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힘

by 센터 posted Jan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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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힘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캡ss처.JPG

2024년은 내가 만든 다이어리에 일상을 기록하고 계획한다.

2023년 작업 중 가장 공들인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지구를 위한 52주의 여행) 다이어리를 드디어 받았다.

 

12월23일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가는 해를 갈무리하고 오는 해를 맞이하는 하나의 의식처럼 신년 다이어리 구입을 위해 서점을 찾는다. 내 취향을 고려해 다이어리를 고르고 사는 일은 신중하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나에게 종이다이어리는 생활필수품이다. 내 머릿속 지우개는 수시로 작동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적어두지 않으면 휘발되기에 기록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실 휴대폰 앱 다이어리도 편리하게 사용하지만 한 자 한 자 손으로 직접 쓰면서 생각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나름 의미있는 일이다.

 

다이어리에 대한 나의 역사는 꽤나 길다. 계획과 일정을 당연히 적어놓고 일상적 메모 뿐만 아니라 일기도 쓰고 작업노트로 활용된다. 간혹 지난 기록들을 읽다보면 잊고 있던 과거의 내가 생생히 느껴지고 현재의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대견스럽기도 하다. 수많은 선택의 과정 속에 치열히 고민하면서 결정에 대한 책임으로 아픔도 겪으며 한 뼘만큼 성장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기록을 좋아하고 또 기록의 힘을 믿는다. 미래의 나를 위해 오늘의 한 발자국을 또 남겨둔다.

 

상황 또는 사건에 대해 쉽게 일반화시키지 말자!

사람 또는 집단에 대해 쉽게 단정 짓지 말자!

생각 또는 주장에 대해 쉽게 냉소 짓지 말자!

결국 내가 만들어 논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말자!

 

언젠가 내 마음을 움직였던 이 글이 빛바랜 사진처럼 빛을 잃어갈 때 난 또다시 새로운 글로 내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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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위대함을 믿는다.

by 센터 posted Dec 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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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위대함을 믿는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캡처.JPG

 

11월16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임할 수험생들을 위한 부적이다.

담대하게 그리고 침착하게 그래서 아는 문제는 술술 풀고, 찍는 문제마다 정답이기를 기원한다.

 

듣고 또 듣고, 외우고 또 외우고, 풀고 또 풀고 끝이 없는 공부 늘 반복되는 일상 많이 많이 힘들지.

인고의 시간이 값진 합격이 되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승윤아, 어떤 점수가 나오든 너는 올 한해 참 치열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있는 삶이었단다.

혹여 시험에서 실수한다 해도 그것이 곧 삶의 실패가 아니니 담대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마주하자.

승윤아, 어제 이런 말을 했지!

‘아쉬움이 있지만 후회는 없다’ 맞아, 아쉬움이 없는 사람은 없단다.

결핍을 채우면 또 다른 결핍이 오게 마련이지.

그동안 느끼고 채워왔던 결핍의 과정 속에서 너는 엄청나게 성장해 왔단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다 보면 인생이란 게 만들어지더라.

앞으로 영화 같은 너의 인생에 무대에서 결핍을 채우고 또 다른 결핍을 느끼면서 성장해가는 네 모습에

아빠 엄마는 미소를 짓게 되는구나.

멋진 나의 아들 승윤아! ‘너’라는 위대함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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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by 센터 posted Sep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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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PNG

 

2005년 10월 파리 변두리 몽페르메유 지역에서 당시 이 지역 중학생이던 지에드 벤나 Zyed Benna와 부나 트라오레 Bouna Traore 가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해 몸을 피하다가 전력공사 송전소 변압기에 추락해 감전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시위의 도화선이 되었다. 도시 외곽에서 차별과 경제적 빈곤을 안고 살던 이주민을 중심으로 참혹한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 했고, 사진작가 제이알은 이 현장을 카메라로 기록하던 친구를 사진 속에 담았다. 이 작품 속 청년은 20년 후 2019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레 미제라블’의 감독 래드 리 Ladj Ly 다.

 

사진 한가운데 건장한 흑인 청년은 마치 총으로 상대를 겨눈 듯하지만 실제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카메라다. 단지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가 들고 있는 카메라가 무기로 보이게 하는 대중의 인식 기저에는 편향된 미디어가 쏟아내는 잘못된 인식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갇혀 살고 있는지 세계적 사진작가이자 거리예술가 제이알(JR, 41)은 냉정하게 알려준다.

“나의 목표는 언제나 작품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이다 My aim was always to let the work speak for itself .”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의 ‘제이알:크로니클스 JR:CRONICLE ’ 전시장 벽에 적혀 있는 글귀다. 그의 예술관이다. 제이알은 세계 각국을 돌며 가난하고 소외된 도시에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로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거기 개입된 인물들을 모두 편견 없이 귀하게 바라본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대형 벽화 형식에서 뿜어져 나오는 크기의 압도감, 시각적 쾌감 때문인지 세상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메시지에 쉽게 설득당한다.

