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사람을 남기는 활동이 한비네의 과제

by 센터 posted Apr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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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 2020년 4월 3일(금) 오후 1시
▪어디서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회의실
▪참석 : 박기옥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사무국장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센터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조광복 청주노동인권센터 노무사
▪정리 : 변정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한비네 결성의 징검다리가 된 지비네 

이남신  2020년 5월 20일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창립 20주년입니다. 20주년 맞아 격월간 《비정규노동》을 개편하기로 하면서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이하 한비네) 섹션을 마련했습니다. 그 첫 번째로 한비네 좌담을 준비했는데요. 한비네의 역사를 만들어온 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한비네 결성부터 현재까지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박기옥  저희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다음으로 만들어졌네요. 울산 북구는 2002년 지방선거 때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민주노동당 구청장 후보 공약으로 지자체 비정규직노동센터 설립을 제안한 것이 출발이었습니다. 2003년 3월에 조례가 만들어지고 6월에 개소했어요. 저는 2010년부터 일해오고 있습니다.

박재철  2000년에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만들어지고 2003년에 울산비정규센터가 만들어졌지만 이걸 전국화하지는 못했어요. 2006년에 민주노동당에서 비정규센터를 운영해보자고 공모사업을 했는데, 그게 전국화의 출발이자 마중물이 된 거 같아요. 그때 서울 성동, 안산, 부산, 광주가 선정돼서 개소했습니다. 전국에서 민간센터로는 두 번째 흐름일 거예요. 그 후 전국적인 비정규센터 네트워크를 운영하자고는 했는데 잘 안됐어요. 그러다가 2010년에 이남신과 할 일 없고 생존에 허덕이는 네 개 지역이 만난 게 사건이 되었지요.

이남신  2010년 9월 16일 수원 광교수련원에 7개 센터가(전주, 경기, 울산, 대전, 청주, 서울, 안산) 모여서 첫 1박 2일 수련회를 열었어요. 그 자리에서 지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준비위원회, 약칭 ‘지비네’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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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벙덤벙 오다 보니 

이남신  2010년에 제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왔는데 그해가 센터 10주년이었어요. 10주년 행사를 해야 되는데 가만 보니까 지역에 비정규센터들이라고 있는 거예요. 그래? 그럼 지역 비정규센터엔 몇 명 일하고 있는지, 월급을 얼마 받는지 그걸 파악해보자고 시작한 거예요. 설문지 돌려서 10주년 토론회 때 발제를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반향이 있었어요. 왜냐면 비정규센터를 아무도 몰랐던 거야. 저는 이렇게 될지 몰랐어요. 한비네로 모일 줄 꿈에도 생각을 못 했어요. 

박재철  아무 생각 없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죠.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지역에서 비정규센터라는 틀을 가지고 비정규노동센터를 운영하는 곳이 아무 데도 없었던 거예요. 정치적 입장도 다른 사람들이 만났는데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죠. 오히려 다양한 색깔이 되고, 동병상련을 느끼며 의지가지가 되었던 겁니다. 또 다른 이유는 지자체센터의 등장이에요. 2010년 지방조례에 의해 전주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이를 계기로 2012년에 울산 동구, 부천, 안산에서 지자체센터가 만들어졌어요. 비정규 운동을 좀 더 공식화하고, 영향력 있는 운동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준 거죠. 아, 이걸 통해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아주 약하지만, 비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광복  민간센터가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지자체센터의 모태가 됐어요. 그걸 또 모범적으로 운영했으니까 지자체센터로 확대된 거죠. 2010년에 청주노동인권센터를 만들었는데, 나름 애착을 가지고 들어갔던 데가 한비네에요. 한비네는 서로 억압하지 않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모였던 게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워낙 경험이 없으니까 일을 배우고 싶고, 그래서 많이 배웠죠. 

나에게 한비네는···

박기옥  지비네 처음 할 때 어색하고 낯설었어요. 몰라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또 지역에서는 외로웠어요. 그런데 지비네 가면 고민이 비슷하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비네 출범한 후에는 많이 편해졌어요. 편하게 쉬기도 하고, 고민이 많이 풀리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도 하게 되는 곳이 한비네더라고요. 

