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위탁센터 모델의 현재와 미래_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

by 센터 posted Aug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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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철 센터 정책연구위원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이하 위탁광주센터, http://www.gjci-tybg.org)는 광주비정규직센터(이하 민간광주센터, http://www.kjbi-junggu.net)가 광주광역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와 성동근로자복지센터와 더불어 지역에 뿌리 내린 민간센터가 지자체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센터 중 하나다. 따라서 앞서 소개한 지역 비정규센터들이 여전히 다양한 실험을 통해 지역에 맞는 센터의 색깔을 찾아가는 단계에 있다면 이 세 센터들은 오랫동안 민간센터 형태로 지역 비정규 노동 운동을 주도하면서 형성된 지역 내 사회적-정치적 자산 위에 지난 4~5년간의 위탁센터 운영 경험이 더해져, 위탁센터의 활동모형(Template)을 제시하는 모델 센터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인근 지역에서 신규 위탁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 광주센터를 방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명등룡 센터장 역시 지난 8년간의 지역 비정규 운동 경험과 지자체와의 관계 설정 등 위탁센터 운영 노하우를 한비네(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워크숍 등의 공간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광주센터의 여러 가지 성과에 대해서는 다른 공간을 통해서도 많이 다뤄진 만큼, 이 글에서는 2015년 11월 명 센터장과 가진 인터뷰를 바탕으로 모델 센터 중의 하나인 광주센터가 걸어온 길과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비판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위탁센터 운영 및 지역 비정규 노동 운동 내 역할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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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 개소식(@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


위탁센터로서의 성장


명등룡 센터장은 기아자동차, 대우전자 그리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사내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및 조직화 투쟁 경험을 가지고 있는 현장 활동가 출신이다. 그의 현장 활동 경험은 개별 사업장 수준에서 조직되는 투쟁을 넘어, 지역 시민 사회 운동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역 비정규 운동의 구심점에 대한 갈증을 낳았다. 이는 2006년 민간광주센터 개소, 그리고 현재 위탁광주센터 운영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명 센터장은 비정규 노동 운동에 있어 비정규센터의 역할은 조직화를 직접적으로 이끌기 보다는 연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지역 언론을 통해 지지 여론을 형성하는 등 현장 활동가나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 활동을 ‘지원’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민간광주센터는 2006년 설립 이후 후원금 중심의 제한된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2009년 ‘광주청소년인권네트워크’ 결성, 2013년 ‘광주지역비정규직연대회의’ 구성을 주도한 데 이어서 현재 위탁광주센터의 제도적 근거가 된 「광주광역시 비정규직근로자 권리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이끌어 내는 데도 큰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 내 비정규 노동 운동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후 민간광주센터는 자연스럽게 조례에 의해 추진된 비정규직지원센터 공모사업 위탁사업자로 선정되어 2014년부터 위탁광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후 위탁광주센터는 안정적인 사업비 예산을 바탕으로 청소년 노동 인권 사업 등 기존에 민간광주센터에서 해오던 사업들을 체계화-제도화, 교육 및 상담 사업의 다변화-세분화, 그리고 언론과 토론회를 통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작업 조건에 대한 공론화-특히, 2015년 비정규직 노동 상담 사례 발표는 지역 언론뿐만 아니라 전국 언론을 통해 이슈화 되었다-를 함으로써 노동 운동 내에서도 주변화되었던 비정규 노동 운동을 대중화시키는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위탁센터로서의 안정적인 사업비 예산, 명등룡 센터장이나 정찬호 대외지원협력국장 등 상근자들의 비정규 문제에 대한 전문성과 지역 내에서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내적 역량, 끝으로 노동 운동에 호의적인 지자체장의 성향이라는 환경변수가 성공적으로 화학결합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서비스 공급자 모델의 한계 vs 새로운 비정규 운동의 영역 개척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위탁광주센터는 성공적인 위탁센터 모델로 안착했고, 높아진 대외적 위상과 함께 내적으로도 상근자를 4명에서 6명까지 늘리는 등 성장을 계속해 가고 있다.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위탁광주센터를 담당하는 광주시의 사회통합본부 소속 공무원들과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생산적인 협업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장기 종합계획 등 시의 비정규직 노동 정책에 대한 자문을 센터의 영역으로 끌어안기도 했다.


하지만 지자체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비정규 노동 운동의 간접적인 지원에 머무르는 활동 방향은 위탁광주센터의 정체성을 취약계층에 대한 노동 시장 서비스 공급자로 축소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낳고 있다. 실제, 노원노동복지센터의 경비 노동자 조직화나 청주노동인권센터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조직화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상담이나 실태조사와 같은 일상적 업무 영역을 조직화로 확장시킨 사례라든지, 안산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처럼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의 생활 문화 공동체 형성과 사회적 교섭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사례가 위탁광주센터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대로, 운동 및 변혁 지향적 캠페인이나 교육은 민간광주센터나 광주노동자교육센터 등 지역 NGO노동단체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분업은 지자체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지 않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인적-재정 자원이 계속해서 위탁센터 운영에 집중되고 있는 상태에서 지역사회단체와 결합한 새로운 노동 운동의 주체로서 기대를 모았던 비정규직 센터의 독특한 색깔이 위탁운영과 함께 퇴색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우려 역시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탁센터라는 위치가 주는 지속성과 상징성을 통해 가능해진 시의원 등 지역 정치권을 경유하는 영향력 행사와 지자체의 노동 시장 정책 수립 참여 등을 통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접근은 그간 사용자 단체나 정규직 노조가 독점했던 제도권 영역에서의 정치적 투쟁 공간을 비정규 노동 운동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전략과 전술 구사를 통해 문제해결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최근 최저 임금 인상이나 이민법 개정 투쟁에서 제도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미국의 노동자센터를 연상케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명 센터장 역시 인정했듯이, 민간광주센터의 역량 회복이 짝을 이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탁센터의 역할, 지역 비정규 노동 운동 지원과 확장


명 센터장이 보는 지자체 위탁센터의 역할은 ‘지역 비정규 노동 운동 지원과 확장’이라는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운동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명 센터장은 위탁센터와 그 구성원들이 운동 외부의 행위자들과 끊임없이 협상하고 경쟁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연합할 수 있는 유연성과 정치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 연장선에서, 한비네가 내부적으로는 각 위탁센터들이 그러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경험과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면서 새로운 운동성을 모색할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 외부적으로는 지자체와 기업들, 그리고 기존의 정규직 중심 노조를 견제하면서 비정규 노동 운동 이슈들을 다양한 정책의제로 확장하는 압력단체로서 기능하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현재 광주센터는 앞서 지적한 민간센터의 약화 이외에도, 당장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 중심 채용으로 인해 젊은 활동가 육성이 부진한 점,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광주노동자센터와 활동영역이 상당히 겹치는 등 여러 가지 풀어야 할 숙제를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지자체 위탁센터라는 새로운 활동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민간 및 위탁광주센터 구성원들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광주센터의 지역사업과 활동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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