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센터 소장이 동네 '똠방'?

by 센터 posted Oct 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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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문종찬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이른바 노동의제는 잘 다뤄지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뭔가를 말하면 차라리 다루지나 말지란 생각이 들곤 한다. 항상 기업 활동을 위한 요소로서 노동문제를 접근하기 때문에 거기엔 정의도 인권도 없다. ‘쥐어짜기가 있을 뿐. 또 대기업의 조직된 노동은 임단협 요구안 같은 그들의 의제가 항상 왜곡되기 일쑤다.

반면 지역 단위의 노동단체 활동과 의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도 되지 못하는 활동으로 치부되어 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비정규노동지금 지역은이란 꼭지는 노동문제를 일상의 문제로 지역화 하는 데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앞선 필자들의 글은 비슷한 일을 하는 나로서도 다시 한 번 내 자신의 활동을 돌아보고, 자칫 푯대를 잃어버리기 쉬운 지역 비정규센터의 활동 방향에 대해서 새삼 생각해 보게 만드는 글이었다. 이 대목에서 걱정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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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노동복지, 네트워크

서울동부비정규노동센터(이하 우리 센터’)2007년 개소를 했다. 이런 결실을 맺기 위해서 2003년부터 지역 사회를 현장으로 하는 노동 중심의 사업과 활동이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유지되는 키워드는 지역, 노동복지, 네트워크로 압축된다. 사실 이 개념을 설명하라고 하면 지금도 버벅거리지만, 당시엔 더 우왕좌왕하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초기에 이런 개념을 어설프지만 정리하고 실험했던 활동가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우리 센터와 지역의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선 성동근로자복지센터의 활동과 사업이 함께 이야기 되어야 한다. 성동근로자복지센터는 20115월 성동구청에서 설치하고 우리 센터가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찌 보면 동일한 일을 하는 단체가 한 동네에 두 개 있는 셈이다. 예산 규모나 지자체와 맺은 협조 관계를 비롯한 외연의 폭이란 면에서는 지자체에서 설치한 성동근로자복지센터에 모든 활동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듯 보인다. 여기에서 우리 센터의 새로운 역할 모색이 깊은 고민일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지자체에서 설치하는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지원센터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전국적으로 특별한 협의나 논의 과정이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마치 매뉴얼이 있는 듯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다. 그것은 종래의 지역노동단체의 경험도 있었겠지만, 바로 우리 센터와 같은 지역비정규센터의 정형화된 사업계획이 직접적인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성동근로자복지센터의 사업계획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의 우리 센터 총회자료집이 그 뼈대를 이룬다. 또한 전국의 지원센터가 설치되는 시점에서는 수탁운영 기관도 그렇고 공무원도 앞서 설치된 지원센터의 사업계획서를 요청한다. 결과적으로 자연스레 전국적으로 비슷한 형태를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성동근로자복지센터의 개소, 이후 우리의 역할은?

