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펜스에 몸을 날려 넘어뜨리려고 했다. 목장갑을 낀 손으로 펜스 아랫부분을 들어 올리려고도 했다. 수차례 시도했으나 펜스가 움직이지 않자, 이들은 긴 끈을 펜스 다리부분에 묶었다. 그리곤 줄다리기를 하듯, 십 수명의 조합원들이 끈을 끌어 당겼다. 수차례 시도한 결과 결국 오후 4시 40분쯤 현대카드 사옥쪽 펜스 8개가 차례차례 금속노조 조합원들에 의해 뜯겼다. 펜스를 방어막 삼아 서 있던 경찰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민주노총은 경찰들을 밀고 국회로 나아가지 않고 그 상태로 총파업대회를 이어나갔다. 오후 4시 45분쯤 국회 본회의 논의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은 "최저임금 개악 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자는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개악을 막기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지금 총파업을 펼친다"라며 "이 사태의 책임이 개악안의 국회 환노위 통과를 주도한 집권여당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자는 "지금 국회에서는 최저임금과 관련된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현재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반대발언을 진행하고 있다"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국회 상황을 주시하면서 힘 있는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곤 이들은 오후 5시 14분쯤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사 쪽으로 행진했다.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와 자유한국당사 앞에 선 이들은 당사 건물을 향해 날계란을 던졌다. 경찰이 그물을 설치하긴 했으나, 4층 높이 이상 날아간 계란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계란 세례'로 더러워졌다.
계란 세례가 끝나자마자 '최저임금 개정안 본회의 통과'라는 비보가 전해졌다. 이에 민주노총은 "대통령의 거부권 (요구)부터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하겠다"라고 예고하며 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 “최저임금 줬다 뺐다 국회는 재벌 편인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중공동행동 공동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 등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의 25%(올해 기준 월 39만 3천 원)를 초과하는 정기상여금, 최저임금의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이다. 내년부터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산입범위가 확대돼, 2024년에는 매월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양대노총은 이를 '최저임금삭감법'이라 정의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본회의가 열리기 전인 오후 1시 양대노총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연대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나지현 위원장은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의 특징이 밥을 안 주고 통근 버스가 없다는 것이다"라며 "그래서 노조가 몇 년 동안 '밥은 먹자, 밥값 달라', '통근 버스 없으니 버스비 조금이라도 달라'라고 요구해 식대, 교통비 받아낸다"라고 했다. 나 위원장은 이어 "최소한의 복지비이자 어렵게 얻어낸 식대, 교통비를 뺏어간다고 한다"라며 "노동 현쟁의 여성 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라는 말이냐"라고 울부짖었다.
이 자리에서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환노위가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렸다"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본회의에서 최저임금 개악법안이 통과되면 최저임금위원회는 무용지물이 된다"라며 "한국노총은 노동자위원 자격에서 즉각 사퇴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과 한국노총이 맺은 정책 연대 협약을 전면 무효화하는 등의 투쟁도 계획 중이다"라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도 "개악이 통과될 시, 모든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게 물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11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인 이남신 비정규센터소장은 "임금은 당사자 합의가 굉장히 중요하다"라면서 "국회가 결정한다고 해결이 안 된다. 현장에서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국회가 실마리를 풀 수 없는 문제다"라면서 "정 안 된다면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민주노총도 노사정 기구 불참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도 개정안 통과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사퇴를 이야기했다"라며 "근로자위원들의 최저임금위원회 보이콧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