“나는 예술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장소에 예술을 선보이고 싶다.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엄청난 프로젝트를 벌이고, 그들이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싶다.” 제이알의 질문은 단순하다.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적어도 제이알은 ‘예술은 힘이 세다’고 확신한다. 그는 작업을 통해 전쟁을 멈추고, 국경을 넘으며,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다.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불편했던 감정을 풀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한다.

 

333.PNG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를 기원하는 ‘페이스 투 페이스’ 프로젝트는 다양한 직종의 이스라 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의 대형 초상 사진을 국경 지역 곳곳에 부착한 거리 전시다. 사람들은 각각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얼굴만 봐서는 그들이 어디 출신지를 알 수 없다. 한 인간으로서 서로 닮았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일러줄 뿐이다. 인간으로서 유대감과 함께 장벽의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제이알은 사진 속 모델들에게 이-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두 국가 해결안 (Two-state solution)’과 평화 지지 서한에 서명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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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얼굴

by 센터 posted Jun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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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원본 비정규노동161호 내지web_1.jpg

 

페이지 원본 비정규노동161호 내지web_1.jpg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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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Thank you Banksy

by 센터 posted Apr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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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jpg

Banksy’s ‘Love is in the Air’

 

평균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은 35초! 더 이상 지체하면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만약 들키기라도 하면 바로 철창신세를 질 수밖에 없기에 신출귀몰하게 일을 해치우고 사라져버린다. 불법의 틀에선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은밀하게 나타나 번개처럼 위대한 작품들을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는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 ‘뱅크시Banksy’다. 뱅크시도 태그네임일 뿐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철저히 자신의 얼굴은 물론 신상정보를 숨긴 채 활동하는 정체불명의 거리의 낙서가street graffiti writer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를 “아트 테러리스트” 또 다른 누군가는 “게릴라 예술가”라고 부른다. 사실, 뱅크시는 자신을 ‘예술가’로 불리는 것도 거부한다.

 

유명한 일화로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 등 초대받지도 않은 자신의 그림을 무단으로 살짝 끼워 넣고 잠적하는 도둑 전시를 한 적도 있었다. 미술관의 권력을 무력화시켰다. 이렇듯 사회적 권위를 잘 가지고 노는 그는 어두운 골목이나 더러운 길거리 그리고 낡은 건물 벽을 캔버스 삼아 자본주의 위선을, 제국주의 탐욕을, 상업주의의 허무를 그리고 기득권의 부조리를 쥐, 원숭이, 경찰, 군인, 여왕, 어린이를 등장시켜 이 세상 모든 권력을 조롱한다.

 

몇 해 전 소리소문없이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들어가 곳곳에 반전 메시지를 강하게 전했다. 작년에도 우크라이나 보로디안카에서 전쟁 중 무너진 건물 잔해 외벽에 그려진 벽화로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 평화의 메시지를 남겼다.

 

게릴라처럼 세계의 거리 곳곳을 몰래 찾아가 전쟁, 기아, 난민, 환경, 국가 권력 등 인류가 처해 있는 위기의식을 담은 벽화를 선보여온 그의 작업은 심오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일단 웃긴다. 그리고 슬프다. 세상을 비트는 그의 촌철살인의 낙서와 익살스러운 그림은 웃음과 슬픔 속에 메시지를 동반한다.

뱅크시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예술과 잃어버린 사회적 발언의 통로를 찾아 투쟁에 나선 것이다. 현재 그는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사뭇 그의 다음 테러가 기대된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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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by 센터 posted Feb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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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장애인의해우표1.jpeg

1981년 ‘세계 장애인의 해’ 기념 우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까마득하게 올려다보이는 계단 앞에 있다. 한없이 무력해지고 공포로 다가왔을 테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이동할 권리인 이동권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권리이다. 하지만 장애인에게 계단은 물리적 장벽이다.

장애인은 이동 약자다. 장애인이 원하는 대로 돌아다니지 못하는 사회라면, 장애인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다.

대한민국은 장애인에게 관대한가? 점자 표지판은 드물고, 계단은 많고, 휠체어용 승강기의 잦은 고장으로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저상버스도 아직 부족하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려면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돈이 든다. 애초에 우리 사회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장애인 인권을 위해 사회는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급해야 하나? 우리 사회가 쓰는 비용이 너무 적다. 올해 윤석렬 정부는 장애인 권리 예산 중 0.8%(106억 원)만을 통과시켰다. 저상버스 늘리는 비용은 아끼면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시위를 진압할 때 드는 비용은 아끼지 않는다. 교통공사와 경찰이 휠체어 장애인 탑승을 막기 위해 지하철 4호선과 6호선 지하 환승 구간 좁은 플랫폼에 철제 펜스를 치고 방패를 든 경찰 600여 명을 투입했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장애는 결코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장애를 지니고 태어날 수도 있지만, 사고로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비장애인과 다른 존재로 ‘비인간화’, ‘타자화’하는 것에 무심한 듯하다. ‘장애자’로 부르며 40여 년 전 만든 기념 우표, 그때와 지금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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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시선

by 센터 posted Dec 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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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png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1887-1956), 〈정월 초하루 나들이〉, 1921년, 채색목판화, 38×26㎝, 개인 소장 

