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실태조사

by 센터 posted Jul 0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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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진숙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정책팀장



안산시 비정규직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2011년 센터가 개소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안산시 비정규직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정확한 지역의 비정규직 규모를 알지 못했던 나는 좀 더 알아본 뒤 연락드린다고 했지만 결국 답을 드릴 수가 없었다. 전국과 광역단위 통계만 있을 뿐 안산시의 비정규직 통계는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니 당연히 지역 통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 사건은 지역 노동 실태연구에 대한 필요성과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 그동안 센터에서 진행한 두 번의 대표적 실태조사는 전국적 의제와 지역의 구체적 현실이 만났을 때 실태조사의 효과가 더욱 위력적일 수 있으며 전국적 의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개소식.jpg


지역의 구체적 현실에 기반한 실태조사

안산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진행한 2012년은 서울시, 광주 광산구 등 개혁적 성향의 지자체장을 두고 있는 다른 지역의 성공적인 조사와 정규직 전환 계획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주요한 의제로 떠오른 해였다. 실태조사 즈음에 발표된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해 안산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가 비슷한 규모의 지자체에 비해 전국 최대 수준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지역 노조 상담을 통해 3개월, 6개월, 12개월 단위로 비정규직의 계약해지와 연장을 반복하는 악질적인 안산도시공사의 고용관행이 드러나 지역사회의 분노를 자아냈다.

센터에서는 지역 단체들과 함께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 문제와 안산시흥지역의 특수한 문제를 함께 여론화하고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으며, 토론회를 거쳐 도시공사의 악질적인 고용관행을 폐지시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민관협의기구를 결성할 수 있었다.

2013년 파견노동 실태조사는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로 간접고용 문제가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형성된 전국적 정세와 전국최대의 파견업체, 파견노동자가 존재하는 안산시흥지역의 구체적 현실이 만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파견업체 199(전국 파견업체 1,935개 중 10.3%), 파견노동자 2만 명(전국 파견노동자 12만 명 16.6%)로 전국 최대의 파견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점, 그 중 97%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제조업 생산 공정의 파견이라는 점, 무허가 파견·파견기간 위반·근로기준법 위반 등 각종 불법이 난무하고 있는 지역의 현실은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었다.

 

이거 한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2012년 지역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돌릴 때였다. 노동자 한분이 한사코 설문을 거부하시며 이거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따지듯이 물은 적이 있다. 난생 처음 진행해보는 실태조사의 실무에 허덕이고 있던 나에게 그분의 말씀은 경종을 울렸다. 조사를 위한 조사는 노동자들에게 헛된 희망만을 주는 조사라는 것을, 작은 것 하나라도 변화시키는 조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계기였다.

우리 지역의 노동실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현실적인 대안이 있을까? 대안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해당기관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내야 할까? 토론회 이후 어떤 활동과 실천이 병행되어야 할까? ‘작은 것 하나라도 변화시키기 위한 실태조사는 이후 실태조사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할 중요한 명제가 되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바꿀 수 있는 실태조사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는 토론회에 참석한 지역 노조, 언론인,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였고 이듬해 안산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T/F’팀을 구성하여 현재 단계적 무기계약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무기계약직이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조사 이후 민관협의기구를 결성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나마의 성과도 얻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2013년 파견노동 실태조사의 경우 토론회 이후 국회 차원의 조사와 고용노동부의 규제감독 강화가 이어졌다. 조사를 계기로 안산시흥의 불법파견현실을 지켜보는 전국적인 감시망이 생기고 파견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조직화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된 것도 보이지 않는 큰 성과이다. 사안의 특성상 법제도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근본적 해결이 어려운 한계가 존재하기에 현재는 지역 정부와 함께 공공 고용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지역 맞춤형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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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함께하는 전략적 실태조사

센터의 실태조사가 조사를 넘어 현실을 바꾸는 힘으로 변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지역과 함께하는 전략과 실천활동이 있었다. 뜻을 함께하는 지역의 노동사회단체들과 함께 기획이슈를 선정하고 목표와 시기별 계획을 공유하고 각 단체들의 특성에 맞는 실천활동을 병행한 것이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실태조사와 발맞추어 사회단체들은 주요이슈를 선전하고 지역 노동단체들은 그 이슈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였다. 지역과 함께하는 전략적 실태조사는 지역사회에 더 큰 파장을 만들고 다양한 성과들을 만들 수 있었다.

 

실태조사에서 연극 부라보 마이 라이프까지 1년을 관통한 파견노동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의 경우 센터가 7월에 개소한 탓에 1년을 관통하는 계획을 수립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지역 노조를 통해 접수된 공공부문 계약직 노동자들의 집단 상담과 노조 결성 움직임이 실태조사를 더욱더 가속화 시켰으며, 실태조사 토론회를 통해 노조의 요구도 일부 실현되는 성과가 있었다.

2013년 파견노동 실태조사는 상대적으로 준비된 여건 속에서 진행되었다. 불법파견 문제를 2013년도의 기획이슈로 선정하고 실태조사뿐만 아니라 그해의 노동자 교육, 이동상담, 문화제까지 일관된 흐름을 가져가고자 하였다. 지역 노동계에서도 불법파견 안내 캠페인을 적극 벌이고 불법파견 의심 사업장을 조사하며 조직화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토론회 발제에서 지역의 불법파견 현장을 고발하는 생생한 증언과 증거로 주목을 받았던 현장취업을 통한 파견실태조사도 이러한 공동행보 속에서 나온 성과물이었다. 더불어 미조직노동자 조직사업과 함께 진행된 어느 파견노동자의 불법파견 투쟁기는 실태조사를 더욱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만들었으며 실태조사 이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부라보 마이 라이프로 만들어져 불법파견의 심각성을 많은 시민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연극사진.jpg

    

2014년 안산시흥지역 파견노동 실태조사 2라운드를 준비하다

2014년 센터는 파견노동 실태조사의 후속편으로 기형적 파견시장을 가능하게 한 안산시흥지역의 노동력 미스매칭 실태조사를 계획 중이다. 안산시흥지역이 전국 최대의 제조업 단기파견 천국이 된 데에는 반월시화공단 소재 영세업체의 구인난과 취약계층의 구직난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스매칭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매칭의 현황과 원인을 분석하고 지역의 파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 맞춤형 대안을 찾고 실현하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의 목표이다. 더불어 2012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 안산시흥지역 비정규직 통계분석 연구를 진행하여 지역 비정규직 연구의 기초자료를 축적해갈 예정이다.

지역의 현실에 주목하여, 지역의 동지들과 함께, 지역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는 실태조사 2라운드.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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