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에 가다_운영위원들의 헌신과 열정이 센터의 힘

by 센터 posted Mar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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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노성철 센터 정책연구위원



편집자주 : 작년 9~10월에 걸쳐,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이하 한비네) 조직 진단 사업의 일환으로 15곳의 지역 비정규 센터들을 1차로 방문해 센터장과 상근 활동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각 센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지역 활동가 입장에서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이들의 인간적인 면도 엿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많은 분들이 한비네의 틀 안에서 각 센터들이 고유한 운영 형태와 가치를 유지하면서, 서로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상보적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번 호부터 연재할 인터뷰 글들이 한비네의 건강한 다양성에 대한 토론을 더욱 활성화 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노동 인권 교육


지난 2015년 9월 천안에 위치한 충남비정규직지원센터(이하 충남센터)를 방문해 김민호 상임대표님을 만났습니다. 충남센터의 청소년 및 대학생 노동 인권 사업 활동은 지난 2011년 ‘알아두면 힘이 되는 알바수첩(이하 알바수첩)’ 발간을 계기로 천안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충남센터는 꾸준하게 충남지역 알바 실태 설문조사, 지역 중·고등학교들을 찾아가는 노동 인권 및 권리 찾기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고, 알바수첩 역시 매년 개정과 증보 작업을 거쳐 작년 말에는 충남교육청과 함께 노동 인권 수첩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충남지역 알바,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 교육 및 증진 사업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지역의 알바노조와 돌봄노조 설립에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지역-알바수첩.jpg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지자체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 NGO센터로서 이렇게 일회성이 아닌 장기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 특히 궁금했습니다. 아울러 비정규 센터장들 중에서 가장 젊은 층에 속하는 김민호 상임대표님의 지역 비정규 센터 운동 및 한비네의 발전 방향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었습니다.


사회운동가형 노무사의 길에 들어선 김민호 대표


충남센터는 천안시 두정동,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외부에 사전 일정이 있었던 대표님을 기다리면서 충남센터를 잠시 둘러볼 시간이 있었는데, 깔끔하게 정돈된 사무실과 서가를 채우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도서들이 여느 센터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센터 인근 족발집에서 소맥을 곁들여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충남센터가 사용자를 위한 사건을 수임하지 않는 노무법인 참터의 충청지사 사무실이기도 하고, 대표님이 참터의 충청지사 노무사를 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위한 예습이 부족했음을 자책하면서 참터 충청지사가 충남센터에 참여하게 된 과정 그리고 센터의 상임대표를 맡게 된 과정을 여쭤봤습니다.

“학생 운동 조금하다가 사회 나와서 정당 상근 활동 약간 하다가, 조광복 노무사님이 계시는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에 입사했어요. 참터에서 노무사 자격증을 땄는데, 조광복 노무사님이 노동 인권 활동을 하려고 청주로 옮기시면서 제가 충청지사를 맡게 되었어요. 그러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통해서 노동 인권 활동을 접하게 되었는데, 개인 노무사의 한계를 좀 느꼈어요. 그러던 차에 지역에서 비정규센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참터 충청지사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대표님은 현재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그리고 반올림 지원 노무사를 겸임하고 있는데, 2008년에 함께 사무실을 쓰던 노동자 건강권 단체 전단지를 우연히 본 게 그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이후에 적극적으로 결합한 고 박지연 씨, 고 김주현 씨 투쟁은 자연스럽게 노동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안적인 지역 활동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삼성전자 사업장으로 많은 고등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나가고 취업을 하는 지역의 특수성 속에서 충남센터의 청소년 노동 인권 사업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의 선배 노무사이자 청주노동인권센터를 거쳐 현재는 음성노동인권센터에 계시는 조광복 노무사님이 개인적인, 그리고 센터 활동의롤모델이 되었고, 사회운동가형 노무사의 길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셨다고 합니다.

지역-김민호.jpg


운영위원들의 헌신과 열정이 큰 힘


충남센터가 타 지역 위탁센터 못지않게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비결 중 하나는 적극적으로 사업 실행에 결합하고 있는 운영위원들의 존재였습니다. 다른 센터들의 경우 운영위원회가 주로 지역 명사들 위주로 구성되는 의결 및 감사기구에 그치는 반면, 충남센터는 8명의 운영위원들이 자발적으로 퇴근시간 이후나 주말에 거리 캠페인, 노동 인권 교육, 노동 실태조사 같은 사업을 도맡아 하는 집행의 기능을 겸하고 있었습니다. 2011년 알바수첩을 처음으로 발간했을 때는 각 운영위원들이 돈을 추렴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몇 년 동안 1~2주에 한 번씩 직접 학교와 중심 상권을 찾아다니면서 찾아가는 노동 상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수첩을 배포하고 실태조사를 할 정도로, 운영위원들의 자발적 활동과 희생이 센터를 지탱해 오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언론에 의해 조명을 받고 지역에서 조금씩 인정을 받으면서 후원인 수가 늘어났습니다. 동시에 충남노사민정협의회나 충남교육청으로부터 노동 인권 프로젝트 및 교육을 의뢰 받아 수행하면서 재정을 마련하고, 이는 다시 공익 활동의 폭을 넓히고 지역의 노동 현안에 대한 협력과 연대사업을 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마침, 청년 및 청소년 노동 인권이 지역 정치권의 주요 정책의제로 떠오른 것도 센터 발전에 한 몫을 했습니다.