박재철  지역색이나 자기 개성에 기초한 주옥같은 뭔가가 있었어요. 광복이 형은 상담을 하는데 철학과 관점이 있고 자기 색깔도 있었어요. 지역마다 사람과 사업의 개성과 특성이 굉장히 강했던 거죠. 그게 잘 어울리면서 서로에게 큰 매력을 느꼈어요. 지금은 지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하면서 약간 그 맛이 떨어졌어요. 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서비스나 사업 측면에서 발전한 건 분명히 맞는데, 현역에서 뛰고 있는 세대들의 저력과 개성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남신  잘 모이긴 하는데 예전처럼 무지개 같은 느낌은 없죠. 예전엔 소박하지만 모이면 풍부해지는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사업으로는 잘 모여요. 한비네는 명품조연을 자임하고 시작했어요. 비정규 운동 실학파, 한비네 잘해온 것 같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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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센터는 어떻게 살아남죠

변정윤  한비네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편하고 좋은 것도 있지만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남신  출범선언문 6대 강령에 그게 들어가 있습니다. 1. 비정규 노동운동의 밀알이 되자. 2. 노동운동의 재기와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 3. 비정규직 문제를 실사구시 정신으로 개선하고 해결하자 4. 연대하고 협력하자 5. 연대운동의 모범을 만들자 6. 열린 네트워크를 지향하자. 이 여섯 가지인데요. 정리가 꽤 잘 되어있는 것 같아요. 패권적이거나 지나치게 이념적이지 않고 무난한 면도 있고.

박재철  이 선언문은 우리 특성을 담은 거예요. 첫 번째는 지금까지 아무도 비정규 운동을 자기 전업적 운동으로 끌고 간 사람이 없었단 말이죠. 그걸 자임하고 밀알이 되어 헌신하자고 하는 자기 각오와 살아온 길이 담겨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실사구시였어요. 지역과 생활에 천착해서 비정규 노동자들과 어울리고 지원하며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고 지역에서 뿌리를 확장하는 것이 독특한 우리 영역이었던 거죠. 세 번째는 서로의 개성과 장점을 포용하고, 그 어떤 것에도 휩쓸리지 않고 상호존중과 신뢰를 철저히 지켜가자는 걸 담았고 현재까지는 한결같이 초심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서는 상당 부분에서 독특한 형태의 비정규 운동의 한 영역을 10년 정도 오면서 만들어낸 거죠. 뭐, 이런 평가를 좀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남신  현재 지자체지원센터들이 한비네 주축이 돼서 활동의 견인차 역할을 했어요. 미조직 노동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 한편에서는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수탁기관의 형해화, 빈껍데기가 되어가는 문제, 그리고 신입 상근자들과 기존 1세대 노동운동과 정당운동을 경험했던 활동가들 사이의 갈등, 의식의 괴리가 심각하다고 느껴지거든요. 두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지자체지원센터가 늘어난 것을 어떻게 보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떤 부분이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보시나요.

조광복  지자체센터가 주가 되는 게 나쁘다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당연한 흐름이라고 봐요. 달도 차면 기울듯이 모든 것은 흥망성쇠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도시산업선교회가 헌신하던 시대가 있고, 민주노총이 공식화되고 나서 그 역할이 다 민주노총으로 넘어갔잖아요. 그렇다고 그 시대를 부정적이었다고 보는 것은 아니잖아요. 민간센터도 중국어로 번역하면 ‘중심’이잖아요. 어느 한 곳에 근거지를 둬서 그 단체가 중심이 된다? 저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미 그런 방식의 역사적 소임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다만 지자체센터도 어느 시점에서 한계가 올 거예요. 민간센터는 전문화된 역량으로 아주 특성화된 쪽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연대 중심은 기존 조직 네트워크로 할 문제라고 봐요. 그것을 민간센터가 전담하는 것도 비현실적이고 전문적이지도 않고, 활동가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라고 봅니다. 민간센터가 더이상 회원단체로 존재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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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어떻게 하죠.

조광복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지역 중심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역할도 다르죠. 할 일이 더 많을걸요.

박재철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다르죠. 이런 때일수록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민간에서 의연하게 지켜야 합니다. 지역공동체적인 비정규 운동을 네트워킹하고, 이 운동이 활동가의 생명력을 가진 운동이 되는 교두보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지자체센터가 확대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였습니다. 지나치게 속도를 내거나 느리지도 않게, 적당한 수준으로 가고 있어요. 오히려 우리가 준비된 것보다 더 빨리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역량이 딸리는 측면이 좀 있지요. 지금부터가 중요한데 지자체센터는 허브 기능과 서비스 기능을 하면서 취약 노동자 당사자 조직을 전략적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걸 하기 위한 핵심 생명력은 위탁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동지들이 전략을 수행하는 활동가라는 자기 정체성을 가져야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끌어온 운동의 성과를 계승하는 방식은 아닐 거라고 보는 겁니다. 