 

 

작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가죽 위에 비단을 덧댄 한국 여인들의 신발은 매우 아름다워 장식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조선에 대한 그녀의 친절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그림은 정월 초하루 설날 풍경이다. 흐릿하게 보이는 광화문 너머로 보이는 북악산이 온통 하얗게 얼어붙었다. 해태상 주변 좌판에서 가족들이 고무풍선을 사며 놀고 있다. 예스러운 설빔을 잘 차려입은 젊은 엄마와 함께 나들이 나온 두 아이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조선의 풍경이지만 왠지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그림 〈정월 초하루 나들이〉의 제작 연도는 100년 전인 1921년이다. 독립 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2년 후다. 일제강점기 새해를 맞이하는 광화문이 활기찼을지 몰라도 서대문 형무소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이 차가운 감옥에서 고초를 겪고 있었다. 빼앗긴 들에 봄을 기다리던 때, 나라에 ‘빛’이라고는 찾아보기 암울했던 시대를 상기하면 마냥 어색하게 느껴지는 그림이다.

그림 속 분위기는 풍요롭고 여유롭기만 하니 혹시 조선총독부 선전물은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작품의 화풍도 일본 우키요에 목판화 양식이 깔려있어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그림 속 사람들의 삶이 소소한 기쁨에 젖어 있으며, 그들이 입은 한복 묘사는 기품이 있고 멋스럽다.

아무래도 영국인 키스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식민지 조선의 아픔 따위는 공감하지 못한 듯하다. 그녀에게는 이런 풍경이 지극히 단순한 이국적인 호기심의 대상이었을 뿐. 그래서 어떤 평론가는 “정치성이 배제되어 순수하다.”라고 말한다. 글쎄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다만 시대의 아픔 속에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애잔한 삶이 지속되어 왔음을 느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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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가?

by 센터 posted Oct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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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jpg

올여름 공모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문에서 금상(경기도지사상)을 수상한 〈윤석열차〉다. 작품은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현장에 전시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엄중히 경고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명칭 사용 승인 사항을 위반했다며 승인 취소사유에 해당하고 신속히 관련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라님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얼굴이 전면에 달린 열차가 질주한다. 기관실에는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객실 창밖으론 칼을 휘두르는 검사들이 타고 있다. 그리고 열차를 피해 달아나는 서민들이 보인다. 한 컷의 카툰에 담긴 모습이다. 이 카툰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옹졸한 대응 결과, 오히려 〈윤석열차〉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원래 카툰은 한 컷 만화로서 위트와 유머를 활용한 희화적 그림이다. 카툰 창작의기본 속성 중 하나는 풍자다. 세상에 대한 통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풍자의 주된 대상은 늘 왕이나 정치인과 같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윤석열차〉를 그린 학생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구두를 벗지 않고 의자에 발을 올린 사건’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고등학생의 시선에서 세상을 풍자하고 권력을 비판하고자, 만화 ‘토마스와 친구들’을 패러디하여 우스꽝스럽고 재치있게 묘사한 것이다.

 

이 정도 작품에 문체부가 나서 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을 ‘엄중 경고’ 해야하는가? 실소가 나온다. 권력자의 심기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표현·창작의 자유는 보호되어야 한다. 문체부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나라님 눈치나 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도대체 윤석열 정부의 행정 부처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가?

 

고등학생 작품을 갖고 심사 기준과 선정 과정을 살피겠다느니, 후원 명단에서 이름을 빼겠다느니 난리법석을 떨어댄다.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도 모르게 지나갈 일을 긁어 부스럼 만든 꼴이다.

 

평소 ‘자유’를 입에 달고 다니는 분이 대통령이 되었다. 후보 시절, ‘멸공 챌린지’의 선봉에 서서, “각자가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질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며 챌린지를 지지한 바도 있다. 광복절 경축사 연설에서는 13분 동안 ‘자유’를 33번이나, UN총회 연설에서는 20번이나 외쳤다. 문체부의 ‘엄중 경고’ 조치는 윤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 의지에 반하는 거 아닌가? 질문해 본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사상과 종교, 표현, 창작, 그리고 언론의 자유인 것을···. 윤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단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자유’를 부여하겠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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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 이동/플랫폼 노동 사진 공모전 당선작

by 센터 posted Aug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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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으뜸상_박윤준.jpg

 ▲ 으뜸상 | 박윤준

- 작품명 : 휴식이 필요해요

- 직종 : 택배 노동자

택배 노동자의 70% 이상 분류작업 투입. 8시간 노동에 1시간 휴게 시간이라는 법정 기준은 그림의 떡. 장시간 노동. 과로사 위험. 좀 늦어도 괜찮다는 사회적 인식 전환과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하는 노동 정책 시행이 절실합니다.