지역에 뿌리내린 활동가 찾기 어려워


여전히 센터 활동의 많은 부분을 운영위원들의 헌신과 열정에 의지하고 있지만, 충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설립에 앞장서고, 지역의 알바노조 및 돌봄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들이 가져다주는 성취감이 센터를 중심으로 한 그들의 결속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즉, 센터가 노동 운동 또는 진보정당 운동 경험이 있는 운영위원들에게 각자 경제 활동을 하면서도 계속 지역 운동을 해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충남센터가 밟아온 단계를 되돌아보면서 김민호 대표님은 지역 노동 운동의 중요성과 자발성의 가치에 대해 수차례 언급하셨습니다. 이는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다른 센터들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해야 할 지점 같았습니다.


“제일 좋은 건 청주나 음성처럼, 노무사나 노동 운동에 관심 있는 분들이 딱 자리 잡고 상근 활동을 하는 거죠. 그럼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도 상근자를 젊은 사람으로 뽑으려고 고민하고 있어요. 20대면 좋고, 정 안되면 30대라도. 운동권이 아니어도 좋고요. 지방은 기회의 땅이에요. 할 일도 정말 많고 뭐든 할 수 있어요. 수도권을 선호하는 노동 인권 노무사들이나 활동가들을 설득해서 지방으로 내려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역에 왔다가 다시 서울로 가기도 해요. 지역 운동 하려면 아예 살러 와야 해요.”


상근자 확보 및 유지는 대부분의 비정규센터들 역시 당면하고 있는 숙제였습니다. 그나마 위탁센터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예산을 바탕으로 2~5명의 상근자를 채용하면서 젊은 활동가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민간센터,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센터장 이외에 전임 상근자를 두지 못한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충남센터의 경우에도 상근으로 일하시던 사무국장님께서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신 후, 지역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지역 노동 인권 운동에 헌신할 수 있는 상근자를 찾거나 육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녹록치 않아 보였습니다. 김민호 대표님은 지역 운동에 관심 있는 노무사 또는 활동가에게는 원하는 사업을 천안에서 펼칠 수 있도록 충남센터가 지금까지 지역에서 쌓아온 인적, 사회적, 경제적 자산을 동원해서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공약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간 NGO센터로 내실 다져야


지난 4년이 실험적인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지역에 안착 시키면서 센터의 입지를 넓혀 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센터 운영 방향은 전임 상근자 확보를 포함해서 민간 NGO센터로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대표님은 프로젝트 사업 의존을 줄이고 회원들로부터 받은 후원금 비중을 높이고 싶다고 했는데, 이는 한비네 내의 건강한 다양성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과도 맥이 닿아 있었습니다.    

 “저는 위탁센터가 공무원들과 일하는 게 나름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만족스럽지 못하고 아쉬운 점도 있긴 하지만 그런 불만족스러운 아쉬움을 유지하면서 거듭나게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분들이 거기 안주하겠어요? 난 그렇게 생각 안 하거든요. 분명히 돌파구를 찾을 거예요. 그래서 한비네 만든 거고. 그런 면에서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자체 센터, 우리 같은 센터, 또는 청주나 음성 같은 센터, 다양한 모델들이 동시에 공존하는 모델로 갔으면 좋겠어요. 획일화되지 않고, 그러면 서로 자극도 받고 도움도 받고, 다양성이 유지되는 방식이 좋지 않을까요?”


김민호 대표님은 인터뷰 내내 ‘오지랖이 넓어서’ 돈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많은 사업들을 벌이는 바람에 가족을 포함해 주위에서 힘을 보태주신 분들을 힘들게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파 초월 및 뒤풀이 필수의 조직 원리, 지역 운동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 비정규 노동 운동에 대한 애정’ 등 구체적인 운동 방식에 대한 시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을 한비네라는 텐트 안으로 묶어주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연구자로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는데, 센터장들과 상근 활동가들의 넓은 오지랖도 목록에 추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려 3시간 반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민호 대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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