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게 여럿이 함께

by 센터 posted Dec 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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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아롱 충남노동인권센터 활동가



2008년 촛불 투쟁 이후 태어난 충남노동인권센터


촛불 소녀의 용기로 온 국민이 함께 촛불을 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그 시기 충남에서도 촛불 투쟁에 힘을 모아내면서, 한 축에서 노동 영역에 대한 지역의 고민도 막바지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작지만 힘이 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조직, 단체가 필요하다는 고민이 실천으로 이어지게 되었죠. 지역의 노동자, 활동가 등 함께 고민하던 여러 동지들의 마음을 모아 충남노동인권센터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촛불 소녀의 용기와 실천처럼 지역 노동 인권과 현실에 맞설 용기와 실천이 빛을 보았답니다.


지금 우리가 확인하고 있는 현실은 찾아보면 작지만 할 수 있는 일들,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이러저러한 상황은 어쩌면 모두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할 수 있는 능력껏,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해나가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소박하게, 소박하게’를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자주 함께할 수 있는 자리,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 전망이나 진로는 그런 과정에서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충남노동인권센터의 바람입니다.


벌써 센터가 만들어진지 7년입니다. 센터 소장을 하던 활동가 동지는 3년 동안 혼자 상근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단체의 존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가장 큰 고민은 처음 가졌던 센터에 대한 고민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이었고, 그러다보니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혼자 고민하면서 시간을 낭비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든다고 하셨죠. 그런데 현재 상근하고 있는 저 역시 그렇습니다. 지역에서 센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노동자들과 끈을 이어나가야 하는지 고민스러웠습니다. 책임감만 커지고, ‘이대로 괜찮은지’에 대한 불편함이 공존하고 있답니다.


지역-토론회.jpg

지난 11월 4일 아산시청 중회의실에서 ‘유성기업 노동자 심리, 정신건강 상태 발표 및 대책 마련 토론회’을 개최했다.(@충남노동인권센터)


충남노동인권센터의 활동 필름


센터는 노동에 관한 지역의 문제나 투쟁 사안에 연대하고 활동해 왔습니다. 발레오공조 프랑스 자본의 먹튀·위장폐업 투쟁, 위니아만도의 정리해고 투쟁,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 유성기업 금속 노동자들의 직장 폐쇄에 맞선 주간연속 2교대 투쟁, 박정식 열사, 최종범 열사를 보낸 2013년 열사 투쟁, 최근 갑을오토텍 신종노조 파괴에 맞선 투쟁 등 최근 충남지역에서 벌어진 노동 탄압과 노조 말살 정책은 실로 끔찍합니다. 충남지역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최악인데 어떤 노동자의 심신이 건강할 수 있었을까요?


지역에 장기투쟁 사업장,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 현황과 건강권에 대한 실태조사도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노동자들의 심리·정신건강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지역의 노동자들은 충남노동인권센터가 있는지, 회원들은 인권센터가 어떠한 활동을 하는지 소통을 못해왔습니다. 지역에서는 노동과 단체의 끈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회원들의 끈, 인연이 끊어지지 않도록 센터가 더 집중해야 할 역할이죠.


노동자들의 마음건강을 돌보기 시작한 사업단, 두리공감


다양한 활동 중 센터가 노동자들의 마음건강 문제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쌍용차 투쟁 이후 ‘와락’ 이라는 공간이 생기며 노동 영역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된 거라고 봐도 되겠죠.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의 어려움, 실직·해고·노사 분쟁을 겪은 노동자들의 심리·정신건강 악화, 노동자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충남지역 노동자 심리치유사업단을 출범하였습니다. 2011년 하반기 이후 부설기관으로 개설하여, 건강하게 투쟁하고 행복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심리·정신건강 실태조사 및 분석 사업, 상담 지원 및 치유프로그램 지원, 대중화 사업, 프로그램 개발 및 진행자 양성 사업, 정책 연구 및 모임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재원으로만 시작했던 두리공감 사업은, 자립적 재원으로도 확장하여 더 다양한 대상에게 더 깊이 있고 폭넓은 사업을 구상하고 기획하여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4년 동안 노사 분쟁 사업장을 시작으로 지역노조 사업장, 의료원 간호사와 아산시사회복지직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감정노동 프로그램, 올해는 충남지역의 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및 분석, 직무스트레스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아산시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는 조사와 분석, 프로그램지원을 기획하여 2013년부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지역-심리치유.jpg

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에서 주관한 노동자 마음건강을 위한 심리치유 가치뛰기 모임(@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의 역할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


그런 사회를 희망합니다. 신자유주의에서 노동은 헌신짝처럼 또는 중세의 노예 시장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욱 슬픈 일은 노동자가 노동자를 핍박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죠. 비상식적인 사회시스템이 노동자 개인 스스로를 지켜내도록 만드는 겁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현실은 하루빨리 걷어치워야 할 것들입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지식인, 가진 자, 정치인 등 사회를 이끄는 이들이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충남지역에서 경남제약,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유성기업, 갑을오토텍 등 노동자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탄압, 핍박하는 사례를 생각하면 이 나라의 노동 정책이 얼마나 후진적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왜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 벌어지는 것일까를 주변에서 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학교, 행정 관청, 식당, 미용실, 고속도로 휴게소, 대형마트 등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현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10퍼센트 정도 밖에 안 되는 이 나라의 현실인 것입니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삶의 전반이자,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으로 우리는 어떻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낼 것인지 물음표로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노동자들이 위급한 상황에 마주하지 않도록 애써 막고 있는 일들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


센터에게 현재 주어진 가장 큰 역할은 지역사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주어지는 역할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임하고 있는지, 회원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일들을 일상적으로 펼쳐내려 합니다. 그간 사업을 펼쳐내고 마음이 아픈 노동자들을 돌보느라 정작 센터 회원들에게는 소홀히 했거든요. 우리 센터 회원들의 마음은 안녕하신지 살펴보겠습니다. 노동과 삶, 센터와 회원이 따로국밥이면 안 되겠죠.


노동 인권은 우리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연대가 필요합니다. 센터가 그 연대의 고리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끈이 계속 이어져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되어 노동 조건이 여러 곳에서 좋아졌다고 하는 소식이 계속 전해질 수 있도록 센터의 긍정적 기운을 전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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