 언론에 노출되었던 사안보다는 투쟁하는 현장 사안이나 농성 투쟁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간접고용 현안이 1, 2, 3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통해서는 간접고용이 주요한 현안이고,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고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설문은 11월 초순에 진행되었기에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벌어진 노동 사안이 높은 순위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노동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통상임금 소송러시가 7위로 선정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결과입니다. 11위부터의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1 경비노동자 [출처 노동과세계(변백선)].jpg


11.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과 감시·단속직 노동 실태


10월 7일 오전 9시,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103동 앞에서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몸에 불을 질렀다. 신현대아파트 103동의 경비 노동자였던 이만수 씨였다. 평소 술담배도 거의 안하고 가족에게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이만수 씨는 새벽기도를 할 수 있다며 경비원 생활을 즐거워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103동으로 인사이동을 하면서 입주민들에 의해 고통을 당했다. 비인격적인 언어폭력, 반말과 손가락질을 동반한 인격모독, 떡이나 빵 등의 음식을 5층에서 던져주며 먹으라고 하는 입주민에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주는 입주민까지. 이만수 씨가 겪어야 했던 수모와 모멸감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이 사회가 보이는 편견과 멸시의 민낯이었다. 굴욕을 견딜 수 없어 몸에 불을 붙인 이만수 씨는 한 달 만인 11월 7일 결국 숨졌다. 고 이만수 씨의 장례는 11월 11일, 많은 이들의 애도와 참여로 치러졌다. 사건 자체는 일단락되었지만, 그가 환기한 감시·단속직 노동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경비 노동은 고령의 남성 노동자가 생의 마지막에 선택하는 노동이지만 저임금에 사회적으로 천시 받는 노동이다. 특히 내년부터 경비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100% 적용이 이뤄지면서 각 아파트에서는 대량 해고의 우려가 일어나고 있다.





12 진기승열사 [출처 금속노동자(신동준)].jpg


12. 전주버스 신성여객 진기승 열사 투쟁과 버스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4월 30일 해고 탄압과 중앙노동위원회의 편파 판정으로 회사 내 국기봉에 목을 맨 노동자, 6월 2일 끝내 세상을 떠난 진기승 열사. 비극의 발단은 어용 노조였다. 어용 노조는 신성여객 노동자들의 천만 원 넘는 체불 임금에 대해 사측과 백만 원에 합의하고 70만 원의 임금 인상을 받았다. 이러한 행태에 분노한 진기승 열사를 비롯한 많은 노동자들이 어용 노조를 탈퇴하고, 노력 끝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신성여객지회를 설립했다. 합법적인 쟁의 절차를 거쳐 파업을 시작했지만 사측은 교섭을 회피하면서 고소·고발을 남발했고, 이 과정에서 진기승 열사를 비롯해 여러 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다. 이후 진기승 열사가 가정사와 생활고로 힘들어하자, 이를 눈치 챈 사측은 민주노총 탈퇴를 조건으로 복직을 회유했다. 고심 끝에 진기승 열사는 신성여객 회장 앞에 무릎까지 꿇었지만 사측은 복직 약속을 끝내 지키지 않았다. 진기승 열사가 목숨을 끊은 이후 서울행정법원에서 ‘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고인은 판결 소식을 듣지 못했다. 열사 투쟁 끝에 7월 20일, 전주시의 중재로 만들어진 합의안은 유족 보상과 재발방지, 노조활동 보장, 고소고발 취하, 민·형사상 면책, 인사 불이익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아냈다. 7월 22일 전북 전주시청 광장에서 영결식을 하면서 투쟁은 마무리 되었다.





13 농축산업이주노동 [출처 참세상].jpg


13. 수면 위로 드러난 노예의 삶,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현실


사업장 이동 제한 등 독소 조항을 품은 채 안착된 고용허가제. 도입 만 10년을 넘기며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이 지속적으로 폭로되고 있다.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라 법에서 정한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의 적용에서 제외된다. 또한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 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이주노동자의 90% 이상이 근로계약보다 긴 시간 일하면서도 70% 이상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있었고, 산재를 당한 경우 절반 이상이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했다고 밝혔으며, 건강보험이 있는 경우는 27%에 불과했다. 농축산업은 여성노동자의 비율이 30% 이상으로 높지만 숙소와 일터의 안전은 담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로 성폭력을 당하거나 위협에 노출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제엠네스티 역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인권 침해 양상을 고발하는 보고서 발표를 통해, 이들이 “위협을 받으면서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환경에서 강제 노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만연한 강제 노동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심각한 노동·인권 실태 폭로가 계속되자, 고용노동부는 처음으로 11월 중순까지 집중 지도 점검을 통해 농축산업 분야 근무 실태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방치한 사각지대에서 만연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책임 있는 행정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14 중기중앙회 [출처 공공운수노조].JPG


14. 중소기업중앙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죽음과 노동 실태


9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여성노동자가 자살했다. 고인은 2012년 중소기업중앙회에 입사해 7번의 쪼개기 계약으로 일하면서도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임직원들의 말 한마디에 인내의 시간을 견뎠다. 중소기업중앙회 직원과 회원인 중소기업 CEO들의 성희롱과 스토킹으로 고통을 받았고, 이 사실을 사내에 알렸지만 조치가 이뤄지기는커녕 오히려 직장 내 왕따를 당해야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0월 8일이 되어서야 사과문만을 올린 채 여전히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미루고 있다. 가해자들은 여전히 회사에 남았고, 고인은 억울함을 담은 유서만 남긴 채 세상에 없다. 2011년 민주노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39.4%에 달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성희롱을 경험하였고, 그 비율은 간접고용의 경우 더 높았다. 사업장에서, 그리고 일상적으로 성희롱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노동자, 해고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는 구조화된 차별을 내면화하고 양산해 내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비극이다.