우리 센터는 개소 후 연간 78천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 그것도 상근자들이 최저임금도 안 되는 상근비를 감수했기 때문에 그 정도 예산으로 사업을 집행할 수 있었다. 현재 성동근로자복지센터와 같은 서울시 노동복지센터의 연간 예산은 약 3억 원 정도다. 동일한 사업을 하더라도 그 규모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고, 당연히 파급력이나 성과에서 큰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주변의 평가가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 이 대목에서. 성동근로자복지센터의 사업계획은 결국 우리 센터의 사업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성동근로자복지센터로 이전해 가면 더 잘 할 수 있고, 더 많은 성과를 남길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업무 관계는 회의 구조 확보를 통해서 얼마든지 유기적 관계를 가질 수 있기에 활동가 확충이란 측면에서 그 동안 지역 사회를 현장으로 생각하고 같이 일했던 활동가를 상근자로 확충하고, 우리 센터는 별도의 역할 모델을 찾아 더 강화하자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역할 모델을 설정할 것인가? 쉽지 않은 문제가 많이 걸려 있다. 대체적으로 지역사회 노동운동의 중·장기적 전략을 설정하고, 네트워크(자원동원)를 체계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연대의 수준을 높이자는 것인데, 그게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이 길을 찾기 위한 행보라고나 할까. 아무튼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하는데, 이에 앞서 두 가지 고충을 먼저 말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지역이라는 문제다. 우리 센터가 개소할 때 활동 지역으로 설정한 것이 서울의 중구·성동구·광진구·동대문구·중랑구다. 여기 인구가 160만 명이다. 이걸 우리 센터 같은 규모의 단체가 커버를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기초자치단체가 아닌 서울시라는 광역단체 차원의 접근이 꼭 필요한데 이게 우리 센터로서는 감당이 안 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너무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 센터의 회원은 활동 회원 개념이라기보다는 후원 회원 개념이 강했다. 그리고 상근자 두세 명이 그 후원을 받아 활동을 하는 구조였다. 우리 센터가 새로운 역할 모델을 찾아 일을 한다고 해서 기존의 일이 없어지거나 덜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하던 일은 일대로 있고 여기에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 지라 일의 양이 두세 배는 늘어난 것 같다. 그런데 활동 회원이 없다 보니 오로지 상근자에게 과부하가 걸리게 되어 있어 아닌 말로 정신을 못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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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행정을 제기하다

서울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민간위탁을 받기 전까지는 지자체와 대등한 협력 관계였다면, 민간위탁을 받는 순간 갑을 관계가 되더라.’ 그런데 사실 우리 센터는 지자체와 대등한 협력 관계는 고사하고 무시하거나 경계하는 관계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에서 설치하는 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게 된 것이다. 서로 길들여지지 않은 관계라고나 할까? 그러할지라도 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한다는 것은 노동복지와 지자체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실험하고 제안하는, 행정에 개입하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역으로 우리가 지자체의 노동행정·정책을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물이 지방선거 직전에 열었던 연속 토론회 지방정부의 노동행정·노동정책 확충방안 모색이었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토론회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서울시 차원의 토론회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이게 우리 센터의 역량으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토론회에서 우리 센터가 부각된 거 같지도 않다. 발표자로는 나갔지만 성동구청이 이 사실을 알기나 할까? 글쎄, 잘 모르겠다.

서울엔 4개의 노동복지센터가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4개의 수탁 기관이 있다. 그런데 전혀 존재감이 없다. 이렇게 가서는 문제가 있다. 4개 노동복지센터 상근자들이 시청과 구청의 업무 지시를 받는 계약직 직원이 안 되게 하려면, 아니 서울시 노동복지센터를 요구했던 원래 취지를 살리려면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비롯한 노동단체(수탁 기관)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제 두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그 첫 번째는 서울시 차원의 노동단체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모였던 단체와 개인들이 서울 노동인권-노동복지 네트워크란 이름으로 이후 서울 지역 사업을 제안·준비하고 있고,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제대로 설치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가 최종 목표는 아니다. 서울 지역의 노동단체 네트워크가 안정화 되는 것, 그것이 우리 센터가 지향하는 역할 모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두 번째는 성동근로자복지센터의 기획 사업을 제도화 하는 것. 우리는 돌봄노동자를 위한 스트레칭 교실을 매년 상하반기로 나누어 2년 동안 해 왔고, 인쇄편집 디자이너를 위한 기술 교육을 3년 째 시행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 건강권을 중심으로 지역 노동조합과 함께 3년 째 지속하는 사업이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현장과 노동자들에게 어떤 변화와 도움을 주었는지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를 개발한 뒤 이를 토대로 좀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화 방안을 만들어 성동구청에 제기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직과 운동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일들은 이전 우리 센터의 사업계획에는 구체화 시킬 수 없었던 일들인데, 새로운 환경에서는 해야 하는 일들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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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똠방이 돼서 노동을 이야기하다

좀 거창하고 거친 말이기는 하지만 자본 중심, 이윤 중심의 사회에서 사람 중심의 사회로 변화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그 노동자에게 위해가 된다면 그런 요소는 제거되어야 한다. 또한 노동문제가 사업장이나 특별한 경우에 한정될 게 아니라 일상의 문제로 논의되어야 한다. 이게 노동인권 감수성이라고 생각한다.