박기옥  지역에서 취약 노동자를 만나려면 공공의 공신력과 재정, 분위기, 그리고 제도도 있어야 돼요. 그러려면 지자체센터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당사자 조직을 어디에 담을 것이냐의 문제인데요. 제도와 조례를 실질적으로 구현되게 하고, 취지에 맞게 돌아가려면 모임이든 뭐가 됐든 있어야 되겠더라고요. 동아리 형태만으로는 안되고 어떤 형식이 울산에 맞는지 고민이에요. 한 축으로는 신규 활동가 두 명이 들어왔는데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 경험이 전혀 없던 친구들이어서, 경험과 성과를 전략으로 가져가기 위한 고민이 현실적으로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한테는 이런 얘기가 소중한 얘기에요. 

경험을 바탕으로 슬기로운 세대 교체

이남신   1세대를 중심으로 한 한비네 운동을 만든 핵심동력이 거기에 있었다고 보는데, 관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자기 가치관과 역량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지자체지원센터들이 늘어나는 흐름은 불가피한 추세고, 조직노동이 하지 못했던 역할을 사각지대에서 더 폭넓게 하고 있다, 이건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우리 내부의 활동가 재생산 문제로 오면 굉장히 곤혹스러워요. 그리고 우리가 그걸 해결할 실력이 안 되기도 하는데, 한비네 운동의 정체성 문제가 생기겠다는 우려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지자체센터 역할을 부정하거나 폄훼하는 것은 경계해야 되고,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 가닥이 잘 잡히지는 않아요.

박기옥  욕심부리지 말고 올해는 이 사람들에게 집중하자, 이들이 기획하고 뭔가를 만들어내서 작은 성과라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거점의 전략 공간이라고 하면 이게 뭔가 이어져야 되는구나, 하는 고민을 던지는 정도로 올해는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저 혼자는 좀 힘들 것 같아요. 한비네 안에서 같이 고민하면 좋겠어요.

박재철  한비네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활동가 세대의 개선이라고 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야 되는데 역동성과 활동성 있는 사업을 젊은 활동가들에게 과감하게 맡겨야 합니다. 사업이 관계를 만들고, 관계가 고민을 만들면서 사람이 성장할 텐데 그렇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원칙적 고민을 좀 해봐야 하고요. 두 번째는 지자체센터 젊은 활동가들 모두가 활동가일 수 없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주류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해요. 우리가 연대를 간절하게 했듯이 그 연대를 어떻게 보장하고 광장을 만들어줄 건지 한비네 선배 활동가들이 책임있게 풀어줘야죠. 그런 고민을, 또는 시도를 하려는 열정을 가진 동지들이 제법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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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신  한비네가 대표자회의와 워크숍을 분리하면서 조금 진일보한 분위기가 만들졌는데 똑부러진 대안, 답을 주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죠. 반농담이긴 하지만 장기집권 의장을 비롯해 1세대 활동가들이 한비네 운동을 상당히 지체시킬 우려도 있어요. 대부분의 센터장들은 활동을 굉장히 잘해요. 이게 강점이자 약점인데 정작 내부 사람들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자기 자리를 비워주면서 일을 완전히 맡기고 있느냐?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평등하고 수평적이지만 분명히 위계가 있다, 그런 부분의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박재철  그 문제는 현실적인 이중성이 있어요. 하나는 센터마다 조건이 모두 다를 텐데 새로운 활동가들이 유입된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아요. 경험을 더 충분히 해야 될 시간이 필요하죠. 그리고 자리를 비워줘야 된다는 형식적인 생각만으로는 해결이 안돼요. 나이와 경력이 얼마나 되느냐가 아니라 우리 지역의 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에 기초해 당사자 조직을 만들어가면서 센터장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해요. 이후 활동을 위한 제2의 근거지를 만들어서 센터장들이 나가줘야 되는 거예요. 이렇게 운동의 확장 전략을 가지고 세대 교체를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변정윤  지자체센터에 들어오는 신입 상근자들의 경우 운동 경험이 있든 없든 좋은 일 하겠다고 들어온 사람들이잖아요. 조직이 실현하려고 하는 조직 가치가 자기와 맞는지, 그동안 해왔던 선배들의 활동이 어떤 것이었는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방향도 같이 잡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요. 돌이켜보면 그런 걸 안 한 것 같아요. 수탁기관으로서 실제로 해야 하는 교육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요즘 코로나로 일상이 많이 바뀌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의 사회,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비정규 운동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가 일깨워준 공존문제

이남신  한비네 전망하고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한비네는 코로나 이후 어떤 역할을 하면서 나가야 할지, 또 코로나 사태로 무엇이 좀 바뀐다고 보는지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하죠. 