 

2.버금상_이철원.jpg

버금상 | 이철원

- 작품명 : 심야 이동 노동자의 겨울나기 

- 직종 : 대리운전기사

추운 겨울밤, 콜을 기다리다 따뜻한 어묵과 컵라면으로 추위를 달랩니다. 잠시 추위는 덮을 뿐 헛헛한 마음까지 녹이지는 못합니다. 누군가는 출근하고 누군가는 퇴근하는 어깨 위로 아침노을만 무심하게 내려앉습니다.

 

3.버금상_이형진.jpg

▲ 버금상 | 이형진

- 작품명 : 날개가 있다면~

- 직종 : 서비스매니저(생활가전 설치 및 A/S) 

제품 무게 55kg. 2인 1조 노동 절실. 과다한 업무와 저임금, 화장실 갈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아 휴식 시간은 꿈에서나 가능. 날개가 있다면 내 노동이 숨을 쉴 수 있을 텐데. 꿈에서라도 날개를 달아 한껏 날아볼 뿐. 

 

4.딸림상_김문성.jpg

 딸림상 | 김문성

- 작품명 : 한 끼 

- 직종 : 배달 노동자

빨리빨리! 경쟁이 생존과 직결되는 사회에서는 밥 먹고 쉬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배달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별점 테러를 당하는 세상. 휴식도 건너뛰고, 끼니마저 건너뛴 채 배달 노동자들은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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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림상 | 김종태

- 작품명 : 노동의 무게와 부피

- 직종 : 퀵서비스

이고 지고 나르는 저 물건의 무게를 측량할 수 있을까요. 건물 형태는 변했지만, 노동자의 삶이 여전하다는 것을 전태일 동지는 알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동자의 삶이 나아진다면 저 짐의 무게를 알 것도 같습니다. 

 

[크기변환]6.딸림상_김창수.jpg

 딸림상 | 김창수

- 작품명 : 이 시간 이후로 배달하단 죽을 것 같다

- 직종 : 배달 노동자

펑펑 눈이 옵니다. 배달비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위험한 곡예를 하다가 문득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에 놀랍니다. 쌓인 눈을 털면서 위험도 함께 털어냅니다. 위험 앞에 누구라도 ‘노동 멈춤!’ 할 수 있는 사회는 언제나 올까요.

 

[크기변환]6.딸림상_오귀자.jpg

▲ 딸림상 | 오귀자

- 작품명 : 어르신 걱정마세요. 우산이 되어드릴게요

- 직종 : 요양보호사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의 대부분은 여성.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가져온 저평가된 노동. 오늘은 누군가에게 우산이 될 수 있지만 언젠가는 누군가의 우산 아래 보호받아야 합니다. 펼친 우산을 접지 않도록 필수 노동에 걸맞게 돌봄 노동이 제대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7.딸림상_임광엽.jpg

딸림상 | 임광엽

- 작품명: 힘내! 거의 다 왔어

- 직종: 배달 노동자

숨차게 계단 오르며 바라보는 시선이 가닿는 곳 어디. 멈출 수 없는 고단한 일상의 노동. 마지막 계단에 다다르면 숨 고를 수 있을까. 모두가 소망하는 일에 치여 허덕이지 않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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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씨의 얼굴도 참 예쁘다

by 센터 posted Jun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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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얼굴.jpg

정은혜 화가가 4년간의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니얼굴〉의 포스터이다. 〈니얼굴〉의 서동일 감독은 은혜 씨의 아버지로서 세상과 소통하려는 딸을 응원하기 위해 처음엔 순수한 기록 차원에서 시작했던 촬영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이 작품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는 우수상을 받았다. 

 

 

다운증후군 발달장애인 은혜 씨는 시각예술 능력자다. 발달 장애 화가들이 그린 그림은 독특한 특징이 있다. 이들은 감정과 기억을 형상으로 표현하는데 뛰어난 재주가 돋보이는 반면 공간 구성이 다소 변칙적이거나 과대 과소 표현이 종종 일어난다. 이들은 한정된 대상에 대한 세밀한 관심을 보이면서 좋아하는 것을 반복해서 그린다. 발달 장애 작가들은 본능적이고 순수하다. 이미지들은 걸러 내지 않은 날 것을 그대로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불완전하기도 하지만 때론 지나친 완전함이 그림에 혼재되어 있다. 이미지는 심미적 쾌감을 준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은혜 씨처럼 얼굴을 그리는 캐리커처 화가는 드물다. 자의든 타의든 다운증후군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때문에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던 은혜 씨는 나름대로 끈질기게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수백 장의 ‘니얼굴’을 그린다. 그저 한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 인정받고자 은혜 씨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작품 ‘니얼굴’이 탄생되었다. 사실, 얼굴은 쉽고도 진부한 듯하지만 난해한 대상이다. 얼굴의 표상은 실질적인 ‘사실’과 함축적인 ‘상징’ 양자 사이에 어디쯤 있다. 이렇듯 인물화는 화가와 모델 그리고 관람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화학 작용에 의해 다층적인 해석과 느낌을 요구한다.

