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출범선언문

by 센터 posted Apr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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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비네출범.JPG

2012년 11월 29일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진행한 한비네 출범총회


비정규공화국. 1,000만 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상적인 고용 불안과 차별에 신음하는 나라. 재벌공화국. 10대 재벌의 총매출액이 국내총생산의 77%에 달하는 나라. 양극화공화국. 정규/비정규, 대기업/중소기업, 남성/여성, 청년/노년/중장년, 내국인/이주민 등 빈부 격차 심화와 맞물린 다양한 양극화로 고통받는 나라. 1997년 외환 위기를 분기점으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압도적 영향 아래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개미지옥이 된 한국 사회의 오늘을 보자. OECD 자살률 1위, 저출산율 1위, 청소년 흡연율 1위, 독주 소비량 1위. 이것이 바로 2012년 ‘대한한국’의 민낯이다.


한마디로 자본독재 시대다. 작고한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한탄하지 않았던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공공연히 앞세운 이명박 정부 들어 사회적 약자의 처지는 더욱 열악해지고 빈궁해졌다. 여기에다 대공황 전조에 가까운 세계 경제 위기가 시시각각 전 세계 노동자 민중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뒤틀린 한국 사회의 모순을 정조준해서 바로잡아야 할 노동운동과 진보정치가 초유의 위기에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노동자 계급의 단결과 연대의 기운이 여느 때보다 약화된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전국 각지에서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23명의 희생자를 가슴에 안고 눈물겨운 투쟁을 이어온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이 끝장 단식 끝에 쓰러지자 세 명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가 평택공장 앞 송전철탑에 올랐다.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에선 두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고공에 집을 짓고 거대 자본에 맞선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성기업 홍종인 지회장도 민주노조 말살 음모에 맞서 아산공장 앞 굴다리 위에서 아슬아슬한 텐트 고공농성 중이다. 이미 8년 넘게 투쟁해온 시그네틱스와 7년을 훌쩍 넘긴 코오롱, 6년째 투쟁 중인 콜트콜텍은 또 어떤가. 1,800일을 기어코 넘긴 채 거리 농성 투쟁을 이어온 학습지 재능 교사들의 투쟁도 결정적인 매듭을 짓지 못한 채 초장기로 흘러가고 있다. 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이고 모두 생존의 벼랑 끝에 매달린 채 자본독재에 맞선 절박한 싸움을 매일 벌이고 있다.


이런 엄혹한 정세 아래 전국 각 지역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갖은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비정규 운동에 헌신해온 노동단체들이 오늘 모였다. 우리는 지역과 현장에서 노동자 민중과 애환을 나누며 활동해왔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하면서 실질적인 문제 개선과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도로 힘써왔다. 누구나 위기를 말하는 오늘, 새로운 희망의 한줄기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를 우직하게 실행해온 비정규 노동단체의 내일에 있다고 감히 믿는다. 역량은 부족하지만 포부와 바람은 크고 깊다. 뿌리가 건강하고 튼튼해야 나무가 잘 자란다. 우리는 빈사 상태에 빠진 노동운동을 되살리는 잔뿌리가 되어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추상적 담론을 뛰어넘어 실사구시적인 관점으로 비정규직 문제 개선과 해결 사례가 우후죽순으로 솟아날 수 있도록 공동사업을 모색할 것이다. 시작하면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실례를 쌓아갈 것이다.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착취받지 않는, 자본주의를 극복한 대안 사회의 상을 소박한 수준에서부터 현실로 만들어갈 것이다.


비정규 노동운동의 명품조연을 자처하는 우리는 의기투합하여 오늘 멋진 영화 제작에 들어간다. 몇 편까지 이어질진 알 수 없지만, 썩 잘 만든 영화가 나올 때까진 고투를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가슴 벅찬 영화 한 편이 상영되는 그 날, 노동운동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 뒤 쨍쨍한 빛살이 대지를 비출 것이다. 노동자 계급이 이 사회의 주인이 될 날을 확신하는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는 오늘 소중한 한 걸음을 내디디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강력하고 건강하게 도약해야 할 비정규 노동운동의 밀알이 된다.

하나, 우리는 한국 사회 변혁의 기치 아래 노동운동의 재기와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나, 우리는 비정규직 문제를 실사구시 정신으로 개선하고 해결하는데 앞장선다.

하나, 우리는 이 땅의 모든 억압받고 착취받는 민중과 연대하고 협력한다.

하나, 우리는 화합하고 단결하여 사업장과 지역을 넘어선 연대운동의 모범을 만들어나간다.

하나, 우리는 비정규직 관련 개인과 단체를 최대한 아우를 수 있도록 열린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2012년 11월 29일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출범총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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