꼭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우리 센터는 노동이 지역 사회에서 특별한 의제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지역 사회가 갖고 있는 갖가지 현안을 함께 풀어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풀뿌리 주민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단체와도 관계를 잘 맺어 폭넓고 튼튼한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급기야 풀뿌리단체 네트워크의 상임대표를 맡게 되었다.

우선 얼굴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양한 방식으로 자주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나갔다. 젊은 활동가들을 동네 사랑방에 초대해서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해 먹였다. 시민사회단체 젊은 활동가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젊은 간부들까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모임으로 진화했다. 투쟁사업장에 연대하는 건 어려운 일 당한 친구 찾아가듯 자연스러워졌고, 노동조합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지역의 각종 행사는 친구가 하는 행사를 축하하고 힘 보태주듯 함께 참여하는 자리가 되었다.

모든 현안과 정보를 모으고 공유하였다. 여기엔 당연히 노동의제 혹은 정치적 의제도 포함된다. 몰라서 연대를 못 하지 알면 방법이 생긴다. 지역의 각 단체가 뭘 잘하는지, 언제 하는지가 파악되고 종합되면 연결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건 얼마든지 해 낼 수 있다.

혼자서는 못하는 일도 지역의 공동 목표가 되면 가능하다. 예를 들면 10월에 협동조합으로 치과 병원을 개원한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만나고, 일상의 다양한 모임으로 조직할 수 있는 큰 틀이 하나 생긴 것이다. 물론 이것이 노동조합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하나, 내년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 공제조합이다.

의료민영화반대 운동은 서울에서 구 단위의 독자적인 집회와 행진을 만들었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성동근로자복지센터가 설치되고 활동가가 확충되면서 우리 센터는 지역연대 구축에 더 많은 시간과 힘을 할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있다면 다음 선거 때 출마할거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는 것.

 

노동의 지역 전략과 대기업 노동조합의 역할을 모색하다

지역 사회의 연대 활동에 그 지역 대기업의 참여가 어려운 것은 대부분의 지역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다못해 지구 협의회 참여도 그러하니. 대기업 노동조합이 지역 사회에 관계를 맺는 것도 지역 행사에 후원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런 관계는 썩 좋질 않다. 지역 사회와 관계를 잘 맺는 노동조합의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계획을 가지고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협력적 관계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른바 노동의 전략 회의와 대기업 노동조합의 경우엔 성동근로자복지센터를 매개로 지방정부와의 관계 및 역할 모델 찾기가 현재 진행형인 구상이다. 앞으로도 석 달 정도는 더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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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똠방이 되면 안 되는데

똠방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는 없다. 허풍과 허세를 상징하는 부정적인 단어로 사용된다고 한다. 나는 지원센터가 생기면서 항상 이원적 구조를 이야기 했다. 이는 당면한 우리 센터의 구체적인 고민이기도 했다. 우리 센터가 새로운 역할 모델을 찾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논의 구조가 많이 깨졌다는 것이다.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이 쇠락하면서 각자 도생의 길을 찾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 뛰고 있지만, 실제 기반이 약한 공중전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 또한 있다. 이거 진짜 똠방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 센터와 우리 지역을 이야기 하는 데는 성동근로자복지센터의 활동과 사업이 함께 이야기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랑할 만한 일도 많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재미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지역비정규센터로서 지역사회 노동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우리 성동근로자복지센터 상근자들이 이 글을 보고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따로 소개하는 기회가 있으리라.

원고 마감일을 훌쩍 넘기고도 새까맣게 까먹고 있다가는 다음 약속에 쫓기면서 부랴부랴 쓰는 글이 독자들에게 폐가 되질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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