은혜 씨는 “안 예쁜 얼굴은 없다.”라고 말한다. 각자 얼굴이 가진 아름다움을 찾아 개성 있는 얼굴을 그려준다. 다양한 얼굴에서 다양한 감정이 읽힌다. 그림 속 인간이 사뭇 궁금해진다. ‘그는 원래 잘 웃는 따스한 사람일까?’ 작가의 표현력 덕분에 그림 속 주인공과 소통의 거리가 멀지 않다. 그림에 시선이 머무는 이유다. 은혜 씨의 극진한 조형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당당히 증명해 보였다. 은혜 씨의 얼굴도 참 예쁘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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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by 센터 posted Apr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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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jpg

416 세월호 참사를 추념하는 김순미 작가의 작품

 

 

언젠가는 반드시, 전부 밝히도록 하자.

더 이상 아무도 비밀 때문에 괴롭히고 괴로워하지 않는 세상으로 만들자.

비밀 속에서 사람의 목숨이 사라지는 일이 없는 세상으로.

그렇게 맹세하고 있는 ‘누군가’가 여기에도, 저기에도, 곳곳에 있을 것이다.

-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 집〉 

 

 

해마다 봄은 찾아오고 또다시 4월, 피어난 꽃들과 마주한 나는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 한다. 4월은 참 잔인한 달이다. 온통 세상은 하얗게 노랗게 흐드러지게 핀 꽃들로 화사 하기만 하고, 이 아름다움이 4월 16일 그날의 슬픔과 분노마저 잊히게 만들까 야속하고  잔인할 뿐이다. 하지만, 저 하늘에서 다시 꽃처럼 별처럼 아이들이 살고 있을 거라 생각 하면 작은 위안이 된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떠나보낸 후에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불러도 대답은 없고, 보고 싶 어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보고 싶으면 사진을 보고, 만져보고 싶으면 남겨진 흔적을 매 만져보지만 허전함에 온몸 마디마디가 아파온다고•••. 아무리 마음을 달래보지만 공허함 만 느껴질 뿐 정작 이름을 부르고 또 부르며 통곡하고 나서야 겨우 숨이 쉬어진다고•••.  다시금 이런 날이 무수히 반복되고 반복되어서야 결국 가슴 속에 묻을 수 있단다. 세월호 참사는 8년이 지났지만 누가, 왜, 어떻게 이런 통곡의 바다를 초래했는지 여전 히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로 남아있다. 이 비극의 원인과 과정을 돌이켜 분석하고 반성하 는 것은 참사를 정리하는 중요한 절차의 일부분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가장 두려운 것이 ‘망각’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 을까 봐 관심이 사라질까 봐 그것이 가장 무섭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는 지에 따라 이후 우리 사회의 재난 참사와 관련한 법과 제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기 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은 힘이 세니까.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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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진실성

by 센터 posted Feb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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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보.jpg

 

네를 걷는다. 교차로마다 대선 현수막으로 어지럽다. 건물 외벽이나 담벼락에 15명의 대선 후보들이 일렬로 유권자들과 시선을 맞추며 다양한 표정으로 “저를 뽑아주세요!” 호소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포스터의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공약이나 텔레비전 토론, 대중 연설, 네거티브 공격, 그 밖의 여러 활동과 비교하면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에는 힘이 있다. 이미지에는 후보들의 생각이 반영돼 있다. 포스터에 표현된 얼굴과 슬로건이 실제 인물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표심으로 이어진다.

 

이재명 후보는 지나칠 정도로 밝게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표정이 친근하다. 흰 머리카락이 힐끗힐끗 보이는데 그것을 굳이 포토샵으로 다듬지 않았다. 웃을 때 드러날 수밖에 없는 눈가와 이마의 주름, 미간 사이의 세로 주름도 미세한 모공도 그대로 두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이미지 전략이 엿보인다.

 

엷은 미소가 다소 어색해 보이는 윤석열 후보는 얼굴을 매만진 흔적이 보인다. 특히나 헤어 스타일은 마치 이발사가 한껏 ‘후카시’를 넣어 인위적으로 부풀린 티가 난다. 후보의 머리 위에 위치한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란 슬로건은 국민의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도 아닌데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에게는 불편하게 들릴 뿐. 그동안 그의 언행과 행적으로 봐서는 너무나 동떨어진 슬로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상정 후보는 여성 후보라 그런가 정당 후보 중 가장 따뜻한 느낌이다. 근엄이나 권위, 엄격하고는 거리가 멀다. 후보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선한 기운 때문일 것이다. 네 명의 후보 중 자신의 정당 색인 노랑을 배경으로 노출시켜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사실 다른 포스터보다 시선을 더 붙잡는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안철수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견주어 웃음이 가장 인색하다. 아마도 후보의 큰 장점이자 단점은 유순해 보이는 이미지다. 강인한 정치지도자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우유 빛깔 피부톤을 조금 어두운 구릿빛으로, 굳게 다문 입술과 단호한 눈빛은 더욱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과학경제강국’이라는 메시지의 세로쓰기 형식은 엄격하고 원칙적인 분위기로 완벽하게 보수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흐트러짐 없는 이과생의 결의에 찬 모습이다.