15 스타케미칼해복투 고공농성 [출처 공무원U신문].JPG


15.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차광호의 굴뚝 농성


같은 공장에서 두 번의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 차광호가 2014년 5월 27일 새벽, 스타케미칼 구미공장 안 45미터 굴뚝에 올랐다. 2000년대 중반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 국내 1위, 세계 9위를 차지하던 한국합섬은 경영진의 공금 유용과 부실 계열사 합병, 무리한 투자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2006년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2007년 부도로 문을 닫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5년간 투쟁한 노동자들은 2011년 한국합섬을 인수한 스타케미칼로 복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 1월 스타케미칼은 인수 이후의 누적 적자 등을 원인으로 들며 일방적으로 공장 폐업과 청산을 선언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경영진, 회사 운영보다는 공장 설비를 팔아서 돈을 챙기는 것이 목적인 스타케미칼은 인수자금 399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이익을 노리며 분할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다시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 중 28명이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꾸려 싸움을 시작했다. 이제 12명이 남았고, 청춘을 바친 일터와 민주노조를 파괴한 먹튀 자본에 맞서 고용과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한국합섬 시절 연대와 투쟁의 모범이었던 노동자들의 마지막 싸움은 자본의 갈라치기로 시작되었고, 상급단체의 외면으로 외롭게 이어지고 있다. 포기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싸움에 연대하기 위해 지난 8월 23일에 이어 11월 29일 두 번째 ‘스타케미칼 희망버스’가 준비되고 있다.





16 유성기업고공농성 [출처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jpg


16. 노조 파괴와 싸우는 유성기업 홍종인·이정훈 지회장의 옥천 나들목 고공농성


유성기업지회는 2009년 임단협에서 야간노동의 폐해를 없애고자 ‘주간 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를 2011년 1월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유성기업 사 측은 5월 18일 저녁 8시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용역깡패들에게 폭행당해 병원으로 실려 가고, 500여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연행 당해 경찰서로 끌려가야 했다. 이후 12억 원의 손배가압류를 당하고, 별도로 국가로부터 1억 2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고, 노동자 17명이 구속되고 27명이 해고되었다. 사 측은 관리직들까지 위장 가입한 어용 복수노조를 만들어 교섭 대표권을 빼앗고, 민주노조 조합원들은 온갖 차별에 시달리며 수십 명이 정직과 출근 정지 등의 징계를 당했다. 이에 맞서 홍종인 아산지회장은 목에 밧줄을 걸고 151일 동안 공장 앞 굴다리 고공농성을 했고, 이정훈 영동지회장과 함께 다시 2013년 10월 13일 옥천 나들목 광고탑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129일 만에 홍종인 아산지회장은 이후 투쟁을 위해 내려왔지만 홀로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이정훈 영동지회장을 지키기 위한 유성 희망버스가 3월 15일 옥천 나들목을 찾았다. 이후 유성기업지회는 과반 노조를 회복하고 현장 투쟁을 진행 중이며, 검찰이 사업주의 노조파괴 불법 행위에 대해 내린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법원의 재정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2014년 노동계 16대 뉴스라는 이름으로 순위를 매겼지만 1위인지, 2위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올해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사안과 이야기가 있을 뿐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 설문 참가자들에게 16개의 보기 이외에 ‘항목에는 빠졌지만 꼭 기억해야 할 노동이슈’를 함께 물었습니다. 이에 <안산의 영풍계열사 인터플랙스에서 비정규직 해고대상자를 뽑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위바위보를 시킨 행태>, <이주노동자 출국만기보험(퇴직금)을 출국 후에 수령할 수 있도록 한 고용허가제법 개악과 시행>, <다양한 영역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 <민주노총 직선제>,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투쟁과 집행부 논란>, <학습지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판결한 법원>, <최저생계비가 여전히 비현실적 수준으로 결정된 것>, <세월호 참사와 시민 사회단체의 연대>,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 투쟁>, <철도노조와 보건의료노조의 민영화 저지투쟁>, <사회적 합의 이후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가는 투쟁(기륭, 한진 등)>, <콜트 대법파기환송>, <쌍용자동차 대법원 판결>, <공무직제 법제화 촉구>, <코오롱 10년 투쟁>, <공무원 연금 개악 반대에 12만 공무원 집회 성사>, <한국노총 집행부 선거>, <학교비정규직 문제>, <근로기준법 주 60시간 개정 발의 사건> 등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밝힌 만큼 현안과 쟁점이 많았던 2014년이기에 우리가 기억해야 하지만 미처 다루지 못한 사안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기와 참여자들이 답한 내용의 대부분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는 사안입니다.

2015년에 끈질기게 싸워나가야 할 사안이기도 합니다. 2015년 연말에 이런 설문조사를 다시 하게 된다면 그 때에는 승리의 기억과 노동자들을 활짝 웃게 할 쟁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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