조광복  저는 기존의 생산 중심 노동운동은 장기적으로 온당하지도 않고 지속될 수도 없다고 봅니다. 대량생산의 정규직 노동운동은 지구를 착취하고 빼앗아서 쌓아 올린 거고, 노동운동이 거기에 기여하는 거예요. 한비네는 이미 지자체센터가 압도적인 다수인데, 한비네 출범선언문도 초창기에 지자체센터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니었어요. 이 출범선언문 중에 ‘착취받는 민중과 연대하고’라는 문구를 지금 사람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을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민간센터로서 고군분투해서 지역의 현안문제를 모으고 공동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비네는 지자체센터 내부 사업이 전부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한비네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되는 거지? 성명서 내는 게 필요한가? 그런 의문은 앞으로 들 수 있어요. 아마도 한비네의 위상에 관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보이는데요. 지자체센터로 충분하지 않느냐(라는 문제제기) 그런 얘기도 있을 것 같아요.

박기옥  우리 활동이 사람을 만나야 신뢰도 쌓고 이야기도 하는데 사람을 만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질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적정한 거리를 둔다는 것이 쉽지 않아서···. 그게 안 되면 사업 방식도 바뀔 것이고,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공동체적 운동 방향이 어렵다고 하면 지역에서 어떤 전략을 세워야 될지, 그걸 좁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지 현실적인 고민이 들어요. 

박재철  코로나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어서 장기전으로 일상을 대비해야 되는데, 어떤 사업을 대기시켜놓거나 잠시 미뤄놓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될 거라 봅니다. 오히려 지금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지금 당장은 해고 등 일자리 변화에 관심 갖고 지역 노동자들 전반의 현황을 주기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서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그걸 증언할 수 있는 주체를 발굴하고 관계 맺어야 해요. 그래야 코로나 이후에 노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의제를 만들고 법적, 정책적 개선을 요구할 수 있죠. 21대 국회가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코로나를 계기로 새로운 사회 구조를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우리는 그걸 추동하는 운동을 해야죠. 마지막으로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 노동진영이 바꿔야 할 최우선 과제는 고용보험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고용보험은 말만 고용보험이에요. 어떤 이유에서건 실직상태가 되면, 노동자면 누구나 사회적으로 보살피는 사회복지적 고용보험을 적용받아야 해요. 당장 전면적으로 어렵다면, 지금 같은 재난 시기만이라도 시행해야죠. 이를 위해서 대기업의 넘쳐나는 곳간도 풀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도 보태고 참여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거죠. 저는 민주노총이 과감하게 행동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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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만나야 한다

이남신  한비네 동지들과 비정규 운동 최전선에서 헌신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박기옥  한비네는 저한테 고마운 존재입니다. 한비네 워크숍에서 진행한 것 중에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선배 활동가와 신입 활동가의 토크콘서트였어요. 한비네의 역사적 사건이든,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이든, 다른 센터들의 자기 전망이든···. 이런 얘기들을 신규 활동가들에게 들려주고 일상에서 그런 것들을 많이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신규 활동가들이 교환학생들처럼 이틀이든 사흘이든 다른 지역센터에 방문하는 것을 시범적으로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오고 가면 신규 활동가들 사이에서 연대 의식이 쌓일 것이고 우리 센터 전망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런 걸 고민하면 좋겠어요.

조광복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고, 활동가도 사람이죠. 잘 챙기고 그래야 경험도 쌓이죠. 혹여라도 몸 건강 마음 건강하고 싶으면 장수로 오세요. 이종명 동지가 케어를 하고 저는 보조로 뒷바라지하겠습니다. 

박재철  한비네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생각도 유지하고 다른 생각도 하면서 덜 힘들게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후배들도 그런 광장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같이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한비네가 모두 모이기가 어려운데, 우리 센터하고 부천,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모이면 돼요. 안산에 오면 안산 공단 한 바퀴 돌고 안산의 노동 현안을 얘기하고 같이 밥 먹고 술 한잔하면서 친목 다지자고 했어요. 인근에 있는 센터들 교류하고 왕래하는 게 일상적으로 확대되면 좋을 것 같고요. 그걸 제가 먼저 추진해보겠습니다. 가까이서도 만나고 크게도 만나는 그런 조직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변정윤  저도 한비네는 고마운 곳입니다. 많이 배웠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시간 지나면서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몰랐어요. 지금은 한비네도 어떤 변화를 요구받는 시점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슬기롭게 잘 헤쳐나갈 거라고 보고 그 안에 제가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남신  좌담을 하면서 열심히 활동하는 상근활동가들로 2차 좌담을 한 번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다른 측위와 조건에 놓여 있는 젊은 활동가들 중심의 좌담을 하면 전혀 다른 뭔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차 좌담은 그렇게 추진해보고요. 오늘 의미있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한비네 동지들이 보면 영감을 얻고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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