 

표정이 다양하다. 미소를 짓든 근엄한 표정을 짓든 문제가 아니다. 소탈한 인상, 부드러운 인상, 지적인 인상, 날카로운 인상 등 포스터 속 표정과 인상의 진실성은 그가 살아온 삶과 그동안 해온 행동, 내뱉은 말이 보증해준다. 선거는 표심을 얻기 위해 각종 전략과 전술, 때로는 권모술수까지 구사하는 치열한 검투장에서 과연 이 ‘왕좌의 게임’에서 승자는 누구일지? 함박웃음을 누가 지을지 궁금해진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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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안녕'

by 센터 posted Dec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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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떠나갔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가 도착했다.

시간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야속하게도 잘도 흘러만 간다.

아침에 찾아온 해는 땅거미 지면 기우는 것처럼 말이다.

한겨울 추위가 물러서면 산들바람에 쉼도 잠시, 곧 무더위가 찾아오고 그러다 어느새 가을 서리가 떨어지면 또다시 혹한의 겨울을 다시 맞이한다.

아이가 태어나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고 점점 늙어간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 역시 같은 과정의 변화를 마주한다.

신세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쉰세대가 되고 새것도 결국 헌것이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헌것은 새것에 밑천이 되고 거름이 되니 해묵은 것 어느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누군가는 여기저기 희망찬 새해에 복을 빌어주는 문자메시지 보내기에 분주하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술집에서 초록색 병을 늘어놓고 한 해를 되돌아보며 새해를 계획하고, 누군가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와 덕담을 나누며 새해 소망을 기원하고, 또 누군가는 새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양념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한가로이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평범한 일상의 하루를 정리한다.

2021년에게 아픈 마음을 토닥이며 ‘위로의 안녕’을 뜨겁게 고하고 애써 슬픔을 감추며 ‘희망의 안녕’을 2022년에게 수줍게 청한다. 2021년을 그리움 속에 묻고 2022년 새로운 ‘시작’이라는 단어의 설렘으로 작은 변화를 기대해 본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영화와 같은 일들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하며 언제나 도전과 기쁨으로 우리의 심장이 뛰기를 소망한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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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격이 아닌 소유격인 나의 삶!

by 센터 posted Oct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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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jpg

 

“너는 누구냐?”

내가 묻는 건지?

네가 묻는 건지?

 

나는 엄마다.

나는 아내다.

나는 딸이다.

나는 며느리다.

나는 누나다.

나는 언니다.

나는 친구다.

그리고

나는 디자이너다.

나는․․․

 

오늘도 ‘나’를 찾는다.

 

점점 누구의 엄마로, 누구의 아내로, 누구의 딸로․․․

주격이 아닌 소유격인 나의 삶!

가족의 성장을 위해 각자 스스로 도모하도록 뒷심을 쓰면서도 그들의 발전 앞에 나의 발전이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는 중년을 맞이하길 원하고 바랐건만, 안타깝게도 가족이란 명제 앞에 자신의 욕망을 아무 후회 없이(?) 내려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그냥 안주하는 중년이 되어가는 듯싶다.

비 오는 수요일․․․

여름이 머문 자리에 가을비가 온다.

구석구석 남아있던 여름의 잔영을 낙엽과 함께 쓸어버리듯 노랗게 빨갛게 타오르던 자작나무도 이제는 이별을 고하려 한다.

수줍게 속살을 살짝 내비치는 나무들의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바람결에 흩어져버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해묵은 다이어리를 정리하듯 부질없는 욕심은 버려야지 하면서 아무것도․․․ 아무것도․․․ 놓지 못한다.

얼마 남지 않은 2021년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길 바라며․․․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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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만세

by 센터 posted Aug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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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만세.jpg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 한 여자가 남자의 품에 거의 안기다시피 기대어 올라간다. 서로 눈빛으로 대화하다 몇 번이나 서슴지 않고 입맞춤을 한다. 민망은 나의 몫! 맞다. 그들의 사랑은 당당하다. 사랑, 그놈의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진리를 이 연인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만의 사랑, 이 판타지가 오래오래 가길 나는 기원한다.

