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운동과 지역 운동의 이상적인 결합을 향해_노원노동복지센터

by 센터 posted Jun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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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철 센터 정책연구위원



지난해 9월 노원노동복지센터(이하 노원센터)를 이끌고 있는 안성식 센터장과 지난 4년간 센터가 걸어온 길과 현황, 향후 계획 그리고 한비네의 역할에 대해서 두 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시 한 번 귀한 시간을 내준 센터장님께 감사하며, 인터뷰 내용 및 기존 문서 자료를 바탕으로 노원센터 모델의 특징 및 비정규센터 운동의 함의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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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노동복지센터 북카페(@노원노동복지센터)


지역과 함께하는, 문턱을 낮춘 센터


노원센터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맺은 정책 협약 사업에 근거해 설립됐다. 애초 계획은 2012년에 1단계로 15개 자치구에 센터를 설립한 후 2014년까지 서울시 전체 자치구로 설치를 확대하고 지원 예산 역시 75억 원으로 증액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구로, 서대문, 성동 근로자복지센터에 이어 2012년 6월에 노원센터 설립을 끝으로 더 이상 자치구별 노동센터는 설립되지 못하다가 2015년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설립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운영 중인 서울시 네 개 자치구 노동복지센터들의 사업 성과는 해당 지역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및 처우 개선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다른 자치구로의 사업 확대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치구 센터가 가져야 할 역할과 정체성에 대해서 여전히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지난 4년간 노원센터가 보여준 운영 방식과 성과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노원센터는 7호선 마들역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 역사 안이라는 독특한 위치뿐만 아니라 내부 분위기 역시 다른 센터들과 사뭇 달랐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눈에 띈 건, 상당한 규모의 북카페와 그 안에서 편하게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그 맞은편에는 시민노동법률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열리는 세미나실이 있고, 상근자들이 근무하는 센터 사무실은 가장 안쪽에, 상대적으로 협소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 센터들이 문턱을 낮추고 지역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들었지만, 이런 독특한 공간 구성과 그 공간을 지역 주민들이 상시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노원센터가 공공복지센터로서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노동법률학교, 산업재해법률학교, 인권인문학학교 등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문화 복지 프로그램도 높은 참여율 속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안 센터장은 노원 지역이 다른 자치구와 비교했을 때 접근성이 좋고 주거 인구 비율이 높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활동하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역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가 높아 노원센터가 공공의 성격을 지닌 노동복지시설로서 지역에서 빠르게 자리 잡는데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지역 시민단체들이 지역 내 다양한 노동이슈 해결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지역 노동 시민 사업에 전문성을 실어 줄 수 있는 노원센터가 설립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연대사업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다. 노원센터 역시 설립 초기부터 운영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지역단체대표들을 포함시킴으로써 지역 사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사업 연계를 통해 지역노동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에는 노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노조, 빈민단체의 상시적인 투쟁연대체인 ‘노원공동행동’을 만드는데 참여하여 지역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안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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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노동법률학교(@노원노동복지센터)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에 적극적


노원센터 활동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지역 사회 연대를 바탕으로 교육 및 복지 사업뿐만 아니라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노조 조직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병행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지자체 센터가 조직화 사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노원센터의 전임, 그리고 현 센터장은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 및 생활 조건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방법이 조직화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 기반을 다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것은 노원센터에서 활동하기 이전에 지역일반노조에서 활동했던 안 센터장의 경력과도 관련이 있지만, 구체적인 조직화 전략은 전통적인 것과는 구별되었다. 

“지역에 있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역량이 부족해서 조직까지는 못해도 최소한 이 사람들이 서로 얘기할 수 있는 인적네트워크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아까 전화한 경비원처럼, 이제 그분들도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거든요.”

결과로서의 조직화 보다는 과정으로서의 조직화, 즉 실태조사•캠페인을 통한 여론 형성•집중적인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통한 주체화•당사자 모임 조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조직화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서 지역 사회 운동과 결합하게 된다. 그 결과 지역을 넘어선 노동의제에도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게 아파트 경비원 조직화 사업이었다. 교육 및 상담사업과 연계된 조직화 사업은 취약계층 노동자들에게 센터의 문턱을 낮추는데 기여했고,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센터’라는 인식은 아파트 경비원에 이어서 학교급식조리원, 그리고 지하철 시설노동자들 조직사업을 추진할 때 중요한 사회적 자원으로 작용했다. 지역단체네트워크는 실태조사가 필요한 취약 노동자 그룹을 확인하고, 당사자들의 연락망을 구축하고, 규탄대회 등의 캠페인을 조직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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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 노동자 해고 대책 마련 기자 회견(@노원노동복지센터)


지자체 위탁센터의 정체성과 역할


이러한 조직화 사업의 성과에 대해 안 센터장은 조직화 이후 오히려 노조라는 틀이 노동자들이 지역 사회로 결합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노조는 지역 사회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지, 더 근본적으로 전략조직화와 같은 접근이 유효한 모델인지 등이 센터 구성원과 지역 활동가들에게 더 큰 숙제를 던져주었다고 설명했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노원센터를 비롯해 여러 지역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희망연대노조가 조직화하는데 성공한 티브로드 노조가 단체 협상에서 지역연대공헌기금을 만들기로 한 것은 아마도 이러한 건강한 고민이 가져온 성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노원센터가 지역 운동과 조직화 운동의 접점을 계속해서 실험하면서 다른 센터들에 비해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 센터장도 인정했듯이 이는 시민사회 활성화, 지자체장의 정치적 성향, 활발한 지역 언론 등 활동에 우호적인 노원구의 조건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 따라서 노원 지역의 특성을 다른 자치구 센터 혹은 지역위탁센터로 일반화시키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전국 각지에서 지역 비정규센터 설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센터들이 최소한의 공통분모로 가져가야 할 사업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공통의 정체성을 공유해야 한다면 그 중심은 노동 관련 사업이 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지역 공공복지사업이 되어야 하는지 등 지자체 위탁센터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서 여전히 다양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질문의 답은 둘 가운데 하나 중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 둘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찾아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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