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만큼 열심히

by 센터 posted Jan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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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현수 익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센터장



2015년 3월 개소한 익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익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이하 ‘센터’)는 2015년 3월에 설립되었습니다. 2년여 전 이경애 시의원의 노력에 힘입어 지원조례가 생겨나고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민주노총 익산시지부가 위탁하는 형식으로 센터가 생겨났습니다.


10여 달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 쳐내다 흘러간 듯합니다. 센터 설립 홍보, 청소년 노동 인권 사업, 거리 상담, 기획 강좌, 통신비정규직 실태조사, 최저 임금 캠페인 등의 사업을 했습니다. 센터를 혼자서, 또 처음으로 운영해야 했기에 이 일만으로도 많이 벅차긴 했습니다. 다행히 민주노총 지역지부 동지들이 많은 도움을 줘서 가능했습니다.


현재는 무엇보다도 센터가 어떠한 정체성과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해야 하는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각 지역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비정규직지원센터들의 활동과 고민도 다를 것입니다. 그렇기에 익산지역에 맞는 사업 전망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가 근본적인 고민의 방향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을 실제로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고민이 좀 뜬구름 잡는(?) 것 같긴 한데 사업을 무리 없이 수행하는 게 중요하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나고 공감하고 함께 무언가를 실천하기 보다는 단순히 사업을 마무리하는데 생각이 많이 가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좀 구체적인 지원(표현이 적절하다 생각되진 않지만)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할 듯합니다.


사실 지난 ‘지역, 지금은’ 기사들을 둘러보면서,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회의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들을 실정에 맞게 만들어가는 모습들이 모두 부럽기도, 모범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축소거리상담.jpg

원광대학교 주변에서 홍보물을 나눠주며 민주노총과 함께한 거리 노동 상담(@익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올해 집중하고자 했던 사업 몇 가지


첫째, 센터 홍보 및 거리 상담입니다. 처음 센터를 알리는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서 신문 간지 등을 통해 알렸습니다. 이를 통해 10여 건의 상담전화가 있었습니다. 특색 있는 건 나이가 50대 이상인 분들이 다수였는데 집에서 신문보시는 분들의 연령대를 생각하니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거리 상담은 민주노총과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번화가 거리와 원광대학교 주변으로 나눠서, 홍보물도 시민용과 대학생 아르바이트용으로 구분해서 제작, 배포했습니다. 특히 대학가 앞에서의 반응은 좋았습니다.


둘째,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지역 내 통신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입니다. 지역에는 인터넷 설치 관련 4개 사업자가 있고 그중 3개 사업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SK와 LG에는 노동조합이 있었고 지역사업자는 노동조합이 없었기에 근로 조건 전반을 비교해보고자 하는 측면과 통신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고자 하는 목표로 진행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확실히 노동조합이 있는 곳-조사 몇 달 전 처음으로 임금 단체 협상이 체결되긴 했지만-이 임금, 복지, 노동 시간에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실태조사 발표회에 통신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많이 참여해 이후 관계를 잘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건 실태조사를 토대로 통신시장의 구조적 문제-원청 사용자성-를 제기하는 수준에 머물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축소발표회.jpg

통신비정규직 조합원들이 많이 참여한 ‘익산시 통신노동자 실태조사 발표회’를 열었다.(@익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셋째는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고민을 가지고 실천하는 ‘청소년 노동 인권’입니다. 전북지역은 올해 공식적으로 ‘전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를 발족했습니다. 내년부터는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 인권 교육이 확대되어질 예정입니다. 현재는 특성화고교 공동실습소 3개소에서 전북지역 특성화고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 인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11월부터 ‘청소년 노동 인권 강사단 양성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워크숍을 통해 강사단을 양성하기 위한 기초교육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참여자 간의 관계도 밀접하게 하고 이를 계기로 청소년노동 인권 사업을 안정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넷째는 ‘노동과 삶’을 주제로 하는 기획 강좌입니다. 평소에 듣고 싶은 강좌지만 열리는 자리가 없어서 혹은 저녁시간이 아니어서 듣지 못하는 지역(지방) 현실이 있어서 이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열린 강좌 형식의 기획 강좌를 3회 실험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주변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세 가지 주제를 정했습니다. ‘자녀교육’, ‘인간관계’, ‘한국사회 현실 진단과 대안 고민’. 초기엔 홍보가 잘 되지 못해서 오붓하게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셔서 내년엔 좀 더 잘 기획된 강좌를 해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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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 사회 현실과 전망’이라는 주제로《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시리즈를 쓴 박세길 작가 강연회를 개최했다.(@익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늦은 만큼 열심히


빨리 시작한 다른 지역에 비해 조금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늦은 시작만큼 열심히 배우고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미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 수십 개의 비정규직센터가 생겨나고 작은 모범들이 생겨나는 것이 보입니다. 또한 시민들의 인식도 비정규직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는 데에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앞서 고민하는 주체들의 발걸음에 따라 변화의 속도가 결정되리라 봅니다. 앞으로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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