 

메시지로 안부 인사를 전하던 제자와의 반가움이 전화통화로 이어졌다. 그는 학과 공식 커플인 CC로 유명했다. 그래서 그와 연인의 안부를 자연스레 묶어서 물었다. 순간 왠지 모를 나의 물음이 ‘잘못된 질문’이 아닐까 하는 느낌적인 느낌을 찰나에 감지할 수 있었다.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마치 전원이 꺼졌는데 완전히 멈추지 못하고 희미하게 돌아가는 기계처럼 ‘윙’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라디오 디제이가 노래 제목을 읊조리듯 “헤어졌어요.” 하며 애써 웃음으로 흐린다. 지금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위로가 될까 하는 생각에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이별의 홍역을 앓고 있는 제자에게 결국 문자 메시지로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그냥 내 마음 편해지자고.

 

○○아! 이 세상 모든 연인은 자신들이 피운 꽃은 뭔가 특별함이 있어 영원히 지지 않을 거라는 착각을 하지. 사실 그 착각이 무참히 깨졌을 때 상실감과 패배감으로 괴로워하다 자신의 순진함에 위로받고 치유된단다.

언제까지나 영원할 것 같았던 너의 사랑과 너의 전부였던 연인이 이제는 추억 뒤편에서 반짝이고 있다면 너무 아파하지 마. 한때 너의 삶을 따스하고 환하게 비추었던 아름다운 사랑이었으니···.

사랑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시기란다. 누군가는 자신이 피운 꽃이 한 달 만에 질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일 년 만에 오 년 만에 아니 이십 년 만에 질 수도 있지. 과연 영원히 지지 않는 꽃도 있을까? 얼마나 꽃을 피웠던 어떤 꽃을 피웠던 그 무엇도 상관없이 피어난 꽃은 그 자체로 향기롭단다.

그리고 꽃이 졌다고 너의 인생까지 지는 건 절대로 아니다. 너는 또다시 너만의 꽃을 피울 수 있단다.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꽃을 말이야. 세상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지나가고 드러난 빈 곳에는 또 다른 것이 움트기 마련이다. 다시 어떤 것을 피워낼지는 온전히 너의 노력과 선택에 달려있지.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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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함께해야 한다’

by 센터 posted Jun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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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읽기.png

 

인간의 생활, 기업의 생산 활동 등에 있어 인간의 이기심으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그 결과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 대지는 메말라 사막화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거대한 숲은 자연발화로 엄청난 면적이 불타오르고 황폐해지면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은 생존을 위해 인간의 지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잦은 접촉은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은 지구별 생태계를 지키지 못해 벌어진 사태로 지구인들은 반성해야 한다. 바다, 숲, 강물, 동물, 식물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더불어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기후 변화는 곧 기후위기다. 기후 행동은 더이상 늦출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니 더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감염병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마비된 채 한 해를 보냈다. 돌이켜보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고 팬데믹에 맞서 이겨내는 법, 우리 모두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지구인은 더이상 지구가 아프지 않도록 불편하더라도 지구별을 위해 환경을 보살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선명해졌다. 멈추어야 할 것은 멈추고 바꾸어야 할 것은 바꿔야만 한다. 세계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기후 행동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구인들의 다급한 과제이다.바르게, 아름답게, 정의롭게 사는 것은 결국 모두 똑같은 것이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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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

by 센터 posted Apr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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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jpg

 

내 짧은 미국 생활의 경험상 미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종주의는 나쁘다고 동의한다. 본인이 스스로 인종주의자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분명 인종주의자임을 부인하지만 차별이나 혐오 표현을 거리낌 없이 하는 이들을 일상에서 종종 만나게 된다.

미국에서 인종 차별 문제는 흑인 대 백인이라는 대립 구도로써 아시아인의 차별과 혐오는 그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문제였다. 다시 ‘아시아인 혐오’의 등장은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코로나19를 ‘중국 우한바이러스’라 부르면서 대선에서 주요 지지층인 백인 우월주의자를 결집하려는 선동과 일부 언론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중국 탓으로 돌리면서 아시아인 혐오에 부채질했다.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 증오 범죄의 표적이 되어 폭행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길거리, 지하철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일러스트 작가 R. 키쿠오 존슨R. Kikuo Johnson이 그린 4월 5일자 《뉴요커NEWYORKER》의 표지 삽화다. 제목 ‘지연된Delayed’은 모녀 사이로 보이는 아시아계 어린 소녀와 여성이 뉴욕 지하철 플랫폼에서 서로의 손을 꽉 잡고 초조하게 지하철을 기다린다. 엄마는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하고는 전방을 바라보고, 어린 딸은 엄마가 놓치고 있는 다른 주변을 살핀다. 그림을 보는 내내 긴장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경계심과 두려움 사이에 놓인 모녀의 몸짓은 미국 내 아시아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의 공포 속에 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모녀가 안전하게 무사히 집에 도착하기를 기도한다. 

 

세계인권선언의 첫 조항은 ‘모든 인간은 존엄과 권리를 지니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명시하듯 인종 차별은 국제 범죄다. 누구도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위협을 받아선 절대 안 된다. 

