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가입을 승인해달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 사무실 앞에는 한 사람이 겨우 몸을 누일 만한 작은 농성장이 있다. 현대·기아 등 국산차를 판매하는 대리점 영업사원들이 소속된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 노동조합(이하 판매연대)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가입을 금속노조가 승인을 미루자 지난해 11월29일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조합원을 늘리기 위해 노조가 노력하는 것과 정반대 양상인 것이다.

자동차 영업사원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현대차를 예로 들면, 고객이 차량을 구입할 때 방문하는 ‘지점’은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가, ‘대리점’은 자영업자인 대리점장과 용역계약을 맺은 영업사원이 일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정임금을 받고 판매수당을 추가로 받지만,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기본급 없이 한대 판매당 평균 7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판매량에 따라 수입이 들쭉날쭉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돼있지 않다. 이같은 비정규직 국산 자동차 영업사원은 현대, 기아, 쌍용, 르노삼성 등 전국 자동차 대리점에 2만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15일 <한겨레>와 만난 김선영 판매연대 위원장은 “정규직과 똑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대리점 영업사원들은 처우가 너무 불안정하고, 대리점장의 인격모독도 심각해 노조를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는 2015년 8월 조합원 50명으로 시작해, 한때 500명까지 조합원 숫자가 늘었다. 노조의 요구는 △시장질서 확립 △기본급 쟁취 △4대보험 적용 등이다.

그러나 “노조가 설립되자 현대차 등 자동차업체 쪽에서 조합원 명단을 파악해 대리점주를 통해 탄압을 하기 시작했다”고 노조 쪽은 주장했다. 노조가 대리점을 상대로 교섭요청 공문을 보내자, 대리점은 조합원들과의 계약을 해지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80여명이 해고당했다. 조합원 숫자는 3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회사 쪽만이 아니었다. 원래 독립노조 형태였던 이들은 지난해 5월21일 총회를 열어 금속노조 산하 지회로 조직형태를 변경하기로 결정했지만, 정규직 노조의 반대 탓에 가입승인이 8개월째 미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속노조에 가입해 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회사를 상대로 싸우고 싶다”고 말했지만, 현대차 정규직 영업사원들이 가입돼있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관계자는 “정규직 노조는 대리점의 불법 영업행위(본사가 금지하는 차량 현금할인 등)를 규제하고, 근본적으로는 대리점을 없애달라고 회사에 요구하면서 싸워왔는데 대리점 영업사원과 같은 노조의 조합원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에 대해 “금속노조와 같은 산별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 노조가입 확대의 그릇이 돼야 하는데, 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못 받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판매연대 가입승인 여부는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해왔던 금속노조가 민주노조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20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판매연대의 가입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