너와 나, 우리 모두 존중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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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지는 걸 축하합니다

by 센터 posted Feb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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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jpg

 

 

내가 생일 파티에 관해 이야기하자, 그들은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나는 케이크와 축하 노래, 생일 선물 등을 설명하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 케이크 꽂는 양초의 수도 하나 더 늘어난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이 물었다.

“왜 그렇게 하죠? 축하란 무엇인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하는 건데, 나이를 먹는 것이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나이를 먹는 데는 아무 노력도 들지 않아요. 나이는 그냥 저절로 먹는 겁니다.”

내가 물었다.

“나이 먹는 걸 축하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축하하죠?”

그러자 그들이 대답했다.

“나아지는 걸 축하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

 

- 말로 모건의 책 《무탄트 메시지 : 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중에서

 

어릴 적 생일은 존재 그 자체를 축복받는 날이었다. 젊을 적 생일은 내 청춘이 장미 빛 인생으로 사랑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날이었다. 이제 ‘중년’이란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지금의 생일은 가족의 건강과 신의 지혜로 채워지길 기도한다.

우연히 10년 전 사진을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변해버린 내 모습, 많이 늙었다.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나이 불혹不惑에도 나는 여전히 마음이 흔들리고 딴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제는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나이를 마주했지만 여전히 삶의 무게는 버겁고 존재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흔든다.

그래도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나아지길···. 조금 더 괜찮아지길···.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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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by 센터 posted Oct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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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동물원 가이드맵.jpg



코로나19 이후 생명의 다양성 상실에 대한 반성을요구하는 요즘, 제주도는 아직도 ‘동물원’ 타령을 하고 있으니···. 세계 최초 ‘람사르 습지 도시’로 선정된 조천읍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마을 선흘리에진짜 야생동물을 몰아내고 외래종들로 가득 찬 동물테마파크를 만든다고 하니 어처구니없다.


과연 동물원은 누구를 위한 공간일까? 분명 동물들을 위한 공간이 아닐 것이다. 광활한 땅을 누비며활보해야 할 야생동물들을 울타리에 가둬 놓고 전시하는 방식이 옳은가. 동물원은 인간을 위해 지구상 동물들을 종별로 재구성해 놓은 전시장이자 인간의 학습장일 뿐이다. 인간의 오락이 목적이 되는 동물원은 동물이 관객인 인간을 즐겁게 해주는 대가로 먹이와 거처를 ‘보장’ 받는다. 따라서 그들의 행동반경은 동물원을 벗어날 수 없으며 심지어 종족 생산의 본능조차 계획과 통제 아래 이루어지니 동물에게 동물원은 잔혹하고 우울한 공간일 뿐이다. 인류는 동물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몇 년 전 뉴저지 동물원 와일드 사파리Wild Safari에 간 적이 있다. 내가 기대했던 사파리의 풍경은 TV에서 보아온 ‘동물의 왕국’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자연의 생동감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파리는 도심 속의 자연이지만 역설적으로 동물들이 살아있는 화석처럼 다가왔다. 자연과의 엄격한 차단, 통제와 규칙, 주체가 아닌 객체인 동물원의 동물들이 일률적으로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은 생명의 다양성을 포기하는 것으로 이미 살고 있는 동식물의 생태계를 파괴한다.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코로나19와 비슷한 전염병에 우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 람사르 습지Ramsar wetlands :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습지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람사르협회가 지정, 등록하여 보호하는 습지를 말한다. 람사르협회에서는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따라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징을 가진 곳이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 또는 물새 서식지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 습지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어떻게 늙을 것인가'

by 센터 posted Aug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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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jpg
북촌방향 정독도서관으로 가다 보면 만나는 벽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글쎄•••  마냥 자유롭지 못하다. 
산다는 것, 늙어간다는 의미이다. 
왜 이렇게 ‘늙는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걸까? 
아마도 점점 가까워진 죽음의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아님 사회가 젊음을 찬미하고 늙음의 추함으로 인정하는 분위기 때문일까?
잠시 위로가 되는 건 세상에 모든 생명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서서히 늙는다. 모두 늙어간다는 것이다. 
늙음을 애써 밀어내려하지 말고 부정하기 전에 
‘어떻게 늙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더 진지해져야 한다.
“너희의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의 장벽 앞에 
은교에 대한 사랑을 그저 숨기고 삭혀야만 하는 노시인(이적요)의 
애절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영화 〈은교〉의 대사다.
젊음도 늙음도 누구에 의한 선택이 아니다. 
그냥 자연의 순리일 뿐,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저 시간의 흐름인 것인데 과연 ‘늙었다고’ 하여 사랑을 모르겠는가?
시간이 흐른다하여, 사람이 늙는다하여, 사랑하는 법을 잊어겠는가?
어느새 ‘누구’를 사랑하는지가 아닌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묻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이 윤 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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